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리얼리티쇼에 등장한 푸틴…지지율 추락 의식했나?

입력 2018.09.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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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마주치면, 곰도 알아서 피한다?

최근 연금법 개혁 정책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TV 리얼리티쇼'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2일 저녁 러시아 국영채널인 러시아1에서 방송된 1시간짜리 리얼리티쇼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에 등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국영 TV 채널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만, 리얼리티쇼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방송에는 지난달 시베리아서 휴가를 보낸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등산을 하고, 야생 동물을 관찰하는 모습은 평범한 등산객과 다를 바 없었다. 푸틴은 야생 동물을 보며 "그들은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쇼의 진행자는 "야생이고 곰도 있다. 만약을 대비해 경호원들이 적절히 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만약 곰이 푸틴 대통령을 본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적절히 알아서 처신할 것"이라며 찬양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다양한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 학생 등 평범한 러시아 국민과 만나는 장면 등도 방송됐다. 진행자는 "푸틴 대통령이 아이의 어머니에게 이야기하거나 아이를 바라볼 때,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인간적이고 진심 어린 태도로 대한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아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람을 사랑한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이 리얼리티쇼를 두고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 언론들은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외신 언론들은 푸틴이 추락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쇼에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가 이 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송사가 직접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 사이 지지율 10% 추락…위기감 느낀 푸틴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 센터를 따르면 푸틴의 지지율은 8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67%로 떨어졌다. 두 달 사이 10% 넘게 추락했다. 푸틴의 인기가 식은 것은 러시아 정부가 연금개혁을 단행하면서부터다.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겠다고 발표했다가 국민적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현지시각으로 2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10여 개 도시에서 제1야당인 공산당이 주도한 연금개혁법 반대 집회가 열렸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모스크바 대통령궁인 크렘린궁 주변에만 시위대 9000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러시아 정부는 2018 러시아월드컵이 개막된 지난 6월 14일 연금개혁안을 기습 발표했다. 2019년부터 남성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은퇴 연령을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1930년대에 정한 현재 정년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 정부 재정운용에 부담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포인트 이상 떨어지자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9일 여성의 정년 및 연금 수급 나이를 63세에서 60세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개혁안에서 한발 양보했지만, 시민들은 정부가 제시한 연금 수령 나이까지 살 수 없는 사람이 많을 거라며 반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러시아 여성의 기대수명은 77세지만 남성의 기대수명은 66세에 불과하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연금개혁이 재정적으로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주 TV 연설을 통해 연금 수령 나이를 상향하는 결정이 수년 동안 미뤄져 왔다며 이는 물가 상승과 빈곤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 공산당이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구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까지 자극하며 맞서고 있다. 겐다니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당수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위에서 "오늘 우리는 이 야만적인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전국적으로 연다"고 주장했다.

연금개혁에 항의하는 시위 물결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을 건드렸다 치명타를 입은 푸틴이 과연 리얼리티쇼로 다시 인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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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5 07: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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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마주치면, 곰도 알아서 피한다?

최근 연금법 개혁 정책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TV 리얼리티쇼'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2일 저녁 러시아 국영채널인 러시아1에서 방송된 1시간짜리 리얼리티쇼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에 등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국영 TV 채널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만, 리얼리티쇼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방송에는 지난달 시베리아서 휴가를 보낸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등산을 하고, 야생 동물을 관찰하는 모습은 평범한 등산객과 다를 바 없었다. 푸틴은 야생 동물을 보며 "그들은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쇼의 진행자는 "야생이고 곰도 있다. 만약을 대비해 경호원들이 적절히 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만약 곰이 푸틴 대통령을 본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적절히 알아서 처신할 것"이라며 찬양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다양한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 학생 등 평범한 러시아 국민과 만나는 장면 등도 방송됐다. 진행자는 "푸틴 대통령이 아이의 어머니에게 이야기하거나 아이를 바라볼 때,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인간적이고 진심 어린 태도로 대한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아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람을 사랑한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이 리얼리티쇼를 두고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 언론들은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외신 언론들은 푸틴이 추락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쇼에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가 이 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송사가 직접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 사이 지지율 10% 추락…위기감 느낀 푸틴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 센터를 따르면 푸틴의 지지율은 8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67%로 떨어졌다. 두 달 사이 10% 넘게 추락했다. 푸틴의 인기가 식은 것은 러시아 정부가 연금개혁을 단행하면서부터다.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겠다고 발표했다가 국민적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현지시각으로 2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10여 개 도시에서 제1야당인 공산당이 주도한 연금개혁법 반대 집회가 열렸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모스크바 대통령궁인 크렘린궁 주변에만 시위대 9000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러시아 정부는 2018 러시아월드컵이 개막된 지난 6월 14일 연금개혁안을 기습 발표했다. 2019년부터 남성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은퇴 연령을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1930년대에 정한 현재 정년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 정부 재정운용에 부담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포인트 이상 떨어지자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9일 여성의 정년 및 연금 수급 나이를 63세에서 60세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개혁안에서 한발 양보했지만, 시민들은 정부가 제시한 연금 수령 나이까지 살 수 없는 사람이 많을 거라며 반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러시아 여성의 기대수명은 77세지만 남성의 기대수명은 66세에 불과하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연금개혁이 재정적으로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주 TV 연설을 통해 연금 수령 나이를 상향하는 결정이 수년 동안 미뤄져 왔다며 이는 물가 상승과 빈곤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 공산당이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구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까지 자극하며 맞서고 있다. 겐다니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당수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위에서 "오늘 우리는 이 야만적인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전국적으로 연다"고 주장했다.

연금개혁에 항의하는 시위 물결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을 건드렸다 치명타를 입은 푸틴이 과연 리얼리티쇼로 다시 인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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