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성태 “소득주도성장 찬성은 리얼미터 여론조작”…사실일까?

입력 2018.09.03 (19:04) 수정 2018.09.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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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태 원내대표 발언 현장.


"리얼미터가 여론조작에 가까운 문항을 구성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공개 조작성장, 여론조작 성장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사흘 전(8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정책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한 주장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최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문항 구성이 잘못됐다며 "조작된 결과를 두고 국민 다수가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한다고 정부·여당이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2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소득주도성장의 기본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5.9%로 나타났다. '전면 폐지' 응답은 33.4%, '잘 모름'은 10.7%였다.
(☞ 해당 조사 결과 링크: http://goo.gl/M7ZLdr)

김 원내대표는 리얼미터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도 알만한 조작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하청업체나 다름없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리얼미터가 여론조작 수준의 문항 구성을 한 것이 맞을까? 여론조사 기관이 여론조작에 앞장섰다면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도마에 오른 리얼미터 질문지 내용은?

김 원내대표가 지적한 리얼미터의 세부적인 질문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질문지 내용이 응답자에게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만 담겨있어 찬성 답변을 유도했다는 것이 김성태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 관련 조사는 정책의 목적이나 기본적인 내용을 알려줘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정책명만 알려주고 의견을 묻는 것이 더 큰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이어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는 주제에 대해선 "조사 시점에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과 찬반 양측의 입장을 반영해 질문지를 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쟁점과 찬반 양측의 입장을 질문지에 반영하는 건 2005년 회사 설립 이후 조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확립한 원칙으로, 리얼미터는 정부가 공식 발행한 문서와 주요 언론의 기사 내용을 토대로 회의를 거쳐 문구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대립 진영이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구미에 맞는 결과를 논거로 삼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치인이 특정 조사 결과를 자신의 시각으로 재단해 '여론 조작'이라고 공언하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권 실장은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질문한 여론조사들, 긍정 여론 많아

비슷한 시기에 한국갤럽과 여의도연구원에서도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모두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은 자유한국당의 정책연구소인 만큼 김성태 원내대표가 '여론조작'이라고 주장한 리얼미터 조사와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
먼저 한국갤럽은 지난 28~30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6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해당 조사 결과 링크: http://goo.gl/osMipW) 질문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2,0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는 ‘효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28.3%)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95% 신뢰 수준에 ±2.17%포인트) `부분적 보완'(19.9%)과 `정책 방향 수정'(25.8%), `정책 폐기'(21.0%), '잘 모름'(5.0%)이 그 뒤를 이었다.
(☞ 해당 조사 결과 링크: https://goo.gl/2dPzfb☞

여의도연구원은 다만, `부분적 보완'(19.9%)까지 긍정적 인식으로 분류할 경우 기본방향 유지(48.2%)와 수정·폐지(46.8%)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적시했다. 부분 보완을 긍정으로 보지 않는다해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긍정하는 여론이 가장 많다는 조사 결과다. 질문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내용만 보면 한국갤럽과 여의도연구원의 질문지는 리얼미터에 비해 간단했다. 특히 한국갤럽과 여의도연구원의 질문 내용은 거의 같았지만 응답 항목에선 차이를 보였다. 한국갤럽은 선택지를 `찬성-반대'로 단순화한 반면 여의도연구원은 5가지로 세분화했다. 한국갤럽은 서면조사가 아닌 전화조사라는 점을 감안해 문항을 최대한 단순하게 짰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크>그렇다면 단순한 질문이 아닌 정책 내용을 설명한 리얼미터의 질문지가 왜곡을 초래한 것이 맞을까?

"리얼미터 조사 문제없어"…"비판의 빌미 제공" 소수 의견도

복수의 여론조사·통계학 전문가와 학회에 위 2개 여론조사 내용과 함께 리얼미터 조사의 적절성에 대한 검증을 의뢰했다. 그 결과 대부분 리얼미터 조사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김성태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악의적인 여론조작'으로 보진 않았다.

