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중생의 귀의처로 거듭나야

입력 2018.08.27 (07:42) 수정 2018.08.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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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해설위원]

조계종 역사상 최초로 총무원장이 불신임당하고 물러난 뒤 종단 혁신을 요구하는 스님들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스님들이 둘로 나뉘어 서울 조계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어제 시위는 조계종단의 개혁을 둘러싼 것이어서 조계종 내분이 쉽게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한 스님들은 종헌과 종법을 개정해 불교 신자의 종단운영 참여를 확대하고 사찰 재정 투명화와 공영화, 총무원장 직선제를 도입하자고 결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앙종회 등 기득권 측은 승려대회를 통한 비주류 측의 이 같은 결의를 종헌 종법을 무시하는 해종 행위라며 중앙종회를 훼손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조계종 내분 사태는 지난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을 둘러싸고 총무원 측과 개혁추진위원회 승려들 사이에 벌어진 난투극은 끝내 공권력까지 동원돼 한국 불교계에 큰 오점을 남겼습니다. 그 뒤에도 파벌 싸움이 그치지 않아 1998년에도 총무원장 선출을 둘러싼 분규로 법정 소송까지 벌였습니다. 이번에 설정 스님 퇴진과 관련한 내분도 사찰 재정과 종단 권력의 독점적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스님들이 출가해 구도의 길에 나선 것은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 어리석음, 이른바 탐진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인간 세상의 충돌과 갈등, 슬픔은 다름 아닌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행동 등 정도(正道)를 걸음으로써 이기적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파했습니다.

조계종 개혁은 스님들이 탐진치와 이기적 욕망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성직자의 추락한 도덕은 사회 전체 정신문화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조계종단이 청정 승가의 모습을 되찾는 계기가 되어 사부대중의 진정한 귀의처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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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중생의 귀의처로 거듭나야
    • 입력 2018-08-27 07:44:05
    • 수정2018-08-28 08: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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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해설위원]

조계종 역사상 최초로 총무원장이 불신임당하고 물러난 뒤 종단 혁신을 요구하는 스님들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스님들이 둘로 나뉘어 서울 조계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어제 시위는 조계종단의 개혁을 둘러싼 것이어서 조계종 내분이 쉽게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한 스님들은 종헌과 종법을 개정해 불교 신자의 종단운영 참여를 확대하고 사찰 재정 투명화와 공영화, 총무원장 직선제를 도입하자고 결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앙종회 등 기득권 측은 승려대회를 통한 비주류 측의 이 같은 결의를 종헌 종법을 무시하는 해종 행위라며 중앙종회를 훼손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조계종 내분 사태는 지난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을 둘러싸고 총무원 측과 개혁추진위원회 승려들 사이에 벌어진 난투극은 끝내 공권력까지 동원돼 한국 불교계에 큰 오점을 남겼습니다. 그 뒤에도 파벌 싸움이 그치지 않아 1998년에도 총무원장 선출을 둘러싼 분규로 법정 소송까지 벌였습니다. 이번에 설정 스님 퇴진과 관련한 내분도 사찰 재정과 종단 권력의 독점적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스님들이 출가해 구도의 길에 나선 것은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 어리석음, 이른바 탐진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인간 세상의 충돌과 갈등, 슬픔은 다름 아닌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행동 등 정도(正道)를 걸음으로써 이기적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파했습니다.

조계종 개혁은 스님들이 탐진치와 이기적 욕망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성직자의 추락한 도덕은 사회 전체 정신문화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조계종단이 청정 승가의 모습을 되찾는 계기가 되어 사부대중의 진정한 귀의처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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