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보훈 단체 회원이 태극기 집회 나가면 처벌받는다?

입력 2018.08.28 (16:49) 수정 2018.08.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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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전우회, 재향군인회, 국가유공자들은 태극기 집회 나가서 정부에 반대하는 건 정치활동 금지라서 안 되고...이렇게 국민의 입을 막는 것은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발상이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발언)

"국가 유공자가 244만 명이 계신다. 그분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부분은 절대적으로 막을 것이다. 정치 편향적인 집회에 나가서 단체로 어떤 의견을 피력할 때 반대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상당한 명예 손상일 수 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어제(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설전을 벌였다. 최근 보훈처가 보훈 단체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을 두고 공방이 오간 것이다.

김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훈 단체 회원들이 태극기 집회에 나갈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피 처장은 집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개인으로 참석하는 건 문제 없다고 설명했지만, 김 의원은 법 적용 대상이 '단체'로 규정돼 있지 않아 회원(개인)도 정치활동을 하면 안 되게 됐다고 반박했다. 주장이 갈린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법 조항을 다시 확인해보라"며 팽팽히 맞섰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관련 내용을 전하며 보훈처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은 "북한에서나 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윗글처럼 보훈처가 재향군인회, 고엽제전우회 등 보훈 단체 회원이 태극기 집회에 나갈 경우 형사처벌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김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법 강화 요구에 정치개입 금지·처벌조항 구체화한 보훈처

국가보훈처는 지난 17일 재향군인회, 고엽제전우회, 특수임무유공자, 참전유공자, 국가유공자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법에 명시돼있는 "(해당 단체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특정 정당의 정강(政綱)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공직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로 구체화했다. 또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을 신설했다.

이들 단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조항이 새로 생긴 건 아니다. 기존 규정이 너무 포괄적인데다 이를 어겨도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보훈처가 관련 부분 개정에 나선 것이다. 보훈 단체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은 관련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규정돼 있었다. 정부가 공훈에 보답하기 위해 보훈법을 따로 제정해 국민 세금으로 보훈 단체를 지원하는 만큼 단체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정식 국가보훈처 홍보기획팀장은 "법률안 개정은 공직선거법에 준해서 규정한 법안이다."라며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보훈 단체가 괜한 구설수에 말려들지 않도록 예방차원에서 마련한 지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보훈처가 관련법을 강화하려는 배경에는 고엽제전우회의 관제데모 의혹이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고엽제전우회가 전경련의 후원으로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반대 진영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훈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2016년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고엽제전우회를 비롯한 일부 보훈 단체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있다며 보훈처의 관리·감독과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 적용 대상은 '단체', 개인적 참여는 문제없어

김 의원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법 적용 대상이 '단체'로 규정돼 있지 않아 회원들도 정치적 활동을 하면 안 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의 주체는 모두 '단체명'으로 적시돼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 내용. 다른 법안도 법 적용 대상이 단체명으로 적시돼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 내용. 다른 법안도 법 적용 대상이 단체명으로 적시돼 있다.

최정식 팀장은 이와 관련해 "단체의 회원이라도 개인적으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단체장이나 단체 간부가 집회에 참석하거나 단상에서 정치적 발언을 할 경우엔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우진 보훈처장도 김 의원과의 설전에서 이런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단체 명의나 입장을 내세우지 않고 개인적으로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김 의원이 정무위 회의와 SNS를 통해 잇달아 주장한 것처럼 보훈 단체 회원이 태극기집회에 나가는 것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건 아니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도 관련 법에 행위 금지 대상이 단체로 규정돼 있는 만큼 단체 명의를 내세우거나 단체장·간부가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최종적 판단을 하는 사법부가 사안에 따라 개인 자격으로 행위를 한 것인지, 단체의 자격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2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고엽제전우회의 ‘북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및 국가혼란 획책하는 반정부세력 규탄대회’ 모습.2016년 2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고엽제전우회의 ‘북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및 국가혼란 획책하는 반정부세력 규탄대회’ 모습.

"보훈 단체 회원이 태극기 집회 나가면 형사처벌" → 대체로 사실 아님.

보훈처가 보훈 단체 회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이를 어길시 형사처벌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태극기 집회'에 보훈 단체 회원이 참석만 해도 처벌받는다는 김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 의원이 법 적용 대상이 '단체'로 규정돼 있지 않아 회원도 정치활동을 하면 안 되게 돼 있다고 반박한 것과 달리, 관련 법안에는 행위의 주체자가 '단체명'으로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출석한 보훈처장과 보훈처 관계자는 개인 자격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복수의 법조인들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다만 사안에 따라 단체의 자격과 개인의 자격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원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 그래서 '대체로 사실 아님.'

