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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손흥민 ‘괘씸’ 오지환…20대 국회 ‘묘수’ 낼까?
입력 2018.08.20 (13:02) 수정 2018.08.20 (14:03) 멀티미디어 뉴스
‘영웅’ 손흥민 ‘괘씸’ 오지환…20대 국회 ‘묘수’ 낼까?
"말레이시아전 패배가 손흥민의 군 면제에 타격을 입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하자 영국 언론 '더 선'은 손흥민(토트넘)의 군 면제 무산 가능성부터 걱정했습니다. 기사 댓글에는 모처럼 등장한 세계적 공격수의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팬심이 그득했습니다. "국가대표 하지 말고 귀화해라", "은퇴 후에 복무할 수 있게 특혜를 줘라" 등의 내용입니다.

반면 야구 대표팀 오지환(LG)을 향한 시선은 엇갈립니다. 그는 경찰청과 상무 대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의무를 대체하려는 '벼랑 끝 승부'를 택했습니다. 군 면제에 집착했다는 비난과, 실력으로 선발됐는데 뭐가 문제냐는 여론이 팽팽합니다. "차라리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악플 세례를 뒤를 하고 오지환은 인도네시아로 향합니다.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보다는 구단별로 군 미필자를 뽑아서 선수단을 꾸려 '군 면제 메달'이라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

"세계선수권대회 등 권위 있는 대회를 인정하지 않고, 비인기 종목과 인기 종목 간 불균형으로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

2014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도 병역 특례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했던 나지완 선수(KIA)가 부상을 숨긴 채 대표팀에 승선했다고 뒤늦게 고백한 게 국민 정서에 불을 지폈기 때문입니다. 몇몇 의원들은 "태극마크가 군 면제 수단이냐", "금메달이 '군 면제 메달'이 됐다"고 병무청장을 몰아붙였습니다.

현행 규정은 올림픽은 동메달까지,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면 병역 특례를 주고 있습니다.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의무를 비켜간 남자 선수는 66명. 그런데 단체 종목인 축구와 야구가 동반 금메달을 따면서 수혜자의 절반인 33명(축구 20명,야구 13명)을 독식했습니다. 축구 대표팀은 20명 전원이 병역 미필자들로만 구성됐습니다.


19대 국회…"혜택 주자" VS "줄이자"

당시 19대 국회에서 병역 특례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병역법 개정안이 2건 발의됐습니다. 갈라진 여론을 반영한 듯 공교롭게도 법안 역시 "혜택을 더 주자", "혜택을 좀 줄이자"는 상반된 내용이었습니다.

먼저 무소속 김한표 의원(현 자유한국당)은 국가대표에 발탁된 기간 자체를 군 복무기간에 포함시켜 주자는 법안을 냈습니다. '금메달'이라는 '성과'보다는 '태극마크'라는 '과정'을 보상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이렇게 동기가 부여되면 고된 훈련을 견디고, 또 대회에 전념할 수 있게 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 거란 제안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 단계부터 가로막혔습니다. 국방위 검토보고서는 "금메달 등 '사후적' 혜택을 국위 선양 등과 관계없이 '사전적' 혜택으로 바꾸면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며 "또 각 협회가 국가대표를 선발하는데 절차와 기준에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면 어쩔 것이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국가대표 중도 탈락이나 훈련 포기 등에 따른 혼란도 문제 삼았습니다.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병역 특례자의 수혜 수준을 낮추자는 법안을 냈습니다. 군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내는 34개월 동안 두 달 정도(68일) 소외지역 스포츠교실에서 지도자로 봉사하는 등 재능 기부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포상은 하되 의무를 완전히 면제해선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이번엔 국방위 검토보고서도 "과도한 특례라는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공익성과 형평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법안은 상임위원회(국방위) 문턱도 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19대 임기 종료에 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20대 국회…'묘수 법안' 내놓을까

