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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北 리선권의 ‘작심 발언’, 정세현-문정인 쓴소리
입력 2018.08.14 (17:34) 수정 2018.08.14 (17:56)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北 리선권의 ‘작심 발언’, 정세현-문정인 쓴소리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9월 중 남북 정상회담 평양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기대치를 한참 밑돈 회담이었다. 회담 날짜가 빠진 석줄 짜리 짧은 합의문도 그렇지만 북측 대표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의 돌발 발언은 회담이 끝난 뒤에도 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른바 '8말(末)-9초(初)' 조기 정상회담 무산으로 가뜩이나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은 자칫 남북관계는 물론 정상회담 일정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엄포이자 경고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9월 정상회담까지 이제 남은 기간은 대략 한 달, 리선권 위원장의 노림수는 뭘까? 방북 임박설이 나도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가을 수확 철을 앞둔 남북미의 외교전이 중대 분수령을 맞은 분위기다.


◆리선권의 돌변 "북남은 막역지우"→"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 난항 겪을 수도"

"북남 관계가 막역지우(幕逆之友)가 됐다" "한배를 타면 한마음이 된다"

두 달 만에 재개된 13일 남북 고위급회담은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의 '막역지우' 덕담에 대해 우리 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같은 취지의 북한 속담을 인용해 화답하면서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특히 회담 초기 리선권 위원장이 "북남 수뇌들의 '평양 상봉'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3차 정상회담의 '평양 개최'를 기정사실로 함으로써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리 위원장이 갑자기 '회담 공개' 카드를 꺼내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리 위원장은 "언론이 어떻게 선도하느냐에 따라 여론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1, 2차 고위급회담 당시 내놓았던 공개 회담 주장을 다시 제기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조명균 장관의 완곡한 거부 입장 표명으로 상황은 수습됐지만, 기대를 모았던 고위급회담은 예상과 달리 3시간 만에 짧게 마무리됐다.

리선권 위원장의 작심 발언은 회담을 마무리하는 자리인 종결회의 석상에서 쏟아져 나왔다.

리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남 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한 문제들이 더 혁신적으로 진전되리라 생각한다"고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진척시키는 데 있어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갑자기 남북 당국의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특히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뒤 "9월 예정된 평양 수뇌 상봉과 회담 때 각자 책임을 다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선권 위원장은 회담을 마친 뒤 '예상치 않았던 문제' 발언의 진의를 묻는 우리 기자단의 질문에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남북 경제협력이 대북 제재로 막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대북 제재 거론하는 남측에 물어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거의 협박 수준..너무 나간 것".."북에서 움직여줘야"

북미 대치 국면에서 남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되는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정부는 일단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신중한 입장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브리핑에서 "리선권 위원장이 말한 것은 새롭게 제기했다기보다 남북관계에서 늘 여러 가지 제기될 수 있는 게 있지 않나. 그런 것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도 9월 정상회담까지 영향받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정상회담도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이라고 선을 그으며 "판문점 선언 후속 이행상황 등에 대해 후속 절차들이 차질 없이 속도감 있게 해나가자는 데 남북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위급 회담 합의 수준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데다 리선권 위원장의 돌발 발언까지 겹치면서 전문가들이 사이에서는 향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 등 원로급에 해당하는 진보 진영의 인사들까지 나서 리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거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잇달아 역임하고 최근에는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세현 전 장관은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은 거의 협박 수준의 이야기"라고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정 전 장관은 14일 아침 진행된 KBS 1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일정에 올라와 있는 여러 가지 이산가족 문제 등등 다 영향받을 수 있다는 식의 얘기는 너무 나간 것"이라고 지적한 뒤 "책임을 남한한테 돌리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런 협박성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해서 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정준희의 최강시사] 정세현 “北, 협박으로 문대통령 움직일 수 있다 생각하면 착각”

정 전 장관은 CBS 인터뷰에서는 "회담 대표단 면면을 보더라도 북한이 판문점 선언의 이행문제와 관련해서 불평을 공식 제기하러 온 것 같다"면서 "좀 예감이 좋지 않다...남북이 위험한 국면으로 갈 수도 있는 전환점에서 서 있는 것 같다...앞으로 며칠이 중요한 고비일 것 같다"고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는 일련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념"이라면서 "그것을 하려고 하면 결국 북에서 움직여줘야 한다"며 북한 역할론을 제기했다.

