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고비 맞는 ‘9월 한반도’, 특사 카드 ‘반전 드라마’ 될까?

입력 2018.08.3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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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9월이다. 4월 말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한반도 정세도 9월 결정적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 최대 행사인 9.9절과 3차 남북정상회담, 유엔총회 등 9월 한반도 이벤트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큰 고비를 맞고 있는 한반도 평화 여정도 향후 순항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8월 마지막 날 전격 발표된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 사태를 맞은 북미 관계는 물론 9월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남북미중(南北美中)' 4국은 어떤 셈법 속에 9월 한반도를 맞고 있을까? 정부의 특사 파견은 과연 북미 교착 국면을 되돌릴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까?


■ 전격적인 '대북 특사' 카드, 북미 중재도 가능할까?

정부가 대북 특사 파견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3월 초 특사 파견이후 6개월만이다.

청와대는 "아무래도 중요한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남북이 긴밀하게, 농도 있는 회담을 하기 위해 특사가 평양에 가기로 했다"면서 "남북이 여러 경로로 특사 파견 문제를 협의해왔고, 이 시점에서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월 5일 방북길에 오르는 이번 대북 특사단의 1차 임무는 9월 중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한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일정 확정 등 제반 협의가 될 전망이다.

대북 특사 파견 발표하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대북 특사 파견 발표하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하지만 최대 관심은 좀처럼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의 중재 가능성이다.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 등 9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에 선(先) 종전선언과 선(先) 비핵화 요구를 절충한 중재안을 제시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이른바 '중재 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셈이다.

정부 역시 이번 대북 특사의 임무와 관련해 "대북 특사는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 개최 일정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등을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혀 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대북 특사 파견 카드가 북미 중재에서 모종의 성과를 거둘 경우, 9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3차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교착 상태의 큰 부담을 던 채 남북이 편하게 관계개선과 경협 확대, 긴장환화 방안을 논의하는 장소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아울러 북미 협상이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될 뿐 아니라 9월 말 유엔총회의 종전선언 추진 등 9월 한반도 정세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미가 정상들의 친서 외교에도 불구하고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실패한 상황에서 대북 특사 파견으로 당장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기엔 제반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게 냉정한 현실이다.

평양 김일성경기장 앞 집단체조 연습 모습(8월 초, KBS 촬영)평양 김일성경기장 앞 집단체조 연습 모습(8월 초, KBS 촬영)

■북한 '9.9절' 70주년과 김정은 메시지

대북 특사 파견 이후 9월 한반도 정세의 또 다른 분수령은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 9.9절이 될 전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초부터 신년사에서 올해 70주년인 9.9절 '민족 대경사'로 표현할 정도로 9.9절 행사 준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따라서 행사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몇 달 전부터 평양 시내 곳곳에서는 10만 명 규모의 집단 체조를 준비하는 모습이 쉽게 발견됐고, 최근 평양 시내 한복판 김일성광장에서는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위성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일성 광장 열병식 연습 추정 모습(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 촬영)김일성 광장 열병식 연습 추정 모습(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 촬영)

대외적으로 9.9절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외교 성과를 총결산하는 의미가 있다.

북미 교착 상태로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집권 이후 핵 무력 완성을 통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경제 건설에 매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자평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을 대외 메시지다.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 등 최근 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김정은 위원장이 9.9절 행사장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9월 한반도 정세 전반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폼페이오의 방북을 취소시킨 채 대북 압박 공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9.9절을 계기로 비핵화 의지를 공개 천명하거나 모종의 비핵화 결단을 발표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 번 급물살을 탈 기회를 맞게 된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파상 공세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며 강력히 반발하거나 열병식에서 새로운 ICBM 등을 공개하는 카드를 택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 시진핑 중국 주석, 9.9절 방북 강행할까?

또 하나 '9월 한반도 정세'를 가를 변수 중 하나는 시진핑 주석의 방북 여부다.

아직 북·중 양국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외교가에서는 지난달부터 시진핑 주석의 '9.9절 방중설'이 유력하게 제기돼왔고 실제로 이를 준비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방북이 성사될 경우 시 주석은 2013년 취임 이후 처음,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서는 2005년 후진타오 당시 주석 이후 13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9.9절 선물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북미 교착 상황의 '중국 배후설'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서면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선택의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북·중 밀착관계를 과시하려던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시 주석 본인 역시 자칫 미·중 갈등을 심화시키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북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시진핑 주석이 방북을 강행해 김정은 위원장과 종전선언-대북제재 완화의 목소리를 높일 경우 미·중 관계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대화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북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급 특사를 파견하는 선에서 자신의 방북 문제를 매듭지을 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9.9절 70주년, 남북 정상회담, 유엔총회 등 외교적 빅이벤트가 몰려있는 9월의 한반도, 이 9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분단 70여 년 만에 힘겹게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기회도 그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교착 상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전격적인 '대북 특사' 카드는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결정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자 승부수로 해석된다.

