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이 노처녀였다고?”…통계로 풀어보는 저출산의 비밀

입력 2018.08.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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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10명 중 4명은 '미혼'... 출산율은 1.05명

"엄마는 24살에 결혼했는데, 그 때는 '노처녀'라고 사람들이 많이 놀렸어"

1978년 결혼하신 엄마가 하신 말씀입니다. 지금 세태와 비교하면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지요. 그러나 2017년 통계청이 공개한 '인구주택총조사 2%' 자료를 보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30대 인구 미혼율은 2010년 기준 39.9%로 10명 중 4명이 '미혼'입니다. 1960년대엔 2.1%에 불과했습니다. 평균 가구원 수는 어떨까요? 1975년 5.0명에 달했지만 꾸준히 줄어서 2010년엔 2.7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1인 가구 비율은 4.2%에서 23.9%로 크게 늘었습니다.

결혼 연령은 또 어떨까요? 2000년 이후와 비교해도 결혼 연령은 확연치 늦춰지는 분위기입니다. 여성의 경우 2000년 26.5세에서 2014년 29.8세로, 남성은 2000년 29.3세에서 2014년 32.4세로 변화했습니다.

결혼한 사람이 적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출산율은 1.05명, 최근 10년 간 1.1명은 계속 넘겼지만 지난해 이 선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 당신 때문이 아닙니다...환경이 생각을 바꾼 것이지요.

결혼은 크게 마음 먹어야 하고, 출산은 더 큰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누군가를 책임지는 게 겁이 나는 걸까요? 용기가 없는 걸까요?

사람 탓이 아닙니다.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성별·연령별 임금 추이를 보시지요. 20대 후반까지는 남녀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30대 이후 급격히 벌어집니다. 그 시기가 결혼과 첫 출산 이후 시작됩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진 직장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출산과 동시에 '돈'보다는 '육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몫은 대부분 여성이 감내했습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바뀌거나, 비정규직이 더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바뀌었습니다.

실제 고용율, 어떻게 변하는지 볼까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좋은 그래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대까지 남녀 모두 고용율이 오르지만, 30대를 기점으로 여성의 고용율이 뚝 떨어집니다. 유럽은 남-녀 모두 고용율에 큰 차이가 없고, 미국과 일본은 유럽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한국보다는 높은 고용율을 유지합니다.

특이한 건 한국 여성의 30대 이후 고용율인데요. 30대에 뚝 떨어졌다가 40대 이후 다시 조금씩 오르기 시작합니다. 육아를 위해 경력을 포기했다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이후 다시 직업을 갖는 것이지요. 출산 전보다 더 좋은 일자리일까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주위의 40~50대 재취업 여성을 보며 깨닫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 기혼 여성의 20.6%가 경력단절을 경험했습니다. 각종 저출산대책으로 그 수가 조금씩 줄기는 했지만 2014년 214만 명에서 2015년 205만 명, 2016년 196만 명으로 추이는 그리 획기적인 수준은 못 됩니다.


■ 저출산, 외국은 어떻게 극복할까요?

부성휴가는 엄마가 아이를 낳거나 입양할 때, 아빠에게 별도로 제공되는 휴가제도입니다. 하루에서 최대 2주까지 가능합니다. 임금의 80~100%를 지급하고 고용보장이 필수 조건이죠. 이 부성휴가제도는 세계 23개국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부성휴가 사용율' 을 보면 한국은 23%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낮습니다. 2013년 자료인만큼, 지금은 이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의 남편들이 이 부성휴가를 '눈치 보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성휴가도 이런데 육아휴직은 어떨까요?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이 역시 주저하는 남편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소심해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문화가 아직 그런 것이지요.

외국은 어떨까요? 눈치볼 필요가 없습니다.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도입했거든요. 육아휴직 기간 내 일정기간을 한쪽 부모에게 할당하여 남성의 참여와 부모의 동등한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1993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1995년 스웨덴이 도입하더니,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인센티브' 방식도 있습니다.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하면 보너스를 더 지급하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캐나다 퀘벡주, 핀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이 운영 중입니다.


프랑스의 저출산대책은 보다 재미있습니다. 외벌이 부모보다 한벌이/맞벌이 부모의 직장 내 연봉 하한선을 더 높인 것입니다.

