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100원이 아깝나?” 배달원이 외친 이유는?

입력 2018.08.09 (23:22) 수정 2018.08.0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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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타고 뜨겁게 달궈진 도로 위를 달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배달 노동자들입니다.

지난달 25일부터 맥도날드 앞에서 한 배달원이 '폭염수당 100원 달라'는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 100원에 담긴 의미,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맥도날드 배달원, 박정훈 씨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안녕하세요."]

[앵커]

박정훈 씨는 배달 일을 시작한 지가 얼마나 되셨습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1년 8개월 정도 됐습니다."]

[앵커]

그럼 하루에 몇 건이나 배달을 가시는 겁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보통 20건에서 25건 정도, 7.5시간 정도 합니다."]

[앵커]

굉장히 바쁘시겠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폭염에는 일하시기가 굉장히 힘드실 것 같습니다.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일단은 머리 위로는 태양이 내리쬐고 발 밑으로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 때문에 매우 힘이 들고요. 사방으로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 그리고 버스에서 내뿜는 열기들이 있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입니다."]

[앵커]

그러시죠. 그럼 그렇게 더운 날 배달원들을 위해서 회사가 별도로 챙겨주는 건 없습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있습니다. 아이스 머플러라든지 물이라든지 챙겨주는 건 있지만 실제 배달을 하면서 느끼는 이 더위나 어지럼증, 그리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 같은 걸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앵커]

안전의 문제도 있겠군요?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신호 대기로 기다리고 있으면 저 멀리서 아지랑이 같은 게 보이는데 멍해지거든요. 그래서 '정신을 잃으면 사고 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래서 폭염 대책을 마련해달라, 하는 1인 시위를 하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걸 요구하고 계신 겁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저희가 배달하면 받는 게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받고요. 배달 한 건당 400원의 추가수당을 받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100원이 추가됩니다. 그래서 500원을 받는데 이것을 폭염이라든지 추위, 미세먼지나 황사에도 적용시켜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시청자 분들은 지금 말씀을 듣고 '겨우 100원 때문에 그런 시위를 하느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여름을 몸에 새기는 분들이 있거든요. 저의 친구의 어머니 같은 경우는 급식 조리사세요. 그래서 온 몸에 땀띠가 납니다. 그리고 우리집 앞을 건설하는 건설 노동자 같은 경우는 남들보다 더 선명하게 러닝셔츠 자국이 있거든요. 건설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스 검침원, 청소 노동자, 그리고 농사일을 하는 이주 노동자가 흘리는 땀과 몸에 새겨진 어떤 그을려진 몸이 타는 것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거고요. 많은 분들이 이것을 좀 참고 일하세요. 자기가 몸이 타거나 땀띠 이런 걸 숨기시는데 걱정할까봐... 누군가 한 명쯤은 '그런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당연히 우리가 받아야 할 존중이다.' 라는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위에 나서게 된 겁니다."]

[앵커]

그래서 폭염수당 100원을 달라 하는 건 금전적으로 100원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이 말씀이시죠.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맞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 요구에 대해서 회사는 어떤 반응입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이번주 월요일에 회사 본사 앞에서 회사 입장을 묻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었는데요. 제가 면담요청서를 들고 본사로 찾아가려고 했는데 경비원이 일단 막더라고요. 그래서 한 명쯤 내려올 법도 한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우편으로 보내라고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앵커]

그럼 본사 쪽하고는 아예 대화를 못 해보신 겁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본사는 이제 언론에만 자기 입장들을 얘기하고요. 저한테는 직접 얘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언론을 통해서 시위 사실이 알려졌는데 불이익은 없습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아직까지 불이익은 없습니다."]

[앵커]

다행이네요. 자 이제 폭염이 머지 않아 끝나가겠죠. 언제까지 시위를 계속하실 생각입니까?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죠.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지금 1인 시위를 계속 하게 되니까 저만 주목을 받고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 제가 아니라 제가 외치는 주장들이 좀 더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라이더들끼리 좀 모여야 된다는 생각이 있고요. 지금 페이스북에 '라이더 유니온'이라고 해서 라이더들의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그 다음에 우리의 근무 조건을 실태조사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장이나 거리를 가면서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해요. 라이더들한테 시원한 음료수를 나눠주면서 함께 모여보자고 제안해볼 생각입니다."]

