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댓글 공작, 쌍용차 사태의 ‘나비 효과’였나

입력 2018.08.28 (14:53) 수정 2018.08.2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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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드루킹 댓글, 19대 대선 댓글 기계… '댓글 사건'의 홍수입니다. 관심의 끈을 잠시 놓으면 서로 헷갈릴 정도입니다. 이런 와중에 비교적 관심이 덜한 사건이 있습니다. MB 경찰의 댓글 공작 의혹입니다.

■ 6개월째 특별수사, 성과는?

사건은 이명박 정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경찰이 전국적으로 댓글 전담팀을 꾸려 '親정부여당, 反야당' 댓글 활동을 펼쳤다는 게 의혹의 큰 줄기입니다. 주로 문제가 되는 시기는 2010년~2012년 사이입니다. 경찰청은 지난 3월 특별수사단을 꾸렸습니다. 6개월째 특별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례적으로 긴 수사입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전국 경찰의 보안, 정보, 홍보부서 수십여 곳을 압수수색했다.경찰 특별수사단은 전국 경찰의 보안, 정보, 홍보부서 수십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별수사단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경찰청 전 정보국장과 보안국장 등 간부 3인을 지목했습니다. 간부 3인에 대한 구속영장은 일단 기각됐지만, 수사의 정점은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입니다. 조만간 소환할 예정입니다.

■ 또 조현오 청장…'쌍용차 인터넷 대응팀' 확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퇴임 이후 여러 차례 뉴스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부산 건설업자 뇌물 사건, 최근에는 장자연 사건까지. 그리고 오늘 조현오 전 청장이 또 다른 사건에서 재차 거론됐습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9년 전 쌍용차 강경 진압의 내막을 발표했습니다. 유례없었던 당시 강경 진압의 배경으로 조현오와 청와대를 꼽았습니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 씨가 강경 진압을 반대하던 경찰청장을 건너뛰고,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작전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쌍용차 사태 당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댓글 부대’ 활동을 지시했다.쌍용차 사태 당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댓글 부대’ 활동을 지시했다.

진상조사위의 발표 내용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입니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50여 명으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인터넷에서 일반 시민인 것처럼 활동하며, 쌍용차 노조를 비난하는 댓글을 집중적으로 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쌍용차 사태에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 것 같다"

조현오 전 청장은 자신이 쌍용차 댓글 활동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대면조사에서 조 전 청장은 자신의 소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경찰의 쌍용차 인터넷 대응이 이뤄진 것은 지난 2009년. 본격적인 경찰의 '댓글 공작' 의혹은 2010년~2012년입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조현오 씨가)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이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 것 같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쌍용차 사태에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밝혔다.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쌍용차 사태에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의 평가가 맞다면, 쌍용차 사태는 경찰 댓글 활동의 시초가 된 셈입니다. 조현오 전 청장은 당시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이후, 경기경찰청의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일종의 '나비 효과'를 일으킨 점은 분명해지는 것입니다.

경찰의 댓글 공작 의혹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조현오 전 청장의 주장처럼 정당한 댓글 활동으로 인정받을 것인지, 아니면 국정원·군과 마찬가지로 불법 댓글 공작으로 처벌받을 것인지. 앞으로 재판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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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댓글 공작, 쌍용차 사태의 ‘나비 효과’였나
    • 입력 2018-08-28 14:53:42
    • 수정2018-08-28 19:24:21
    취재K
국정원 댓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드루킹 댓글, 19대 대선 댓글 기계… '댓글 사건'의 홍수입니다. 관심의 끈을 잠시 놓으면 서로 헷갈릴 정도입니다. 이런 와중에 비교적 관심이 덜한 사건이 있습니다. MB 경찰의 댓글 공작 의혹입니다.

■ 6개월째 특별수사, 성과는?

사건은 이명박 정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경찰이 전국적으로 댓글 전담팀을 꾸려 '親정부여당, 反야당' 댓글 활동을 펼쳤다는 게 의혹의 큰 줄기입니다. 주로 문제가 되는 시기는 2010년~2012년 사이입니다. 경찰청은 지난 3월 특별수사단을 꾸렸습니다. 6개월째 특별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례적으로 긴 수사입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전국 경찰의 보안, 정보, 홍보부서 수십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별수사단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경찰청 전 정보국장과 보안국장 등 간부 3인을 지목했습니다. 간부 3인에 대한 구속영장은 일단 기각됐지만, 수사의 정점은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입니다. 조만간 소환할 예정입니다.

■ 또 조현오 청장…'쌍용차 인터넷 대응팀' 확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퇴임 이후 여러 차례 뉴스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부산 건설업자 뇌물 사건, 최근에는 장자연 사건까지. 그리고 오늘 조현오 전 청장이 또 다른 사건에서 재차 거론됐습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9년 전 쌍용차 강경 진압의 내막을 발표했습니다. 유례없었던 당시 강경 진압의 배경으로 조현오와 청와대를 꼽았습니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 씨가 강경 진압을 반대하던 경찰청장을 건너뛰고,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작전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쌍용차 사태 당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댓글 부대’ 활동을 지시했다.
진상조사위의 발표 내용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입니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50여 명으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인터넷에서 일반 시민인 것처럼 활동하며, 쌍용차 노조를 비난하는 댓글을 집중적으로 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쌍용차 사태에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 것 같다"

조현오 전 청장은 자신이 쌍용차 댓글 활동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대면조사에서 조 전 청장은 자신의 소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경찰의 쌍용차 인터넷 대응이 이뤄진 것은 지난 2009년. 본격적인 경찰의 '댓글 공작' 의혹은 2010년~2012년입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조현오 씨가)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이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 것 같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쌍용차 사태에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의 평가가 맞다면, 쌍용차 사태는 경찰 댓글 활동의 시초가 된 셈입니다. 조현오 전 청장은 당시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이후, 경기경찰청의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일종의 '나비 효과'를 일으킨 점은 분명해지는 것입니다.

경찰의 댓글 공작 의혹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조현오 전 청장의 주장처럼 정당한 댓글 활동으로 인정받을 것인지, 아니면 국정원·군과 마찬가지로 불법 댓글 공작으로 처벌받을 것인지. 앞으로 재판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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