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구청 오락가락 행정에 어린이집 폐업 위기…“갑질에 눈물”

입력 2018.08.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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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강서구청, 강서구의회 오락가락 행정
#감정평가까지 해놓고 난데없이 옆집 매입 지시
#어린이집 폐업 위기

좋은 어린이집이 없어 속태우는 부모들에게 멀쩡한 민간 어린이집까지 문닫게 하는 강서구의 행정 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자격이 되면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해주는 정부 정책에 따랐던 한 어린이집이 경매에 넘어간 건데요. 구청에서 먼저 전환 자격이 된다며 서울시에 신청을 접수했고, 서울시가 승인한 구립 어린이집 전환. 그런데 갑자기 구청과 구의회가 '아이디어'가 있다며 퇴짜를 놨습니다. 기왕 짓는 거 어린이집의 옆집인 단독주택까지 사들여서 더 크게 지으라는 건데, 집을 팔 생각 없던 집주인도 황당하고, 어린이집은 발만 동동 구르다 폐업 위기에 몰렸습니다.

시작은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을 신청하라는 공고문이었습니다.

"서울시 심사를 거쳐 국공립 전환 승인을 받으면 서울시가 매입·리모델링·기자재비 등의 비용을 최대 25억 원까지 지원해 '구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해드립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에서 A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원장 김 모 씨는 이 공지를 보고 구립어린이집 전환을 신청했습니다.

김 씨의 신청을 검토한 뒤 강서구는 이를 서울시에 보냈습니다. 서울시는 심사위원들의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공립 전환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A 어린이집이 공립이 될 자격 조건을 갖췄으니, 서울시 예산지원으로 강서구가 이 시설을 매입해 구립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결정입니다.

강서구는 매입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두 곳의 감정평가 법인에 의뢰해 어린이집 매입에 따른 보상가를 6억 3천여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행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이젠 이곳에 대한 구의 매입과 공립어린이집으로의 건축설계·시공 등만 남게 됐습니다.

그때 이른바 '행정 갑질'이 시작됐습니다.

강서구의회가 갑자기 땅이 좁고 구조가 불편해서 사업이 어렵겠다면서 A 어린이집을 매입하는 안건을 부결시켰습니다. 구의회는 옆집인 단독주택까지 강서구가 사들여서 구립어린이집을 더 크게 짓는 방안을 가져오면 그때 사업 진행을 검토해보겠다고 했습니다.

A 어린이집이 강서구의 사전 심사와 서울시의 본 심사, 부동산 감정평가에 이르는 넉 달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구의회 의견을 강서구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상황이 됐습니다.

"난데없이 옆집을 사란 거예요. 집주인이 팔 건지 확인도 안 하고."

강서구와 구의회는 집주인이 팔 건지는 알아보지도 않은 채 '아이디어' 차원에서 어린이집을 더 크게 지어보라고 했습니다. 강서구는 물론 김 원장까지 나서서 단독주택 주인에게 집을 구에 팔라고 사정했지만, 집주인은 가족의 직장 출퇴근 사유로 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구립으로 전환된다던 어린이집이 '옆집을 사느냐 마느냐'를 놓고 공사도 못 하고 뒤숭숭해지자 불안한 부모들이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2년 넘게 아이를 보냈다는 부모는 "공립으로 바뀌어서 이곳이 곧 헐릴 거란 소문이 돌고,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서 일단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면서 "원장이 맘에 안 들었다, 시설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런 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20명이 넘던 원생은 새 학기가 시작된 올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줄어 결국 3명만 남았습니다. 급기야 경영난까지 심해지면서 건물은 얼마 전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김 씨는 "작년에 서울시가 승인한 대로 사업을 진행했으면 지금쯤 구립어린이집을 짓고 있을 텐데 강서구의 이해 못 할 결정으로 모든 것을 날리게 됐다"고 호소합니다.

강서구 측은 "땅의 모양이나 주차 공간, 채광, 양옆의 민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어린이집만으로 신축 공사는 무리다. 우리가 판단할 때는 쓸모없는 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서울시는 쓸모없는 땅에 승인을 내 준 것이냐'는 물음에는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말이 안 된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에서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을 신청할 때는 땅의 입지 등 많은 항목에 대해 사전 적격심사를 해서 70점 이상이 됐을 때, 담당자·팀장·과장까지 결제를 맡아 구청장을 대신해 시로 신청 공문을 보내는 것"이라면서 "강서구는 '쓸모없는 땅'이란 걸 알고도 신청했다는 이야기냐"고 지적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옆집까지 사서 어린이집을 지으라"는 강서구·구의회의 '아이디어'에 가로막혀 1년 3개월의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다, 결국 폐업위기까지 놓인 어린이집. KBS <더 이상은 못 참겠다>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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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1 17: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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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강서구청, 강서구의회 오락가락 행정
#감정평가까지 해놓고 난데없이 옆집 매입 지시
#어린이집 폐업 위기

