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소나타가 잘 팔리는게 현대차 직원들만 잘해서 그런건가요?

입력 2018.09.04 (11:47) 수정 2018.09.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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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취업자 증가수가 5천명에 불과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했습니다.

2010년 이후 8년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형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임금 격차가 더 큰 문젭니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국내에서 뭔가 자꾸 사업을 좀 벌여줘야 합니다.

공장도 좀 새로 짓고 그래야 거기서 일할 사람들 일자리가 늘어나는거잖아요?

그런데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지금 사라지고 있습니다.

외국에 공장을 짓지 국내엔 공장을 짓지 않는다는 얘기거든요.

최근만 보더라도 3월부터 다섯달 연속 국개 기업들의 설비투자 지수는 ‘-’를 기록했습니다.

IMF 이후 이런 ‘-’ 기록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 하지 않는 이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높은 임금, 서로를 믿지 못하는 우리 노사 관계가 큰 이유중 하나일겁니다.

‘광주형 일자리’라고 들어보셨나요?

4년전 광주광역시가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제안한 모델인데요.

광주시에 자동차 공장을 세워주면 직원들 연봉을 4천만원선으로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현대, 기아차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9400만원 정도 되니 ‘혹’하겠죠?

그렇지만 현대차 그룹은 처음엔 광주시의 이 제안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어떻게 믿느냐는거죠.

광주광역시장이 천년,만년 그 자리에 있을 것도 아니고, 몇천억 투자해서 공장 세웠다가 1,2년 지나서 옆에 있는 현대, 기아차 직원들만큼 월급 달라고 할게 뻔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지난 6월 현대차 그룹이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신 광주광역시가 1대 주주로 투자하고, 현대차는 2대 주주 자격으로 투자해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고 현재의 임금으론 채산성이 안맞는 소형 SUV를 위탁생산 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일자리 문제에 온 신경을 다 쓰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광주형 일자리 진행과정을 한국사회 노동혁명의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적정한 임금으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낸다는 목적 외에 또다른 더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를 없애보겠다는거거든요. 가능할까요? 어떻게요?

제가 처음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대해 듣고 가슴이 설랬던 것도 바로 이거였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들,딸 손자,손녀 사는 세상은 지금과 같은 격차가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했거든요.

먼저 현재의 기형적 임금 격차를 한번 볼게요.

소나타가 잘팔리고 수출 잘돼서 현대차 직원들 많은 월급 받는거, 이거 당연한 일입니다.

경영진들이 성과를 독차지하지않고 직원들에게 성과를 나눠주는거 박수쳐줄 일이죠.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소나타가 잘팔리는게 현대차 직원들만 잘해서 그런건가요? 당연히 아니죠.

수천, 수만의 부품 협력업체 직원들이 다같이 잘만들고 잘해서 그런 성과가 나온거잖아요.

그럼 그 성과를 좀 나눠줘야죠. 그런데 원,하청 기업간의 임금은 차이가 나도 정말 너무 많이 납니다.

현대,기아차 직원들 평균연봉이 9400만원이라고 했죠?

1차 협력업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900만원으로 떨어집니다.

2차 부품협력업체는 3300만원으로 내려가고, 이른바 사내하청이라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은 2300만원대까지 내려갑니다.
현대,기아차 직원들과 4배 정도 차이납니다.

같은 자동차 만드는 일을 하는건데 말이죠.

그렇다고 부품 하청업체 사장님들이 안주고 싶어 그런것도 아닙니다.

남는게 있어야 주죠.


취재중 만난 2차 협력업체 사장은 원청사에서 가장 관리하는게 바로 임률이라고 했습니다.

임률이란 부품 하나 만드는데 들어가는 인건비를 말하는데 재료비나 경비는 고정단가라

어찌 해볼 수가 없으니 하청업체들의 인건비, 임률을 직접 관리한다는 겁니다.

부품 하나 만드는데 인건비를 얼마이상 쓰지마라 한다는거죠.

그게 납품단가에 반영돼 내려오는거고요.

