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뛰어넘은 최악 폭염…시발점은 열대 바다

입력 2018.08.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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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지긋지긋한 열대야가 지난밤(16일 밤) 사라졌습니다. 26일 동안 이어진 열대야는 1994년을 뛰어넘는 최장 기록입니다. 올여름 폭염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에도 사실상 1994년을 넘어 새 역사를 쓴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여름 폭염 강도, 1994년 기록 넘어서

기온으로 나타난 폭염의 강도는 이미 1994년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웠습니다. 올여름(6월 1일∼8월 16일) 전국 평균 기온과 최고 기온은 각각 25.5도와 30.7도로 1973년 전국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1994년에는 평균 기온과 최고 기온이 각각 25.4도(2위)와 30.7도(공동 1위)였습니다.

기온 기록 대부분이 올해 새롭게 쓰였습니다. 서울은 8월 1일 39.6도를 기록해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기존 최고 기온이었던 1994년의 38.4도를 무려 1.2도 뛰어넘은 기록입니다. 같은 날 강원도 홍천의 최고 기온은 41.0도까지 치솟아 대구에서 기록했던 역대 전국 1위 기록 40.0도(1942년 8월 1일)를 갈아치웠습니다. 밤 최저 기온 역시 지난 8일 강릉이 30.9도로 전국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서울도 지난 2일 30.3도를 기록해 관측 사상 가장 높았습니다.

폭염·열대야 기간도 1994년 기록 추월할 가능성 커

올여름 전국 47개 지점의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 분포도. 폭염 일수는 내륙 지역이 높았지만, 열대야 일수는 해안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올여름 전국 47개 지점의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 분포도. 폭염 일수는 내륙 지역이 높았지만, 열대야 일수는 해안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폭염의 기간 면에서도 1994년을 넘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1994년 기록에 육박한 상황입니다. 지난 16일까지 올해 전국 평균 폭염(하루 최고 기온 33도 이상) 일수는 29.2일로 1994년의 1년 전체 폭염 일수 31.1일에 턱밑까지 다다랐습니다. 열대야(밤사이 최저기온 25도 이상) 일수도 15.7일로, 1994년 17.7일에 불과 2일 못 미칩니다. 아직 여름이 보름 가까이 남은 데다 기상청은 다음 주 초에 다시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1994년 기록을 추월할 가능성이 큽니다.

2018년과 1994년 폭염은 원인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두 해 모두 대기 상층의 티벳 고기압과 중하층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폭염을 유발했습니다. 티벳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표면적인 이유라면 근본 원인은 열대 바다에 있습니다.

전 지구적인 폭염 원인은 '인도양발 고기압 파동'

올여름 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북유럽과 중동, 북미 지역까지 북반구 곳곳이 폭염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전 지구적인 폭염의 시발점은 인도양으로 분석됩니다.

12km 상공의 기압 분포도. 붉은색으로 나타난 곳이 평년보다 고기압이 위치한 지역을 의미하며, 올여름 폭염이 나타난 지역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한 인도 계절풍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고기압 파동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km 상공의 기압 분포도. 붉은색으로 나타난 곳이 평년보다 고기압이 위치한 지역을 의미하며, 올여름 폭염이 나타난 지역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한 인도 계절풍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고기압 파동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여름 인도양의 바닷물 온도가 유난히 낮았는데 이와 관련해 인도 북서쪽에 고압대가 형성됐습니다. 예상욱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이 고압대로부터 형성된 파동이 지구 한 바퀴를 돌 정도로 퍼져나가 곳곳에 또 다른 고압대가 나타났다"며 "고압대가 나타난 지역들이 폭염이 나타난 지역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반도 폭염 부추긴 원인은 '열대 서태평양'

이런 가운데 한반도 등 동아시아 부근의 폭염을 지역적으로 더욱 강화한 건 열대 태평양이 근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1994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열대 서태평양 넓은 해역의 바닷물 온도가 예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열대 서태평양의 더운 바닷물은 상승 기류를 유발하는데, 이 상승 기류가 우리나라 남쪽 해상에서는 하강 기류로 바뀌어 고기압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열대 서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파란색으로 보이는 상승 기류가 발생했다. 이 상승 기류가 한반도 부근에서는 하강 기류로 바뀌어 고기압을 강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열대 서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파란색으로 보이는 상승 기류가 발생했다. 이 상승 기류가 한반도 부근에서는 하강 기류로 바뀌어 고기압을 강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는 1994년에 비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더 발달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1994년에는 태풍이 북상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어 한두 차례 비가 내리며 폭염을 식혀줬지만, 올해는 워낙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버티고 있어 태풍마저 튕겨 나가듯이 이상 진로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도양에서 시작된 고압대의 파동이 전 지구적으로 퍼져나간 가운데 서태평양에서 시작된 상승 기류가 동아시아 지역의 고기압을 강화해 한반도의 폭염을 더욱 부추긴 셈입니다.