출산율 1.05명.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태어날 아이가 줄어든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 성장이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환경, 고용 여건, 정부의 재정 지원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적 수준이 높은 '똑똑한 젊은 여성' 들은 이제 아이를 키우는 것과, 그 대가로 감당해야 할 혹독한 현실을 맞바꾸길 주저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인구 정책이 아니라 성평등 정책 전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그 연장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이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대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보다 현실적인 대책으로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자료출처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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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살이 노처녀였다고?”…통계로 풀어보는 저출산의 비밀
    • 입력 2018-08-23 11:22:15
    취재K
■ 30대 10명 중 4명은 '미혼'... 출산율은 1.05명

"엄마는 24살에 결혼했는데, 그 때는 '노처녀'라고 사람들이 많이 놀렸어"

1978년 결혼하신 엄마가 하신 말씀입니다. 지금 세태와 비교하면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지요. 그러나 2017년 통계청이 공개한 '인구주택총조사 2%' 자료를 보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30대 인구 미혼율은 2010년 기준 39.9%로 10명 중 4명이 '미혼'입니다. 1960년대엔 2.1%에 불과했습니다. 평균 가구원 수는 어떨까요? 1975년 5.0명에 달했지만 꾸준히 줄어서 2010년엔 2.7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1인 가구 비율은 4.2%에서 23.9%로 크게 늘었습니다.

결혼 연령은 또 어떨까요? 2000년 이후와 비교해도 결혼 연령은 확연치 늦춰지는 분위기입니다. 여성의 경우 2000년 26.5세에서 2014년 29.8세로, 남성은 2000년 29.3세에서 2014년 32.4세로 변화했습니다.

결혼한 사람이 적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출산율은 1.05명, 최근 10년 간 1.1명은 계속 넘겼지만 지난해 이 선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 당신 때문이 아닙니다...환경이 생각을 바꾼 것이지요.

결혼은 크게 마음 먹어야 하고, 출산은 더 큰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누군가를 책임지는 게 겁이 나는 걸까요? 용기가 없는 걸까요?

사람 탓이 아닙니다.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성별·연령별 임금 추이를 보시지요. 20대 후반까지는 남녀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30대 이후 급격히 벌어집니다. 그 시기가 결혼과 첫 출산 이후 시작됩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진 직장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출산과 동시에 '돈'보다는 '육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몫은 대부분 여성이 감내했습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바뀌거나, 비정규직이 더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바뀌었습니다.

실제 고용율, 어떻게 변하는지 볼까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좋은 그래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대까지 남녀 모두 고용율이 오르지만, 30대를 기점으로 여성의 고용율이 뚝 떨어집니다. 유럽은 남-녀 모두 고용율에 큰 차이가 없고, 미국과 일본은 유럽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한국보다는 높은 고용율을 유지합니다.

특이한 건 한국 여성의 30대 이후 고용율인데요. 30대에 뚝 떨어졌다가 40대 이후 다시 조금씩 오르기 시작합니다. 육아를 위해 경력을 포기했다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이후 다시 직업을 갖는 것이지요. 출산 전보다 더 좋은 일자리일까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주위의 40~50대 재취업 여성을 보며 깨닫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 기혼 여성의 20.6%가 경력단절을 경험했습니다. 각종 저출산대책으로 그 수가 조금씩 줄기는 했지만 2014년 214만 명에서 2015년 205만 명, 2016년 196만 명으로 추이는 그리 획기적인 수준은 못 됩니다.


■ 저출산, 외국은 어떻게 극복할까요?

부성휴가는 엄마가 아이를 낳거나 입양할 때, 아빠에게 별도로 제공되는 휴가제도입니다. 하루에서 최대 2주까지 가능합니다. 임금의 80~100%를 지급하고 고용보장이 필수 조건이죠. 이 부성휴가제도는 세계 23개국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부성휴가 사용율' 을 보면 한국은 23%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낮습니다. 2013년 자료인만큼, 지금은 이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의 남편들이 이 부성휴가를 '눈치 보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성휴가도 이런데 육아휴직은 어떨까요?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이 역시 주저하는 남편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소심해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문화가 아직 그런 것이지요.

외국은 어떨까요? 눈치볼 필요가 없습니다.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도입했거든요. 육아휴직 기간 내 일정기간을 한쪽 부모에게 할당하여 남성의 참여와 부모의 동등한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1993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1995년 스웨덴이 도입하더니,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인센티브' 방식도 있습니다.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하면 보너스를 더 지급하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캐나다 퀘벡주, 핀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이 운영 중입니다.


프랑스의 저출산대책은 보다 재미있습니다. 외벌이 부모보다 한벌이/맞벌이 부모의 직장 내 연봉 하한선을 더 높인 것입니다.

출산율 1.05명.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태어날 아이가 줄어든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 성장이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환경, 고용 여건, 정부의 재정 지원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적 수준이 높은 '똑똑한 젊은 여성' 들은 이제 아이를 키우는 것과, 그 대가로 감당해야 할 혹독한 현실을 맞바꾸길 주저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인구 정책이 아니라 성평등 정책 전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그 연장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이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대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보다 현실적인 대책으로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자료출처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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