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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활비 ‘항소 이유’, 몰라도 되는 ‘이유’
입력 2018.08.13 (11:24) 수정 2018.08.17 (13:33) 멀티미디어 뉴스
국회 특활비 ‘항소 이유’, 몰라도 되는 ‘이유’
'항소이유서'하면 퍼뜩 유시민 작가부터 떠오릅니다. '서울대 학원 프락치 사건'으로 1985년에 유죄 선고를 받은 26살 복학생 운동권이 쓴 글입니다. 격정적이면서도 탄탄한 논리와 간결한 필체가 입소문을 타 판사들이 몰래 돌려봤다고 하죠. 그런데 요즘 주목받는 '항소이유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아직 공개는 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특활비 '항소이유서' 만지작

국회 사무처는 지난 9일, 20대 의원들이 쓴 특수활동비(2016년 6월~12월)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습니다. 가장 궁금한 건 '항소 이유'였습니다. 질 게 뻔한 소송을 강행하면서 과연 1심 판결의 부당성을 어떻게 조목조목 지적했을지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국회 측에 물어보니 "항소이유서는 나중에 별도로 재판부에 낼 예정인데, 기자들에게 공개할 일은 없으니 알아서 구해 보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유서를 굳이 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회는 2011년~2013년 특활비 내역 공개 여부를 두고 다툰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1,2,3심 내리 졌습니다. 1심에 지고 '항소이유서'를 내고, 2심에 지고 '상고이유서'를 또 냈습니다. 결과는 모두 '기각', 다시 말해 "소송 좀 그만하라"는 뜻입니다.


KBS는 원고(참여연대 박근용 집행위원)로부터 당시 '항소·상고이유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내심 "예측이여, 배신해 달라!"며 찬찬히 읽어봤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패소하면 판결문을 꼼꼼히 분석한 뒤 하급심 재판부의 법리 오해나 위법 사항 등을 최대한 부각하는 게 보통의 '항소(상고) 전략'입니다.

두 문서는 그런 분석도, 전략도 없었습니다. 'Ctrl C(복사)+Ctrl V(붙이기)'에 불과했습니다.이 때문에 조만간 재판부에 내겠다는 항소이유서도 내용은 그대로인데 껍데기만 바꾼 '표지갈이'에 불과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여러분 의견은 어떤지,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려받기] 항소이유서 (2017.11)
[내려받기] 상고이유서 (2018.02)


판례가 명확한데도 국회는 왜 실익도, 명분도 없는 소송전을 포기 못 하는 걸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특활비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비, 예비금 등 여러 예산 항목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제도 개선을 하려면 법원의 종합적이고 불가역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외부자의 시선은 어떨까요? 참여연대가 2011년~2013년 특활비 내역을 손에 넣기까지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무려 3년(2015년 5월~2018년 6월)이나 걸렸습니다. 국회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창고에서 옛 서류뭉치를 찾아 개인정보를 하나하나 지워야 한다"며 차일피일 미루며 두 달이나 버텼습니다. 19대 때 낸 소송은 20대 때 끝났습니다.

20대 국회, 2020년 4월 끝난다!

공개된 특활비 수령자는 18대와 19대 의원들이었습니다. 상위권에 든 ▲황우여 6억 2000만 원 ▲이한구 5억 1000만 원(이상 새누리당) ▲전병헌 3억 8000만 원 ▲박기춘 2억 3000만 원(이상 민주당) 등은 지금은 여의도에 없는, 옛 이름들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현역 의원들입니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 20대 국회가 마무리될 때쯤 공개해 파장을 줄이려는 의도 외에 달리 설명한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 '시간 끌기 소송'은 과연 묘수(妙手)일까요. 아니면 자충수(自充手)에 그칠까요. 20대 국회 임기는 2020년 4월, 아직 1년 9개월이나 남아 있습니다.
  • 국회 특활비 ‘항소 이유’, 몰라도 되는 ‘이유’
    • 입력 2018.08.13 (11:24)
    • 수정 2018.08.17 (13:33)
    멀티미디어 뉴스
국회 특활비 ‘항소 이유’, 몰라도 되는 ‘이유’
'항소이유서'하면 퍼뜩 유시민 작가부터 떠오릅니다. '서울대 학원 프락치 사건'으로 1985년에 유죄 선고를 받은 26살 복학생 운동권이 쓴 글입니다. 격정적이면서도 탄탄한 논리와 간결한 필체가 입소문을 타 판사들이 몰래 돌려봤다고 하죠. 그런데 요즘 주목받는 '항소이유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아직 공개는 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특활비 '항소이유서' 만지작

국회 사무처는 지난 9일, 20대 의원들이 쓴 특수활동비(2016년 6월~12월)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습니다. 가장 궁금한 건 '항소 이유'였습니다. 질 게 뻔한 소송을 강행하면서 과연 1심 판결의 부당성을 어떻게 조목조목 지적했을지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국회 측에 물어보니 "항소이유서는 나중에 별도로 재판부에 낼 예정인데, 기자들에게 공개할 일은 없으니 알아서 구해 보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유서를 굳이 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회는 2011년~2013년 특활비 내역 공개 여부를 두고 다툰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1,2,3심 내리 졌습니다. 1심에 지고 '항소이유서'를 내고, 2심에 지고 '상고이유서'를 또 냈습니다. 결과는 모두 '기각', 다시 말해 "소송 좀 그만하라"는 뜻입니다.


KBS는 원고(참여연대 박근용 집행위원)로부터 당시 '항소·상고이유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내심 "예측이여, 배신해 달라!"며 찬찬히 읽어봤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패소하면 판결문을 꼼꼼히 분석한 뒤 하급심 재판부의 법리 오해나 위법 사항 등을 최대한 부각하는 게 보통의 '항소(상고) 전략'입니다.

두 문서는 그런 분석도, 전략도 없었습니다. 'Ctrl C(복사)+Ctrl V(붙이기)'에 불과했습니다.이 때문에 조만간 재판부에 내겠다는 항소이유서도 내용은 그대로인데 껍데기만 바꾼 '표지갈이'에 불과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여러분 의견은 어떤지,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려받기] 항소이유서 (2017.11)
[내려받기] 상고이유서 (2018.02)


판례가 명확한데도 국회는 왜 실익도, 명분도 없는 소송전을 포기 못 하는 걸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특활비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비, 예비금 등 여러 예산 항목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제도 개선을 하려면 법원의 종합적이고 불가역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외부자의 시선은 어떨까요? 참여연대가 2011년~2013년 특활비 내역을 손에 넣기까지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무려 3년(2015년 5월~2018년 6월)이나 걸렸습니다. 국회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창고에서 옛 서류뭉치를 찾아 개인정보를 하나하나 지워야 한다"며 차일피일 미루며 두 달이나 버텼습니다. 19대 때 낸 소송은 20대 때 끝났습니다.

20대 국회, 2020년 4월 끝난다!

공개된 특활비 수령자는 18대와 19대 의원들이었습니다. 상위권에 든 ▲황우여 6억 2000만 원 ▲이한구 5억 1000만 원(이상 새누리당) ▲전병헌 3억 8000만 원 ▲박기춘 2억 3000만 원(이상 민주당) 등은 지금은 여의도에 없는, 옛 이름들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현역 의원들입니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 20대 국회가 마무리될 때쯤 공개해 파장을 줄이려는 의도 외에 달리 설명한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 '시간 끌기 소송'은 과연 묘수(妙手)일까요. 아니면 자충수(自充手)에 그칠까요. 20대 국회 임기는 2020년 4월, 아직 1년 9개월이나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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