그러니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올려줄 수가 있겠습니까?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선 이걸 없애자는 겁니다.

새로 세워질 자동차 공장에선 1대 주주인 광주시를 중심으로 완성차와 부품 협력업체간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임금 교섭도 원,하청 기업들이 다같이 공동으로 교섭해 임금을 결정하자는 겁니다.

그러면 원하청 기업 노동자들 모두 4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다같이 잘사는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말 그대로 산업별 임금교섭을 해보자는 거고,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게 하자는‘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실험해 보자는거죠.

되면 참 좋겠지만 꿈같은 얘기죠,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요.

반대도 당연히 많습니다. 누가 반대할지는 대충 짐작가실겁니다.

현대차 경영진이 광주형 일자리 투자 의향을 밝힌 당일 현대차 노조는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일자리가 오히려 없어질 것이며, 임금격차도 더 심해진다. 현대차 경영도 위험해진다가 이유였습니다.

물론 이해는 갑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혹시 자리잡고 성공하게 되면 당연히 기존의 현대,기아차 직원들 연봉에 의심이 가게될테니까 말이죠.

현대차 노조가 속해 있는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 참여를 처음부터 거부하고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계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노동계의 동의가 없으면 설사 공장이 세워진다해도 바로 문닫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처음 도입하고 실무를 추진했던 박병규 전 광주광역시 경제 부시장은 이 실험은 우리 세대를 위한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 아들 딸의 일자리를 위한 실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계의 이해와 도움이 더 절실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사실 박병규 전시장은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지회장 출신입니다.

우리 아들, 딸들은 이런 산업구조에선 절대 자신들과 같은 위치에 올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실험이, 어찌 보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자리 실험이 지금 꼭 성공해야 한다는 호소였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실험이 성공하지 또다시 실패로 끝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훨씬 높을겁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다음 세대엔 지금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그런 일자리 구조를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광주형 일자리 실험, 자세한 실험 내용은

오늘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일자리는 정의로운가' 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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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기획 창] 소나타가 잘 팔리는게 현대차 직원들만 잘해서 그런건가요?
    • 입력 2018-09-04 11:47:37
    • 수정2018-09-04 15:47:07
    취재K
지난 7월 취업자 증가수가 5천명에 불과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했습니다.

2010년 이후 8년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형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임금 격차가 더 큰 문젭니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국내에서 뭔가 자꾸 사업을 좀 벌여줘야 합니다.

공장도 좀 새로 짓고 그래야 거기서 일할 사람들 일자리가 늘어나는거잖아요?

그런데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지금 사라지고 있습니다.

외국에 공장을 짓지 국내엔 공장을 짓지 않는다는 얘기거든요.

최근만 보더라도 3월부터 다섯달 연속 국개 기업들의 설비투자 지수는 ‘-’를 기록했습니다.

IMF 이후 이런 ‘-’ 기록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 하지 않는 이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높은 임금, 서로를 믿지 못하는 우리 노사 관계가 큰 이유중 하나일겁니다.

‘광주형 일자리’라고 들어보셨나요?

4년전 광주광역시가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제안한 모델인데요.

광주시에 자동차 공장을 세워주면 직원들 연봉을 4천만원선으로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현대, 기아차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9400만원 정도 되니 ‘혹’하겠죠?

그렇지만 현대차 그룹은 처음엔 광주시의 이 제안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어떻게 믿느냐는거죠.

광주광역시장이 천년,만년 그 자리에 있을 것도 아니고, 몇천억 투자해서 공장 세웠다가 1,2년 지나서 옆에 있는 현대, 기아차 직원들만큼 월급 달라고 할게 뻔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지난 6월 현대차 그룹이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신 광주광역시가 1대 주주로 투자하고, 현대차는 2대 주주 자격으로 투자해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고 현재의 임금으론 채산성이 안맞는 소형 SUV를 위탁생산 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일자리 문제에 온 신경을 다 쓰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광주형 일자리 진행과정을 한국사회 노동혁명의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적정한 임금으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낸다는 목적 외에 또다른 더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를 없애보겠다는거거든요. 가능할까요? 어떻게요?

