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전체 고등학교 2,360개 중에 560개 교, 23.7%에 해당하는 학교에서 교원과 자녀가 같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교원 수는 1,005명 교원 자녀는 1,050명 되겠습니다."
교육부가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 정시 확대와 절대평가 확대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가 이날의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발표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흐름은 묘하게 바뀌었습니다. 보도자료 뒤쪽, '학생부 평가 신뢰도 제고'에 포함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 '상피제'
"자녀 재학교 근무의 원칙적 배제 및 자녀 재학교 교직원의 학생평가 관련 업무 배제 등 세부 보안 지침 마련" 더도 덜도 아니고 내용은 여기서 끝났지만, 기자들 상당수가 이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교육부가 '상피제'라는 센 대책을 꺼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 주 초부터 세상은 시끌시끌했습니다. 강남 한 사립고에서 일어난 교무부장 쌍둥이 딸의 전교 1등 논란.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서, 그것도 문제를 볼 수 있는 보직을 맡는 게 옳으냐는 겁니다.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30% 이상 뽑을 경우 정시 선발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즉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한 대학 진학을 정시만큼 인정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었던 교육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이었을 겁니다. 내신 성적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상피제는 그래서 나왔습니다.
"23.7%…어떤 학교가 이럴까?"
'23.7%, 생각보다 꽤 많은데?' 처음에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공립학교에서 부모 교사와 학생 자녀가 함께 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저 수치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국 학교에 교사 부모-학생 자녀가 함께 있는 전수조사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공립 대 사립 비율 3:7 '사립이 절대다수'
예상대로 이런 사례는 사립에 많았습니다. 전체 560개 학교 중에 공립이 225개, 사립이 335개교였습니다. 학생 수 기준으로 보면 공립에 301명, 사립에는 749명이 있어서 약 3:7 비율입니다.
서울 공립 고교에 '부모 교사-자녀 학생' 사례는 단 한 곳
서울은 더 특이했습니다. 서울시의 고교 중 부모 교사-자녀 학생이 있는 곳은 모두 52개 학교. 그런데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51곳이 모두 사립이었습니다. 서울시 전체에서 공립에는 '경기기계고등학교'에 단 한 사례만 존재하고 나머지 사례는 다 사립에 있는 겁니다.
'입시 명문'에 몰려…왜 그럴까?
어느 학교가 많은지 찾아봤습니다. 가장 많은 곳은 배제고등학교. 교사 6명에 그들의 자녀 6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서라벌고, 대동세무고, 한서고, 한영고에도 4~5명씩 있었습니다. 주로 어떤 학교들일까? 이런저런 아이디어 끝에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상위 100개 학교 명단과 비교해봤습니다. 놀랍게도 100개 중 40개 학교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상위 100개 학교 가운데 40곳에서 지난해 부모 교사와 학생이 함께 같은 학교에 다닌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울대 합격자 상위 100개 학교 가운데, 영재고나 외고 등 특목고를 제외하고 사립학교만 따져봤습니다. 서울대 합격자 수를 가장 많이 낸, 이른바 입시 명문 사립 고등학교 51곳 가운데 27개 학교에서 부모 교사와 자녀가 지난해 같이 학교에 다녔습니다. 전체 학교에서는 부모 교사와 자녀가 같이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23.7%였지만, 이른바 입시 명문 사립학교에서는 그 비율이 53%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장에선 "상피제 사립 적용 쉽지 않을 것"
공립이냐 사립이냐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교육부가 내놓은 상피제 대책의 효과 때문입니다. '전보'가 일상인 공립 교사의 경우 문제될 게 없습니다. 사립학교는 한 학교가 평생직장인 셈이라 이 제도에 대해서 반발이 클 수밖에 없고, 교사들의 선택지도 많지 않습니다. 학교도 탐탁지 않겠죠. 그럼 이런 분위기를 타고 사립학교들이 상피제 시행을 거부하면? 그때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현장의 분위깁니다. 비리 교원 징계에도 시도교육청 권고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피제라고 다르겠냐는 겁니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적용은 엄정해야
상피제가 완벽한 해법이라는 건 아닙니다. 교사들의 권리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절대다수의 선량한 교사가 이 제도로 인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돌려보니 대부분 시민단체에서도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불신이 모른척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도 여론이 일치했습니다. 현실을 반영한, 어쩔 수 없는 대책 아니겠느냐. 세 보여도 필요한 시점이다. 라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겨냥해서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립은 해야 하고, 사립은 적당히 피하면 그만인 대책이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왕 결단했다면 적용은 엄정해야 할 겁니다.