한국조사연구학회 학술이사인 이윤석 교수(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는 리얼미터의 질문지 내용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한국조사연구학회는 사회과학과 여론조사·통계학 분야의 학자·실무 전문가들의 연구 모임이다.

이 교수는 "정책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문항에 구체적인 정보를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다. 문항 내용 자체를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정책의 목표를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목표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리얼미터가 조사 대상자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려고 일부러 좋은 내용만 넣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이윤석 교수는 리얼미터가 제시한 선택지 1번 내용인 '효과가 미흡하지만 겨우 1년 지났으므로 기본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문항에서 '겨우'라는 감정적 표현을 쓴 것은 여론조사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겨우'라는 표현 하나가 전체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발생시켰다고 보진 않았다.

이윤석 교수는 "설문이 논란이 될 경우 같은 주제를 조사한 걸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결과가 비슷할 경우 문항 내용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리얼미터, 한국갤럽,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모두 비교했을 때, 모두 소득주도성장에 긍정적인 여론이 높았다. 특히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조사 결과(`부분적 보완' 합산 시, 긍정(48.2%)-부정(46.8%))를 감안하면 리얼미터 조사를 '여론 조작'으로 볼 순 없다는 분석이다.

김현식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의도연구원의 조사는 3번 답변(`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정책 방향을 수정·보완해야 한다'-25.8%)까지 소득주도성장 찬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3번 항의 표현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화로 설명을 듣는 조사 대상자의 입장에선 뭉뚱그려 긍정 의견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한국갤럽 조사서도 찬성 60%로 나온 걸 보면 오히려 리얼미터 조사(찬성 55.9%)가 실제보다 과소추정이 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정확한 의미와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설문은 오히려 문제가 있는 설문이다."라며 "그런 점에서 리얼미터 설문이 가장 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희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겨우 1년'이란 표현이 특정 응답을 유도하는 것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또 "리얼미터의 선택지 1, 2번이 대칭적이지 않다."며 "여론조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의에 대해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특히 마지막 부분 '사회안전망 확충이 소득을 높이고 성장을 추진한다'는 표현은 리얼미터가 아무리 정부 자료와 언론보도에서 뽑아낸 내용이라고 해도 논쟁의 여지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리얼미터 조사가 비판의 빌미를 준 부분이 있지만, 악의적인 여론조작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통계학회 회장인 김충락 부산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여의도연구원의 설문조사 표본과 통계처리 부분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항 자체에 특별한 오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할 때 표본을 가지고 전체를 추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표본추출방법이 타당한 것이라면 어떤 표본을 택하더라도 그로 인해 나온 결과는 서로 인정하는 것이 맞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표본을 수집해서 조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매번 전수조사를 할 수는 없는 만큼 자료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설문 문항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일 수 있는 만큼 특정 당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터무니없는 트집으로 볼 순 없다."면서 쓸데없는 논란을 줄이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론이 여론조사의 결과만 부각해 보도할 것이 아니라 질문지와 선택지 문항도 함께 명시해 이를 본 독자들이 더욱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팩트체크 결과/김성태 "리얼미터가 여론조작" → 전혀 사실 아님.

KBS가 검증을 의뢰한 복수의 전문가와 학회에서는 "리얼미터가 여론조작에 가까운 문항을 구성했다."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주장이 "과도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리얼미터 조사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그것이 의도된 여론조작이라고 보진 않았다.

또한 자유한국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과 한국갤럽이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가장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리얼미터의 조사가 '여론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래서 김성태 "리얼미터가 여론조작에 가까운 문항을 구성했다" → 전혀 사실 아님.

다만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기관이나 개인마다 해석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저마다의 선입견을 품은 채로 전화설문에 응하는 순간 질문지 문구에 반응하는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 전문가들이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질문지 문항과 조사자 행동 간의 상관관계를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여지를 둔 점, 기본적으로 통계와 여론조사 결과의 해석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여론조사 기관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항상 꼭 유념해야하는 부분이다.

