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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률 90%” 자영업 위기? 문제는 ‘생존율’
입력 2018.08.27 (13:41) 수정 2018.08.27 (14:52) 취재K
“폐업률 90%” 자영업 위기? 문제는 ‘생존율’
<문제>; 한 해 10쌍이 결혼을 하고, 8쌍이 이혼을 했다. 이혼율을 얼마나 될까?
① 80% ② 20% ③ 모른다

정답은 ③번 ‘모른다’ 이다. 전체 인구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이혼율은 알 수 없다.

문제를 읽고 80%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런 착오를 막기 위해 매년 혼인·통계를 발표하는 통계청에서는 “이혼 건수를 혼인 건수로 나눈 수치는 이혼율이 아니”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 10곳 문 열면 8.8곳 망했다?

최근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 수치로 ‘폐업률’이 등장했다. 지난달 한 매체가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이 87.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10개가 문을 열면 8.8개는 망했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또 “이는 전년 대비 10.2%포인트 높은 수치”라며 ‘자영업의 위기’를 강조했다.

해당 보도 이후, 여러 매체에서 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자영업 10곳 중 9곳이 문을 닫는다”며 이번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한 ‘자영업 폐업률 87.9%’는 국세청 국세통계를 분석한 것이다.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도·소매업과 음식, 숙박 등 자영업 4대 업종으로 한정) 42만 5,203명을 신규 사업자 48만 3,985명과 비교한 수치다.

한해 신규 사업자와 폐업자 수를 비교해 ‘자영업 폐업률’로 본 것인데, 맞는 얘기일까?

이는 위의 <문제>;에서 이혼율을 80%로 말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한해 10곳이 문을 열고, 8.8곳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폐업률이 87.9%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문을 연 10곳 중에서 8.8곳이 문을 닫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와 폐업자를 비교해서 ‘자영업 폐업률’로 표현한 것은 잘못”이라며 “폐업률이 아니라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이 맞는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오류는 또 있다. 자영업 현황을 말하면서 법인사업자를 포함한 총사업자를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영업 실태를 알고 싶다면 법인을 제외한 개인사업자 통계를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한다.

◆ 신규 대비 폐업률, 이번 정부 최악?

이런 오류를 바로잡으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법인사업자를 제외하고 개인사업자 현황만 놓고 비교해봤다. 지난해보다 악화했다던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은 오히려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5만 9,802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83만 7,714곳이 문을 닫았다. 신규 대비 폐업률은 72.2%에 달한다.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7곳이 닫았다는 말이다.

이는 76.3%를 기록한 2016년보다 4.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또 구간을 넓혀보면 이번 정부 들어 최악이 됐다던 수치가 되레 지난 정부들보다 나아진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81.5%, 2011년 85%이던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은 2012년 87.1%까지 치솟는다. 2015년 한때 69.2%까지 내려갔으나, 이듬해 다시 76.3%로 오르고 지난해 72.2%로 개선된 것이다.

지난 10년의 평균을 보면 79.3%로,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는 일은 지난 10년간 지속돼 온 실태이다.

◆ 자영업 폐업률, 87.9% 아닌 13.8%

87.9%가 ‘자영업 폐업률’이 아니라는 것도, 또 비단 지난해만 급격히 나빠진 수치도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다면 실제 자영업의 폐업률은 얼마나 될까.

국세청 관계자는 “한 해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하는지 알고 싶다면, 해당 연도 폐업자 수를 ‘전년도 총계’와 비교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한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83만 7,714명이 폐업했다. 2016년 개인사업자 총계는 605만 1,032명으로 폐업률은 13.8%가 된다.



2016년 14.2%에 비해 0.4%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지난 10년의 폐업률을 살펴봤을 때, 13.2%로 최저치를 기록한 2015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 자영업의 위기, 문제는 '생존율'

혹시 자영업의 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그건 아니다. 여전히 과반의 자영업자들이 창업 후 2년을 버티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영업 실태는 폐업률보다는 '기업 생존율'을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생존율이란 신생기업(1년~5년) 중 기준 연도까지 생존해 있는 기업의 비율을 말한다. 창업 후 살아남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신생 기업의 생존율을 분석하는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그 실태가 구체적으로 보인다.



자료를 보면 2015년을 기준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7%이다. 2년 생존율은 49.5%, 5년 생존율은 27.5%로 떨어진다.

가게 10개가 문을 열면 그 중 4곳이 1년 내 문을 닫고, 7곳 이상이 5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다.

2012년 이후, 1년 생존율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5년 생존율은 2012년 30.9%에서 2015년 27.5%로 떨어졌다.

산업별 생존율을 보면, 개인기업 비율이 높은 '음식·숙박업'이 특히 낮은 생존율을 나타낸다. 1년 생존율은 59.5%, 5년 생존율은 17.9%에 불과해 '버티기 힘든' 자영업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법인 기업과 개인 기업의 차이도 뚜렷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법인의 1년 생존율은 73.1%, 5년 생존율은 35.6%인데 반해 개인기업은 61.7%, 26.9%를 나타낸다"며 "법인기업 생존율이 개인기업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등 법인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 생존율이 높지만, 개인기업 비중이 높은 숙박과 외식업은 생존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 “폐업률 90%” 자영업 위기? 문제는 ‘생존율’
    • 입력 2018.08.27 (13:41)
    • 수정 2018.08.27 (14:52)
    취재K
“폐업률 90%” 자영업 위기? 문제는 ‘생존율’
<문제>; 한 해 10쌍이 결혼을 하고, 8쌍이 이혼을 했다. 이혼율을 얼마나 될까?
① 80% ② 20% ③ 모른다

정답은 ③번 ‘모른다’ 이다. 전체 인구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이혼율은 알 수 없다.