좋은 어린이집이 없어 속태우는 부모들에게 멀쩡한 민간 어린이집까지 문닫게 하는 강서구의 행정 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자격이 되면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해주는 정부 정책에 따랐던 한 어린이집이 경매에 넘어간 건데요. 구청에서 먼저 전환 자격이 된다며 서울시에 신청을 접수했고, 서울시가 승인한 구립 어린이집 전환. 그런데 갑자기 구청과 구의회가 '아이디어'가 있다며 퇴짜를 놨습니다. 기왕 짓는 거 어린이집의 옆집인 단독주택까지 사들여서 더 크게 지으라는 건데, 집을 팔 생각 없던 집주인도 황당하고, 어린이집은 발만 동동 구르다 폐업 위기에 몰렸습니다.

시작은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을 신청하라는 공고문이었습니다.

"서울시 심사를 거쳐 국공립 전환 승인을 받으면 서울시가 매입·리모델링·기자재비 등의 비용을 최대 25억 원까지 지원해 '구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해드립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에서 A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원장 김 모 씨는 이 공지를 보고 구립어린이집 전환을 신청했습니다.

김 씨의 신청을 검토한 뒤 강서구는 이를 서울시에 보냈습니다. 서울시는 심사위원들의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공립 전환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A 어린이집이 공립이 될 자격 조건을 갖췄으니, 서울시 예산지원으로 강서구가 이 시설을 매입해 구립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결정입니다.

강서구는 매입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두 곳의 감정평가 법인에 의뢰해 어린이집 매입에 따른 보상가를 6억 3천여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행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이젠 이곳에 대한 구의 매입과 공립어린이집으로의 건축설계·시공 등만 남게 됐습니다.

그때 이른바 '행정 갑질'이 시작됐습니다.

강서구의회가 갑자기 땅이 좁고 구조가 불편해서 사업이 어렵겠다면서 A 어린이집을 매입하는 안건을 부결시켰습니다. 구의회는 옆집인 단독주택까지 강서구가 사들여서 구립어린이집을 더 크게 짓는 방안을 가져오면 그때 사업 진행을 검토해보겠다고 했습니다.

A 어린이집이 강서구의 사전 심사와 서울시의 본 심사, 부동산 감정평가에 이르는 넉 달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구의회 의견을 강서구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상황이 됐습니다.

"난데없이 옆집을 사란 거예요. 집주인이 팔 건지 확인도 안 하고."

강서구와 구의회는 집주인이 팔 건지는 알아보지도 않은 채 '아이디어' 차원에서 어린이집을 더 크게 지어보라고 했습니다. 강서구는 물론 김 원장까지 나서서 단독주택 주인에게 집을 구에 팔라고 사정했지만, 집주인은 가족의 직장 출퇴근 사유로 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구립으로 전환된다던 어린이집이 '옆집을 사느냐 마느냐'를 놓고 공사도 못 하고 뒤숭숭해지자 불안한 부모들이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2년 넘게 아이를 보냈다는 부모는 "공립으로 바뀌어서 이곳이 곧 헐릴 거란 소문이 돌고,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서 일단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면서 "원장이 맘에 안 들었다, 시설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런 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20명이 넘던 원생은 새 학기가 시작된 올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줄어 결국 3명만 남았습니다. 급기야 경영난까지 심해지면서 건물은 얼마 전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김 씨는 "작년에 서울시가 승인한 대로 사업을 진행했으면 지금쯤 구립어린이집을 짓고 있을 텐데 강서구의 이해 못 할 결정으로 모든 것을 날리게 됐다"고 호소합니다.

강서구 측은 "땅의 모양이나 주차 공간, 채광, 양옆의 민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어린이집만으로 신축 공사는 무리다. 우리가 판단할 때는 쓸모없는 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서울시는 쓸모없는 땅에 승인을 내 준 것이냐'는 물음에는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말이 안 된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에서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을 신청할 때는 땅의 입지 등 많은 항목에 대해 사전 적격심사를 해서 70점 이상이 됐을 때, 담당자·팀장·과장까지 결제를 맡아 구청장을 대신해 시로 신청 공문을 보내는 것"이라면서 "강서구는 '쓸모없는 땅'이란 걸 알고도 신청했다는 이야기냐"고 지적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옆집까지 사서 어린이집을 지으라"는 강서구·구의회의 '아이디어'에 가로막혀 1년 3개월의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다, 결국 폐업위기까지 놓인 어린이집. KBS <더 이상은 못 참겠다>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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