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겸직 분석 ②] 신고는 ‘누락’ 심사는 ‘허술’

입력 2018.08.15 (09:02) 수정 2018.08.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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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겸직 신고 절차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서는 안 되는 겸직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겸직 사실을 아예 숨긴 채 신고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S부산 심층취재팀이 겸직 신고를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을 파악해 어떤 감투를 쓰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37만 명이라는 부산 최대 규모의 신도수를 자랑하는 삼광사의 신도회장이다. 지난 2013년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친 뒤 2016년부터 연임하고 있다. 하지만 19대와 20대 2차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겸직 신고를 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이헌승 의원실 측은 "삼광사 신도회장이 일개 사찰일 뿐인데, 특별히 이해관계가 얽히는 위치가 아니고 영리와도 관계가 없기 때문에 겸직 신고를 할 생각은 못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이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상근직'을 겸직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상임직'에 관해서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전재수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청와대 부속실장 출신이어서 자동 등록된 거라 신경쓰지 않았고, (상임운영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이헌승 의원은 둘다 한국해양대학교 총동창회 고문이다. 이 역시 신고되지 않은 직책이다.


최인호, 유재중, 조경태 세 명의 의원은 부산 민간의료단체인 '그린닥터스'의 자문위원이다. 이들이 활동하는 '그린닥터스'는 3차례 총선에 출마했고,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한 정근 이사장이 이끄는 단체다.

KBS부산 심층취재팀이 확인한 부산 국회의원의 겸직 미신고는 9건이다. 현행 법상, 겸직 신고를 하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나 처벌이 없다. 다시 말해 겸직 사실을 신고한 사람만 심사를 받는 법의 맹점이 한계라는 얘기다. 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배병일 영남대 교수는 "관련 법 규정을 보완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 본인들의 발을 옥죄는 일이다 보니 스스로 나서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겸직 심사 과정도 허술하다. 허용 예외 조항인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윤리심사위원회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심지어 20대 국회는 '명예직'의 범위를 확대 해석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윤리심사자문위원인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최근 논문을 통해 "겸직심사 기준의 엄격함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많았다. (중략)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단이 최근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직책은 아예 겸직신고를 하지 않도록 합의하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이같은 행위를 정치개혁 후퇴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겸직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와 겸직을 시키는 집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며 겸직 신고 관행을 비판했다.

어떤 의원이 얼마나 많은 감투를 쓰고 있는지, 지금대로라면 유권자는 투명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제도적 한계와 국회 관행에 묶여,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여전히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연관 기사] [국회의원 겸직 분석 ①] 국회법 무시…국회의원 ‘겸직’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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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원 겸직 분석 ②] 신고는 ‘누락’ 심사는 ‘허술’
    • 입력 2018-08-15 09:02:41
    • 수정2018-08-15 09:36:32
    취재K
국회의원들의 겸직 신고 절차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서는 안 되는 겸직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겸직 사실을 아예 숨긴 채 신고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S부산 심층취재팀이 겸직 신고를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을 파악해 어떤 감투를 쓰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37만 명이라는 부산 최대 규모의 신도수를 자랑하는 삼광사의 신도회장이다. 지난 2013년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친 뒤 2016년부터 연임하고 있다. 하지만 19대와 20대 2차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겸직 신고를 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이헌승 의원실 측은 "삼광사 신도회장이 일개 사찰일 뿐인데, 특별히 이해관계가 얽히는 위치가 아니고 영리와도 관계가 없기 때문에 겸직 신고를 할 생각은 못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이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상근직'을 겸직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상임직'에 관해서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전재수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청와대 부속실장 출신이어서 자동 등록된 거라 신경쓰지 않았고, (상임운영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이헌승 의원은 둘다 한국해양대학교 총동창회 고문이다. 이 역시 신고되지 않은 직책이다.


최인호, 유재중, 조경태 세 명의 의원은 부산 민간의료단체인 '그린닥터스'의 자문위원이다. 이들이 활동하는 '그린닥터스'는 3차례 총선에 출마했고,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한 정근 이사장이 이끄는 단체다.

KBS부산 심층취재팀이 확인한 부산 국회의원의 겸직 미신고는 9건이다. 현행 법상, 겸직 신고를 하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나 처벌이 없다. 다시 말해 겸직 사실을 신고한 사람만 심사를 받는 법의 맹점이 한계라는 얘기다. 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배병일 영남대 교수는 "관련 법 규정을 보완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 본인들의 발을 옥죄는 일이다 보니 스스로 나서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겸직 심사 과정도 허술하다. 허용 예외 조항인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윤리심사위원회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심지어 20대 국회는 '명예직'의 범위를 확대 해석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윤리심사자문위원인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최근 논문을 통해 "겸직심사 기준의 엄격함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많았다. (중략)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단이 최근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직책은 아예 겸직신고를 하지 않도록 합의하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이같은 행위를 정치개혁 후퇴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겸직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와 겸직을 시키는 집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며 겸직 신고 관행을 비판했다.

어떤 의원이 얼마나 많은 감투를 쓰고 있는지, 지금대로라면 유권자는 투명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제도적 한계와 국회 관행에 묶여,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여전히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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