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 느림보됐다…왜?

입력 2018.08.23 (15:47) 수정 2018.08.2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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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느려졌습니다.

오늘(23일) 낮에는 움직이는 속도가 시속 4km까지 느려졌습니다. 시속 4km란 사람이 평균적으로 걷는 속도에 불과합니다.

오후 들어선 다시 약간 속도가 붙어 오후 4시경에는 시속 8km 정도로 움직였습니다. 그럼에도 어제 북상 속도인 시속 20km에는 훨씬 미치지 못 했습니다 왜 이렇게 느려졌을까요.

원인 중 하나는 강력한 북태평양 고기압, 다른 하나는 후지와라 효과로 보입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버티고 있어서 19호 태풍의 북상을 저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쪽으로 북상하려던 19호 태풍이 이 힘에 가로막혀 내륙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겁니다.

북태평양고기압 끝자락 '지향류'가 약한 탓도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으로 태풍이 올라올 때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미끄러지듯 북상하는 데 - 이를 지향류라고 부릅니다. -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함께 빠르게 북상하면서 이 '지향류'가 거의 사라졌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또 태풍이 빠르게 이동할 때는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났을 때 생기는 제트기류를 타야 하는데, 최근 한반도가 너무 더워서 이 빠른 바람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2002년 태풍 루사는 내륙에 22시간 가까이 머무르며 강릉에만 하루 870mm의 폭우를 쏟아붓기도 했습니다. 40m/s의 강풍을 동반한 이번 19호 태풍도 최대 400mm 이상의 많은 비를 쏟아낼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고했습니다.

19호 태풍 '솔릭'에 이어 20호 태풍 '시마론'이 동시에 북상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걸쳐 두 태풍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겁니다.

2개의 태풍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후지와라 효과'라고 합니다.

후지와라 효과란 이를 발견한 일본 학자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인접한 두 개의 태풍이 서로 이동 경로나 속도에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을 말합니다. 열대성 저기압 2개가 1,000~1,200km 정도 거리를 두고 만날 경우 발생합니다.

후지와라 효과가 나타나면 태풍 진로가 바뀌거나 작은 규모의 태풍이 큰 태풍에 흡수되기도 합니다. 최악에는 두 태풍이 합쳐져 더 큰 태풍이 되기도 합니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두 태풍의 힘이 모두 강하기 때문에 서로 밀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기상청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태풍연구센터장인 문주일 제주대 교수도 "두 태풍이 만나게 되면 왼편에 있는 태풍이 남쪽으로 가게 되고 오른쪽에 있는 태풍은 북쪽으로 가게 되는 성분이 있어서 왼쪽에 있는 솔릭이 남하하는 성분이 강해져서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시마론'에서 생기는 북동기류가 '솔릭'의 북상을 더디게 했다는 겁니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에서 후지와라 효과가 더해 19호 태풍 솔릭이 체류시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마론'은 현재 위치상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솔릭의 속도를 늦춰 피해를 키울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다행히 태풍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3일 저녁 7시를 기준으로는 시속 23km까지 회복했습니다. 이 같은 속도라며 24일 새벽 2시 전후로 솔릭은 전북 서해안 변산반도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어제 예상보다 상륙 시점은 조금 늦어지고 위치는 점점 더 남쪽으로 치우치는 모습입니다.

느려졌던 태풍의 이동 속도 때문에 태풍 솔릭은 24일 오후 1시 이후에나 동해 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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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솔릭’ 느림보됐다…왜?
    • 입력 2018-08-23 15:47:59
    • 수정2018-08-23 21:09:33
    취재K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느려졌습니다.

오늘(23일) 낮에는 움직이는 속도가 시속 4km까지 느려졌습니다. 시속 4km란 사람이 평균적으로 걷는 속도에 불과합니다.

오후 들어선 다시 약간 속도가 붙어 오후 4시경에는 시속 8km 정도로 움직였습니다. 그럼에도 어제 북상 속도인 시속 20km에는 훨씬 미치지 못 했습니다 왜 이렇게 느려졌을까요.

원인 중 하나는 강력한 북태평양 고기압, 다른 하나는 후지와라 효과로 보입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버티고 있어서 19호 태풍의 북상을 저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쪽으로 북상하려던 19호 태풍이 이 힘에 가로막혀 내륙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겁니다.

북태평양고기압 끝자락 '지향류'가 약한 탓도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으로 태풍이 올라올 때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미끄러지듯 북상하는 데 - 이를 지향류라고 부릅니다. -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함께 빠르게 북상하면서 이 '지향류'가 거의 사라졌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또 태풍이 빠르게 이동할 때는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났을 때 생기는 제트기류를 타야 하는데, 최근 한반도가 너무 더워서 이 빠른 바람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2002년 태풍 루사는 내륙에 22시간 가까이 머무르며 강릉에만 하루 870mm의 폭우를 쏟아붓기도 했습니다. 40m/s의 강풍을 동반한 이번 19호 태풍도 최대 400mm 이상의 많은 비를 쏟아낼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고했습니다.

19호 태풍 '솔릭'에 이어 20호 태풍 '시마론'이 동시에 북상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걸쳐 두 태풍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겁니다.

2개의 태풍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후지와라 효과'라고 합니다.

후지와라 효과란 이를 발견한 일본 학자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인접한 두 개의 태풍이 서로 이동 경로나 속도에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을 말합니다. 열대성 저기압 2개가 1,000~1,200km 정도 거리를 두고 만날 경우 발생합니다.

후지와라 효과가 나타나면 태풍 진로가 바뀌거나 작은 규모의 태풍이 큰 태풍에 흡수되기도 합니다. 최악에는 두 태풍이 합쳐져 더 큰 태풍이 되기도 합니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두 태풍의 힘이 모두 강하기 때문에 서로 밀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기상청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태풍연구센터장인 문주일 제주대 교수도 "두 태풍이 만나게 되면 왼편에 있는 태풍이 남쪽으로 가게 되고 오른쪽에 있는 태풍은 북쪽으로 가게 되는 성분이 있어서 왼쪽에 있는 솔릭이 남하하는 성분이 강해져서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시마론'에서 생기는 북동기류가 '솔릭'의 북상을 더디게 했다는 겁니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에서 후지와라 효과가 더해 19호 태풍 솔릭이 체류시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마론'은 현재 위치상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솔릭의 속도를 늦춰 피해를 키울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다행히 태풍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3일 저녁 7시를 기준으로는 시속 23km까지 회복했습니다. 이 같은 속도라며 24일 새벽 2시 전후로 솔릭은 전북 서해안 변산반도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어제 예상보다 상륙 시점은 조금 늦어지고 위치는 점점 더 남쪽으로 치우치는 모습입니다.

느려졌던 태풍의 이동 속도 때문에 태풍 솔릭은 24일 오후 1시 이후에나 동해 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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