사립학교 시행 위해선 법 제·개정 필요할 듯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학교에 제도 시행을 강제하는 방법과 관련해 '재정 지원과 연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아이디어를 밝혔습니다. 다만 이러려면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야 합니다. 저희 보도에는 '그렇게 하겠다'는 담당자의 인터뷰가 나갔습니다만, 정말 그게 가능하려면 속도를 내야 할 겁니다. 교육부가 밝힌 시행 시점이 내년 3월 1일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내 자녀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기죽을까,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 교사의 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많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제도가 잘 안착되어 교육현장의 불신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신뢰가 사라진 학교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바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 정시 확대와 절대평가 확대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가 이날의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발표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흐름은 묘하게 바뀌었습니다. 보도자료 뒤쪽, '학생부 평가 신뢰도 제고'에 포함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 '상피제'
"자녀 재학교 근무의 원칙적 배제 및 자녀 재학교 교직원의 학생평가 관련 업무 배제 등 세부 보안 지침 마련" 더도 덜도 아니고 내용은 여기서 끝났지만, 기자들 상당수가 이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교육부가 '상피제'라는 센 대책을 꺼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 주 초부터 세상은 시끌시끌했습니다. 강남 한 사립고에서 일어난 교무부장 쌍둥이 딸의 전교 1등 논란.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서, 그것도 문제를 볼 수 있는 보직을 맡는 게 옳으냐는 겁니다.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30% 이상 뽑을 경우 정시 선발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즉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한 대학 진학을 정시만큼 인정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었던 교육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이었을 겁니다. 내신 성적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상피제는 그래서 나왔습니다.
"23.7%…어떤 학교가 이럴까?"
'23.7%, 생각보다 꽤 많은데?' 처음에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공립학교에서 부모 교사와 학생 자녀가 함께 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저 수치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국 학교에 교사 부모-학생 자녀가 함께 있는 전수조사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공립 대 사립 비율 3:7 '사립이 절대다수'
예상대로 이런 사례는 사립에 많았습니다. 전체 560개 학교 중에 공립이 225개, 사립이 335개교였습니다. 학생 수 기준으로 보면 공립에 301명, 사립에는 749명이 있어서 약 3:7 비율입니다.
서울 공립 고교에 '부모 교사-자녀 학생' 사례는 단 한 곳
서울은 더 특이했습니다. 서울시의 고교 중 부모 교사-자녀 학생이 있는 곳은 모두 52개 학교. 그런데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51곳이 모두 사립이었습니다. 서울시 전체에서 공립에는 '경기기계고등학교'에 단 한 사례만 존재하고 나머지 사례는 다 사립에 있는 겁니다.
'입시 명문'에 몰려…왜 그럴까?