제가 처음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대해 듣고 가슴이 설랬던 것도 바로 이거였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들,딸 손자,손녀 사는 세상은 지금과 같은 격차가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했거든요.

먼저 현재의 기형적 임금 격차를 한번 볼게요.

소나타가 잘팔리고 수출 잘돼서 현대차 직원들 많은 월급 받는거, 이거 당연한 일입니다.

경영진들이 성과를 독차지하지않고 직원들에게 성과를 나눠주는거 박수쳐줄 일이죠.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소나타가 잘팔리는게 현대차 직원들만 잘해서 그런건가요? 당연히 아니죠.

수천, 수만의 부품 협력업체 직원들이 다같이 잘만들고 잘해서 그런 성과가 나온거잖아요.

그럼 그 성과를 좀 나눠줘야죠. 그런데 원,하청 기업간의 임금은 차이가 나도 정말 너무 많이 납니다.

현대,기아차 직원들 평균연봉이 9400만원이라고 했죠?

1차 협력업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900만원으로 떨어집니다.

2차 부품협력업체는 3300만원으로 내려가고, 이른바 사내하청이라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은 2300만원대까지 내려갑니다.
현대,기아차 직원들과 4배 정도 차이납니다.

같은 자동차 만드는 일을 하는건데 말이죠.

그렇다고 부품 하청업체 사장님들이 안주고 싶어 그런것도 아닙니다.

남는게 있어야 주죠.


취재중 만난 2차 협력업체 사장은 원청사에서 가장 관리하는게 바로 임률이라고 했습니다.

임률이란 부품 하나 만드는데 들어가는 인건비를 말하는데 재료비나 경비는 고정단가라

어찌 해볼 수가 없으니 하청업체들의 인건비, 임률을 직접 관리한다는 겁니다.

부품 하나 만드는데 인건비를 얼마이상 쓰지마라 한다는거죠.

그게 납품단가에 반영돼 내려오는거고요.

그러니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올려줄 수가 있겠습니까?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선 이걸 없애자는 겁니다.

새로 세워질 자동차 공장에선 1대 주주인 광주시를 중심으로 완성차와 부품 협력업체간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임금 교섭도 원,하청 기업들이 다같이 공동으로 교섭해 임금을 결정하자는 겁니다.

그러면 원하청 기업 노동자들 모두 4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다같이 잘사는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말 그대로 산업별 임금교섭을 해보자는 거고,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게 하자는‘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실험해 보자는거죠.

되면 참 좋겠지만 꿈같은 얘기죠,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요.

반대도 당연히 많습니다. 누가 반대할지는 대충 짐작가실겁니다.

현대차 경영진이 광주형 일자리 투자 의향을 밝힌 당일 현대차 노조는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일자리가 오히려 없어질 것이며, 임금격차도 더 심해진다. 현대차 경영도 위험해진다가 이유였습니다.

물론 이해는 갑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혹시 자리잡고 성공하게 되면 당연히 기존의 현대,기아차 직원들 연봉에 의심이 가게될테니까 말이죠.

현대차 노조가 속해 있는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 참여를 처음부터 거부하고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계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노동계의 동의가 없으면 설사 공장이 세워진다해도 바로 문닫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처음 도입하고 실무를 추진했던 박병규 전 광주광역시 경제 부시장은 이 실험은 우리 세대를 위한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 아들 딸의 일자리를 위한 실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계의 이해와 도움이 더 절실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사실 박병규 전시장은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지회장 출신입니다.

우리 아들, 딸들은 이런 산업구조에선 절대 자신들과 같은 위치에 올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실험이, 어찌 보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자리 실험이 지금 꼭 성공해야 한다는 호소였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실험이 성공하지 또다시 실패로 끝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훨씬 높을겁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다음 세대엔 지금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그런 일자리 구조를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광주형 일자리 실험, 자세한 실험 내용은

오늘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일자리는 정의로운가' 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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