한편 김 의원이 "민주당은 전교조, 전공노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며 보훈처의 입법예고에 대한 비판 논거로 주장한 발언은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지난해 공무원 노조와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원천봉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국가·지방공무원법과 교원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법 개정안, 정당법 개정안 등 총 7건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는 각각 3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동참했다. 해당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자료조사 :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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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전우회, 재향군인회, 국가유공자들은 태극기 집회 나가서 정부에 반대하는 건 정치활동 금지라서 안 되고...이렇게 국민의 입을 막는 것은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발상이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발언)

"국가 유공자가 244만 명이 계신다. 그분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부분은 절대적으로 막을 것이다. 정치 편향적인 집회에 나가서 단체로 어떤 의견을 피력할 때 반대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상당한 명예 손상일 수 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어제(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설전을 벌였다. 최근 보훈처가 보훈 단체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을 두고 공방이 오간 것이다.

김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훈 단체 회원들이 태극기 집회에 나갈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피 처장은 집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개인으로 참석하는 건 문제 없다고 설명했지만, 김 의원은 법 적용 대상이 '단체'로 규정돼 있지 않아 회원(개인)도 정치활동을 하면 안 되게 됐다고 반박했다. 주장이 갈린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법 조항을 다시 확인해보라"며 팽팽히 맞섰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관련 내용을 전하며 보훈처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은 "북한에서나 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윗글처럼 보훈처가 재향군인회, 고엽제전우회 등 보훈 단체 회원이 태극기 집회에 나갈 경우 형사처벌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김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법 강화 요구에 정치개입 금지·처벌조항 구체화한 보훈처

국가보훈처는 지난 17일 재향군인회, 고엽제전우회, 특수임무유공자, 참전유공자, 국가유공자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법에 명시돼있는 "(해당 단체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특정 정당의 정강(政綱)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공직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로 구체화했다. 또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을 신설했다.

이들 단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조항이 새로 생긴 건 아니다. 기존 규정이 너무 포괄적인데다 이를 어겨도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보훈처가 관련 부분 개정에 나선 것이다. 보훈 단체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은 관련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규정돼 있었다. 정부가 공훈에 보답하기 위해 보훈법을 따로 제정해 국민 세금으로 보훈 단체를 지원하는 만큼 단체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정식 국가보훈처 홍보기획팀장은 "법률안 개정은 공직선거법에 준해서 규정한 법안이다."라며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보훈 단체가 괜한 구설수에 말려들지 않도록 예방차원에서 마련한 지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보훈처가 관련법을 강화하려는 배경에는 고엽제전우회의 관제데모 의혹이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고엽제전우회가 전경련의 후원으로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반대 진영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훈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2016년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고엽제전우회를 비롯한 일부 보훈 단체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있다며 보훈처의 관리·감독과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 적용 대상은 '단체', 개인적 참여는 문제없어

김 의원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법 적용 대상이 '단체'로 규정돼 있지 않아 회원들도 정치적 활동을 하면 안 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의 주체는 모두 '단체명'으로 적시돼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 내용. 다른 법안도 법 적용 대상이 단체명으로 적시돼 있다.
최정식 팀장은 이와 관련해 "단체의 회원이라도 개인적으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단체장이나 단체 간부가 집회에 참석하거나 단상에서 정치적 발언을 할 경우엔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우진 보훈처장도 김 의원과의 설전에서 이런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단체 명의나 입장을 내세우지 않고 개인적으로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김 의원이 정무위 회의와 SNS를 통해 잇달아 주장한 것처럼 보훈 단체 회원이 태극기집회에 나가는 것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건 아니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도 관련 법에 행위 금지 대상이 단체로 규정돼 있는 만큼 단체 명의를 내세우거나 단체장·간부가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최종적 판단을 하는 사법부가 사안에 따라 개인 자격으로 행위를 한 것인지, 단체의 자격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2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고엽제전우회의 ‘북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및 국가혼란 획책하는 반정부세력 규탄대회’ 모습.
"보훈 단체 회원이 태극기 집회 나가면 형사처벌" → 대체로 사실 아님.

보훈처가 보훈 단체 회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이를 어길시 형사처벌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태극기 집회'에 보훈 단체 회원이 참석만 해도 처벌받는다는 김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 의원이 법 적용 대상이 '단체'로 규정돼 있지 않아 회원도 정치활동을 하면 안 되게 돼 있다고 반박한 것과 달리, 관련 법안에는 행위의 주체자가 '단체명'으로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출석한 보훈처장과 보훈처 관계자는 개인 자격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복수의 법조인들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다만 사안에 따라 단체의 자격과 개인의 자격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원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 그래서 '대체로 사실 아님.'

한편 김 의원이 "민주당은 전교조, 전공노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며 보훈처의 입법예고에 대한 비판 논거로 주장한 발언은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지난해 공무원 노조와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원천봉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국가·지방공무원법과 교원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법 개정안, 정당법 개정안 등 총 7건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는 각각 3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동참했다. 해당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자료조사 :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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