어느 학교가 많은지 찾아봤습니다. 가장 많은 곳은 배제고등학교. 교사 6명에 그들의 자녀 6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서라벌고, 대동세무고, 한서고, 한영고에도 4~5명씩 있었습니다. 주로 어떤 학교들일까? 이런저런 아이디어 끝에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상위 100개 학교 명단과 비교해봤습니다. 놀랍게도 100개 중 40개 학교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상위 100개 학교 가운데 40곳에서 지난해 부모 교사와 학생이 함께 같은 학교에 다닌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울대 합격자 상위 100개 학교 가운데, 영재고나 외고 등 특목고를 제외하고 사립학교만 따져봤습니다. 서울대 합격자 수를 가장 많이 낸, 이른바 입시 명문 사립 고등학교 51곳 가운데 27개 학교에서 부모 교사와 자녀가 지난해 같이 학교에 다녔습니다. 전체 학교에서는 부모 교사와 자녀가 같이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23.7%였지만, 이른바 입시 명문 사립학교에서는 그 비율이 53%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장에선 "상피제 사립 적용 쉽지 않을 것"
공립이냐 사립이냐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교육부가 내놓은 상피제 대책의 효과 때문입니다. '전보'가 일상인 공립 교사의 경우 문제될 게 없습니다. 사립학교는 한 학교가 평생직장인 셈이라 이 제도에 대해서 반발이 클 수밖에 없고, 교사들의 선택지도 많지 않습니다. 학교도 탐탁지 않겠죠. 그럼 이런 분위기를 타고 사립학교들이 상피제 시행을 거부하면? 그때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현장의 분위깁니다. 비리 교원 징계에도 시도교육청 권고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피제라고 다르겠냐는 겁니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적용은 엄정해야
상피제가 완벽한 해법이라는 건 아닙니다. 교사들의 권리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절대다수의 선량한 교사가 이 제도로 인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돌려보니 대부분 시민단체에서도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불신이 모른척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도 여론이 일치했습니다. 현실을 반영한, 어쩔 수 없는 대책 아니겠느냐. 세 보여도 필요한 시점이다. 라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겨냥해서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립은 해야 하고, 사립은 적당히 피하면 그만인 대책이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왕 결단했다면 적용은 엄정해야 할 겁니다.
사립학교 시행 위해선 법 제·개정 필요할 듯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학교에 제도 시행을 강제하는 방법과 관련해 '재정 지원과 연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아이디어를 밝혔습니다. 다만 이러려면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야 합니다. 저희 보도에는 '그렇게 하겠다'는 담당자의 인터뷰가 나갔습니다만, 정말 그게 가능하려면 속도를 내야 할 겁니다. 교육부가 밝힌 시행 시점이 내년 3월 1일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내 자녀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기죽을까,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 교사의 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많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제도가 잘 안착되어 교육현장의 불신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신뢰가 사라진 학교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바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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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교사-자녀 학생’ 사례 들여다봤더니…서울은 ‘모조리 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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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8-25 20:20:25

"현재 전체 고등학교 2,360개 중에 560개 교, 23.7%에 해당하는 학교에서 교원과 자녀가 같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교원 수는 1,005명 교원 자녀는 1,050명 되겠습니다."
교육부가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 정시 확대와 절대평가 확대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가 이날의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발표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흐름은 묘하게 바뀌었습니다. 보도자료 뒤쪽, '학생부 평가 신뢰도 제고'에 포함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 '상피제'
"자녀 재학교 근무의 원칙적 배제 및 자녀 재학교 교직원의 학생평가 관련 업무 배제 등 세부 보안 지침 마련" 더도 덜도 아니고 내용은 여기서 끝났지만, 기자들 상당수가 이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교육부가 '상피제'라는 센 대책을 꺼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 주 초부터 세상은 시끌시끌했습니다. 강남 한 사립고에서 일어난 교무부장 쌍둥이 딸의 전교 1등 논란.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서, 그것도 문제를 볼 수 있는 보직을 맡는 게 옳으냐는 겁니다.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30% 이상 뽑을 경우 정시 선발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즉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한 대학 진학을 정시만큼 인정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었던 교육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이었을 겁니다. 내신 성적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상피제는 그래서 나왔습니다.
"23.7%…어떤 학교가 이럴까?"
'23.7%, 생각보다 꽤 많은데?' 처음에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공립학교에서 부모 교사와 학생 자녀가 함께 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저 수치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국 학교에 교사 부모-학생 자녀가 함께 있는 전수조사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공립 대 사립 비율 3:7 '사립이 절대다수'
예상대로 이런 사례는 사립에 많았습니다. 전체 560개 학교 중에 공립이 225개, 사립이 335개교였습니다. 학생 수 기준으로 보면 공립에 301명, 사립에는 749명이 있어서 약 3:7 비율입니다.