현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문제는 푸는 지혜가 필요한 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것부터 구체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고 미국은 당연히 종전선언에 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북한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등 핵물질 생산 활동 중단과 신고·사찰을 수용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종전선언을 수용하는 절충안으로 북한과 미국 모두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여전히 유엔총회 이전에 종전선언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그래도 남·북·미·중 4자가 9월 23일부터 27일 사이에 연설하니까 빨리 노력을 하면 불가능한 것은 또 아니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남은 기간은 한 달...결국은 폼페이오 손에 달렸다?

북한의 9.9절 행사와 동방경제포럼, 유엔 총회 등 9월의 숨 가쁜 외교 일정을 감안하면,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는 9월 중순이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문정인 특보는 북한의 9·9절 행사 직후인 9월 12일부터 13일 사이를 정상회담 날짜로 특정하기도 했다. 3차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대략 한 달이 남은 셈이다.

문제는 9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 북미 교착상태를 타개할 돌파구 마련이 필수적인데, 우리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인 반면, 북한의 협조는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이 너무 나갔다는 정세현 전 장관의 비판과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결국 북한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친 대남 압박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고, 지금은 북한이 직접 나서 적극 협상에 나설 때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결정적 변수는 방북 임박설이 나돌고 있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행보가 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방북해 북한과 모종의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한다면, 9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북한이 그동안의 뜸들이기는 접고 전격적으로 '비핵화'와 관련해 양보안을 제시하거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돌파구가 필요한 미국의 입장에서도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빈손 방북'을 재연할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여론이 더 악화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선 당분간 대화의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대북 제재와 압박의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진 우리 정부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은 더 한계를 띨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또한 추가 진전이 힘들어진다는 건 국제정치의 엄혹한 현실이다.

판문점 정상회담 100일, '센토사 선언' 두 달을 지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 모두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는 형국이다. 북미 모두 이제는 기싸움 단계를 넘어서 모종의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지점에 다가서고 있다.
  • [글로벌 돋보기] 北 리선권의 ‘작심 발언’, 정세현-문정인 쓴소리
    • 입력 2018.08.14 (17:34)
    • 수정 2018.08.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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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北 리선권의 ‘작심 발언’, 정세현-문정인 쓴소리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9월 중 남북 정상회담 평양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기대치를 한참 밑돈 회담이었다. 회담 날짜가 빠진 석줄 짜리 짧은 합의문도 그렇지만 북측 대표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의 돌발 발언은 회담이 끝난 뒤에도 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른바 '8말(末)-9초(初)' 조기 정상회담 무산으로 가뜩이나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은 자칫 남북관계는 물론 정상회담 일정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엄포이자 경고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9월 정상회담까지 이제 남은 기간은 대략 한 달, 리선권 위원장의 노림수는 뭘까? 방북 임박설이 나도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가을 수확 철을 앞둔 남북미의 외교전이 중대 분수령을 맞은 분위기다.


◆리선권의 돌변 "북남은 막역지우"→"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 난항 겪을 수도"

"북남 관계가 막역지우(幕逆之友)가 됐다" "한배를 타면 한마음이 된다"

두 달 만에 재개된 13일 남북 고위급회담은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의 '막역지우' 덕담에 대해 우리 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같은 취지의 북한 속담을 인용해 화답하면서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특히 회담 초기 리선권 위원장이 "북남 수뇌들의 '평양 상봉'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3차 정상회담의 '평양 개최'를 기정사실로 함으로써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리 위원장이 갑자기 '회담 공개' 카드를 꺼내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리 위원장은 "언론이 어떻게 선도하느냐에 따라 여론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1, 2차 고위급회담 당시 내놓았던 공개 회담 주장을 다시 제기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조명균 장관의 완곡한 거부 입장 표명으로 상황은 수습됐지만, 기대를 모았던 고위급회담은 예상과 달리 3시간 만에 짧게 마무리됐다.

리선권 위원장의 작심 발언은 회담을 마무리하는 자리인 종결회의 석상에서 쏟아져 나왔다.

