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로 시작한 정기국회…박수 받고 끝낼까?

입력 2018.09.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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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건국 100주년”…“대한민국 생일도 몰라?”

올해 정기국회 둘째날인 오늘(4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자격으로 6년 만에 연설에 나섰습니다. 정당의 기조와 정책 방향을 밝히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 대표는 "올해는 정부수립 70주년, 분단 70주년이고 내년은 3.1 운동 100주년에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순간 국회 본회의장 자유한국당 측에서 야유와 고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건국 100주년은 무슨, 대한민국 생일도 몰라?"라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이 대표가 대한민국 건국은 임시정부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건데, 광복 이후 정부 수립이 건국이라 주장하는 한국당 측이 즉각 야유를 보낸 것입니다.

한국당 의원들의 야유는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평화를 만들어냈다"거나, 연설 말미 "내년이면 대한민국은 건국 100주년을 맞이한다"고 이 대표가 재차 언급할 때도 연이어 터져나왔습니다.


“입법 개혁과제는 진척이 없어”…“청와대 하수인이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정기국회 첫날인 어제(3일)도 야유가 들려왔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때 나온 야유입니다. 문 의장은 올해 정기국회의 과제로 '촛불 혁명'의 제도적 완성을 꼽았습니다. '촛불 혁명'으로 소속당 출신 대통령이 탄핵된 한국당으로서는 불편할 수 있는 얘기였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의 불만은 문 의장이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하는 대목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당은 이미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는 북한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야유와 고성이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녹화된 영상으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문 의장이 정부 출범 첫 해 청와대는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재벌개혁 등 개혁 로드맵을 마련했지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개혁과제는 아직 진척이 없다고 말하자 "의장이 청와대 하수인이야?"라는 고성이 들려왔습니다. 문 의장의 개회사가 끝난 뒤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의례적인 박수도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정기국회 100일-국회의 시간…협치의 앞길은?

해마다 9월 1일 시작해(국회법 제4조 : 정기회는 매년 9월 1일에 집회한다. 다만, 그 날이 공휴일인 때에는 그 다음 날에 집회한다) 100일 동안 이어지는 정기국회는 국회와 각 정당의 능력과 성과, 존재감을 확인하는 '국회의 시간'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는 협치를 통해 '일 하는 국회', '성과를 내는 국회'를 만들자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습니다. 그 첫 성과로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에 실패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과 규제특구법 등 이른바 '규제개혁 법안',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등 '민생법안' 등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야 교섭단체 지도부는 모두 해당 법안들이 상당부분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있지만, 각 법안들이 계류돼있는 상임위에 알아본 바로는 아직도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고, 누구는 명분을, 누구는 실리를 챙기려하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협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언제든 '판'은 깨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면에서 정기국회 시작 이틀 연속 본회의장에 울려퍼진 야유는 올해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지도 모릅니다. 각종 쟁점법안 외에도 장관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여야가 부딪힐 만한 '지뢰' 같은 사안들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주당 129석, 한국당 112석, 바른미래당 30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 무소속 7석, 민중당과 대한애국당 각 1석. 어느 한 정당이 '힘'으로 밀어부칠 수는 없지만, 각각의 사안에 따라 연대할 경우 '숫자'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는 의석 분포입니다. 숫자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편리하지만, 협치를 실종시키고 모든 것을 멈출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99일, 각 정당은 어떤 방법으로 올해 정기국회를 풀어갈까요?

야유로 시작한 올해 정기국회는 박수를 받으며 끝날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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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유로 시작한 정기국회…박수 받고 끝낼까?
    • 입력 2018-09-04 18:04:33
    취재K
“내년은 건국 100주년”…“대한민국 생일도 몰라?”

올해 정기국회 둘째날인 오늘(4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자격으로 6년 만에 연설에 나섰습니다. 정당의 기조와 정책 방향을 밝히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 대표는 "올해는 정부수립 70주년, 분단 70주년이고 내년은 3.1 운동 100주년에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순간 국회 본회의장 자유한국당 측에서 야유와 고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건국 100주년은 무슨, 대한민국 생일도 몰라?"라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이 대표가 대한민국 건국은 임시정부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건데, 광복 이후 정부 수립이 건국이라 주장하는 한국당 측이 즉각 야유를 보낸 것입니다.

한국당 의원들의 야유는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평화를 만들어냈다"거나, 연설 말미 "내년이면 대한민국은 건국 100주년을 맞이한다"고 이 대표가 재차 언급할 때도 연이어 터져나왔습니다.


“입법 개혁과제는 진척이 없어”…“청와대 하수인이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정기국회 첫날인 어제(3일)도 야유가 들려왔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때 나온 야유입니다. 문 의장은 올해 정기국회의 과제로 '촛불 혁명'의 제도적 완성을 꼽았습니다. '촛불 혁명'으로 소속당 출신 대통령이 탄핵된 한국당으로서는 불편할 수 있는 얘기였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의 불만은 문 의장이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하는 대목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당은 이미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는 북한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야유와 고성이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녹화된 영상으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문 의장이 정부 출범 첫 해 청와대는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재벌개혁 등 개혁 로드맵을 마련했지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개혁과제는 아직 진척이 없다고 말하자 "의장이 청와대 하수인이야?"라는 고성이 들려왔습니다. 문 의장의 개회사가 끝난 뒤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의례적인 박수도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정기국회 100일-국회의 시간…협치의 앞길은?

해마다 9월 1일 시작해(국회법 제4조 : 정기회는 매년 9월 1일에 집회한다. 다만, 그 날이 공휴일인 때에는 그 다음 날에 집회한다) 100일 동안 이어지는 정기국회는 국회와 각 정당의 능력과 성과, 존재감을 확인하는 '국회의 시간'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는 협치를 통해 '일 하는 국회', '성과를 내는 국회'를 만들자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습니다. 그 첫 성과로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에 실패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과 규제특구법 등 이른바 '규제개혁 법안',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등 '민생법안' 등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야 교섭단체 지도부는 모두 해당 법안들이 상당부분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있지만, 각 법안들이 계류돼있는 상임위에 알아본 바로는 아직도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고, 누구는 명분을, 누구는 실리를 챙기려하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협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언제든 '판'은 깨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면에서 정기국회 시작 이틀 연속 본회의장에 울려퍼진 야유는 올해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지도 모릅니다. 각종 쟁점법안 외에도 장관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여야가 부딪힐 만한 '지뢰' 같은 사안들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주당 129석, 한국당 112석, 바른미래당 30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 무소속 7석, 민중당과 대한애국당 각 1석. 어느 한 정당이 '힘'으로 밀어부칠 수는 없지만, 각각의 사안에 따라 연대할 경우 '숫자'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는 의석 분포입니다. 숫자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편리하지만, 협치를 실종시키고 모든 것을 멈출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99일, 각 정당은 어떤 방법으로 올해 정기국회를 풀어갈까요?

야유로 시작한 올해 정기국회는 박수를 받으며 끝날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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