자료조사 :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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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 김성태 “소득주도성장 찬성은 리얼미터 여론조작”…사실일까?
    • 입력 2018-09-03 19:04:44
    • 수정2018-09-03 20: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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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태 원내대표 발언 현장.


"리얼미터가 여론조작에 가까운 문항을 구성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공개 조작성장, 여론조작 성장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사흘 전(8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정책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한 주장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최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문항 구성이 잘못됐다며 "조작된 결과를 두고 국민 다수가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한다고 정부·여당이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2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소득주도성장의 기본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5.9%로 나타났다. '전면 폐지' 응답은 33.4%, '잘 모름'은 10.7%였다.
(☞ 해당 조사 결과 링크: http://goo.gl/M7ZLdr)

김 원내대표는 리얼미터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도 알만한 조작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하청업체나 다름없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리얼미터가 여론조작 수준의 문항 구성을 한 것이 맞을까? 여론조사 기관이 여론조작에 앞장섰다면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도마에 오른 리얼미터 질문지 내용은?

김 원내대표가 지적한 리얼미터의 세부적인 질문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질문지 내용이 응답자에게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만 담겨있어 찬성 답변을 유도했다는 것이 김성태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 관련 조사는 정책의 목적이나 기본적인 내용을 알려줘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정책명만 알려주고 의견을 묻는 것이 더 큰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이어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는 주제에 대해선 "조사 시점에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과 찬반 양측의 입장을 반영해 질문지를 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쟁점과 찬반 양측의 입장을 질문지에 반영하는 건 2005년 회사 설립 이후 조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확립한 원칙으로, 리얼미터는 정부가 공식 발행한 문서와 주요 언론의 기사 내용을 토대로 회의를 거쳐 문구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대립 진영이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구미에 맞는 결과를 논거로 삼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치인이 특정 조사 결과를 자신의 시각으로 재단해 '여론 조작'이라고 공언하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권 실장은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질문한 여론조사들, 긍정 여론 많아

비슷한 시기에 한국갤럽과 여의도연구원에서도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모두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은 자유한국당의 정책연구소인 만큼 김성태 원내대표가 '여론조작'이라고 주장한 리얼미터 조사와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
먼저 한국갤럽은 지난 28~30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6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해당 조사 결과 링크: http://goo.gl/osMipW) 질문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2,0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는 ‘효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28.3%)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95% 신뢰 수준에 ±2.17%포인트) `부분적 보완'(19.9%)과 `정책 방향 수정'(25.8%), `정책 폐기'(21.0%), '잘 모름'(5.0%)이 그 뒤를 이었다.
(☞ 해당 조사 결과 링크: https://goo.gl/2dPzfb☞

여의도연구원은 다만, `부분적 보완'(19.9%)까지 긍정적 인식으로 분류할 경우 기본방향 유지(48.2%)와 수정·폐지(46.8%)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적시했다. 부분 보완을 긍정으로 보지 않는다해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긍정하는 여론이 가장 많다는 조사 결과다. 질문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내용만 보면 한국갤럽과 여의도연구원의 질문지는 리얼미터에 비해 간단했다. 특히 한국갤럽과 여의도연구원의 질문 내용은 거의 같았지만 응답 항목에선 차이를 보였다. 한국갤럽은 선택지를 `찬성-반대'로 단순화한 반면 여의도연구원은 5가지로 세분화했다. 한국갤럽은 서면조사가 아닌 전화조사라는 점을 감안해 문항을 최대한 단순하게 짰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크>그렇다면 단순한 질문이 아닌 정책 내용을 설명한 리얼미터의 질문지가 왜곡을 초래한 것이 맞을까?

"리얼미터 조사 문제없어"…"비판의 빌미 제공" 소수 의견도

복수의 여론조사·통계학 전문가와 학회에 위 2개 여론조사 내용과 함께 리얼미터 조사의 적절성에 대한 검증을 의뢰했다. 그 결과 대부분 리얼미터 조사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김성태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악의적인 여론조작'으로 보진 않았다.

