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먹방’ 규제 추진…건강 vs 자유 침해

입력 2018.08.10 (08:33) 수정 2018.08.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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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이른바 '먹방'이라는 단어 모르시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먹는 방송'이라고 해서 출연자가 직접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먹방'의 인기는 이미 나라밖까지 전해지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먹방'의 한국어 발음을 영어로 그대로 쓴 'mukbang'가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먹방'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복지부가 비만 관리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 '먹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한거죠.

'먹방 규제 논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시죠.

[리포트]

TV를 틀었는데 맛깔나게 음식을 먹는 장면에 나도 모르게 군침을 흘리고, 푸짐하게 쌓인 음식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모습에 푹 빠져드신 적 있으신가요?

[김대연/서울시 성동구 : "배고플 때 대리만족도 하는 편이라 먹방 자주 보고 있어요."]

[김경민/서울시 은평구 : "대단하다고 생각 들고 저렇게 많은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로 많이 먹나……."]

10여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먹방'.

이제는 인터넷으로 일반인이 먹는 모습을 중계하는 것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맛있게 먹는 장면까지 모두 '먹방'으로 통합니다.

'먹방'의 인기는 우리나라를 넘어서 외국인들까지 열광하고 있는데요,

인터넷 1인 방송에서는 2만 개에 달하는 '먹방' 채널이 있고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크리에이터, 즉 제작자들도 탄생했습니다.

'먹방' 대체 왜 이렇게 인기일까요?

'먹방' 컨텐츠로 30만 구독자를 사로잡은 김나름 씨는 '대리만족'을 꼽았습니다.

[김나름/1인 방송 제작자 : "다이어트 할 때 대리만족으로 보고 있다, 장염이어서 음식을 못 먹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많이 느낀다는 댓글이 되게 많거든요."]

먹방을 즐겨보는 시청자들도 다양한 매력을 들었는데요.

[김형준/서울시 은평구 : "음식이 뭐가 맛있는지 리뷰도 해주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고은샘/강원도 평창군 : "여행갈 때 현지 음식을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모를 때는 먹방 제작자들이랑 방송인 영상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이 먹방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는 비만을 질병으로 보는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비만 예방과 관리대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바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입니다.

그런데 이 대책에 폭식을 유발하는 '먹는 방송'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만들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불씨가 됐습니다.

결국 정부가 이른바 '먹방'을 규제하려고 하는게 아니냐는 겁니다.

[조해웅/1인 방송 제작자 : "너무 애매하다고 생각했어요. 양을 규제한다는 건가? 아직 실제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구독자들과) 얘기했던 것 같아요."]

곧바로 찬반 양론으로 확대됐습니다.

'먹방 가이드라인' 추진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 시도라며 철회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먹방' 수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맞선 겁니다.

[장귀남/서울시 서대문구 :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죠. 너무 많이 먹으니까. 그걸 보면 되게 식욕이 당기니까. 안 먹어도 되는데 야식을 먹는다든가. 라면 같은 흔한 음식도 걔네들이 먹으면 되게 맛있어 보이잖아요."]

[김시윤/경기도 가평군 : "그걸 규제한다고 비만율이 낮아지고 그런 효과는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먹방'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자들은 '먹방'을 '폭식조장 미디어'로 보는 시각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김나름/1인 방송 제작자 : "이 영상을 보고 나서 나도 이것 때문에 먹었다는 반응은 잘 없으시거든요. 70% 이상이 여자 시청자분들이고 미모, 다이어트 이런 거에 예민하시기 때문에……."]

[조해웅/1인 방송 제작자 : "유행이 좀 바뀌는 거 같아요. 먹방도. 예전에는 많이 먹는 거 이런 게 신기해서 보시는 분도 많고 그렇지만 이제는 맛을 평가를 잘 해주신다거나 진짜 먹는 소리가 생생하다거나 이런 식으로 좀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규제'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먹방' 문화의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것이지 법적 규제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먹방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이 있지 않습니까. 방송 PD, (1인 방송) 크리에이터, 포털 관계자, 의학 영양 전문가, 시민 소비자 단체 대표 이런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할 예정이고요."]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내년 하반기쯤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라는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김헌식/문화평론가 : "통제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지만 정부 쪽에서 지침을 마련하게 되면 일반 업계에서는 굉장히 위축되거든요. 어떤 조처가 내려지면 아무래도 어떤 콘텐츠를 만들거나 표현하는 데 있어서 주의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섣부르게 개입했다고 생각이 들고요."]

하지만, 의료계는 좀 다른 입장입니다.

대한비만학회 등 5개 단체는 정부의 먹방 가이드라인 대책 마련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오상우/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국민들의 먹거리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바른 방향으로 그렇게 발전해갔으면 좋겠는데 지금 최근에는 거꾸로 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걱정이 이번에 여러 가지 먹방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나오게 된 계기입니다."]

국민 건강 보호 문제냐, 규제로 인한 개인의 자유 침해냐.

