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센터 지원금 뇌물 인정, 형량 늘어난 박근혜

입력 2018.08.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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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났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오늘(24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의 판단을 깨고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그렇다면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보다 형량과 벌금을 높인 이유는 뭘까.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삼성의 뇌물 제공 부분에서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2천800만 원을 '제3자 뇌물'로 판단하고 이 부분을 유죄로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영재센터를 지원했지만, 승계와 관련한 청탁을 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영재센터 지원 행위를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2심은 전후 사정을 따져봤을 때 이 부회장이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승계와 관련한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영재센터 후원금 16억 2천800만 원이 대가성을 지닌 뇌물로 판단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더욱 무거워졌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박 전 대통령에게 했는지가 핵심쟁점이었다.

삼성그룹 내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 묵시적인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그 대표적인 근거로 승계 작업으로 평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승마 지원 부분에서도 1심과 일부분 달리 판단했다. 1심은 삼성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게 승마 지원을 약속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말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부분 등은 유죄로 인정했다. 또 1심처럼 말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간 점은 인정하면서도 말 보험료 2억여 원은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혐의,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형량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총 33년을 복역해야 한다.


이재용·신동빈 재판에 끼칠 영향은

오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판단은 대부분 1심과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인정하면서 현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위해 개별 현안들이 추진됐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가 인정한 뇌물 액수는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간 이 부회장의 유·무죄 인정 범위나 향후 확정될 형량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특검과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삼성의 승마 지원금과 재단·센터 지원금에 대해 회삿돈을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로 도피했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이 가운데 특히 횡령 액수가 뇌물공여액과 똑같이 1심에서는 89억여 원, 2심에서는 36억 원이 인정됐다. 그런데 이날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가 인정한 바로는 이 부회장의 뇌물 관련 혐의 액수는 약 87억 원이 된다.

한편 오늘 박 전 대통령의 재항소심 선고에서 롯데그룹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오늘 재판 결과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뇌물을 받은 쪽인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그대로 인정되면서 신 회장의 항소심 재판도 1심과 비슷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에서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부정청탁'이 오갔고 그 대가로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 2월 13일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구속기한 만료 전인 10월 초 내려질 전망이다.


재판부 박 전 대통령 질타

오늘 선고를 마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따끔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먼저“피고인은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킨다"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또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최순실 씨에게 속았다거나 수석들이 한 일이라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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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재센터 지원금 뇌물 인정, 형량 늘어난 박근혜
    • 입력 2018-08-24 14:25:24
    취재K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났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오늘(24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의 판단을 깨고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그렇다면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보다 형량과 벌금을 높인 이유는 뭘까.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삼성의 뇌물 제공 부분에서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2천800만 원을 '제3자 뇌물'로 판단하고 이 부분을 유죄로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영재센터를 지원했지만, 승계와 관련한 청탁을 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영재센터 지원 행위를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2심은 전후 사정을 따져봤을 때 이 부회장이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승계와 관련한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영재센터 후원금 16억 2천800만 원이 대가성을 지닌 뇌물로 판단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더욱 무거워졌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박 전 대통령에게 했는지가 핵심쟁점이었다.

삼성그룹 내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 묵시적인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그 대표적인 근거로 승계 작업으로 평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승마 지원 부분에서도 1심과 일부분 달리 판단했다. 1심은 삼성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게 승마 지원을 약속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말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부분 등은 유죄로 인정했다. 또 1심처럼 말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간 점은 인정하면서도 말 보험료 2억여 원은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혐의,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형량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총 33년을 복역해야 한다.


이재용·신동빈 재판에 끼칠 영향은

오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판단은 대부분 1심과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인정하면서 현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위해 개별 현안들이 추진됐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가 인정한 뇌물 액수는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간 이 부회장의 유·무죄 인정 범위나 향후 확정될 형량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특검과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삼성의 승마 지원금과 재단·센터 지원금에 대해 회삿돈을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로 도피했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이 가운데 특히 횡령 액수가 뇌물공여액과 똑같이 1심에서는 89억여 원, 2심에서는 36억 원이 인정됐다. 그런데 이날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가 인정한 바로는 이 부회장의 뇌물 관련 혐의 액수는 약 87억 원이 된다.

한편 오늘 박 전 대통령의 재항소심 선고에서 롯데그룹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오늘 재판 결과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뇌물을 받은 쪽인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그대로 인정되면서 신 회장의 항소심 재판도 1심과 비슷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에서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부정청탁'이 오갔고 그 대가로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 2월 13일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구속기한 만료 전인 10월 초 내려질 전망이다.


재판부 박 전 대통령 질타

오늘 선고를 마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따끔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먼저“피고인은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킨다"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또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최순실 씨에게 속았다거나 수석들이 한 일이라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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