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출생 반토막…비혼으로 내몰리는 청년들

입력 2018.09.04 (21:39) 수정 2018.09.0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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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노인인구가 많다는 건 상대적으로 출생하는 아이가 적다는 건데요.

실제로 합계출산율 0.97명, 가임기 여성 1명이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대로 가면 지금은 청년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50년 뒤엔 1대 1로 책임져야 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으니, 출생하는 아이도 적은 걸까요?

30대 미혼율이 39%나 된다는 통계는 대한민국의 우울한 미래를 엿보게 합니다.

남성은 결혼하면 지게 될 '책임'이 벅차고, 여성은 '포기'를 강요받는 현실이 두려워 결혼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저출생, 고령사회' 기획 오늘은 김진호, 엄진아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사회생활 1-2년차 20대 청년들.

그들에게 연애란 무엇일까?

[박중우/28세/작가 : "사실 어떤 청춘이 있잖아. 사랑을 안 하고 싶고 연애를 안 하고 싶냐는 말이야."]

[나주희/27세/1년차 직장인 : "야근하는 일도 생기고, 시간이 없는 거지, 하고 싶지만 못하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

[임정은/25세/인턴사원 : "내가 좀 안정됐으면 좋겠다는 시기까지 미루고, 안정되면 만나야지. 이런 생각... 근데 안정이 쉽게 되지 않거든."]

["안타까운거 같애."]

["눈물 나~"]

자연스레 이야기는 결혼으로 넘어갑니다.

[나주희/27/1년차 직장인 :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어느 누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부대끼면서 살고 싶지, 결혼하고 싶지."]

결혼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현정/27/1년차 직장인 : "면접 질문부터가 그건데? 그러니까 결혼은 언제할 생각이냐? 여자의 결혼은 아직까지 사회에서 내가 능력을 펼치고 커리어를 이어가기엔 리스크구나."]

[박중우/28세/작가 : "우리 엄마 아빠가 살았던 세대는 뭐냐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이라는게 있었던 사회 구조였단 말이야. 우린 그걸 꿈꿀 수 있냐고. 우리가 평생 월급을 모아가지고 집을 살 수 있을까?"]

[임은정/25/인턴사원 : "10년 뒤, 20년 뒤에도 안정적일 수 있을까? 안정적이지 못할 거 같은 느낌도 들고 이러다 보니까, 결혼이라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고."]

["또 어른들은 배부른 소리한다 이렇게 생각할껄, 어 너네가."]

[나주희/27/1년차 직장인 : "나 키우는 데 들인 부모님 돈이 얼마야. 내가 이걸 애기한테 해줄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거잖아 희망이 없는 게 아니고 절망을 강요받고 있는 것 같애."]

["하고는 싶다~~ 결혼."]

KBS 뉴스 김진호 입니다.

▼혼인·출생 반토막…관건은 예측 가능한 ‘삶의 질’

[리포트]

청년들이 말하는 자발적 비혼.

그들의 부모 세대는 겪지 않은 고민거리입니다.

[박희진/서울시 마포구 : "결혼은 당연히 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자녀도 당연히 또 가져야 하고 낳아야 하고요."]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현재를 포기하거나, 불안한 미래를 각오해야 할 수 있는 게 결혼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듯 30년 전과 비교해 인구 1천 명당 결혼 건수는 9.4건에서 5.2건으로, 출생아 수도 62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모두 반토막이 났습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나아질 거 같지 않다는 겁니다.

20~30대의 55%가 '결혼 준비를 안한다'고 답했는데, 2명 중 1명은 그 이유로 '결혼비용'을 꼽았습니다.

가장 큰 몫이 집값입니다.

30대 직장인 평균연봉으로 집 한 칸 마련하려면 10~20년을 안 쓰고, 안 먹고 모아야 합니다.

실제로 서울, 부산 등 주거비가 높은 곳 일수록 합계 출산율이 떨어졌습니다.

[김영욱/서울시 마포구 : "금전적인 부담이 한몫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에 스트레스 받느니 아예 안하는 쪽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여기에다 과중한 출산과 양육 부담, 그리고 불안한 고용이 청년들을 비혼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삼식/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장 : "국민들이 평균 한 2. 3명 정도 희망하는데 그 희망이 도중에 좌절되면서 궁극적으로는 1명도 안 낳는 이런 구조로 가버리는 거죠."]

1인 가구와 비혼 출산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가족 문화도 달라지고 있지만 부부 가정에만 촛점을 맞춘 저출생 정책도 문제입니다.

지난 10여 년 간 투입된 저출생 예산 150조 원 가운데 67%가 '양육'에 집중됐습니다.