특사 파견을 통한 정부의 북미 중재는 과연 '반전(反轉)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운명의 9월'을 맞은 한반도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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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31 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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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9월이다. 4월 말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한반도 정세도 9월 결정적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 최대 행사인 9.9절과 3차 남북정상회담, 유엔총회 등 9월 한반도 이벤트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큰 고비를 맞고 있는 한반도 평화 여정도 향후 순항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8월 마지막 날 전격 발표된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 사태를 맞은 북미 관계는 물론 9월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남북미중(南北美中)' 4국은 어떤 셈법 속에 9월 한반도를 맞고 있을까? 정부의 특사 파견은 과연 북미 교착 국면을 되돌릴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까?


■ 전격적인 '대북 특사' 카드, 북미 중재도 가능할까?

정부가 대북 특사 파견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3월 초 특사 파견이후 6개월만이다.

청와대는 "아무래도 중요한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남북이 긴밀하게, 농도 있는 회담을 하기 위해 특사가 평양에 가기로 했다"면서 "남북이 여러 경로로 특사 파견 문제를 협의해왔고, 이 시점에서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월 5일 방북길에 오르는 이번 대북 특사단의 1차 임무는 9월 중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한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일정 확정 등 제반 협의가 될 전망이다.

대북 특사 파견 발표하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하지만 최대 관심은 좀처럼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의 중재 가능성이다.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 등 9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에 선(先) 종전선언과 선(先) 비핵화 요구를 절충한 중재안을 제시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이른바 '중재 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셈이다.

정부 역시 이번 대북 특사의 임무와 관련해 "대북 특사는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 개최 일정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등을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혀 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대북 특사 파견 카드가 북미 중재에서 모종의 성과를 거둘 경우, 9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3차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교착 상태의 큰 부담을 던 채 남북이 편하게 관계개선과 경협 확대, 긴장환화 방안을 논의하는 장소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아울러 북미 협상이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될 뿐 아니라 9월 말 유엔총회의 종전선언 추진 등 9월 한반도 정세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미가 정상들의 친서 외교에도 불구하고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실패한 상황에서 대북 특사 파견으로 당장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기엔 제반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게 냉정한 현실이다.

평양 김일성경기장 앞 집단체조 연습 모습(8월 초, KBS 촬영)
■북한 '9.9절' 70주년과 김정은 메시지

대북 특사 파견 이후 9월 한반도 정세의 또 다른 분수령은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 9.9절이 될 전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초부터 신년사에서 올해 70주년인 9.9절 '민족 대경사'로 표현할 정도로 9.9절 행사 준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따라서 행사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몇 달 전부터 평양 시내 곳곳에서는 10만 명 규모의 집단 체조를 준비하는 모습이 쉽게 발견됐고, 최근 평양 시내 한복판 김일성광장에서는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위성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일성 광장 열병식 연습 추정 모습(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 촬영)
대외적으로 9.9절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외교 성과를 총결산하는 의미가 있다.

북미 교착 상태로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집권 이후 핵 무력 완성을 통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경제 건설에 매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자평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을 대외 메시지다.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 등 최근 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김정은 위원장이 9.9절 행사장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9월 한반도 정세 전반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폼페이오의 방북을 취소시킨 채 대북 압박 공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9.9절을 계기로 비핵화 의지를 공개 천명하거나 모종의 비핵화 결단을 발표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 번 급물살을 탈 기회를 맞게 된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파상 공세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며 강력히 반발하거나 열병식에서 새로운 ICBM 등을 공개하는 카드를 택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 시진핑 중국 주석, 9.9절 방북 강행할까?

또 하나 '9월 한반도 정세'를 가를 변수 중 하나는 시진핑 주석의 방북 여부다.

아직 북·중 양국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외교가에서는 지난달부터 시진핑 주석의 '9.9절 방중설'이 유력하게 제기돼왔고 실제로 이를 준비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방북이 성사될 경우 시 주석은 2013년 취임 이후 처음,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서는 2005년 후진타오 당시 주석 이후 13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9.9절 선물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북미 교착 상황의 '중국 배후설'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서면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선택의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북·중 밀착관계를 과시하려던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시 주석 본인 역시 자칫 미·중 갈등을 심화시키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북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시진핑 주석이 방북을 강행해 김정은 위원장과 종전선언-대북제재 완화의 목소리를 높일 경우 미·중 관계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대화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북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급 특사를 파견하는 선에서 자신의 방북 문제를 매듭지을 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9.9절 70주년, 남북 정상회담, 유엔총회 등 외교적 빅이벤트가 몰려있는 9월의 한반도, 이 9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분단 70여 년 만에 힘겹게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기회도 그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교착 상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전격적인 '대북 특사' 카드는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결정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자 승부수로 해석된다.

특사 파견을 통한 정부의 북미 중재는 과연 '반전(反轉)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운명의 9월'을 맞은 한반도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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