리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남 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한 문제들이 더 혁신적으로 진전되리라 생각한다"고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진척시키는 데 있어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갑자기 남북 당국의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특히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뒤 "9월 예정된 평양 수뇌 상봉과 회담 때 각자 책임을 다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선권 위원장은 회담을 마친 뒤 '예상치 않았던 문제' 발언의 진의를 묻는 우리 기자단의 질문에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남북 경제협력이 대북 제재로 막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대북 제재 거론하는 남측에 물어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거의 협박 수준..너무 나간 것".."북에서 움직여줘야"

북미 대치 국면에서 남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되는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정부는 일단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신중한 입장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브리핑에서 "리선권 위원장이 말한 것은 새롭게 제기했다기보다 남북관계에서 늘 여러 가지 제기될 수 있는 게 있지 않나. 그런 것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도 9월 정상회담까지 영향받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정상회담도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이라고 선을 그으며 "판문점 선언 후속 이행상황 등에 대해 후속 절차들이 차질 없이 속도감 있게 해나가자는 데 남북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위급 회담 합의 수준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데다 리선권 위원장의 돌발 발언까지 겹치면서 전문가들이 사이에서는 향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 등 원로급에 해당하는 진보 진영의 인사들까지 나서 리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거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잇달아 역임하고 최근에는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세현 전 장관은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은 거의 협박 수준의 이야기"라고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정 전 장관은 14일 아침 진행된 KBS 1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일정에 올라와 있는 여러 가지 이산가족 문제 등등 다 영향받을 수 있다는 식의 얘기는 너무 나간 것"이라고 지적한 뒤 "책임을 남한한테 돌리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런 협박성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해서 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정준희의 최강시사] 정세현 “北, 협박으로 문대통령 움직일 수 있다 생각하면 착각”

정 전 장관은 CBS 인터뷰에서는 "회담 대표단 면면을 보더라도 북한이 판문점 선언의 이행문제와 관련해서 불평을 공식 제기하러 온 것 같다"면서 "좀 예감이 좋지 않다...남북이 위험한 국면으로 갈 수도 있는 전환점에서 서 있는 것 같다...앞으로 며칠이 중요한 고비일 것 같다"고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는 일련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념"이라면서 "그것을 하려고 하면 결국 북에서 움직여줘야 한다"며 북한 역할론을 제기했다.

현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문제는 푸는 지혜가 필요한 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것부터 구체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고 미국은 당연히 종전선언에 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북한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등 핵물질 생산 활동 중단과 신고·사찰을 수용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종전선언을 수용하는 절충안으로 북한과 미국 모두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여전히 유엔총회 이전에 종전선언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그래도 남·북·미·중 4자가 9월 23일부터 27일 사이에 연설하니까 빨리 노력을 하면 불가능한 것은 또 아니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남은 기간은 한 달...결국은 폼페이오 손에 달렸다?

북한의 9.9절 행사와 동방경제포럼, 유엔 총회 등 9월의 숨 가쁜 외교 일정을 감안하면,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는 9월 중순이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문정인 특보는 북한의 9·9절 행사 직후인 9월 12일부터 13일 사이를 정상회담 날짜로 특정하기도 했다. 3차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대략 한 달이 남은 셈이다.

문제는 9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 북미 교착상태를 타개할 돌파구 마련이 필수적인데, 우리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인 반면, 북한의 협조는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이 너무 나갔다는 정세현 전 장관의 비판과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결국 북한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친 대남 압박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고, 지금은 북한이 직접 나서 적극 협상에 나설 때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결정적 변수는 방북 임박설이 나돌고 있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행보가 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방북해 북한과 모종의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한다면, 9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북한이 그동안의 뜸들이기는 접고 전격적으로 '비핵화'와 관련해 양보안을 제시하거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돌파구가 필요한 미국의 입장에서도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빈손 방북'을 재연할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여론이 더 악화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선 당분간 대화의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대북 제재와 압박의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진 우리 정부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은 더 한계를 띨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또한 추가 진전이 힘들어진다는 건 국제정치의 엄혹한 현실이다.

판문점 정상회담 100일, '센토사 선언' 두 달을 지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 모두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는 형국이다. 북미 모두 이제는 기싸움 단계를 넘어서 모종의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지점에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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