19호 태풍 '솔릭'이 막바지 폭염에 변수

19호 태풍 ‘솔릭’ 예상 진로도19호 태풍 ‘솔릭’ 예상 진로도

기상청은 이번 주말까지는 열대야 현상이 주춤하고, 강원 영동과 영남 지방에서는 폭염의 기세도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서쪽 지방에서는 한낮에 따가운 햇볕과 함께 33도 안팎의 폭염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음 주 초에는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회복해 전국에 열대야와 폭염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기상청은 이후 폭염의 양상은 일본 남쪽 해상을 향해 북상하고 있는 19호 태풍 '솔릭'의 진로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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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7 18:45:08
    취재K
서울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지긋지긋한 열대야가 지난밤(16일 밤) 사라졌습니다. 26일 동안 이어진 열대야는 1994년을 뛰어넘는 최장 기록입니다. 올여름 폭염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에도 사실상 1994년을 넘어 새 역사를 쓴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여름 폭염 강도, 1994년 기록 넘어서

기온으로 나타난 폭염의 강도는 이미 1994년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웠습니다. 올여름(6월 1일∼8월 16일) 전국 평균 기온과 최고 기온은 각각 25.5도와 30.7도로 1973년 전국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1994년에는 평균 기온과 최고 기온이 각각 25.4도(2위)와 30.7도(공동 1위)였습니다.

기온 기록 대부분이 올해 새롭게 쓰였습니다. 서울은 8월 1일 39.6도를 기록해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기존 최고 기온이었던 1994년의 38.4도를 무려 1.2도 뛰어넘은 기록입니다. 같은 날 강원도 홍천의 최고 기온은 41.0도까지 치솟아 대구에서 기록했던 역대 전국 1위 기록 40.0도(1942년 8월 1일)를 갈아치웠습니다. 밤 최저 기온 역시 지난 8일 강릉이 30.9도로 전국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서울도 지난 2일 30.3도를 기록해 관측 사상 가장 높았습니다.

폭염·열대야 기간도 1994년 기록 추월할 가능성 커

올여름 전국 47개 지점의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 분포도. 폭염 일수는 내륙 지역이 높았지만, 열대야 일수는 해안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폭염의 기간 면에서도 1994년을 넘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1994년 기록에 육박한 상황입니다. 지난 16일까지 올해 전국 평균 폭염(하루 최고 기온 33도 이상) 일수는 29.2일로 1994년의 1년 전체 폭염 일수 31.1일에 턱밑까지 다다랐습니다. 열대야(밤사이 최저기온 25도 이상) 일수도 15.7일로, 1994년 17.7일에 불과 2일 못 미칩니다. 아직 여름이 보름 가까이 남은 데다 기상청은 다음 주 초에 다시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1994년 기록을 추월할 가능성이 큽니다.

2018년과 1994년 폭염은 원인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두 해 모두 대기 상층의 티벳 고기압과 중하층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폭염을 유발했습니다. 티벳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표면적인 이유라면 근본 원인은 열대 바다에 있습니다.

전 지구적인 폭염 원인은 '인도양발 고기압 파동'

올여름 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북유럽과 중동, 북미 지역까지 북반구 곳곳이 폭염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전 지구적인 폭염의 시발점은 인도양으로 분석됩니다.

12km 상공의 기압 분포도. 붉은색으로 나타난 곳이 평년보다 고기압이 위치한 지역을 의미하며, 올여름 폭염이 나타난 지역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한 인도 계절풍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고기압 파동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여름 인도양의 바닷물 온도가 유난히 낮았는데 이와 관련해 인도 북서쪽에 고압대가 형성됐습니다. 예상욱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이 고압대로부터 형성된 파동이 지구 한 바퀴를 돌 정도로 퍼져나가 곳곳에 또 다른 고압대가 나타났다"며 "고압대가 나타난 지역들이 폭염이 나타난 지역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반도 폭염 부추긴 원인은 '열대 서태평양'

이런 가운데 한반도 등 동아시아 부근의 폭염을 지역적으로 더욱 강화한 건 열대 태평양이 근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1994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열대 서태평양 넓은 해역의 바닷물 온도가 예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열대 서태평양의 더운 바닷물은 상승 기류를 유발하는데, 이 상승 기류가 우리나라 남쪽 해상에서는 하강 기류로 바뀌어 고기압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열대 서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파란색으로 보이는 상승 기류가 발생했다. 이 상승 기류가 한반도 부근에서는 하강 기류로 바뀌어 고기압을 강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는 1994년에 비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더 발달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1994년에는 태풍이 북상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어 한두 차례 비가 내리며 폭염을 식혀줬지만, 올해는 워낙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버티고 있어 태풍마저 튕겨 나가듯이 이상 진로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도양에서 시작된 고압대의 파동이 전 지구적으로 퍼져나간 가운데 서태평양에서 시작된 상승 기류가 동아시아 지역의 고기압을 강화해 한반도의 폭염을 더욱 부추긴 셈입니다.

19호 태풍 '솔릭'이 막바지 폭염에 변수

19호 태풍 ‘솔릭’ 예상 진로도
기상청은 이번 주말까지는 열대야 현상이 주춤하고, 강원 영동과 영남 지방에서는 폭염의 기세도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서쪽 지방에서는 한낮에 따가운 햇볕과 함께 33도 안팎의 폭염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음 주 초에는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회복해 전국에 열대야와 폭염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기상청은 이후 폭염의 양상은 일본 남쪽 해상을 향해 북상하고 있는 19호 태풍 '솔릭'의 진로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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