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원한에서 비롯?”…‘엽총 난사’ 왜?

입력 2018.08.27 (08:33) 수정 2018.08.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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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태풍 '솔릭'이 우리나라를 강타하기 전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70대 노인이 이웃 주민과 면사무소 직원 등에게 엽총을 난사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는데요, 알려진 이유는 바로 원한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이 충격적인 사건에 유가족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사건 전후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북 봉화군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공무원들의 빈소.

초등학생 아들 둔 故 손건호 사무관.

20여 년의 공직 생활에 소천면사무소 근무 열흘 째 되던 날 사고가 났습니다.

[故 손건호 사무관 유족/음성변조 : "이런 일 어떻게 꿈엔들 생각을 했겠습니까. 지금 총기를 가진 그분하고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고…."]

1남 4녀 중 막내인 故 이수현 주무관. 6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이제 4년여 공직 생활 동안 업무에 늘 열성적이었다고 합니다.

[故 이수현 주무관 누나 : "다섯째로 우리 엄마한테 정말 귀한 아들이에요.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공무원 시험 준비해서 계속 한길만 갔습니다."]

가족들도 조문객들도 갑작스러운 비극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故 이수현 주무관 누나 : "지금은 손님맞이 하느라 슬퍼할 틈이 없어요. 그런데 집에 가면 동생이 통근했거든요. 그 날 자고 간 이부자리마저 그대로 펴져 있어요. 그러니까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 심정이 어떠실까…."]

지난 21일 아침, 작은 마을에 울려퍼진 총소리가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총소리가 크더라고요. 나가보니까 (임 씨가) 총 맞아서 오더라고."]

77살 김모 씨가 이웃인 48살 임모 씨에게 엽총을 발사한 겁니다.

임 씨에게 3발을 쏜 뒤 행방이 묘연했던 김 씨는 15분 뒤 8km 떨어진 면사무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엽총을 발사했습니다.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 두 명이 다시 총에 맞았습니다.

김 씨는 현장에서 직원들에게 제압됐지만, 피해자들의 상태가 위중했습니다.

[강정민/영주소방서 춘양119안전센터 소방사 : "성인 남성 두 명이 총상에 쓰러져 계셨고요. 출혈로 인해서 바닥에는 다량의 피가 있었습니다."]

헬기로 피해자들을 긴급 후송했지만, 총상을 입었던 공무원 두 명은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충격적인 엽총 난사 사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피의자 김 씨는 4년 전 마을로 이사 온 귀농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 씨는 이렇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사람 얼굴도 몰라요. 그 사람 경로당도 안 나왔어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동네 사람들하고도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어요. 아예 어울릴 생각을 안 했으니까…."]

잘 어울리지 않았고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게 주민들의 얘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군대에 있을 때 여러 사람 다치게 했다고 이런 걸 자랑하면서 다니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거친 언행을 하니까…."]

김 씨의 집 인근에는 4가구가 살았는데요.

특히, 갈등을 일으켰던 소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상수도 사용 문제를 놓고 승려인 임 씨와 다툼이 잦아 민원을 내는 등 감정의 골이 깊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물 때문에, 상수도 때문에 그랬는데. 하여튼 스님을 가만 안 둔다고 그랬거든요."]

지난달 말쯤, 김 씨는 유해 조수 포획을 이유로 총기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밭에서 수시로 총소리가 울려퍼지자 이웃들은 임씨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엽총을 막 밭에서 쏘고 이러길래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고 느낌이 안 좋으니 몸조심해라 (했죠.)"]

불안했던 임 씨는 민원을 넣었고 경찰에서 총을 회수하기도 했는데요. 조사 끝에 범죄 우려는 없다고 판단돼 다시 총을 내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김선섭/봉화경찰서장 : "위해한다는 어떤 정황을 그 당시에는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어 결국은 다시 출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건 당일 아침, 김 씨는 태연스레 파출소에서 총기를 출고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 씨는 바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씨를 쏘기 전에는 마을 이장에게도 만나자고 연락했으나 이장이 자리를 비워 만나지 못했고, 임 씨를 쏜 뒤에는 파출소로 향했지만, 파출소 직원들이 사건 현장에 출동하느라 길이 엇갈렸습니다.

게다가 김 씨의 집에서는 피해자 임 씨와 민원 공무원, 경찰을 원망하는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주변에는 범행을 암시하는 말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7, 8월 되면 깜짝 놀랄 일이 생길 거라고 나한테 그전에 그랬거든.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가 봐요."]

김 씨의 범행이 우발적인지 치밀한 사전 계획대로 움직였는지 앞으로 경찰의 자세한 수사가 진행될 부분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번 사건이 나기 전부터 범행의 조짐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뭐하러 총을 내줬냐고 만약에 사고 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경찰들이 왔길래 내가 뭐라고 했어요."]

충격적인 총기 사건을 겪은 마을은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주민들은 물론 면사무소 직원 등에 대해 심리적 치료와 안정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려 나는. 이런 일이 있으니까…."]