한국조사연구학회 학술이사인 이윤석 교수(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는 리얼미터의 질문지 내용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한국조사연구학회는 사회과학과 여론조사·통계학 분야의 학자·실무 전문가들의 연구 모임이다.

이 교수는 "정책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문항에 구체적인 정보를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다. 문항 내용 자체를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정책의 목표를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목표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리얼미터가 조사 대상자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려고 일부러 좋은 내용만 넣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이윤석 교수는 리얼미터가 제시한 선택지 1번 내용인 '효과가 미흡하지만 겨우 1년 지났으므로 기본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문항에서 '겨우'라는 감정적 표현을 쓴 것은 여론조사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겨우'라는 표현 하나가 전체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발생시켰다고 보진 않았다.

이윤석 교수는 "설문이 논란이 될 경우 같은 주제를 조사한 걸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결과가 비슷할 경우 문항 내용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리얼미터, 한국갤럽,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모두 비교했을 때, 모두 소득주도성장에 긍정적인 여론이 높았다. 특히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조사 결과(`부분적 보완' 합산 시, 긍정(48.2%)-부정(46.8%))를 감안하면 리얼미터 조사를 '여론 조작'으로 볼 순 없다는 분석이다.

김현식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의도연구원의 조사는 3번 답변(`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정책 방향을 수정·보완해야 한다'-25.8%)까지 소득주도성장 찬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3번 항의 표현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화로 설명을 듣는 조사 대상자의 입장에선 뭉뚱그려 긍정 의견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한국갤럽 조사서도 찬성 60%로 나온 걸 보면 오히려 리얼미터 조사(찬성 55.9%)가 실제보다 과소추정이 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정확한 의미와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설문은 오히려 문제가 있는 설문이다."라며 "그런 점에서 리얼미터 설문이 가장 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희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겨우 1년'이란 표현이 특정 응답을 유도하는 것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또 "리얼미터의 선택지 1, 2번이 대칭적이지 않다."며 "여론조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의에 대해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특히 마지막 부분 '사회안전망 확충이 소득을 높이고 성장을 추진한다'는 표현은 리얼미터가 아무리 정부 자료와 언론보도에서 뽑아낸 내용이라고 해도 논쟁의 여지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리얼미터 조사가 비판의 빌미를 준 부분이 있지만, 악의적인 여론조작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통계학회 회장인 김충락 부산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여의도연구원의 설문조사 표본과 통계처리 부분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항 자체에 특별한 오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할 때 표본을 가지고 전체를 추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표본추출방법이 타당한 것이라면 어떤 표본을 택하더라도 그로 인해 나온 결과는 서로 인정하는 것이 맞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표본을 수집해서 조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매번 전수조사를 할 수는 없는 만큼 자료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설문 문항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일 수 있는 만큼 특정 당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터무니없는 트집으로 볼 순 없다."면서 쓸데없는 논란을 줄이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론이 여론조사의 결과만 부각해 보도할 것이 아니라 질문지와 선택지 문항도 함께 명시해 이를 본 독자들이 더욱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팩트체크 결과/김성태 "리얼미터가 여론조작" → 전혀 사실 아님.

KBS가 검증을 의뢰한 복수의 전문가와 학회에서는 "리얼미터가 여론조작에 가까운 문항을 구성했다."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주장이 "과도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리얼미터 조사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그것이 의도된 여론조작이라고 보진 않았다.

또한 자유한국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과 한국갤럽이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가장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리얼미터의 조사가 '여론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래서 김성태 "리얼미터가 여론조작에 가까운 문항을 구성했다" → 전혀 사실 아님.

다만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기관이나 개인마다 해석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저마다의 선입견을 품은 채로 전화설문에 응하는 순간 질문지 문구에 반응하는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 전문가들이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질문지 문항과 조사자 행동 간의 상관관계를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여지를 둔 점, 기본적으로 통계와 여론조사 결과의 해석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여론조사 기관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항상 꼭 유념해야하는 부분이다.

자료조사 :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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