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를 구하라!”…영화 흥행에 개체수 급감한 흰동가리

입력 2018.08.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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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동가리'로 불리는 클라운피쉬(Clownfish:광대어). 주황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는 해수어 종이다. 2003년 개봉해 전 세계 많은 관객을 울고 웃겼던 영화 '니모를 찾아서' 주인공의 모델이 되면서 유명해졌다.

흰동가리는 가정에서 가장 쉽게 키울 수 있는 해수 어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는 반려동물 중 해수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니모를 찾아서'와 속편 '도리를 찾아서'의 개봉은 의도치 않게 주인공 모델이 된 물고기들을 개체 수 급감이라는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영화 흥행으로 위기에 빠진 '니모'

해양 애니메이션의 지평을 연 '니모를 찾아서'는 아들 니모를 애지중지하던 아빠 '말린'이 인간에게 포획된 아들 니모를 찾아 떠나는 모험담을 그린 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대성공으로 관상어로도 '니모'가 인기를 끌면서 흰동가리 판매가 급증했다. 매년 백만 마리 이상의 흰동가리가 천연 서식지에서 잡혀 관상용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꾸준한 '흰동가리 키우기' 열풍에 허핑턴 포스트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감동한 관객들이 야생 물고기들을 바다에 가만히 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법도 한데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 카렌 버크 다 실바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니모를 찾아서'가 흰동가리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니모를 바다에서 몰아내지 말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매우 다르게 반응했다"고 지적했다.

"니모를 구하라!" ... 야생 포획 줄여

문제는 '관상용 니모' 상당수가 야생이라는 점이다. 주요 서식지인 호주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흰동가리의 멸종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다 실바는 "사람들이 구매한 니모는 모두 야생에서 온 것들이다. 물고기 남획이 어떤 곳에서는 지역 멸종의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니모를 찾아서'를 보고 니모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결국 '현실판 니모를 잡아간 사람'이 된 것이다.

니모의 수난사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보인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 DW(이하 DW)는 현지 동물 보호 협회 관계자를 인용해 "독일의 수족관 상점들이 광고 주인공으로 니모를 내세운 결과 수많은 흰동가리들이 독일의 가정에서 죽어갔다. 많은 흰동가리들이 심지어 변기에 씻겨 내려갔다. 사람들이 흰동가리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니모 구하기’ 캠페인 참여 학교 학생들 (출처:CNN) 호주 ‘니모 구하기’ 캠페인 참여 학교 학생들 (출처:CNN)

다 실바는 '니모 구하기' 재단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고 CNN은 소개했다. 그러면서 '니모 구하기' 캠페인에 참여 중인 호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전했다. 학생들은 교내에 마련된 수족관에서 부화한 새끼 흰동가리들을 직접 키웠다. 야생 흰동가리 포획을 줄이기 위해 야생에서 들여온 흰동가리를 번식시켜 관상용으로 기르는 것이다. 학생들은 "우리가 번식시킨 물고기를 줄 수 있으니 사람들은 야생에서 물고기들을 데려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지난 7년 동안 펼쳐온 '니모 구하기' 작전이다.

"도리도 위험" ... 어렵게 양식 성공

니모의 인기는 2016년 개봉한 속편 <도리를 찾아서>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도리'의 모델은 '블루탱(Blue Tang)'이라는 종이다. 외신들은 '도리를 찾아서' 개봉 전부터 블루탱도 흰동가리처럼 영화 때문에 수난을 겪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블루탱 역시 인기 종으로 '도리를 찾아서' 개봉 전 이미 매년 30만 마리가 미국에 관상용으로 수입됐다.


특히, 블루탱은 흰동가리와 비교하면 알과 갓 부화한 새끼의 몸집이 너무 작아 양식을 통해 성체로 만들기가 훨씬 어렵다고 한다. DW에 따르면, 알에서 부화해도 몸길이가 2mm도 채 안되는데다 입도 없고 눈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그래서 전 세계 수많은 연구팀이 블루탱 포획 번식에 도전했다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미국 플로리다 연구팀이 새끼 블루탱 먹이인 미세 갑각류를 블루탱에게 먹이는 데 성공해 블루탱 번식을 처음 성공시켰다. 영화 개봉 몇 달 뒤인 2016년 9월에 거둔 성과였다.

하지만 DW는 양식 블루탱의 가격이 야생 블루탱보다 훨씬 비싸다고 지적했다. 야생 블루탱 포획을 획기적으로 줄이기에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삶의 터전 '산호초'도 사라져가

흰동가리와 블루탱은 산호초와 공생관계인 이유로 '산호초 물고기'로도 잘 알려져있다. '니모를 찾아서'의 배경인 호주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3000개 이상의 산호초가 있다.

그런데 해양 생물학자들은 산호초 물고기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새롭고 더 파괴적인 도전', 즉 '기후변화'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지구 상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산호초가 분필처럼 하얗게 변하며 죽는 '산호 표백'이라는 백화(白化)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산호초 백화현상 (출처: Climate Central)대산호초 백화현상 (출처: Climate Central)

지난 2016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금처럼 백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대산호초 존속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고, 지난 4월 과학저널 '네이처'는 "해양 폭염 탓에 최근 2년 동안 대산호초의 절반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DW는 여기에 더해 어부들이 산호초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시안화나트륨도 산호초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획과, 포획으로 인한 산호초 파괴, 지구온난화로 인한 산호초 대량파괴가 동시에 일어나 니모와 도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화석 연료 사용 자제를 호소한 해양 전문가의 인터뷰와 함께 "흰동가리와 같은 해양 생물들에게는 지금 '니모 살리기' 캠페인보다 훨씬 더 과감한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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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모를 구하라!”…영화 흥행에 개체수 급감한 흰동가리
    • 입력 2018-08-28 07:03:25
    취재K
'흰동가리'로 불리는 클라운피쉬(Clownfish:광대어). 주황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는 해수어 종이다. 2003년 개봉해 전 세계 많은 관객을 울고 웃겼던 영화 '니모를 찾아서' 주인공의 모델이 되면서 유명해졌다.