이제 고용과 주거, 교육 등 삶의 질 전반을 아우르는 대책 없이는 젊은층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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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인·출생 반토막…비혼으로 내몰리는 청년들
    • 입력 2018-09-04 21:45:08
    • 수정2018-09-04 22:27:56
    뉴스 9
[앵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노인인구가 많다는 건 상대적으로 출생하는 아이가 적다는 건데요.

실제로 합계출산율 0.97명, 가임기 여성 1명이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대로 가면 지금은 청년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50년 뒤엔 1대 1로 책임져야 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으니, 출생하는 아이도 적은 걸까요?

30대 미혼율이 39%나 된다는 통계는 대한민국의 우울한 미래를 엿보게 합니다.

남성은 결혼하면 지게 될 '책임'이 벅차고, 여성은 '포기'를 강요받는 현실이 두려워 결혼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저출생, 고령사회' 기획 오늘은 김진호, 엄진아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사회생활 1-2년차 20대 청년들.

그들에게 연애란 무엇일까?

[박중우/28세/작가 : "사실 어떤 청춘이 있잖아. 사랑을 안 하고 싶고 연애를 안 하고 싶냐는 말이야."]

[나주희/27세/1년차 직장인 : "야근하는 일도 생기고, 시간이 없는 거지, 하고 싶지만 못하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

[임정은/25세/인턴사원 : "내가 좀 안정됐으면 좋겠다는 시기까지 미루고, 안정되면 만나야지. 이런 생각... 근데 안정이 쉽게 되지 않거든."]

["안타까운거 같애."]

["눈물 나~"]

자연스레 이야기는 결혼으로 넘어갑니다.

[나주희/27/1년차 직장인 :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어느 누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부대끼면서 살고 싶지, 결혼하고 싶지."]

결혼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현정/27/1년차 직장인 : "면접 질문부터가 그건데? 그러니까 결혼은 언제할 생각이냐? 여자의 결혼은 아직까지 사회에서 내가 능력을 펼치고 커리어를 이어가기엔 리스크구나."]

[박중우/28세/작가 : "우리 엄마 아빠가 살았던 세대는 뭐냐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이라는게 있었던 사회 구조였단 말이야. 우린 그걸 꿈꿀 수 있냐고. 우리가 평생 월급을 모아가지고 집을 살 수 있을까?"]

[임은정/25/인턴사원 : "10년 뒤, 20년 뒤에도 안정적일 수 있을까? 안정적이지 못할 거 같은 느낌도 들고 이러다 보니까, 결혼이라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고."]

["또 어른들은 배부른 소리한다 이렇게 생각할껄, 어 너네가."]

[나주희/27/1년차 직장인 : "나 키우는 데 들인 부모님 돈이 얼마야. 내가 이걸 애기한테 해줄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거잖아 희망이 없는 게 아니고 절망을 강요받고 있는 것 같애."]

["하고는 싶다~~ 결혼."]

KBS 뉴스 김진호 입니다.

▼혼인·출생 반토막…관건은 예측 가능한 ‘삶의 질’

[리포트]

청년들이 말하는 자발적 비혼.

그들의 부모 세대는 겪지 않은 고민거리입니다.

[박희진/서울시 마포구 : "결혼은 당연히 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자녀도 당연히 또 가져야 하고 낳아야 하고요."]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현재를 포기하거나, 불안한 미래를 각오해야 할 수 있는 게 결혼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듯 30년 전과 비교해 인구 1천 명당 결혼 건수는 9.4건에서 5.2건으로, 출생아 수도 62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모두 반토막이 났습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나아질 거 같지 않다는 겁니다.

20~30대의 55%가 '결혼 준비를 안한다'고 답했는데, 2명 중 1명은 그 이유로 '결혼비용'을 꼽았습니다.

가장 큰 몫이 집값입니다.

30대 직장인 평균연봉으로 집 한 칸 마련하려면 10~20년을 안 쓰고, 안 먹고 모아야 합니다.

실제로 서울, 부산 등 주거비가 높은 곳 일수록 합계 출산율이 떨어졌습니다.

[김영욱/서울시 마포구 : "금전적인 부담이 한몫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에 스트레스 받느니 아예 안하는 쪽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여기에다 과중한 출산과 양육 부담, 그리고 불안한 고용이 청년들을 비혼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삼식/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장 : "국민들이 평균 한 2. 3명 정도 희망하는데 그 희망이 도중에 좌절되면서 궁극적으로는 1명도 안 낳는 이런 구조로 가버리는 거죠."]

1인 가구와 비혼 출산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가족 문화도 달라지고 있지만 부부 가정에만 촛점을 맞춘 저출생 정책도 문제입니다.

지난 10여 년 간 투입된 저출생 예산 150조 원 가운데 67%가 '양육'에 집중됐습니다.

이제 고용과 주거, 교육 등 삶의 질 전반을 아우르는 대책 없이는 젊은층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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