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짜장면을 시켰는데, 볶음밥이 나온다면?”

입력 2018.08.23 (10:59) 수정 2018.08.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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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짜장면을 시켰는데, 볶음밥이 나온다면?”

[KBS 스페셜-주문을 잊은 음식점]

여기 아주 특별한 음식점이 있다. 주문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음식이 나오지 않아도 심지어 그 음식이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불평 한마디 없이 평화로운 이곳, KBS 스페셜이 만든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다.

‘주문을 잊은 음식점’은 경증 치매를 겪고 있는 70~80대 5인방이 음식점 서빙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제작진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진짜 음식점을 차렸다. 붓글씨로 손수 안내문을 만들고 손님들이 사용할 냅킨에 수를 놓는다. 각자 역할 분담을 하고 동네에 개업 떡을 돌리는 것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몫이었다.

이틀의 짧은 영업 기간 동안 이 어설프지만 사랑스럽고, 부족하지만 정겨운 음식점에 많은 손님들이 다녀갔다. 손님들은 함께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슬쩍 뒤돌아 눈물짓기도 했다. 2부작 방송 이후에도 꾸준히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개인 SNS에 시청 소감이 이어졌다. 방송은 짧았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수치로 나타나는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조사평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BS 한국방송’ 페이스북에 게시된 영상은 20시간 만에 조회 수 6만 5천회(8월 21일 오후 2시 기준)를 기록했고, 시청률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다른 방송에 비해 3059세대 시청률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핫한 KBS 스페셜-주문을 잊은 음식점, 김명숙, 길다영 PD를 만나 프로그램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주문을 잊은 음식점’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일본에서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서빙을 하는 식당을 여는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획자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방송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한 요양원에서 열렸던 행사로 미리 예약을 받고 정해진 서빙을 하는 이벤트적인 성격이 더 강했다. 똑같이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진짜 식당처럼 오픈을 하고 불특정다수의 손님을 받았다. 치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들을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에 식당에 대해서는 사전에 따로 홍보하지 않았다.

Q. 여러 장소 중에 망원동을 선택한 이유는?

A.홍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위주로 고려했고 연령대가 다양한 곳을 찾았다. 망원동은 원래 살고 계시던 어르신들도 많고 주변에 젊은 층들도 많이 찾는 망리단길이 있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손님 인터뷰 중 평소 치매를 가까이서 접할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 있었고 경증 치매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었다는 손님도 있었다. 여러 세대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간 것 같아서 뿌듯함을 느꼈다.

Q. 주문을 잊은 음식점’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A. 아버님이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손님이 있었는데, 여기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고 우리 아버님도 저런 시기를 거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70만 명 중 50만 명은 경증 치매에 속한다. 치매에 대해 너무 걱정하고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다 보니 그 단계를 외면하기도 하고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경증 치매 단계에서 빨리 알아채고 주변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 각자의 일상 속에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 기간을 늘려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2부작 안에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A. KBS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이 2편 이상 편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저희가 준비한 과정들, 다양한 에피소드를 더 많이 담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이런 실험을 해봤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사실 저희보다도 출연하신 분들이 방송이 나간 뒤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게 제작진 입장에서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 혹시 또 기회가 된다면 식당 말고 다른 걸 해볼 수도 있고 지역을 옮겨 다닐 수도 있고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Q. 방송 후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의 메시지를 보냈다. 소감은 어떤가?

A. 많은 분들이 ‘수신료로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해주셨을 때 정말 뿌듯했다. 내부적으로도 KBS 스페셜이라는 전통적인 프로그램에서 젊은 PD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해주셨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다.