[앵커]

예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배달원뿐만 아니라 전체 야외 노동자들의 폭염 안전 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박정훈 씨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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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토크] “100원이 아깝나?” 배달원이 외친 이유는?
    • 입력 2018-08-09 23:24:17
    • 수정2018-08-09 23: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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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타고 뜨겁게 달궈진 도로 위를 달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배달 노동자들입니다.

지난달 25일부터 맥도날드 앞에서 한 배달원이 '폭염수당 100원 달라'는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 100원에 담긴 의미,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맥도날드 배달원, 박정훈 씨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안녕하세요."]

[앵커]

박정훈 씨는 배달 일을 시작한 지가 얼마나 되셨습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1년 8개월 정도 됐습니다."]

[앵커]

그럼 하루에 몇 건이나 배달을 가시는 겁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보통 20건에서 25건 정도, 7.5시간 정도 합니다."]

[앵커]

굉장히 바쁘시겠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폭염에는 일하시기가 굉장히 힘드실 것 같습니다.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일단은 머리 위로는 태양이 내리쬐고 발 밑으로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 때문에 매우 힘이 들고요. 사방으로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 그리고 버스에서 내뿜는 열기들이 있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입니다."]

[앵커]

그러시죠. 그럼 그렇게 더운 날 배달원들을 위해서 회사가 별도로 챙겨주는 건 없습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있습니다. 아이스 머플러라든지 물이라든지 챙겨주는 건 있지만 실제 배달을 하면서 느끼는 이 더위나 어지럼증, 그리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 같은 걸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앵커]

안전의 문제도 있겠군요?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신호 대기로 기다리고 있으면 저 멀리서 아지랑이 같은 게 보이는데 멍해지거든요. 그래서 '정신을 잃으면 사고 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래서 폭염 대책을 마련해달라, 하는 1인 시위를 하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걸 요구하고 계신 겁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저희가 배달하면 받는 게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받고요. 배달 한 건당 400원의 추가수당을 받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100원이 추가됩니다. 그래서 500원을 받는데 이것을 폭염이라든지 추위, 미세먼지나 황사에도 적용시켜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시청자 분들은 지금 말씀을 듣고 '겨우 100원 때문에 그런 시위를 하느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여름을 몸에 새기는 분들이 있거든요. 저의 친구의 어머니 같은 경우는 급식 조리사세요. 그래서 온 몸에 땀띠가 납니다. 그리고 우리집 앞을 건설하는 건설 노동자 같은 경우는 남들보다 더 선명하게 러닝셔츠 자국이 있거든요. 건설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스 검침원, 청소 노동자, 그리고 농사일을 하는 이주 노동자가 흘리는 땀과 몸에 새겨진 어떤 그을려진 몸이 타는 것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거고요. 많은 분들이 이것을 좀 참고 일하세요. 자기가 몸이 타거나 땀띠 이런 걸 숨기시는데 걱정할까봐... 누군가 한 명쯤은 '그런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당연히 우리가 받아야 할 존중이다.' 라는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위에 나서게 된 겁니다."]

[앵커]

그래서 폭염수당 100원을 달라 하는 건 금전적으로 100원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이 말씀이시죠.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맞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 요구에 대해서 회사는 어떤 반응입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이번주 월요일에 회사 본사 앞에서 회사 입장을 묻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었는데요. 제가 면담요청서를 들고 본사로 찾아가려고 했는데 경비원이 일단 막더라고요. 그래서 한 명쯤 내려올 법도 한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우편으로 보내라고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앵커]

그럼 본사 쪽하고는 아예 대화를 못 해보신 겁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본사는 이제 언론에만 자기 입장들을 얘기하고요. 저한테는 직접 얘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언론을 통해서 시위 사실이 알려졌는데 불이익은 없습니까?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네. 아직까지 불이익은 없습니다."]

[앵커]

다행이네요. 자 이제 폭염이 머지 않아 끝나가겠죠. 언제까지 시위를 계속하실 생각입니까?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죠.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지금 1인 시위를 계속 하게 되니까 저만 주목을 받고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 제가 아니라 제가 외치는 주장들이 좀 더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라이더들끼리 좀 모여야 된다는 생각이 있고요. 지금 페이스북에 '라이더 유니온'이라고 해서 라이더들의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그 다음에 우리의 근무 조건을 실태조사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장이나 거리를 가면서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해요. 라이더들한테 시원한 음료수를 나눠주면서 함께 모여보자고 제안해볼 생각입니다."]

[앵커]

예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배달원뿐만 아니라 전체 야외 노동자들의 폭염 안전 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박정훈 씨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정훈/맥도날드 배달원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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