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완화 공약 파기 논란 살펴보니

입력 2018.08.10 (17:29) 수정 2018.08.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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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 자리에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기업)의 은행소유를 제한한 제도다.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의 10% 이상은 못갖도록 하는 지분규제가 핵심이다.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로 악용될 가능성을 막기 위한 규제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완화 방침을 놓고 대선공약 파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공약 파기가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공약들을 차례로 살펴봤다.

먼저 신년 기자회견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8년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문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8년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문

지난 1월 10일 열렸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진입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금융산업이라고 지칭했으니 인터넷전문은행도 이에 포함된다.

이때 금융분야의 규제완화를 시사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100대 국정과제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다.

취임 초기에 발간된 보고서다. 100대 국정과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인수위에 해당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간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 49페이지와 ‘100대 국정과제’ 37페이지의 동일한 내용‘국정운영 5개년 계획’ 49페이지와 ‘100대 국정과제’ 37페이지의 동일한 내용

페이지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하다. 여기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자유로운 진입환경을 조성한다고 표현해놨다. 신년사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이때 역시 국정과제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규제완화를 시사했다고 하겠다.

대선 당시 인터뷰도 맥락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경제 1면 기사서울경제 1면 기사

2017년 4월 10일에 진행된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다. 여기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지칭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이 무엇인지는 나오지는 않는다.

이를 볼 때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었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했고, 금융분야에 대해 규제완화를 시사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공약집을 다시 들여다봤다. 

공약집에선 다른 곳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단서조항이 있다.‘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이라는 전제다.

2017년 4월 대선공약집2017년 4월 대선공약집

현행법(은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란, 은산분리 규제에 부합하는 산업자본을 말한다. 산업자본은 은행법에 따라 지분참여가 10%로 제한돼 있다. 그래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한 비금융기업의 지분이 10%를 넘지 않는다.

산업자본이 은행에 대한 자본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분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러다보니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법안 5개가 모두 지분한도를 34~50%까지 높이는 게 골자다. 그리고 이 모든 법안은 은행법을 개정하거나 특례법을 신설해야 한다.

'자격 요건'을 사실상 바꾼다는 점에서 공약 파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약에선 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 특례법으로 예외를 두면서 그건 은산분리 대원칙을 갖고 가겠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최근 고용 지표들이 나쁘게 나오자 조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도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이유로 찾는 금융혁신 같은 것들은 앞서 박근혜 정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기 위해 주장했던 것"이라며 "당시에는 말이 안 된다며 비판했던 것들을 근거로 삼아 은산분리라고 하는 중대한 원칙을 뒤집는 속내가 궁금하다"고 했다.

대선 공약 파기는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던 청와대는 현재까지 기자의 추가 질의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말하면서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게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결국 공약 파기냐 아니냐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 있는 만큼 국회 입법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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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산분리 규제완화 공약 파기 논란 살펴보니
    • 입력 2018-08-10 17:29:17
    • 수정2018-08-10 17:31:10
    정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 자리에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기업)의 은행소유를 제한한 제도다.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의 10% 이상은 못갖도록 하는 지분규제가 핵심이다.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로 악용될 가능성을 막기 위한 규제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완화 방침을 놓고 대선공약 파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공약 파기가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공약들을 차례로 살펴봤다.

먼저 신년 기자회견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8년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문
지난 1월 10일 열렸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진입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금융산업이라고 지칭했으니 인터넷전문은행도 이에 포함된다.

이때 금융분야의 규제완화를 시사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100대 국정과제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다.

취임 초기에 발간된 보고서다. 100대 국정과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인수위에 해당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간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 49페이지와 ‘100대 국정과제’ 37페이지의 동일한 내용
페이지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하다. 여기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자유로운 진입환경을 조성한다고 표현해놨다. 신년사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이때 역시 국정과제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규제완화를 시사했다고 하겠다.

대선 당시 인터뷰도 맥락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경제 1면 기사
2017년 4월 10일에 진행된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다. 여기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지칭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이 무엇인지는 나오지는 않는다.

이를 볼 때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었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했고, 금융분야에 대해 규제완화를 시사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공약집을 다시 들여다봤다. 

공약집에선 다른 곳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단서조항이 있다.‘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이라는 전제다.

2017년 4월 대선공약집
현행법(은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란, 은산분리 규제에 부합하는 산업자본을 말한다. 산업자본은 은행법에 따라 지분참여가 10%로 제한돼 있다. 그래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한 비금융기업의 지분이 10%를 넘지 않는다.

산업자본이 은행에 대한 자본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분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러다보니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법안 5개가 모두 지분한도를 34~50%까지 높이는 게 골자다. 그리고 이 모든 법안은 은행법을 개정하거나 특례법을 신설해야 한다.

'자격 요건'을 사실상 바꾼다는 점에서 공약 파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약에선 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 특례법으로 예외를 두면서 그건 은산분리 대원칙을 갖고 가겠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최근 고용 지표들이 나쁘게 나오자 조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도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이유로 찾는 금융혁신 같은 것들은 앞서 박근혜 정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기 위해 주장했던 것"이라며 "당시에는 말이 안 된다며 비판했던 것들을 근거로 삼아 은산분리라고 하는 중대한 원칙을 뒤집는 속내가 궁금하다"고 했다.

대선 공약 파기는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던 청와대는 현재까지 기자의 추가 질의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말하면서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게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결국 공약 파기냐 아니냐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 있는 만큼 국회 입법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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