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사 체크] 제주도 땅은 진짜 중국인에게 점령되는가?

입력 2018.08.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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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제신문의 기사는 좀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습니다. (요즘 엉터리 경제분석에 잔뜩 민감해져 있어서...)

모 국회의원이 1)중국인들의 제주도 땅을 매입하는 추세가 강해서, “중국인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제주도가 점령당할 수 있다”"중국인들이 자꾸 땅을 사들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는 내용입니다. 말미에 기자가 친절하게 2)중국인의 제주도 땅 보유 비중은 <2016년 42.1%에서 2017년 43.6%로 늘었다>고 전합니다. 누가봐도 제주도땅의 절반 가량을 중국인들이 사들인 것 같습니다.

3)그러자 댓글도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점령한다'든지, '원희룡지사(중국인 무사증 제도를 도입한)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1.
중국인들이 제주에서 사들인 땅의 면적은 975만 제곱미터 (2018년 6월 기준/국토부) 정도입니다. 이는 전체 제주도 면적(18억 5천제곱미터)의 0.53%입니다. 43%가 아닙니다. 제주도 그렇게 작은 섬 아닙니다. 그럼 43%는 어디서 왔을까? 외국인들이 사들인 땅 중에 중국인 소유 토지의 비율입니다. 그러니 기사를 이렇게 수정해야합니다.

[전체 외국인들이 사들인 제주도 땅에서 중국인 소유 토지의 비중은 2016년 42.1%에서 2017년 43.6%로 늘었다]

2.
다음은 땅을 사들이는 추세입니다. 중국인들의 토지 소유는 2014년 급격히 늘어 752만 제곱미터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 2016년에는 오히려 842만 제곱미터로 줄어듭니다.
이후 다시 증가해 975만 제곱미터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추세를 봐도 중국인들이 짚어 삼킬 듯 제주도 땅을 사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3.
중국인들이 땅을 사는 것은 위험한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이 캘리포니아 땅 0.53%를 사들였다면 이제 곧 캘리포니아를 지배하게 되는 건가요?(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우리 국토의 0.2%정도는 외국인 소유입니다. 그중 절반 가량 50.9%(1억1908제곱미터/2017년 국토부)를 미국인(검은머리 미국인포함)들이 갖고있습니다. 그럼 미국인들은 이제 우리를 지배하게 될까요? 토지 소유는 외국인들의 투자방식중 비교적 양질의 투자입니다.

중국인들은 보통 이 땅에 숙박시설이나 유통시설을 짓습니다. 역시 대부분 중국 자본이 투입됩니다. 일종의 그린필드 투자(Green Field Investment)입니다. 양질입니다. 그 시설을 아무리 중국인들이나 중국 교포가 운영한다고 해도 1)그 자본이 우리나라안에서 재투자되고 2)시설물을 건설하면서 다시 투자가 이뤄지고(굴삭기라도 쓴다. 굴삭기 기사도 쓴다) 3)사람을 고용하면(직원을 죄다 중국인을 쓸 수는 없겠지요) 결국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4)결정적으로 그렇게 돈을 벌면 법인세등 세금을 우리땅에 냅니다.

이미 건설돼 가공 중인 공장을 인수하는 브라운필드 투자(Brown Field Investment)방식보다 더 우리에게 좋은 겁니다.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이나 증시에 달러만 들어와 있는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장기적인 투자입니다. 땅을 사고 유통이나 숙박시설을 짓는 투자는 언제든 쉽게 팔고 떠날 수 있는 그런 투자가 아닙니다. 물론 인바운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 시설을 주로 이용하다보니 소비한 돈의 상당 부분을 중국 자본이 다시 거둬간다는 지적은 상당부분 맞습니다. 이 투자의 유일한 단점입니다.

4.
하지만 관광수지 적자가 해마다 큰폭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토지 투자는 근본적으로 반가운 것입니다. 투자를 해놓으면 사람이 찾고 사람이 찾으면 우리에게 돈이 됩니다. 하다못해 삼겹살 한 끼라도, 마스크팩 하나라도 소비하고 나갑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사들인 토지의 대금은 또 우리 시장에 다시 투자되기 마련입니다. 그 투자는 또 크고 작은 일자리를 만들 겁니다. 기본적으로 이 거대한 자본시장에서 국경을 넘는 돈은 섞이기 마련이고, 가까운 G2 국가 중국의 자본이 우리 시장에게 일부 투자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우리 토지 소유는 남북미중이 얽혀있는 한반도 안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지난 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값이 급등했었죠. 돈값이 높아진 일본인들이 엔화를 잔뜩 싸들고 뉴욕의 초대형 빌딩까지 사들였습니다(당시 돈 9억 달러를 내며 록펠러센터까지 사들였다) 하지만 어느 미국인들이 일본이 미국을 지배하게 될까...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러다 진짜 중국인들이 우리 토지의 3%.. 5%를 사들이면 어떡할까? 그럼 혜택을 줄이면 되겠죠. 그러니 중국인들의 투자를 걱정할 필요도, 반대할 필요도 없어보입니다. 이 걱정은 마치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에서 우리 주식을 다 사들여 우리 기업을 다 지배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입니다. 우리 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은 계속 증가하다 어느순간 멈춰섰습니다...

덧붙임.
언젠가부터 특정 통계 몇 개를 조합한 주관적인 주장이 여과없이 언론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일부는 팩트를 잘못 인용하거나 부러 엉터리로 해석해서 자신의 진영논리를 강화합니다. 그럼 정치적 프레임으로 덧칠된 댓글이 이를 강화하는 구조입니다. 인과관계도 엉터리거나 순환논리의 오류에 빠지는 기사도 많습니다. 주의를 해야겠습니다. 경제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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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사 체크] 제주도 땅은 진짜 중국인에게 점령되는가?
    • 입력 2018-08-29 19:47:46
    취재K
이 경제신문의 기사는 좀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습니다. (요즘 엉터리 경제분석에 잔뜩 민감해져 있어서...)

