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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지금까지 평양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입력 2018.08.16 (09:59) 수정 2018.08.16 (16:54) 취재후
[취재후] 지금까지 평양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작품으로 저주받은 걸작으로도 불린 영화 '아비정전'에 보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1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장국영이 장만옥에게 1분만 같이 시계를 보자고 한뒤,1분 후 이렇게 말한다."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린 1분동안 같이 있었어,이 1분은 지울 수 없어,이미 과거가 되었으니까,난 이 1분을 영원히 잊지 않을꺼야"

2018년 8월 14일,저녁 8시 59분,뉴스 예고가 나오고 9시 뉴스 시그널이 들릴때까지의 그 1분은 영원히 잊지 못할 1분이 될 것이다.두 사람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아비정전 영화속의 1분을 넘어서,한국 방송사에 새로운 의미를 남긴 1분 이었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서울을 9시 뉴스에 생방송 연결한다는 건 마치 동전을 던져 앞면이나 뒷면이나오는 게 아니라 동전이 세워질 확률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하지만 땅바닥이 아닌 모래위에서라면 동전이 세워질 확률이 조금은 높아지듯이,KBS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가 있었기에,여러가지 돌발 변수들을 넘어 생방송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평양에는 AP가 진출해 있다. AP는 베이징과 홍콩,평양을 오가면서 취재를 하는데,CNN을 비롯해 다른 언론들의 경우도 평양 생방송을 진행할 때 AP의 송출 시설을 통해 생방송을 내보낸다.

하지만 한국방송사상 AP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서울로 생방송을 진행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AP는 KBS의 문의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KBS는 '어쩌면 평양 방송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방송을 진행하기까지 결정적인 행운이 뒤따랐다.평양에서 송출할 수 있는 AP의 포인트는 두 군데 인데,하나는 김일성 광장이고,또다른 하나는 양각도 호텔이다. 만일 선수단 및 취재진의 숙소가 양각도 호텔이 아닌 고려 호텔이었다면 생방송 연결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이곳에선 취재진의 안전등을 고려해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게 되어 있다. 따라서 KBS 취재진이 독자적으로 김일성 광장으로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녁 8시부터 방송 장소에세 AP직원들의 협조를 받으며 방송을 준비했다.카메라와 조명 상태를 점검하고, KBS 기술진이 여러 단자를 꽂은 뒤 위성이 열리자 서울 현지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있는 곳은 평양,앵커의 목소리는 서울,비현실적인 세계에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한번의 예행 연습후 본 방송에 들어갔다.지금까지 수 없이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이정도로 떨린 것은 처음이었다.평양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6분간의 방송 내용을 모두 전한 뒤 "지금까지 평양에서 전해드렸습니다."라고 말한 뒤 6초 뒤 KBS 기술진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12명의 KBS 취재팀과 중계팀이 서로 힘을 합쳐 만들어낸 평양에서의 작은 기적이었다.

방송이 나간 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마치 서울 한강에서 방송하는 것 같았다고. 평양이라는 곳만 제외하면 기술적으로 국내 다른 지방에서 방송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에서 평양이 서울에서 광주보다 가까운 것처럼,평양에서의 방송은 광주에서의 방송과 기술적인 면에선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번 생방송 연결은 평양 현지에서 KBS와 북측의 협의로 진행됐다. 다른 나라에서 위성 생방송을 연결하는 방식과 똑같았다. 위성 사용료나 기술적인 비용 모두 AP에 지불할 예정이다. 북측에 현금이 오고 간 것은 전혀 없었다.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의 고백을 들은 장만옥은 "그는 이 1분을 잊겠지만 나는 그를 잊을 수 없었다"라는 독백한다.
사실 장국영은 1분을 잊은 것 처럼 보였지만 잊지 않았다.