서울 공립 고교에 '부모 교사-자녀 학생' 사례는 단 한 곳
서울은 더 특이했습니다. 서울시의 고교 중 부모 교사-자녀 학생이 있는 곳은 모두 52개 학교. 그런데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51곳이 모두 사립이었습니다. 서울시 전체에서 공립에는 '경기기계고등학교'에 단 한 사례만 존재하고 나머지 사례는 다 사립에 있는 겁니다.
'입시 명문'에 몰려…왜 그럴까?
어느 학교가 많은지 찾아봤습니다. 가장 많은 곳은 배제고등학교. 교사 6명에 그들의 자녀 6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서라벌고, 대동세무고, 한서고, 한영고에도 4~5명씩 있었습니다. 주로 어떤 학교들일까? 이런저런 아이디어 끝에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상위 100개 학교 명단과 비교해봤습니다. 놀랍게도 100개 중 40개 학교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상위 100개 학교 가운데 40곳에서 지난해 부모 교사와 학생이 함께 같은 학교에 다닌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울대 합격자 상위 100개 학교 가운데, 영재고나 외고 등 특목고를 제외하고 사립학교만 따져봤습니다. 서울대 합격자 수를 가장 많이 낸, 이른바 입시 명문 사립 고등학교 51곳 가운데 27개 학교에서 부모 교사와 자녀가 지난해 같이 학교에 다녔습니다. 전체 학교에서는 부모 교사와 자녀가 같이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23.7%였지만, 이른바 입시 명문 사립학교에서는 그 비율이 53%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장에선 "상피제 사립 적용 쉽지 않을 것"
공립이냐 사립이냐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교육부가 내놓은 상피제 대책의 효과 때문입니다. '전보'가 일상인 공립 교사의 경우 문제될 게 없습니다. 사립학교는 한 학교가 평생직장인 셈이라 이 제도에 대해서 반발이 클 수밖에 없고, 교사들의 선택지도 많지 않습니다. 학교도 탐탁지 않겠죠. 그럼 이런 분위기를 타고 사립학교들이 상피제 시행을 거부하면? 그때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현장의 분위깁니다. 비리 교원 징계에도 시도교육청 권고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피제라고 다르겠냐는 겁니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적용은 엄정해야
상피제가 완벽한 해법이라는 건 아닙니다. 교사들의 권리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절대다수의 선량한 교사가 이 제도로 인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돌려보니 대부분 시민단체에서도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불신이 모른척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도 여론이 일치했습니다. 현실을 반영한, 어쩔 수 없는 대책 아니겠느냐. 세 보여도 필요한 시점이다. 라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겨냥해서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립은 해야 하고, 사립은 적당히 피하면 그만인 대책이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왕 결단했다면 적용은 엄정해야 할 겁니다.
사립학교 시행 위해선 법 제·개정 필요할 듯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학교에 제도 시행을 강제하는 방법과 관련해 '재정 지원과 연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아이디어를 밝혔습니다. 다만 이러려면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야 합니다. 저희 보도에는 '그렇게 하겠다'는 담당자의 인터뷰가 나갔습니다만, 정말 그게 가능하려면 속도를 내야 할 겁니다. 교육부가 밝힌 시행 시점이 내년 3월 1일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내 자녀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기죽을까,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 교사의 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많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제도가 잘 안착되어 교육현장의 불신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신뢰가 사라진 학교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바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 정시 확대와 절대평가 확대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가 이날의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발표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흐름은 묘하게 바뀌었습니다. 보도자료 뒤쪽, '학생부 평가 신뢰도 제고'에 포함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 '상피제'
"자녀 재학교 근무의 원칙적 배제 및 자녀 재학교 교직원의 학생평가 관련 업무 배제 등 세부 보안 지침 마련" 더도 덜도 아니고 내용은 여기서 끝났지만, 기자들 상당수가 이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교육부가 '상피제'라는 센 대책을 꺼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 주 초부터 세상은 시끌시끌했습니다. 강남 한 사립고에서 일어난 교무부장 쌍둥이 딸의 전교 1등 논란.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서, 그것도 문제를 볼 수 있는 보직을 맡는 게 옳으냐는 겁니다.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30% 이상 뽑을 경우 정시 선발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즉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한 대학 진학을 정시만큼 인정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었던 교육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이었을 겁니다. 내신 성적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상피제는 그래서 나왔습니다.
