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평균 7.7kg…아이 어깨에 큰 생수 4병

입력 2018.09.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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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7.7kg...넌 누구냐?

평균 7.7kg. 무슨 무게인지 짐작하시겠습니까? 신생아 평균 몸무게라기에는 너무 터무니 없고 초등학생 평균 몸무게라기에는 너무 가볍고...... 그럼 뭘까? 일본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평균 '책가방' 무게다. 우리가 마시는 2리터짜리 페트병 음료수 4개 정도의 무게다. 10kg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은 이사 중?...책가방이 걸어간다

최근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킨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제목은 '책가방이 무거워'. 책가방을 비롯해 동아리 활동 등에 필요한 것까지 챙겨 등교하는 학생의 모습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인데 마치 책가방에 끌려가는 듯하다. 등교하는 건지 짐을 옮기는 건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무게를 재보니 18㎏이 넘었다. 동영상 속 학생은 "너무 무거워서 몸이 뒤로 넘어갈 것 같다"고 항변한다. 어른이 잠시 체험을 해봤는데 어깨 부근이 빨갛게 되면서 피멍이 잡혔다.


#성장에 악영향...초등생은 2~3kg 넘지 않아야

자기 체중의 10~20% 이상을 메고 다니면 몸에 영향이 있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일본 초등학생 평균 체중은 1학년이 약 20kg, 6학년이 38kg이다. 이 수치를 감안하면 초등 저학년생의 경우 책가방 무게가 2~3kg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어린시절 오랫동안 무거운 물건을 메고 다니면 허리의 변형과 나쁜 자세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의는 경고했다.


#초등생도 접골원 치료...5년 전의 1.5배

일본의 접골원에서 치료(일종의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이 어린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허리 통증과 어깨결림 등을 호소해 매달 이런 치료를 받고 있단다. 이 접골원에서 요통과 어깨결림으로 치료받고 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40여 명. 5년 전에 비해 1.5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접골원 원장은 "예전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간혹 있었지만 지금은 저학년 학생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는?...과거로 돌아간 교육(탈 여유 교육,脱ゆとり教育)

일본은 2011년을 즈음해 이른바 '여유있는 교육(ゆとり教育)'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일본에서는 이를 '탈 여유 교육(脱ゆとり教育)'이라고 부른다. 학생들의 기초 학력과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다. 2002년 과도한 주입식 교육과 성적 위주 교육의 병폐를 바로 잡고,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 실시한 교육정책이 10년도 못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거다. 이에 따라 교과서에 대한 대대적인 보강이 이뤄졌다. 내용과 더불어 사진과 도표, 삽화 등이 크게 늘어났다. 국어와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요 4과목의 페이지 수가 35% 가량 증가했다. 교과서 크기도 1.5배로 커졌다. 교과서 수도 늘어났다. 중학교 국어의 경우 기존에는 교과서 1개로 배웠지만 지금은 학습노트와 자료집, 보조 교재 등 4~5개를 동시에 배우고 있다. 책가방이 무거워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부터는 도덕 과목이 추가됐고 2020년부터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게 영어가 정규 과목으로 편성된다.


#"사물함을 허(許)하라" vs "책은 전부 집으로"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학습량이 늘어나면 자연히 숙제와 예습, 복습량도 증가하기 마련. 학교에는 잠금 장치가 달린 사물함이 없는 곳이 많다. 사물함이 있어도 학교 측에서 교과서를 학교에 두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탈 유토리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당장 필요없는 책도 전부 싸들고 다녀야 하는 환경이다. 거의 매일 모든 교과서와 관련 책 등을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셈이다.


#문부과학성 "사물함을 허(許)하노라"

일본은 지금 지역별로 새학기가 시작되고 있다. 문부과학성(우리 교육부)이 학생들의 가방이 너무 무겁다는 지적을 드디어 받아들이기로 했다. 숙제가 없는 교과서는 학교에 두고 갈 수 있도록 전국 교육위원회에 요구하기로 했다. 서예 도구와 악기 등도 학교에 놓고 통학할 수 있도록 하겠단다.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한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모르는 세계를 아는 것이 재미인데 학교에 갈 때부터 고통이 되는 것이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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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4 09:39:14
    특파원 리포트
#평균 7.7kg...넌 누구냐?