2018년 8월 14일 저녁 8시 59분부터 9시까지의 1분은 한국 방송 역사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1분으로 남게 될 것이다.
  • [취재후] 지금까지 평양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입력 2018.08.16 (09:59)
    • 수정 2018.08.16 (16:54)
    취재후
[취재후] 지금까지 평양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작품으로 저주받은 걸작으로도 불린 영화 '아비정전'에 보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1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장국영이 장만옥에게 1분만 같이 시계를 보자고 한뒤,1분 후 이렇게 말한다."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린 1분동안 같이 있었어,이 1분은 지울 수 없어,이미 과거가 되었으니까,난 이 1분을 영원히 잊지 않을꺼야"

2018년 8월 14일,저녁 8시 59분,뉴스 예고가 나오고 9시 뉴스 시그널이 들릴때까지의 그 1분은 영원히 잊지 못할 1분이 될 것이다.두 사람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아비정전 영화속의 1분을 넘어서,한국 방송사에 새로운 의미를 남긴 1분 이었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서울을 9시 뉴스에 생방송 연결한다는 건 마치 동전을 던져 앞면이나 뒷면이나오는 게 아니라 동전이 세워질 확률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하지만 땅바닥이 아닌 모래위에서라면 동전이 세워질 확률이 조금은 높아지듯이,KBS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가 있었기에,여러가지 돌발 변수들을 넘어 생방송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평양에는 AP가 진출해 있다. AP는 베이징과 홍콩,평양을 오가면서 취재를 하는데,CNN을 비롯해 다른 언론들의 경우도 평양 생방송을 진행할 때 AP의 송출 시설을 통해 생방송을 내보낸다.

하지만 한국방송사상 AP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서울로 생방송을 진행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AP는 KBS의 문의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KBS는 '어쩌면 평양 방송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방송을 진행하기까지 결정적인 행운이 뒤따랐다.평양에서 송출할 수 있는 AP의 포인트는 두 군데 인데,하나는 김일성 광장이고,또다른 하나는 양각도 호텔이다. 만일 선수단 및 취재진의 숙소가 양각도 호텔이 아닌 고려 호텔이었다면 생방송 연결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이곳에선 취재진의 안전등을 고려해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게 되어 있다. 따라서 KBS 취재진이 독자적으로 김일성 광장으로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녁 8시부터 방송 장소에세 AP직원들의 협조를 받으며 방송을 준비했다.카메라와 조명 상태를 점검하고, KBS 기술진이 여러 단자를 꽂은 뒤 위성이 열리자 서울 현지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있는 곳은 평양,앵커의 목소리는 서울,비현실적인 세계에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한번의 예행 연습후 본 방송에 들어갔다.지금까지 수 없이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이정도로 떨린 것은 처음이었다.평양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6분간의 방송 내용을 모두 전한 뒤 "지금까지 평양에서 전해드렸습니다."라고 말한 뒤 6초 뒤 KBS 기술진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12명의 KBS 취재팀과 중계팀이 서로 힘을 합쳐 만들어낸 평양에서의 작은 기적이었다.

방송이 나간 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마치 서울 한강에서 방송하는 것 같았다고. 평양이라는 곳만 제외하면 기술적으로 국내 다른 지방에서 방송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에서 평양이 서울에서 광주보다 가까운 것처럼,평양에서의 방송은 광주에서의 방송과 기술적인 면에선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번 생방송 연결은 평양 현지에서 KBS와 북측의 협의로 진행됐다. 다른 나라에서 위성 생방송을 연결하는 방식과 똑같았다. 위성 사용료나 기술적인 비용 모두 AP에 지불할 예정이다. 북측에 현금이 오고 간 것은 전혀 없었다.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의 고백을 들은 장만옥은 "그는 이 1분을 잊겠지만 나는 그를 잊을 수 없었다"라는 독백한다.
사실 장국영은 1분을 잊은 것 처럼 보였지만 잊지 않았다.

2018년 8월 14일 저녁 8시 59분부터 9시까지의 1분은 한국 방송 역사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1분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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