[앵커&리포트] 박삼구 회장 ‘통 큰 기부?’ 알고 보니 ‘계열사 짜내기’

입력 2018.08.09 (21:31) 수정 2018.08.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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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메세나 협회, 문화예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기부활동을 하는 기업들 모임입니다.

박삼구 금호 아시아나 회장이 최근 3년 동안 회장을 맡았고, 지금도 명예 회장입니다.

그동안의 기부 활동을 인정받은 결과일텐데요.

특히 모교인 연세대학교에 대한 이른바 '통큰 기부'는 남달랐습니다.

10여 년 전엔 5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고, 2013년에도 100억 원을 내놨다고 해서 미담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당시 연세대는 사재, 즉 개인 돈을 낸 것이라며 적극 홍보했는데요.

'통큰 기부'로 알려진 박 회장의 남다른 모교 사랑, 실제로도 그럴까요?

KBS가 박 회장의 기부 실적을 조사해봤더니, 알려진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이세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9백억 원이 투입된 연세대 캠퍼스 개선 공사.

총동문회장인 박삼구 회장이 누구보다 앞장섰습니다.

동문회 소식지는 박 회장이 자기 돈 100억 원을 내놨다며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박삼구/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2014년 연세대 홍보 동영상: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아낌없는 헌신이 필요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연세대학교 기부자 명단입니다.

100억 원을 냈다는 2013년은 물론, 공사가 이뤄진 4년 동안 박 회장의 이름은 없습니다.

대신 금호 계열사들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2015년엔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12곳이 30억 원 가까이 기부했습니다.

[연세대 관계자 (음성 변조) : "박삼구 회장님 같은 경우는 계열사에서 많이 (기부)하시고 그런 편인걸로 알고 있거든요."]

금호아시아나 공익재단의 계열사인 이른바 K시리즈 4곳도 2억 원 씩 냈습니다.

당시 영업이익의 10%가 넘는 돈입니다.

[케이에이 관계자 (음성 변조) : "아무래도 상급자께서 그걸 결정하시지 않았을까요?"]

최근까지도 경영난에 시달린 아시아나 항공은 4년 동안 20억 원을 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 (음성 변조) : "사회 공헌 차원에서 검토해서 진행을 하고 있고요. (기부 내역 가운데) 금호아트홀에 대한 후원금이 있어요."]

정작 박 회장의 이름은 2010년에 한 차례 등장합니다.

금액은 1억 원.

그런데도 연세대 기부자 2만 2천여 명 가운데 맨 앞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실제 돈을 낸 계열사들은 명단에 없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 : "당시 사재 출연이라는 표현은 사용한 적 없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사업 중 150억 원 짜리 금호아트홀 공사는 박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였던 금호산업이 맡았습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2009년, 금호 계열사였던 대우건설도 연세대에는 30억 원을 냈고, 서강대에서도 금호경영관 공사를 하면서 6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공사대금은 114억 원, 절반을 기부한 겁니다.

[대우건설 관계자 (음성 변조) : "금융 위기 직후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대규모로 기부를 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박 회장님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말할수는 없고…."]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재벌 총수가 회사 공금과 자기 돈을 구별하지 않는 회사를 사유화하는 행위,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공사가 끝나고 확 달라진 연세대 캠퍼스, 박 회장은 곳곳에 이름을 남겼고,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KBS 뉴스 이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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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리포트] 박삼구 회장 ‘통 큰 기부?’ 알고 보니 ‘계열사 짜내기’
    • 입력 2018-08-09 21:35:45
    • 수정2018-08-09 22:00:41
    뉴스 9
[앵커]

한국 메세나 협회, 문화예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기부활동을 하는 기업들 모임입니다.

박삼구 금호 아시아나 회장이 최근 3년 동안 회장을 맡았고, 지금도 명예 회장입니다.

그동안의 기부 활동을 인정받은 결과일텐데요.

특히 모교인 연세대학교에 대한 이른바 '통큰 기부'는 남달랐습니다.

10여 년 전엔 5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고, 2013년에도 100억 원을 내놨다고 해서 미담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당시 연세대는 사재, 즉 개인 돈을 낸 것이라며 적극 홍보했는데요.

'통큰 기부'로 알려진 박 회장의 남다른 모교 사랑, 실제로도 그럴까요?

KBS가 박 회장의 기부 실적을 조사해봤더니, 알려진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이세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9백억 원이 투입된 연세대 캠퍼스 개선 공사.

총동문회장인 박삼구 회장이 누구보다 앞장섰습니다.

동문회 소식지는 박 회장이 자기 돈 100억 원을 내놨다며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박삼구/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2014년 연세대 홍보 동영상: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아낌없는 헌신이 필요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연세대학교 기부자 명단입니다.

100억 원을 냈다는 2013년은 물론, 공사가 이뤄진 4년 동안 박 회장의 이름은 없습니다.

대신 금호 계열사들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2015년엔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12곳이 30억 원 가까이 기부했습니다.

[연세대 관계자 (음성 변조) : "박삼구 회장님 같은 경우는 계열사에서 많이 (기부)하시고 그런 편인걸로 알고 있거든요."]

금호아시아나 공익재단의 계열사인 이른바 K시리즈 4곳도 2억 원 씩 냈습니다.

당시 영업이익의 10%가 넘는 돈입니다.

[케이에이 관계자 (음성 변조) : "아무래도 상급자께서 그걸 결정하시지 않았을까요?"]

최근까지도 경영난에 시달린 아시아나 항공은 4년 동안 20억 원을 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 (음성 변조) : "사회 공헌 차원에서 검토해서 진행을 하고 있고요. (기부 내역 가운데) 금호아트홀에 대한 후원금이 있어요."]

정작 박 회장의 이름은 2010년에 한 차례 등장합니다.

금액은 1억 원.

그런데도 연세대 기부자 2만 2천여 명 가운데 맨 앞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실제 돈을 낸 계열사들은 명단에 없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 : "당시 사재 출연이라는 표현은 사용한 적 없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사업 중 150억 원 짜리 금호아트홀 공사는 박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였던 금호산업이 맡았습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2009년, 금호 계열사였던 대우건설도 연세대에는 30억 원을 냈고, 서강대에서도 금호경영관 공사를 하면서 6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공사대금은 114억 원, 절반을 기부한 겁니다.

[대우건설 관계자 (음성 변조) : "금융 위기 직후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대규모로 기부를 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박 회장님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말할수는 없고…."]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재벌 총수가 회사 공금과 자기 돈을 구별하지 않는 회사를 사유화하는 행위,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공사가 끝나고 확 달라진 연세대 캠퍼스, 박 회장은 곳곳에 이름을 남겼고,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KBS 뉴스 이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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