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합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더니…

입력 2018.08.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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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수립 후 최초 합의안" 그 이후…

2018년 6월 21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발표됐습니다.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불만이 컸지만, 두 기관의 해묵은 갈등이 합의안 형태로 풀렸다는 건 의미가 적지 않았습니다.

합의 과정을 주도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렇게 자평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로 법무, 행안 두 장관님께서 수사권 조정안의 합의안을 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꼭 두 달이 흘렀습니다. 합의안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을까요.

■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두 달 전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은 4쪽짜리 문서입니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합니다. 바꿔야 하는 법만 10개 정도에 이릅니다. 발표 당시 많은 이들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고 했던 이유입니다.

행안부와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행안부와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국회로 넘길 가장 중요한 공은 <형사소송법>입니다. 수사와 기소, 검경의 관계 등 수사권 조정의 알맹이가 모두 관련돼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법무부가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정기국회가 열흘 앞이지만, 개정안은 윤곽조차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미루고 싶은 검찰, 속 타는 경찰

당초 법무부는 8월 초순까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청와대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출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공식적으로는 "실무적인 논의가 계속 진행 중" 이라는 입장이지만, 속도를 안 내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검찰은 급할 게 없습니다.

경찰은 속이 타는 모습입니다. <형사소송법>이 법무부 소관 법률이고, 법무부는 사실상 검찰과 한몸이니 속이 타는 겁니다. 법무부와의 협의도 막혀 있습니다. 일종의 '중립 지대'인 법제처가 개정 작업을 맡도록 해달라고 청와대에 의견을 냈지만, 이마저도 반려당했습니다.

■ 복잡한 셈법, 이번 국회엔 성과 낼까

수사권 조정 관련 입법은 국회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맡게 됩니다. 검경 모두 사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합의 문구를 '역전'시키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사개특위 각 위원을 개별 마크하며 집요한 설득 작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개특위는 현재 위원장을 여당이 맡는다는 것까지만 정해졌습니다. 어느 의원이 사개특위에 들어갈지 지금까지도 미정입니다. 위원 구성에 따라 수사권 조정 논의 지형은 요동칠 수 있습니다.

공수처 설치, 자치경찰제 등 다른 굵직한 입법 과제들도 큰 변수입니다. 대형 입법 이슈가 함께 논의되다 보면,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이 어떻게 요리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입법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안은 청와대의 공언처럼 십수년 간의 산고 끝에 마련됐습니다. 과연 이번 정기국회에서 순항할 수 있을까요. 다음달부터 열릴 정기국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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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권 조정’ 합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더니…
    • 입력 2018-08-22 15:48:44
    취재K
■ "정부 수립 후 최초 합의안" 그 이후…

2018년 6월 21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발표됐습니다.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불만이 컸지만, 두 기관의 해묵은 갈등이 합의안 형태로 풀렸다는 건 의미가 적지 않았습니다.

합의 과정을 주도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렇게 자평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로 법무, 행안 두 장관님께서 수사권 조정안의 합의안을 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꼭 두 달이 흘렀습니다. 합의안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을까요.

■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두 달 전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은 4쪽짜리 문서입니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합니다. 바꿔야 하는 법만 10개 정도에 이릅니다. 발표 당시 많은 이들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고 했던 이유입니다.

행안부와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국회로 넘길 가장 중요한 공은 <형사소송법>입니다. 수사와 기소, 검경의 관계 등 수사권 조정의 알맹이가 모두 관련돼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법무부가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정기국회가 열흘 앞이지만, 개정안은 윤곽조차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미루고 싶은 검찰, 속 타는 경찰

당초 법무부는 8월 초순까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청와대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출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공식적으로는 "실무적인 논의가 계속 진행 중" 이라는 입장이지만, 속도를 안 내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검찰은 급할 게 없습니다.

경찰은 속이 타는 모습입니다. <형사소송법>이 법무부 소관 법률이고, 법무부는 사실상 검찰과 한몸이니 속이 타는 겁니다. 법무부와의 협의도 막혀 있습니다. 일종의 '중립 지대'인 법제처가 개정 작업을 맡도록 해달라고 청와대에 의견을 냈지만, 이마저도 반려당했습니다.

■ 복잡한 셈법, 이번 국회엔 성과 낼까

수사권 조정 관련 입법은 국회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맡게 됩니다. 검경 모두 사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합의 문구를 '역전'시키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사개특위 각 위원을 개별 마크하며 집요한 설득 작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개특위는 현재 위원장을 여당이 맡는다는 것까지만 정해졌습니다. 어느 의원이 사개특위에 들어갈지 지금까지도 미정입니다. 위원 구성에 따라 수사권 조정 논의 지형은 요동칠 수 있습니다.

공수처 설치, 자치경찰제 등 다른 굵직한 입법 과제들도 큰 변수입니다. 대형 입법 이슈가 함께 논의되다 보면,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이 어떻게 요리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입법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안은 청와대의 공언처럼 십수년 간의 산고 끝에 마련됐습니다. 과연 이번 정기국회에서 순항할 수 있을까요. 다음달부터 열릴 정기국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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