KBS 스페셜-주문을 잊은 음식점 다시보기
1부 ‘치매는 처음이라’ http://myk2.kbs.co.kr/SNS/episode/PS-2018043217-01-000

2부 ‘잘 부탁합니다’ http://myk2.kbs.co.kr/SNS/episode/PS-2018043212-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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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짜장면을 시켰는데, 볶음밥이 나온다면?”
    • 입력 2018-08-23 10:59:42
    • 수정2018-08-23 14:20:30
    취재K
“내가 짜장면을 시켰는데, 볶음밥이 나온다면?” [KBS 스페셜-주문을 잊은 음식점] 여기 아주 특별한 음식점이 있다. 주문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음식이 나오지 않아도 심지어 그 음식이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불평 한마디 없이 평화로운 이곳, KBS 스페셜이 만든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다. ‘주문을 잊은 음식점’은 경증 치매를 겪고 있는 70~80대 5인방이 음식점 서빙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제작진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진짜 음식점을 차렸다. 붓글씨로 손수 안내문을 만들고 손님들이 사용할 냅킨에 수를 놓는다. 각자 역할 분담을 하고 동네에 개업 떡을 돌리는 것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몫이었다. 이틀의 짧은 영업 기간 동안 이 어설프지만 사랑스럽고, 부족하지만 정겨운 음식점에 많은 손님들이 다녀갔다. 손님들은 함께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슬쩍 뒤돌아 눈물짓기도 했다. 2부작 방송 이후에도 꾸준히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개인 SNS에 시청 소감이 이어졌다. 방송은 짧았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수치로 나타나는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조사평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BS 한국방송’ 페이스북에 게시된 영상은 20시간 만에 조회 수 6만 5천회(8월 21일 오후 2시 기준)를 기록했고, 시청률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다른 방송에 비해 3059세대 시청률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핫한 KBS 스페셜-주문을 잊은 음식점, 김명숙, 길다영 PD를 만나 프로그램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주문을 잊은 음식점’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일본에서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서빙을 하는 식당을 여는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획자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방송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한 요양원에서 열렸던 행사로 미리 예약을 받고 정해진 서빙을 하는 이벤트적인 성격이 더 강했다. 똑같이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진짜 식당처럼 오픈을 하고 불특정다수의 손님을 받았다. 치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들을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에 식당에 대해서는 사전에 따로 홍보하지 않았다. Q. 여러 장소 중에 망원동을 선택한 이유는? A.홍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위주로 고려했고 연령대가 다양한 곳을 찾았다. 망원동은 원래 살고 계시던 어르신들도 많고 주변에 젊은 층들도 많이 찾는 망리단길이 있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손님 인터뷰 중 평소 치매를 가까이서 접할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 있었고 경증 치매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었다는 손님도 있었다. 여러 세대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간 것 같아서 뿌듯함을 느꼈다. Q. 주문을 잊은 음식점’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A. 아버님이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손님이 있었는데, 여기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고 우리 아버님도 저런 시기를 거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70만 명 중 50만 명은 경증 치매에 속한다. 치매에 대해 너무 걱정하고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다 보니 그 단계를 외면하기도 하고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경증 치매 단계에서 빨리 알아채고 주변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 각자의 일상 속에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 기간을 늘려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2부작 안에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A. KBS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이 2편 이상 편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저희가 준비한 과정들, 다양한 에피소드를 더 많이 담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이런 실험을 해봤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사실 저희보다도 출연하신 분들이 방송이 나간 뒤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게 제작진 입장에서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 혹시 또 기회가 된다면 식당 말고 다른 걸 해볼 수도 있고 지역을 옮겨 다닐 수도 있고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Q. 방송 후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의 메시지를 보냈다. 소감은 어떤가? A. 많은 분들이 ‘수신료로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해주셨을 때 정말 뿌듯했다. 내부적으로도 KBS 스페셜이라는 전통적인 프로그램에서 젊은 PD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해주셨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다. KBS 스페셜-주문을 잊은 음식점 다시보기 1부 ‘치매는 처음이라’ http://myk2.kbs.co.kr/SNS/episode/PS-2018043217-01-000 2부 ‘잘 부탁합니다’ http://myk2.kbs.co.kr/SNS/episode/PS-2018043212-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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