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2012년 대선, 여야 모두 여론조작 확인”

입력 2018.08.13 (21:26) 수정 2018.08.1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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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선거판에서는 엄청난 돈을 써가며 유세장에 청중들을 동원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선거법이 엄격해지면서 요즘은 이런 관행이 거의 사라졌지만 온라인 세상은 아직도 사각지댑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지난 2012 년 18 대 대통령 선거는 사상 첫 'SNS 선거'로 불렸는데요.

KBS 탐사보도부가 18 대 대선 당시 트위터 9 억건을 전수 조사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9 시 뉴스는 오늘(13일)부터 정치와 온라인 여론조작의 실상을 연속보도합니다.

탐사보도부 정수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역사상 첫 SNS 선거로 불린 2012년 대선 당시 최고의 관심을 받았던 건 트위터입니다.

양 캠프도 트위터 여론전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당시 민주당 캠프는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 대신 'RT가 먼저다'란 구호를 내걸었고 새누리당 캠프는 외곽단체를 동원해 트위터 홍보전을 펼치다 선관위에 고발되기도 했습니다.

탐사보도부는 당시 대선을 앞두고 한글로 작성된 트윗 9억 건의 데이터를 확보해 전수조사했습니다.

2012년 7월부터 12월까지가 대상입니다.

그 결과 양대 대선 캠프 측에서 모두 사람에 의한 게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트위터 활동을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민주 캠프 내부에서는 국정원이 사용해 문제가 됐던 자동 트윗 프로그램을, 새누리 캠프 외곽 조직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매크로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양대 대선 캠프가 선거가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어떤 수법으로 얼마나 많은 여론 조작을 시도했는지 우한울, 서영민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민주 캠프, 국정원 쓴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여론전

[리포트]

새누리당 불법 여론조작 세력인 이른바 '십알단' 사건이 불거진 당일.

이를 비판한 트위터 글입니다.

이 트윗 글은 잠시 뒤 5명에 의해 동시에 RT, 즉 퍼나르기가 됩니다.

RT된 시간은 초까지 일치합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광화문 유세가 있을 무렵, 새누리당을 격하게 비난하는 글이 쓰여지자, 이번엔 앞서 언급한 5명 중 4명이 동시에 RT를 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겉보기에 여러 명이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자동트윗프로그램을 사용해 글을 확산시킨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고영진/SNS 분석 전문기업 사이람 연구원 : "사람이 동시에 할 수 없는 거죠. 기계적으로 동시에 RT(퍼나르기)하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9억여 건의 트위터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이상 활동을 보인 트위터 계정 13개를 찾아냈습니다.

13개 계정의 주인을 추적해보니 3명이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공식 활동을 한 인물로 확인됐습니다.

이 계정 주인 중 한 명은 본인이 자동 프로그램을 써서 트위터 활동을 했음을 시인했습니다.

[조○○/2012년 민주당 대선 캠프 관계자/음성변조 : "내 노트북이 조금 성능이 떨어져서 거기(민주당 대선 캠프)에 있는 PC로 트윗덱(자동 프로그램)을 돌린 것 같아요."]

사용된 자동트윗 프로그램의 이름은 '트윗덱'.

같은 해 대선에서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국정원 심리전단이 사용했던 프로그램과 같은 것입니다.

당시 민주당은 이를 강력 규탄했습니다.

[진선미/민주당 국정원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2013년 : "국정원 계정의 경우 수법, 영향력으로 살펴보면 대국민 여론조작과 대선 개입 효과는 상상 이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국정원 여론 조작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던 당시 민주당 대선캠프에서 같은 방법으로 SNS 조작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트위터 전수조사를 통해 처음 확인된 것입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새누리 외곽조직, 비밀리에 ‘매크로’ 제작해 사용

[리포트]

2012년 대선 사흘 전 트위터에 올라온 글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비하하고 댓글 공작 사건의 국정원 여직원을 옹호합니다.

1,495차례에 걸쳐 RT 되며 트위터상에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특이하게도 RT를 한 1,495 계정이 모두 똑같은 트위터 앱을 썼습니다.

트위터 포 안드로이드.

새누리당 대선 캠프 외곽조직인 서강 바른포럼이 사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입니다.

캠프에서 활동했던 박철완 교수는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적발했습니다.

[박철완/전 새누리당 대선캠프 디지털상황실 : 타임라인을 보면돼요. 리트윗봇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정말 리트윗만 했어요."]

당시 널리 쓰이던 상용 프로그램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교묘히 이름을 바꾼 비밀 매크로 프로그램입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새누리 측 매크로 프로그램의 실체가 대선 6년 만에 KBS 취재로 드러난 겁니다.

[고영진/SNS 분석 전문기업 사이람 연구원 : "(매크로) 프로그램 통해 하게 되면 굉장히 빠른 시간에 여러개 다른 계정을 동시에 RT를 할 수 있어요."]

문제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쓴 계정은 모두 2,866개로 확인됐습니다.

계정들은 2012년 8월부터 대선 전 날까지만 사용되다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매크로에 쓰일 계정을 확보에는 새누리당 외곽 조직인 서강바른포럼 회원들이 동원됐고 이런 사실이 모두 빅데이터에 남아 있었습니다.

여론 조작에 가담한 인사 가운데 일부는 공식 선거캠프에서 일하다 선거 뒤에는 청와대 직원으로 들어갔습니다.

[박철완/전 새누리당 대선캠프 디지털상황실장 : "자신들도 모르게 자신들의 신원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어요. 나중에 보니까 그 사람들이 선대위(공식 선거캠프) 핵심으로 들어오더라고요."]