문제를 읽고 80%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런 착오를 막기 위해 매년 혼인·통계를 발표하는 통계청에서는 “이혼 건수를 혼인 건수로 나눈 수치는 이혼율이 아니”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 10곳 문 열면 8.8곳 망했다?

최근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 수치로 ‘폐업률’이 등장했다. 지난달 한 매체가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이 87.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10개가 문을 열면 8.8개는 망했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또 “이는 전년 대비 10.2%포인트 높은 수치”라며 ‘자영업의 위기’를 강조했다.

해당 보도 이후, 여러 매체에서 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자영업 10곳 중 9곳이 문을 닫는다”며 이번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한 ‘자영업 폐업률 87.9%’는 국세청 국세통계를 분석한 것이다.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도·소매업과 음식, 숙박 등 자영업 4대 업종으로 한정) 42만 5,203명을 신규 사업자 48만 3,985명과 비교한 수치다.

한해 신규 사업자와 폐업자 수를 비교해 ‘자영업 폐업률’로 본 것인데, 맞는 얘기일까?

이는 위의 <문제>;에서 이혼율을 80%로 말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한해 10곳이 문을 열고, 8.8곳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폐업률이 87.9%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문을 연 10곳 중에서 8.8곳이 문을 닫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와 폐업자를 비교해서 ‘자영업 폐업률’로 표현한 것은 잘못”이라며 “폐업률이 아니라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이 맞는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오류는 또 있다. 자영업 현황을 말하면서 법인사업자를 포함한 총사업자를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영업 실태를 알고 싶다면 법인을 제외한 개인사업자 통계를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한다.

◆ 신규 대비 폐업률, 이번 정부 최악?

이런 오류를 바로잡으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법인사업자를 제외하고 개인사업자 현황만 놓고 비교해봤다. 지난해보다 악화했다던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은 오히려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5만 9,802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83만 7,714곳이 문을 닫았다. 신규 대비 폐업률은 72.2%에 달한다.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7곳이 닫았다는 말이다.

이는 76.3%를 기록한 2016년보다 4.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또 구간을 넓혀보면 이번 정부 들어 최악이 됐다던 수치가 되레 지난 정부들보다 나아진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81.5%, 2011년 85%이던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은 2012년 87.1%까지 치솟는다. 2015년 한때 69.2%까지 내려갔으나, 이듬해 다시 76.3%로 오르고 지난해 72.2%로 개선된 것이다.

지난 10년의 평균을 보면 79.3%로,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는 일은 지난 10년간 지속돼 온 실태이다.

◆ 자영업 폐업률, 87.9% 아닌 13.8%

87.9%가 ‘자영업 폐업률’이 아니라는 것도, 또 비단 지난해만 급격히 나빠진 수치도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다면 실제 자영업의 폐업률은 얼마나 될까.

국세청 관계자는 “한 해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하는지 알고 싶다면, 해당 연도 폐업자 수를 ‘전년도 총계’와 비교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한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83만 7,714명이 폐업했다. 2016년 개인사업자 총계는 605만 1,032명으로 폐업률은 13.8%가 된다.



2016년 14.2%에 비해 0.4%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지난 10년의 폐업률을 살펴봤을 때, 13.2%로 최저치를 기록한 2015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 자영업의 위기, 문제는 '생존율'

혹시 자영업의 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그건 아니다. 여전히 과반의 자영업자들이 창업 후 2년을 버티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영업 실태는 폐업률보다는 '기업 생존율'을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생존율이란 신생기업(1년~5년) 중 기준 연도까지 생존해 있는 기업의 비율을 말한다. 창업 후 살아남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신생 기업의 생존율을 분석하는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그 실태가 구체적으로 보인다.



자료를 보면 2015년을 기준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7%이다. 2년 생존율은 49.5%, 5년 생존율은 27.5%로 떨어진다.

가게 10개가 문을 열면 그 중 4곳이 1년 내 문을 닫고, 7곳 이상이 5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다.

2012년 이후, 1년 생존율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5년 생존율은 2012년 30.9%에서 2015년 27.5%로 떨어졌다.

산업별 생존율을 보면, 개인기업 비율이 높은 '음식·숙박업'이 특히 낮은 생존율을 나타낸다. 1년 생존율은 59.5%, 5년 생존율은 17.9%에 불과해 '버티기 힘든' 자영업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법인 기업과 개인 기업의 차이도 뚜렷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법인의 1년 생존율은 73.1%, 5년 생존율은 35.6%인데 반해 개인기업은 61.7%, 26.9%를 나타낸다"며 "법인기업 생존율이 개인기업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등 법인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 생존율이 높지만, 개인기업 비중이 높은 숙박과 외식업은 생존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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