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끼고 아껴서 한 달 8억” 절약하니 믿어달라는 청와대

입력 2018.08.26 (09:07) 수정 2018.08.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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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국회?…그런데 청와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특수활동비. 쳇바퀴 같았던 논란이 점차 해소되는 국면입니다. 국회가 자신들의 특활비를 없애겠다고 결의했죠. 그리고 '우리만 당할 수 없다'며 각 기관의 특활비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습니다. 정기국회가 열리면 곧 내년도 예산 시즌입니다.

그간 특활비 비판이 집중됐던 곳은 국정원과 국회입니다. 국정원은 특활비 예산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국회는 정보공개를 못하겠다고 버텼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최근엔 대법원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청와대는 어떨까요?

대통령비서실은 특수활동비에 대해 ‘전부 비공개’ 결정을 했다.대통령비서실은 특수활동비에 대해 ‘전부 비공개’ 결정을 했다.

■ '1(일)'도 공개 못한다!

KBS는 청와대에도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정확하게는 대통령비서실에 청구를 넣었습니다. 답변은 <전부 비공개>. KBS는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국회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한 판례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청와대는 단호했습니다. <전부 비공개>.


대통령비서실이 제시한 비공개 사유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① 국가안보, 외교, 국방, 통일 등 국정 전반을 다루니 어느 기관보다 기밀유지 중요해
② 세부 집행내역이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할 수 있어
③ 국내ㆍ외 주요인사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어

■ 지금의 청와대는 아끼고 또 아껴 쓰니까…

정보공개에 대한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외부 인사까지 참여하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심사해야 합니다.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심의위를 개최했을 겁니다. 어떤 외부 인사가 참여했는지 알 수 없고, 결론은 그대로였지만, 비교적 긴 답변을 줬습니다.

무엇보다 매우 아껴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해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로 125억 원이 책정돼 있었는데 37억 원 가량을 남겼습니다. 올해 특수활동비 예산은 2016년보다 50억 절감한 97억 원입니다. 내년도 비슷한 수준일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 중 특활비를 가장 적게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필요 최소한으로 줄여 한 달에 8억 원 가량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 "15년 뒤에 확인하라"…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비밀?

정부 부처가 불필요한 예산 집행을 줄이는 건 박수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정보공개를 해달라는 청구에 대해 아껴쓰고 있다는 답변을 주는 대목에선 고개가 갸웃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껴쓰고 있으니 믿어달라'는 취지로 읽힐 수 밖에 없습니다. 동문서답입니다.

청와대는 특수활동비 세부 집행내역과 집행결과를 『집행결과보고서』로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이 임박하면, 보고서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퇴임 이후 최소 15년이 지나야 공개됩니다.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는 퇴임 6개월 정도 전부터 검토하도록 법에 규정돼있다.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는 퇴임 6개월 정도 전부터 검토하도록 법에 규정돼있다.

대통령비서실이 밝혔듯이, 청와대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곳으로 기밀유지가 타 부처보다 중요하고, 특활비 집행 내역에 국내ㆍ외 주요인사에 대한 정보가 다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내용이 다 비공개 돼야 하는 비밀일까요. 대통령 일정 중 상당수가 언론에 공개됩니다. 대통령이 누구와 만났고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오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정에 소요되는 특활비까지도 모두 비밀로 해야하는 걸까요.

미국에서는 정보공개청구운동을 '선샤인 액트(Sunshine Act)'라고 부릅니다. 햇빛이 들면 어둠이 사라지듯, 정보를 공개하면 비위가 사라진다는 뜻일 겁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숨기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꽁꼼 숨기면 불필요한 의심까지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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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아끼고 아껴서 한 달 8억” 절약하니 믿어달라는 청와대
    • 입력 2018-08-26 09:07:37
    • 수정2018-08-26 09:11:33
    취재후·사건후
■ 국정원? 국회?…그런데 청와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특수활동비. 쳇바퀴 같았던 논란이 점차 해소되는 국면입니다. 국회가 자신들의 특활비를 없애겠다고 결의했죠. 그리고 '우리만 당할 수 없다'며 각 기관의 특활비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습니다. 정기국회가 열리면 곧 내년도 예산 시즌입니다.

그간 특활비 비판이 집중됐던 곳은 국정원과 국회입니다. 국정원은 특활비 예산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국회는 정보공개를 못하겠다고 버텼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최근엔 대법원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청와대는 어떨까요?

대통령비서실은 특수활동비에 대해 ‘전부 비공개’ 결정을 했다.
■ '1(일)'도 공개 못한다!

KBS는 청와대에도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정확하게는 대통령비서실에 청구를 넣었습니다. 답변은 <전부 비공개>. KBS는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국회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한 판례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청와대는 단호했습니다. <전부 비공개>.


대통령비서실이 제시한 비공개 사유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① 국가안보, 외교, 국방, 통일 등 국정 전반을 다루니 어느 기관보다 기밀유지 중요해
② 세부 집행내역이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할 수 있어
③ 국내ㆍ외 주요인사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어

■ 지금의 청와대는 아끼고 또 아껴 쓰니까…

정보공개에 대한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외부 인사까지 참여하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심사해야 합니다.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심의위를 개최했을 겁니다. 어떤 외부 인사가 참여했는지 알 수 없고, 결론은 그대로였지만, 비교적 긴 답변을 줬습니다.

무엇보다 매우 아껴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해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로 125억 원이 책정돼 있었는데 37억 원 가량을 남겼습니다. 올해 특수활동비 예산은 2016년보다 50억 절감한 97억 원입니다. 내년도 비슷한 수준일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 중 특활비를 가장 적게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필요 최소한으로 줄여 한 달에 8억 원 가량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 "15년 뒤에 확인하라"…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비밀?

정부 부처가 불필요한 예산 집행을 줄이는 건 박수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정보공개를 해달라는 청구에 대해 아껴쓰고 있다는 답변을 주는 대목에선 고개가 갸웃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껴쓰고 있으니 믿어달라'는 취지로 읽힐 수 밖에 없습니다. 동문서답입니다.

청와대는 특수활동비 세부 집행내역과 집행결과를 『집행결과보고서』로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이 임박하면, 보고서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퇴임 이후 최소 15년이 지나야 공개됩니다.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는 퇴임 6개월 정도 전부터 검토하도록 법에 규정돼있다.
대통령비서실이 밝혔듯이, 청와대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곳으로 기밀유지가 타 부처보다 중요하고, 특활비 집행 내역에 국내ㆍ외 주요인사에 대한 정보가 다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내용이 다 비공개 돼야 하는 비밀일까요. 대통령 일정 중 상당수가 언론에 공개됩니다. 대통령이 누구와 만났고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오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정에 소요되는 특활비까지도 모두 비밀로 해야하는 걸까요.

미국에서는 정보공개청구운동을 '선샤인 액트(Sunshine Act)'라고 부릅니다. 햇빛이 들면 어둠이 사라지듯, 정보를 공개하면 비위가 사라진다는 뜻일 겁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숨기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꽁꼼 숨기면 불필요한 의심까지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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