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불구속 수사가 97%…“처벌 강화해야”

입력 2018.08.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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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과 촬영물 유포 행위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책의 운영 실태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디지털 범죄의 불구속 수사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급증해도 '불구속 수사 97%'

경찰청이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촬영을 했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해 성폭력 처벌법 14조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사건은 2011년 1523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3.4배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이 적용되면서, 사건 급증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수사율이 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구속 수사가 진행된 사유는 경찰의 불구속 입건 사례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의 경우 불구속 수사한 성폭력 처벌법 14조 위반 사건 4,365건 가운데 99.6%인 4,346건이 경찰이 불구속 입건한 사례였습니다.

나머지 19건의 불구속 사례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가 7건, 판사가 영장을 기각한 경우 11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경우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불구속 수사가 이루어지는 경우 피해 촬영물에 대한 증거의 은닉, 폐기, 나아가 2차 유포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징역 7년' 성폭력 처벌법 대신 '1년 이하' 음란물 유포죄 적용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행위에 대해 수사뿐만 아니라 처벌에서도 형량이 낮은 법령이 적용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습니다.

입법조사처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성폭력 처벌법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적용하면 징역 3년~7년의 처벌이 가능하지만 징역 1년 이하인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처벌 수위가 낮은 혐의를 적용하는 이유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신속하게 증거물을 확보하는 강제수사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촬영했지만 본인의 의사에 반해 촬영물이 유포된 '비동의유포 성적 촬영물'은 현행 성폭력 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보복으로 성관계 등 민감한 사생활을 담은 촬영물을 유포하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graphy)'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으로밖에 처벌받지 않습니다.

"초동수사 강화하고 법 사각지대 없애야"

입법조사처는 불법 촬영물을 온라인 상에 유포하는 사건의 경우에 혐의 입증을 위해 강도 높은 초동수사가 필요하다며, 피의자를 구속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성폭력처벌법을 엄정하게 적용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추가 사건을 미리 억제할 수 있는 위축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은 20대 국회가 출범한 직후인 2016년 9월부터 일찌감치 제출됐습니다.

이후 유사한 법률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은 80여 건에 이릅니다. 폭염만큼 뜨거운 거리의 분노를 법안에 담아내지 못한다면, 광화문으로 확산된 '혜화 시위'의 다음 목적지는 국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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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성범죄 불구속 수사가 97%…“처벌 강화해야”
    • 입력 2018-08-10 16:32:53
    취재K
불법 촬영과 촬영물 유포 행위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책의 운영 실태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디지털 범죄의 불구속 수사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급증해도 '불구속 수사 97%'

경찰청이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촬영을 했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해 성폭력 처벌법 14조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사건은 2011년 1523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3.4배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이 적용되면서, 사건 급증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수사율이 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구속 수사가 진행된 사유는 경찰의 불구속 입건 사례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의 경우 불구속 수사한 성폭력 처벌법 14조 위반 사건 4,365건 가운데 99.6%인 4,346건이 경찰이 불구속 입건한 사례였습니다.

나머지 19건의 불구속 사례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가 7건, 판사가 영장을 기각한 경우 11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경우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불구속 수사가 이루어지는 경우 피해 촬영물에 대한 증거의 은닉, 폐기, 나아가 2차 유포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징역 7년' 성폭력 처벌법 대신 '1년 이하' 음란물 유포죄 적용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행위에 대해 수사뿐만 아니라 처벌에서도 형량이 낮은 법령이 적용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습니다.

입법조사처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성폭력 처벌법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적용하면 징역 3년~7년의 처벌이 가능하지만 징역 1년 이하인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처벌 수위가 낮은 혐의를 적용하는 이유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신속하게 증거물을 확보하는 강제수사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촬영했지만 본인의 의사에 반해 촬영물이 유포된 '비동의유포 성적 촬영물'은 현행 성폭력 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보복으로 성관계 등 민감한 사생활을 담은 촬영물을 유포하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graphy)'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으로밖에 처벌받지 않습니다.

"초동수사 강화하고 법 사각지대 없애야"

입법조사처는 불법 촬영물을 온라인 상에 유포하는 사건의 경우에 혐의 입증을 위해 강도 높은 초동수사가 필요하다며, 피의자를 구속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성폭력처벌법을 엄정하게 적용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추가 사건을 미리 억제할 수 있는 위축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은 20대 국회가 출범한 직후인 2016년 9월부터 일찌감치 제출됐습니다.

이후 유사한 법률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은 80여 건에 이릅니다. 폭염만큼 뜨거운 거리의 분노를 법안에 담아내지 못한다면, 광화문으로 확산된 '혜화 시위'의 다음 목적지는 국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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