"23.7%…어떤 학교가 이럴까?"
'23.7%, 생각보다 꽤 많은데?' 처음에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공립학교에서 부모 교사와 학생 자녀가 함께 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저 수치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국 학교에 교사 부모-학생 자녀가 함께 있는 전수조사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공립 대 사립 비율 3:7 '사립이 절대다수'
예상대로 이런 사례는 사립에 많았습니다. 전체 560개 학교 중에 공립이 225개, 사립이 335개교였습니다. 학생 수 기준으로 보면 공립에 301명, 사립에는 749명이 있어서 약 3:7 비율입니다.
서울 공립 고교에 '부모 교사-자녀 학생' 사례는 단 한 곳
서울은 더 특이했습니다. 서울시의 고교 중 부모 교사-자녀 학생이 있는 곳은 모두 52개 학교. 그런데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51곳이 모두 사립이었습니다. 서울시 전체에서 공립에는 '경기기계고등학교'에 단 한 사례만 존재하고 나머지 사례는 다 사립에 있는 겁니다.
'입시 명문'에 몰려…왜 그럴까?
어느 학교가 많은지 찾아봤습니다. 가장 많은 곳은 배제고등학교. 교사 6명에 그들의 자녀 6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서라벌고, 대동세무고, 한서고, 한영고에도 4~5명씩 있었습니다. 주로 어떤 학교들일까? 이런저런 아이디어 끝에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상위 100개 학교 명단과 비교해봤습니다. 놀랍게도 100개 중 40개 학교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상위 100개 학교 가운데 40곳에서 지난해 부모 교사와 학생이 함께 같은 학교에 다닌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울대 합격자 상위 100개 학교 가운데, 영재고나 외고 등 특목고를 제외하고 사립학교만 따져봤습니다. 서울대 합격자 수를 가장 많이 낸, 이른바 입시 명문 사립 고등학교 51곳 가운데 27개 학교에서 부모 교사와 자녀가 지난해 같이 학교에 다녔습니다. 전체 학교에서는 부모 교사와 자녀가 같이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23.7%였지만, 이른바 입시 명문 사립학교에서는 그 비율이 53%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장에선 "상피제 사립 적용 쉽지 않을 것"
공립이냐 사립이냐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교육부가 내놓은 상피제 대책의 효과 때문입니다. '전보'가 일상인 공립 교사의 경우 문제될 게 없습니다. 사립학교는 한 학교가 평생직장인 셈이라 이 제도에 대해서 반발이 클 수밖에 없고, 교사들의 선택지도 많지 않습니다. 학교도 탐탁지 않겠죠. 그럼 이런 분위기를 타고 사립학교들이 상피제 시행을 거부하면? 그때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현장의 분위깁니다. 비리 교원 징계에도 시도교육청 권고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피제라고 다르겠냐는 겁니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적용은 엄정해야
상피제가 완벽한 해법이라는 건 아닙니다. 교사들의 권리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절대다수의 선량한 교사가 이 제도로 인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돌려보니 대부분 시민단체에서도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불신이 모른척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도 여론이 일치했습니다. 현실을 반영한, 어쩔 수 없는 대책 아니겠느냐. 세 보여도 필요한 시점이다. 라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겨냥해서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립은 해야 하고, 사립은 적당히 피하면 그만인 대책이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왕 결단했다면 적용은 엄정해야 할 겁니다.
사립학교 시행 위해선 법 제·개정 필요할 듯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학교에 제도 시행을 강제하는 방법과 관련해 '재정 지원과 연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아이디어를 밝혔습니다. 다만 이러려면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야 합니다. 저희 보도에는 '그렇게 하겠다'는 담당자의 인터뷰가 나갔습니다만, 정말 그게 가능하려면 속도를 내야 할 겁니다. 교육부가 밝힌 시행 시점이 내년 3월 1일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내 자녀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기죽을까,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 교사의 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많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제도가 잘 안착되어 교육현장의 불신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신뢰가 사라진 학교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바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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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원 기자 ai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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