정부의 의견 수렴 과정에 각계의 다양한 의견과 우려 등이 충분히 담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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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먹방’ 규제 추진…건강 vs 자유 침해
    • 입력 2018-08-10 08:41:54
    • 수정2018-08-10 08: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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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이른바 '먹방'이라는 단어 모르시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먹는 방송'이라고 해서 출연자가 직접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먹방'의 인기는 이미 나라밖까지 전해지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먹방'의 한국어 발음을 영어로 그대로 쓴 'mukbang'가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먹방'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복지부가 비만 관리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 '먹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한거죠.

'먹방 규제 논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시죠.

[리포트]

TV를 틀었는데 맛깔나게 음식을 먹는 장면에 나도 모르게 군침을 흘리고, 푸짐하게 쌓인 음식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모습에 푹 빠져드신 적 있으신가요?

[김대연/서울시 성동구 : "배고플 때 대리만족도 하는 편이라 먹방 자주 보고 있어요."]

[김경민/서울시 은평구 : "대단하다고 생각 들고 저렇게 많은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로 많이 먹나……."]

10여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먹방'.

이제는 인터넷으로 일반인이 먹는 모습을 중계하는 것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맛있게 먹는 장면까지 모두 '먹방'으로 통합니다.

'먹방'의 인기는 우리나라를 넘어서 외국인들까지 열광하고 있는데요,

인터넷 1인 방송에서는 2만 개에 달하는 '먹방' 채널이 있고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크리에이터, 즉 제작자들도 탄생했습니다.

'먹방' 대체 왜 이렇게 인기일까요?

'먹방' 컨텐츠로 30만 구독자를 사로잡은 김나름 씨는 '대리만족'을 꼽았습니다.

[김나름/1인 방송 제작자 : "다이어트 할 때 대리만족으로 보고 있다, 장염이어서 음식을 못 먹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많이 느낀다는 댓글이 되게 많거든요."]

먹방을 즐겨보는 시청자들도 다양한 매력을 들었는데요.

[김형준/서울시 은평구 : "음식이 뭐가 맛있는지 리뷰도 해주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고은샘/강원도 평창군 : "여행갈 때 현지 음식을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모를 때는 먹방 제작자들이랑 방송인 영상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이 먹방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는 비만을 질병으로 보는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비만 예방과 관리대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바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입니다.

그런데 이 대책에 폭식을 유발하는 '먹는 방송'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만들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불씨가 됐습니다.

결국 정부가 이른바 '먹방'을 규제하려고 하는게 아니냐는 겁니다.

[조해웅/1인 방송 제작자 : "너무 애매하다고 생각했어요. 양을 규제한다는 건가? 아직 실제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구독자들과) 얘기했던 것 같아요."]

곧바로 찬반 양론으로 확대됐습니다.

'먹방 가이드라인' 추진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 시도라며 철회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먹방' 수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맞선 겁니다.

[장귀남/서울시 서대문구 :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죠. 너무 많이 먹으니까. 그걸 보면 되게 식욕이 당기니까. 안 먹어도 되는데 야식을 먹는다든가. 라면 같은 흔한 음식도 걔네들이 먹으면 되게 맛있어 보이잖아요."]

[김시윤/경기도 가평군 : "그걸 규제한다고 비만율이 낮아지고 그런 효과는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먹방'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자들은 '먹방'을 '폭식조장 미디어'로 보는 시각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김나름/1인 방송 제작자 : "이 영상을 보고 나서 나도 이것 때문에 먹었다는 반응은 잘 없으시거든요. 70% 이상이 여자 시청자분들이고 미모, 다이어트 이런 거에 예민하시기 때문에……."]

[조해웅/1인 방송 제작자 : "유행이 좀 바뀌는 거 같아요. 먹방도. 예전에는 많이 먹는 거 이런 게 신기해서 보시는 분도 많고 그렇지만 이제는 맛을 평가를 잘 해주신다거나 진짜 먹는 소리가 생생하다거나 이런 식으로 좀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규제'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먹방' 문화의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것이지 법적 규제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먹방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이 있지 않습니까. 방송 PD, (1인 방송) 크리에이터, 포털 관계자, 의학 영양 전문가, 시민 소비자 단체 대표 이런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할 예정이고요."]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내년 하반기쯤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라는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김헌식/문화평론가 : "통제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지만 정부 쪽에서 지침을 마련하게 되면 일반 업계에서는 굉장히 위축되거든요. 어떤 조처가 내려지면 아무래도 어떤 콘텐츠를 만들거나 표현하는 데 있어서 주의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섣부르게 개입했다고 생각이 들고요."]

하지만, 의료계는 좀 다른 입장입니다.

대한비만학회 등 5개 단체는 정부의 먹방 가이드라인 대책 마련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오상우/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국민들의 먹거리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바른 방향으로 그렇게 발전해갔으면 좋겠는데 지금 최근에는 거꾸로 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걱정이 이번에 여러 가지 먹방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나오게 된 계기입니다."]

국민 건강 보호 문제냐, 규제로 인한 개인의 자유 침해냐.

정부의 의견 수렴 과정에 각계의 다양한 의견과 우려 등이 충분히 담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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