평균 7.7kg. 무슨 무게인지 짐작하시겠습니까? 신생아 평균 몸무게라기에는 너무 터무니 없고 초등학생 평균 몸무게라기에는 너무 가볍고...... 그럼 뭘까? 일본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평균 '책가방' 무게다. 우리가 마시는 2리터짜리 페트병 음료수 4개 정도의 무게다. 10kg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은 이사 중?...책가방이 걸어간다

최근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킨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제목은 '책가방이 무거워'. 책가방을 비롯해 동아리 활동 등에 필요한 것까지 챙겨 등교하는 학생의 모습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인데 마치 책가방에 끌려가는 듯하다. 등교하는 건지 짐을 옮기는 건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무게를 재보니 18㎏이 넘었다. 동영상 속 학생은 "너무 무거워서 몸이 뒤로 넘어갈 것 같다"고 항변한다. 어른이 잠시 체험을 해봤는데 어깨 부근이 빨갛게 되면서 피멍이 잡혔다.


#성장에 악영향...초등생은 2~3kg 넘지 않아야

자기 체중의 10~20% 이상을 메고 다니면 몸에 영향이 있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일본 초등학생 평균 체중은 1학년이 약 20kg, 6학년이 38kg이다. 이 수치를 감안하면 초등 저학년생의 경우 책가방 무게가 2~3kg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어린시절 오랫동안 무거운 물건을 메고 다니면 허리의 변형과 나쁜 자세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의는 경고했다.


#초등생도 접골원 치료...5년 전의 1.5배

일본의 접골원에서 치료(일종의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이 어린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허리 통증과 어깨결림 등을 호소해 매달 이런 치료를 받고 있단다. 이 접골원에서 요통과 어깨결림으로 치료받고 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40여 명. 5년 전에 비해 1.5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접골원 원장은 "예전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간혹 있었지만 지금은 저학년 학생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는?...과거로 돌아간 교육(탈 여유 교육,脱ゆとり教育)

일본은 2011년을 즈음해 이른바 '여유있는 교육(ゆとり教育)'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일본에서는 이를 '탈 여유 교육(脱ゆとり教育)'이라고 부른다. 학생들의 기초 학력과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다. 2002년 과도한 주입식 교육과 성적 위주 교육의 병폐를 바로 잡고,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 실시한 교육정책이 10년도 못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거다. 이에 따라 교과서에 대한 대대적인 보강이 이뤄졌다. 내용과 더불어 사진과 도표, 삽화 등이 크게 늘어났다. 국어와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요 4과목의 페이지 수가 35% 가량 증가했다. 교과서 크기도 1.5배로 커졌다. 교과서 수도 늘어났다. 중학교 국어의 경우 기존에는 교과서 1개로 배웠지만 지금은 학습노트와 자료집, 보조 교재 등 4~5개를 동시에 배우고 있다. 책가방이 무거워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부터는 도덕 과목이 추가됐고 2020년부터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게 영어가 정규 과목으로 편성된다.


#"사물함을 허(許)하라" vs "책은 전부 집으로"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학습량이 늘어나면 자연히 숙제와 예습, 복습량도 증가하기 마련. 학교에는 잠금 장치가 달린 사물함이 없는 곳이 많다. 사물함이 있어도 학교 측에서 교과서를 학교에 두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탈 유토리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당장 필요없는 책도 전부 싸들고 다녀야 하는 환경이다. 거의 매일 모든 교과서와 관련 책 등을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셈이다.


#문부과학성 "사물함을 허(許)하노라"

일본은 지금 지역별로 새학기가 시작되고 있다. 문부과학성(우리 교육부)이 학생들의 가방이 너무 무겁다는 지적을 드디어 받아들이기로 했다. 숙제가 없는 교과서는 학교에 두고 갈 수 있도록 전국 교육위원회에 요구하기로 했다. 서예 도구와 악기 등도 학교에 놓고 통학할 수 있도록 하겠단다.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한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모르는 세계를 아는 것이 재미인데 학교에 갈 때부터 고통이 되는 것이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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