흰동가리는 가정에서 가장 쉽게 키울 수 있는 해수 어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는 반려동물 중 해수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니모를 찾아서'와 속편 '도리를 찾아서'의 개봉은 의도치 않게 주인공 모델이 된 물고기들을 개체 수 급감이라는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영화 흥행으로 위기에 빠진 '니모'

해양 애니메이션의 지평을 연 '니모를 찾아서'는 아들 니모를 애지중지하던 아빠 '말린'이 인간에게 포획된 아들 니모를 찾아 떠나는 모험담을 그린 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대성공으로 관상어로도 '니모'가 인기를 끌면서 흰동가리 판매가 급증했다. 매년 백만 마리 이상의 흰동가리가 천연 서식지에서 잡혀 관상용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꾸준한 '흰동가리 키우기' 열풍에 허핑턴 포스트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감동한 관객들이 야생 물고기들을 바다에 가만히 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법도 한데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 카렌 버크 다 실바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니모를 찾아서'가 흰동가리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니모를 바다에서 몰아내지 말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매우 다르게 반응했다"고 지적했다.

"니모를 구하라!" ... 야생 포획 줄여

문제는 '관상용 니모' 상당수가 야생이라는 점이다. 주요 서식지인 호주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흰동가리의 멸종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다 실바는 "사람들이 구매한 니모는 모두 야생에서 온 것들이다. 물고기 남획이 어떤 곳에서는 지역 멸종의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니모를 찾아서'를 보고 니모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결국 '현실판 니모를 잡아간 사람'이 된 것이다.

니모의 수난사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보인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 DW(이하 DW)는 현지 동물 보호 협회 관계자를 인용해 "독일의 수족관 상점들이 광고 주인공으로 니모를 내세운 결과 수많은 흰동가리들이 독일의 가정에서 죽어갔다. 많은 흰동가리들이 심지어 변기에 씻겨 내려갔다. 사람들이 흰동가리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니모 구하기’ 캠페인 참여 학교 학생들 (출처:CNN)
다 실바는 '니모 구하기' 재단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고 CNN은 소개했다. 그러면서 '니모 구하기' 캠페인에 참여 중인 호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전했다. 학생들은 교내에 마련된 수족관에서 부화한 새끼 흰동가리들을 직접 키웠다. 야생 흰동가리 포획을 줄이기 위해 야생에서 들여온 흰동가리를 번식시켜 관상용으로 기르는 것이다. 학생들은 "우리가 번식시킨 물고기를 줄 수 있으니 사람들은 야생에서 물고기들을 데려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지난 7년 동안 펼쳐온 '니모 구하기' 작전이다.

"도리도 위험" ... 어렵게 양식 성공

니모의 인기는 2016년 개봉한 속편 <도리를 찾아서>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도리'의 모델은 '블루탱(Blue Tang)'이라는 종이다. 외신들은 '도리를 찾아서' 개봉 전부터 블루탱도 흰동가리처럼 영화 때문에 수난을 겪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블루탱 역시 인기 종으로 '도리를 찾아서' 개봉 전 이미 매년 30만 마리가 미국에 관상용으로 수입됐다.


특히, 블루탱은 흰동가리와 비교하면 알과 갓 부화한 새끼의 몸집이 너무 작아 양식을 통해 성체로 만들기가 훨씬 어렵다고 한다. DW에 따르면, 알에서 부화해도 몸길이가 2mm도 채 안되는데다 입도 없고 눈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그래서 전 세계 수많은 연구팀이 블루탱 포획 번식에 도전했다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미국 플로리다 연구팀이 새끼 블루탱 먹이인 미세 갑각류를 블루탱에게 먹이는 데 성공해 블루탱 번식을 처음 성공시켰다. 영화 개봉 몇 달 뒤인 2016년 9월에 거둔 성과였다.

하지만 DW는 양식 블루탱의 가격이 야생 블루탱보다 훨씬 비싸다고 지적했다. 야생 블루탱 포획을 획기적으로 줄이기에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삶의 터전 '산호초'도 사라져가

흰동가리와 블루탱은 산호초와 공생관계인 이유로 '산호초 물고기'로도 잘 알려져있다. '니모를 찾아서'의 배경인 호주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3000개 이상의 산호초가 있다.

그런데 해양 생물학자들은 산호초 물고기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새롭고 더 파괴적인 도전', 즉 '기후변화'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지구 상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산호초가 분필처럼 하얗게 변하며 죽는 '산호 표백'이라는 백화(白化)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산호초 백화현상 (출처: Climate Central)
지난 2016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금처럼 백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대산호초 존속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고, 지난 4월 과학저널 '네이처'는 "해양 폭염 탓에 최근 2년 동안 대산호초의 절반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DW는 여기에 더해 어부들이 산호초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시안화나트륨도 산호초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획과, 포획으로 인한 산호초 파괴, 지구온난화로 인한 산호초 대량파괴가 동시에 일어나 니모와 도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화석 연료 사용 자제를 호소한 해양 전문가의 인터뷰와 함께 "흰동가리와 같은 해양 생물들에게는 지금 '니모 살리기' 캠페인보다 훨씬 더 과감한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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