[마을 주민/음성변조 : "좁은 동네에서 그런 일이 났다는 것이 참 불가능한 일인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와 함께 총기 소지와 반출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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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7 08:36:34
    • 수정2018-08-27 10: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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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태풍 '솔릭'이 우리나라를 강타하기 전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70대 노인이 이웃 주민과 면사무소 직원 등에게 엽총을 난사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는데요, 알려진 이유는 바로 원한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이 충격적인 사건에 유가족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사건 전후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북 봉화군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공무원들의 빈소.

초등학생 아들 둔 故 손건호 사무관.

20여 년의 공직 생활에 소천면사무소 근무 열흘 째 되던 날 사고가 났습니다.

[故 손건호 사무관 유족/음성변조 : "이런 일 어떻게 꿈엔들 생각을 했겠습니까. 지금 총기를 가진 그분하고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고…."]

1남 4녀 중 막내인 故 이수현 주무관. 6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이제 4년여 공직 생활 동안 업무에 늘 열성적이었다고 합니다.

[故 이수현 주무관 누나 : "다섯째로 우리 엄마한테 정말 귀한 아들이에요.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공무원 시험 준비해서 계속 한길만 갔습니다."]

가족들도 조문객들도 갑작스러운 비극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故 이수현 주무관 누나 : "지금은 손님맞이 하느라 슬퍼할 틈이 없어요. 그런데 집에 가면 동생이 통근했거든요. 그 날 자고 간 이부자리마저 그대로 펴져 있어요. 그러니까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 심정이 어떠실까…."]

지난 21일 아침, 작은 마을에 울려퍼진 총소리가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총소리가 크더라고요. 나가보니까 (임 씨가) 총 맞아서 오더라고."]

77살 김모 씨가 이웃인 48살 임모 씨에게 엽총을 발사한 겁니다.

임 씨에게 3발을 쏜 뒤 행방이 묘연했던 김 씨는 15분 뒤 8km 떨어진 면사무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엽총을 발사했습니다.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 두 명이 다시 총에 맞았습니다.

김 씨는 현장에서 직원들에게 제압됐지만, 피해자들의 상태가 위중했습니다.

[강정민/영주소방서 춘양119안전센터 소방사 : "성인 남성 두 명이 총상에 쓰러져 계셨고요. 출혈로 인해서 바닥에는 다량의 피가 있었습니다."]

헬기로 피해자들을 긴급 후송했지만, 총상을 입었던 공무원 두 명은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충격적인 엽총 난사 사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피의자 김 씨는 4년 전 마을로 이사 온 귀농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 씨는 이렇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사람 얼굴도 몰라요. 그 사람 경로당도 안 나왔어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동네 사람들하고도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어요. 아예 어울릴 생각을 안 했으니까…."]

잘 어울리지 않았고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게 주민들의 얘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군대에 있을 때 여러 사람 다치게 했다고 이런 걸 자랑하면서 다니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거친 언행을 하니까…."]

김 씨의 집 인근에는 4가구가 살았는데요.

특히, 갈등을 일으켰던 소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상수도 사용 문제를 놓고 승려인 임 씨와 다툼이 잦아 민원을 내는 등 감정의 골이 깊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물 때문에, 상수도 때문에 그랬는데. 하여튼 스님을 가만 안 둔다고 그랬거든요."]

지난달 말쯤, 김 씨는 유해 조수 포획을 이유로 총기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밭에서 수시로 총소리가 울려퍼지자 이웃들은 임씨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엽총을 막 밭에서 쏘고 이러길래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고 느낌이 안 좋으니 몸조심해라 (했죠.)"]

불안했던 임 씨는 민원을 넣었고 경찰에서 총을 회수하기도 했는데요. 조사 끝에 범죄 우려는 없다고 판단돼 다시 총을 내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김선섭/봉화경찰서장 : "위해한다는 어떤 정황을 그 당시에는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어 결국은 다시 출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건 당일 아침, 김 씨는 태연스레 파출소에서 총기를 출고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 씨는 바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씨를 쏘기 전에는 마을 이장에게도 만나자고 연락했으나 이장이 자리를 비워 만나지 못했고, 임 씨를 쏜 뒤에는 파출소로 향했지만, 파출소 직원들이 사건 현장에 출동하느라 길이 엇갈렸습니다.

게다가 김 씨의 집에서는 피해자 임 씨와 민원 공무원, 경찰을 원망하는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주변에는 범행을 암시하는 말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7, 8월 되면 깜짝 놀랄 일이 생길 거라고 나한테 그전에 그랬거든.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가 봐요."]

김 씨의 범행이 우발적인지 치밀한 사전 계획대로 움직였는지 앞으로 경찰의 자세한 수사가 진행될 부분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번 사건이 나기 전부터 범행의 조짐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뭐하러 총을 내줬냐고 만약에 사고 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경찰들이 왔길래 내가 뭐라고 했어요."]

충격적인 총기 사건을 겪은 마을은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주민들은 물론 면사무소 직원 등에 대해 심리적 치료와 안정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려 나는. 이런 일이 있으니까…."]

[마을 주민/음성변조 : "좁은 동네에서 그런 일이 났다는 것이 참 불가능한 일인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와 함께 총기 소지와 반출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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