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통 큰 기부?’ 알고 보니 ‘계열사 짜내기’

입력 2018.08.10 (06:37) 수정 2018.08.1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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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교인 연세대학교에 150억 원대 기부금을 내놔 화제가 됐던 인물, 바로 박삼구 금호 아시아나 회장입니다.

당시 박 회장이 개인돈을 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화제가 됐었는데, 그런데 KBS가 박 회장의 기부 실적을 조사해봤더니,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세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9백억 원이 투입된 연세대 캠퍼스 개선 공사.

총동문회장인 박삼구 회장이 누구보다 앞장섰습니다.

동문회 소식지는 박 회장이 자기 돈 100억 원을 내놨다며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박삼구/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2014년 연세대 홍보동영상 :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아낌없는 헌신이 필요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연세대학교 기부자 명단입니다.

100억 원을 냈다는 2013년은 물론, 공사가 이뤄진 4년 동안 박 회장의 이름은 없습니다.

대신 금호 계열사들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2015년엔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12곳이 30억 원 가까이 기부했습니다.

[연세대 관계자/음성변조 : "박삼구 회장님 같은 경우는 계열사에서 많이 (기부)하시고 그런 편인걸로 알고 있거든요."]

금호아시아나 공익재단의 계열사인 이른바 K시리즈 4곳도 2억 원 씩 냈습니다.

당시 영업이익의 10%가 넘는 돈입니다.

[케이에이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 상급자께서 그걸 결정하시지 않았을까요?"]

최근까지도 경영난에 시달린 아시아나 항공은 4년 동안 20억 원을 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음성변조 : "사회 공헌 차원에서 검토해서 진행을 하고 있고요. (기부 내역 가운데) 금호아트홀에 대한 후원금이 있어요."]

정작 박 회장의 이름은 2010년에 한 차례 등장합니다.

금액은 1억 원.

그런데도 연세대 기부자 2만 2천여 명 가운데 맨 앞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실제 돈을 낸 계열사들은 명단에 없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 : "당시 사재 출연이라는 표현은 사용한 적 없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사업 중 150억 원 짜리 금호아트홀 공사는 박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였던 금호산업이 맡았습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2009년, 금호 계열사였던 대우건설도 연세대에는 30억 원을 냈고, 서강대에서도 금호경영관 공사를 하면서 6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공사대금은 114억 원, 절반을 기부한 겁니다.

[대우건설 관계자/음성변조 : "금융 위기 직후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대규모로 기부를 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박 회장님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말할수는 없고…."]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재벌 총수가 회사 공금과 자기 돈을 구별하지 않는 회사를 사유화하는 행위,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공사가 끝나고 확 달라진 연세대 캠퍼스, 박 회장은 곳곳에 이름을 남겼고,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KBS 뉴스 이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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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삼구 회장 ‘통 큰 기부?’ 알고 보니 ‘계열사 짜내기’
    • 입력 2018-08-10 06:38:01
    • 수정2018-08-10 07: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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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교인 연세대학교에 150억 원대 기부금을 내놔 화제가 됐던 인물, 바로 박삼구 금호 아시아나 회장입니다.

당시 박 회장이 개인돈을 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화제가 됐었는데, 그런데 KBS가 박 회장의 기부 실적을 조사해봤더니,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세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9백억 원이 투입된 연세대 캠퍼스 개선 공사.

총동문회장인 박삼구 회장이 누구보다 앞장섰습니다.

동문회 소식지는 박 회장이 자기 돈 100억 원을 내놨다며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박삼구/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2014년 연세대 홍보동영상 :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아낌없는 헌신이 필요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연세대학교 기부자 명단입니다.

100억 원을 냈다는 2013년은 물론, 공사가 이뤄진 4년 동안 박 회장의 이름은 없습니다.

대신 금호 계열사들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2015년엔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12곳이 30억 원 가까이 기부했습니다.

[연세대 관계자/음성변조 : "박삼구 회장님 같은 경우는 계열사에서 많이 (기부)하시고 그런 편인걸로 알고 있거든요."]

금호아시아나 공익재단의 계열사인 이른바 K시리즈 4곳도 2억 원 씩 냈습니다.

당시 영업이익의 10%가 넘는 돈입니다.

[케이에이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 상급자께서 그걸 결정하시지 않았을까요?"]

최근까지도 경영난에 시달린 아시아나 항공은 4년 동안 20억 원을 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음성변조 : "사회 공헌 차원에서 검토해서 진행을 하고 있고요. (기부 내역 가운데) 금호아트홀에 대한 후원금이 있어요."]

정작 박 회장의 이름은 2010년에 한 차례 등장합니다.

금액은 1억 원.

그런데도 연세대 기부자 2만 2천여 명 가운데 맨 앞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실제 돈을 낸 계열사들은 명단에 없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 : "당시 사재 출연이라는 표현은 사용한 적 없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사업 중 150억 원 짜리 금호아트홀 공사는 박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였던 금호산업이 맡았습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2009년, 금호 계열사였던 대우건설도 연세대에는 30억 원을 냈고, 서강대에서도 금호경영관 공사를 하면서 6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공사대금은 114억 원, 절반을 기부한 겁니다.

[대우건설 관계자/음성변조 : "금융 위기 직후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대규모로 기부를 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박 회장님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말할수는 없고…."]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재벌 총수가 회사 공금과 자기 돈을 구별하지 않는 회사를 사유화하는 행위,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공사가 끝나고 확 달라진 연세대 캠퍼스, 박 회장은 곳곳에 이름을 남겼고,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KBS 뉴스 이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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