모 국회의원이 1)중국인들의 제주도 땅을 매입하는 추세가 강해서, “중국인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제주도가 점령당할 수 있다”"중국인들이 자꾸 땅을 사들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는 내용입니다. 말미에 기자가 친절하게 2)중국인의 제주도 땅 보유 비중은 <2016년 42.1%에서 2017년 43.6%로 늘었다>고 전합니다. 누가봐도 제주도땅의 절반 가량을 중국인들이 사들인 것 같습니다.

3)그러자 댓글도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점령한다'든지, '원희룡지사(중국인 무사증 제도를 도입한)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1.
중국인들이 제주에서 사들인 땅의 면적은 975만 제곱미터 (2018년 6월 기준/국토부) 정도입니다. 이는 전체 제주도 면적(18억 5천제곱미터)의 0.53%입니다. 43%가 아닙니다. 제주도 그렇게 작은 섬 아닙니다. 그럼 43%는 어디서 왔을까? 외국인들이 사들인 땅 중에 중국인 소유 토지의 비율입니다. 그러니 기사를 이렇게 수정해야합니다.

[전체 외국인들이 사들인 제주도 땅에서 중국인 소유 토지의 비중은 2016년 42.1%에서 2017년 43.6%로 늘었다]

2.
다음은 땅을 사들이는 추세입니다. 중국인들의 토지 소유는 2014년 급격히 늘어 752만 제곱미터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 2016년에는 오히려 842만 제곱미터로 줄어듭니다.
이후 다시 증가해 975만 제곱미터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추세를 봐도 중국인들이 짚어 삼킬 듯 제주도 땅을 사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3.
중국인들이 땅을 사는 것은 위험한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이 캘리포니아 땅 0.53%를 사들였다면 이제 곧 캘리포니아를 지배하게 되는 건가요?(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우리 국토의 0.2%정도는 외국인 소유입니다. 그중 절반 가량 50.9%(1억1908제곱미터/2017년 국토부)를 미국인(검은머리 미국인포함)들이 갖고있습니다. 그럼 미국인들은 이제 우리를 지배하게 될까요? 토지 소유는 외국인들의 투자방식중 비교적 양질의 투자입니다.

중국인들은 보통 이 땅에 숙박시설이나 유통시설을 짓습니다. 역시 대부분 중국 자본이 투입됩니다. 일종의 그린필드 투자(Green Field Investment)입니다. 양질입니다. 그 시설을 아무리 중국인들이나 중국 교포가 운영한다고 해도 1)그 자본이 우리나라안에서 재투자되고 2)시설물을 건설하면서 다시 투자가 이뤄지고(굴삭기라도 쓴다. 굴삭기 기사도 쓴다) 3)사람을 고용하면(직원을 죄다 중국인을 쓸 수는 없겠지요) 결국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4)결정적으로 그렇게 돈을 벌면 법인세등 세금을 우리땅에 냅니다.

이미 건설돼 가공 중인 공장을 인수하는 브라운필드 투자(Brown Field Investment)방식보다 더 우리에게 좋은 겁니다.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이나 증시에 달러만 들어와 있는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장기적인 투자입니다. 땅을 사고 유통이나 숙박시설을 짓는 투자는 언제든 쉽게 팔고 떠날 수 있는 그런 투자가 아닙니다. 물론 인바운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 시설을 주로 이용하다보니 소비한 돈의 상당 부분을 중국 자본이 다시 거둬간다는 지적은 상당부분 맞습니다. 이 투자의 유일한 단점입니다.

4.
하지만 관광수지 적자가 해마다 큰폭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토지 투자는 근본적으로 반가운 것입니다. 투자를 해놓으면 사람이 찾고 사람이 찾으면 우리에게 돈이 됩니다. 하다못해 삼겹살 한 끼라도, 마스크팩 하나라도 소비하고 나갑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사들인 토지의 대금은 또 우리 시장에 다시 투자되기 마련입니다. 그 투자는 또 크고 작은 일자리를 만들 겁니다. 기본적으로 이 거대한 자본시장에서 국경을 넘는 돈은 섞이기 마련이고, 가까운 G2 국가 중국의 자본이 우리 시장에게 일부 투자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우리 토지 소유는 남북미중이 얽혀있는 한반도 안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지난 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값이 급등했었죠. 돈값이 높아진 일본인들이 엔화를 잔뜩 싸들고 뉴욕의 초대형 빌딩까지 사들였습니다(당시 돈 9억 달러를 내며 록펠러센터까지 사들였다) 하지만 어느 미국인들이 일본이 미국을 지배하게 될까...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러다 진짜 중국인들이 우리 토지의 3%.. 5%를 사들이면 어떡할까? 그럼 혜택을 줄이면 되겠죠. 그러니 중국인들의 투자를 걱정할 필요도, 반대할 필요도 없어보입니다. 이 걱정은 마치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에서 우리 주식을 다 사들여 우리 기업을 다 지배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입니다. 우리 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은 계속 증가하다 어느순간 멈춰섰습니다...

덧붙임.
언젠가부터 특정 통계 몇 개를 조합한 주관적인 주장이 여과없이 언론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일부는 팩트를 잘못 인용하거나 부러 엉터리로 해석해서 자신의 진영논리를 강화합니다. 그럼 정치적 프레임으로 덧칠된 댓글이 이를 강화하는 구조입니다. 인과관계도 엉터리거나 순환논리의 오류에 빠지는 기사도 많습니다. 주의를 해야겠습니다. 경제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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