20대 국회 들어 이와 관련한 입법 추진 움직임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단일 대회 성적'으로 병역 혜택을 주는 대신에 '대회별 누적 점수제'를 도입하자는 제언이 나오긴 했지만 공론화 단계는 아닙니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는 이들의 새 대체복무제 논의에 주력하는 모양새입니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특례 혜택을 주는 병역법이 만들어진 건 1973년입니다. 이 조항은 이후 45년 동안 늘 시빗거리였습니다. 값진 땀의 대가를 보상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그 '가치'에 대한 평가는 오랜 기간 딜레마로 남아 있습니다. 20대 국회가 '제2의 손흥민', '제2의 오지환' 논란을 막을 묘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 ‘영웅’ 손흥민 ‘괘씸’ 오지환…20대 국회 ‘묘수’ 낼까?
    • 입력 2018.08.20 (13:02)
    • 수정 2018.08.20 (14:03)
    멀티미디어 뉴스
‘영웅’ 손흥민 ‘괘씸’ 오지환…20대 국회 ‘묘수’ 낼까?
"말레이시아전 패배가 손흥민의 군 면제에 타격을 입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하자 영국 언론 '더 선'은 손흥민(토트넘)의 군 면제 무산 가능성부터 걱정했습니다. 기사 댓글에는 모처럼 등장한 세계적 공격수의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팬심이 그득했습니다. "국가대표 하지 말고 귀화해라", "은퇴 후에 복무할 수 있게 특혜를 줘라" 등의 내용입니다.

반면 야구 대표팀 오지환(LG)을 향한 시선은 엇갈립니다. 그는 경찰청과 상무 대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의무를 대체하려는 '벼랑 끝 승부'를 택했습니다. 군 면제에 집착했다는 비난과, 실력으로 선발됐는데 뭐가 문제냐는 여론이 팽팽합니다. "차라리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악플 세례를 뒤를 하고 오지환은 인도네시아로 향합니다.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보다는 구단별로 군 미필자를 뽑아서 선수단을 꾸려 '군 면제 메달'이라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

"세계선수권대회 등 권위 있는 대회를 인정하지 않고, 비인기 종목과 인기 종목 간 불균형으로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

2014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도 병역 특례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했던 나지완 선수(KIA)가 부상을 숨긴 채 대표팀에 승선했다고 뒤늦게 고백한 게 국민 정서에 불을 지폈기 때문입니다. 몇몇 의원들은 "태극마크가 군 면제 수단이냐", "금메달이 '군 면제 메달'이 됐다"고 병무청장을 몰아붙였습니다.

현행 규정은 올림픽은 동메달까지,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면 병역 특례를 주고 있습니다.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의무를 비켜간 남자 선수는 66명. 그런데 단체 종목인 축구와 야구가 동반 금메달을 따면서 수혜자의 절반인 33명(축구 20명,야구 13명)을 독식했습니다. 축구 대표팀은 20명 전원이 병역 미필자들로만 구성됐습니다.


19대 국회…"혜택 주자" VS "줄이자"

당시 19대 국회에서 병역 특례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병역법 개정안이 2건 발의됐습니다. 갈라진 여론을 반영한 듯 공교롭게도 법안 역시 "혜택을 더 주자", "혜택을 좀 줄이자"는 상반된 내용이었습니다.

먼저 무소속 김한표 의원(현 자유한국당)은 국가대표에 발탁된 기간 자체를 군 복무기간에 포함시켜 주자는 법안을 냈습니다. '금메달'이라는 '성과'보다는 '태극마크'라는 '과정'을 보상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이렇게 동기가 부여되면 고된 훈련을 견디고, 또 대회에 전념할 수 있게 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 거란 제안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 단계부터 가로막혔습니다. 국방위 검토보고서는 "금메달 등 '사후적' 혜택을 국위 선양 등과 관계없이 '사전적' 혜택으로 바꾸면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며 "또 각 협회가 국가대표를 선발하는데 절차와 기준에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면 어쩔 것이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국가대표 중도 탈락이나 훈련 포기 등에 따른 혼란도 문제 삼았습니다.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병역 특례자의 수혜 수준을 낮추자는 법안을 냈습니다. 군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내는 34개월 동안 두 달 정도(68일) 소외지역 스포츠교실에서 지도자로 봉사하는 등 재능 기부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포상은 하되 의무를 완전히 면제해선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이번엔 국방위 검토보고서도 "과도한 특례라는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공익성과 형평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법안은 상임위원회(국방위) 문턱도 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19대 임기 종료에 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20대 국회…'묘수 법안' 내놓을까

20대 국회 들어 이와 관련한 입법 추진 움직임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단일 대회 성적'으로 병역 혜택을 주는 대신에 '대회별 누적 점수제'를 도입하자는 제언이 나오긴 했지만 공론화 단계는 아닙니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는 이들의 새 대체복무제 논의에 주력하는 모양새입니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특례 혜택을 주는 병역법이 만들어진 건 1973년입니다. 이 조항은 이후 45년 동안 늘 시빗거리였습니다. 값진 땀의 대가를 보상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그 '가치'에 대한 평가는 오랜 기간 딜레마로 남아 있습니다. 20대 국회가 '제2의 손흥민', '제2의 오지환' 논란을 막을 묘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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