KBS 탐사보도부는 2012년 대선 당시의 SNS 여론 조작 실태를 연속 보도를 통해 전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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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3 21:36:06
    • 수정2018-08-13 22:38:48
    뉴스 9
[앵커]

과거 선거판에서는 엄청난 돈을 써가며 유세장에 청중들을 동원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선거법이 엄격해지면서 요즘은 이런 관행이 거의 사라졌지만 온라인 세상은 아직도 사각지댑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지난 2012 년 18 대 대통령 선거는 사상 첫 'SNS 선거'로 불렸는데요.

KBS 탐사보도부가 18 대 대선 당시 트위터 9 억건을 전수 조사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9 시 뉴스는 오늘(13일)부터 정치와 온라인 여론조작의 실상을 연속보도합니다.

탐사보도부 정수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역사상 첫 SNS 선거로 불린 2012년 대선 당시 최고의 관심을 받았던 건 트위터입니다.

양 캠프도 트위터 여론전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당시 민주당 캠프는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 대신 'RT가 먼저다'란 구호를 내걸었고 새누리당 캠프는 외곽단체를 동원해 트위터 홍보전을 펼치다 선관위에 고발되기도 했습니다.

탐사보도부는 당시 대선을 앞두고 한글로 작성된 트윗 9억 건의 데이터를 확보해 전수조사했습니다.

2012년 7월부터 12월까지가 대상입니다.

그 결과 양대 대선 캠프 측에서 모두 사람에 의한 게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트위터 활동을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민주 캠프 내부에서는 국정원이 사용해 문제가 됐던 자동 트윗 프로그램을, 새누리 캠프 외곽 조직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매크로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양대 대선 캠프가 선거가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어떤 수법으로 얼마나 많은 여론 조작을 시도했는지 우한울, 서영민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민주 캠프, 국정원 쓴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여론전

[리포트]

새누리당 불법 여론조작 세력인 이른바 '십알단' 사건이 불거진 당일.

이를 비판한 트위터 글입니다.

이 트윗 글은 잠시 뒤 5명에 의해 동시에 RT, 즉 퍼나르기가 됩니다.

RT된 시간은 초까지 일치합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광화문 유세가 있을 무렵, 새누리당을 격하게 비난하는 글이 쓰여지자, 이번엔 앞서 언급한 5명 중 4명이 동시에 RT를 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겉보기에 여러 명이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자동트윗프로그램을 사용해 글을 확산시킨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고영진/SNS 분석 전문기업 사이람 연구원 : "사람이 동시에 할 수 없는 거죠. 기계적으로 동시에 RT(퍼나르기)하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9억여 건의 트위터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이상 활동을 보인 트위터 계정 13개를 찾아냈습니다.

13개 계정의 주인을 추적해보니 3명이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공식 활동을 한 인물로 확인됐습니다.

이 계정 주인 중 한 명은 본인이 자동 프로그램을 써서 트위터 활동을 했음을 시인했습니다.

[조○○/2012년 민주당 대선 캠프 관계자/음성변조 : "내 노트북이 조금 성능이 떨어져서 거기(민주당 대선 캠프)에 있는 PC로 트윗덱(자동 프로그램)을 돌린 것 같아요."]

사용된 자동트윗 프로그램의 이름은 '트윗덱'.

같은 해 대선에서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국정원 심리전단이 사용했던 프로그램과 같은 것입니다.

당시 민주당은 이를 강력 규탄했습니다.

[진선미/민주당 국정원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2013년 : "국정원 계정의 경우 수법, 영향력으로 살펴보면 대국민 여론조작과 대선 개입 효과는 상상 이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국정원 여론 조작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던 당시 민주당 대선캠프에서 같은 방법으로 SNS 조작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트위터 전수조사를 통해 처음 확인된 것입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새누리 외곽조직, 비밀리에 ‘매크로’ 제작해 사용

[리포트]

2012년 대선 사흘 전 트위터에 올라온 글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비하하고 댓글 공작 사건의 국정원 여직원을 옹호합니다.

1,495차례에 걸쳐 RT 되며 트위터상에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특이하게도 RT를 한 1,495 계정이 모두 똑같은 트위터 앱을 썼습니다.

트위터 포 안드로이드.

새누리당 대선 캠프 외곽조직인 서강 바른포럼이 사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입니다.

캠프에서 활동했던 박철완 교수는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적발했습니다.

[박철완/전 새누리당 대선캠프 디지털상황실 : 타임라인을 보면돼요. 리트윗봇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정말 리트윗만 했어요."]

당시 널리 쓰이던 상용 프로그램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교묘히 이름을 바꾼 비밀 매크로 프로그램입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새누리 측 매크로 프로그램의 실체가 대선 6년 만에 KBS 취재로 드러난 겁니다.

[고영진/SNS 분석 전문기업 사이람 연구원 : "(매크로) 프로그램 통해 하게 되면 굉장히 빠른 시간에 여러개 다른 계정을 동시에 RT를 할 수 있어요."]

문제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쓴 계정은 모두 2,866개로 확인됐습니다.

계정들은 2012년 8월부터 대선 전 날까지만 사용되다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매크로에 쓰일 계정을 확보에는 새누리당 외곽 조직인 서강바른포럼 회원들이 동원됐고 이런 사실이 모두 빅데이터에 남아 있었습니다.

여론 조작에 가담한 인사 가운데 일부는 공식 선거캠프에서 일하다 선거 뒤에는 청와대 직원으로 들어갔습니다.

[박철완/전 새누리당 대선캠프 디지털상황실장 : "자신들도 모르게 자신들의 신원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어요. 나중에 보니까 그 사람들이 선대위(공식 선거캠프) 핵심으로 들어오더라고요."]

KBS 탐사보도부는 2012년 대선 당시의 SNS 여론 조작 실태를 연속 보도를 통해 전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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