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차장 지반침하’ 5일…“불안해서 못 가요”

입력 2018.09.05 (08:32) 수정 2018.09.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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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31일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 바로 옆에서 지반 침하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공사현장 흙막이 붕괴로 인한 땅 꺼짐으로 관할 구청이 안심하고 귀가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가구가 상당수인데요.

안전하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뭘까요?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1일 새벽, 조용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갑자기 울려퍼진 굉음이 주민들의 잠을 깨웠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봤어요. 놀라기는 많이 놀랐죠. 밤 중에 천둥 치고 벼락 치는 소리 같이 그렇게 나더라고……"]

바로 뒤 대피하라는 방송이 울려퍼지자 200여 명의 아파트 주민들은 자다 말고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5시가 좀 안 됐어요. 대피 명령 내렸다고 그래서 쫓아가서 집사람 깨우고 우리 딸 깨워서 나온 거예요."]

새벽에 울려퍼진 굉음의 진원지는 아파트 바로 옆의 오피스텔 공사장.

공사장 주변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인접해 있던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땅꺼짐 현상이 생긴 겁니다.

가로 30m, 세로 10m에 깊이가 6m의 규모로 알려졌는데요.

주차장 땅이 붕괴된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검은 것 보이잖아요. 저 검은 것에서 저 사람 서 있는 데까지 도로였어요. 그런데 팍 꺼진 거죠. 담, 소나무, 여기 있는 나무는 다 무너져 나간 거야."]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무섭죠. 일단 무섭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그러니까……"]

일단 1차적으로는 아파트 옆 신축 오피스텔 공사가 원인이었습니다.

공사장 흙막이 벽이 무너지면서 주변이 같이 내려앉은건데,

최근에 잇따른 폭우도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지질에 맞는 충분한 흙막이를 보강을 안 했기 때문에 그게 못 견디고 무너진 겁니다. 금 간데다가 물이 들어가니까 더 빨리 촉진한 거고……"]

공사장과 마주보고 있는 동의 주민들은 사고 당시의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지금도 심장이 가라앉지를 않아요. 두근거리고 불안해. 마음이 불안해서 맨날 이렇게 나와서, 그냥 집을 놔두고 나와서 돌아다니는 거죠."]

특히, 이사를 계획했던 주민도 있었는데요,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지금 11월에 이사할 예정이었어요. 지금 다 진행됐어요. 이제 완전히 잡힌 거죠. 아예 팔고 사고 안 되어버리니까……."]

사고 이후, 주민들은 대피소나 오피스텔 건설사측이 제공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었는데요,

사고 이틀 뒤인 지난 2일 밤, 금천구청측은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귀가해도 좋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의 진단결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금천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지반 같은 경우는 어쨌든 밀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건물도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다." (전문가들이) 입실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려주신 거예요."]

하지만 구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귀가를 꺼리고 있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아파트 몇 가구만 불이 켜졌을 뿐인데요,

그제 저녁 다시 폭우가 내리면서 애초에 들어오기로 한 주민들도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비가 오는데 어떻게 들어가요. 저기 한번 들어가서 있어 봐요. 지진 나요. 머리에서 지진 나요."]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는 몇몇 주민들만 집으로 돌아가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여전히 인근 호텔 등에서 임시 거처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지금 가방 두 개는 호텔에 있어요. 빨래할 것만 갖다 놓고 다른 옷 들고 나오고……."]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응인데요, 구청 측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동훈/주민 비상대책위 위원장 : "계측 데이터들이 이틀 치 분량밖에 되지 않습니다. 데이터값을 신뢰하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여기에다 사고 이전부터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 대한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동훈/주민 비상대책위 위원장 : "많은 분진이 발생했고 소음이 바로 집 옆에서 들리는 듯한 이런 상황입니다."]

이번 사고가 나기 열흘 쯤 전에는 아파트 주차장 등의 땅에 균열이 생겨 주민들은 구청에 민원을 냈다고 하는데요.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담당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금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건축과 담당이 30일 거의 퇴근 무렵에 받아보게 된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청 해당 부서에서 진위를 조사하고 있어요."]

현재 아파트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건 잇따른 균열이 현재 진행형이 아니냐는 건데요,

아파트 벽 사이의 균열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는 겁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점점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이쪽도 그렇고 저쪽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금천구청 측은 아파트 내에 계측기 10대를 설치하는 등 안전 대책과 함께, 다음달까지 정밀 조사를 진행해 사고 경위를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경찰 역시 오피스텔 시공사의 안전관리, 공사 인허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데요.

[한동훈/주민 비상대책위 위원장 : "안전하게 집에서 밥 먹고 잠잘 수 있도록 해주는 걸 가장 바라고 있고 정신적인 부분도 해결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국민들이 함께하는 그리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이고요."]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아파트 균열에 대한 정밀 진단과 함께 확실한 원인 규명과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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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주차장 지반침하’ 5일…“불안해서 못 가요”
    • 입력 2018-09-05 08:39:59
    • 수정2018-09-05 08: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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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 바로 옆에서 지반 침하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공사현장 흙막이 붕괴로 인한 땅 꺼짐으로 관할 구청이 안심하고 귀가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가구가 상당수인데요.

안전하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뭘까요?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1일 새벽, 조용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갑자기 울려퍼진 굉음이 주민들의 잠을 깨웠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봤어요. 놀라기는 많이 놀랐죠. 밤 중에 천둥 치고 벼락 치는 소리 같이 그렇게 나더라고……"]

바로 뒤 대피하라는 방송이 울려퍼지자 200여 명의 아파트 주민들은 자다 말고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5시가 좀 안 됐어요. 대피 명령 내렸다고 그래서 쫓아가서 집사람 깨우고 우리 딸 깨워서 나온 거예요."]

새벽에 울려퍼진 굉음의 진원지는 아파트 바로 옆의 오피스텔 공사장.

공사장 주변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인접해 있던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땅꺼짐 현상이 생긴 겁니다.

가로 30m, 세로 10m에 깊이가 6m의 규모로 알려졌는데요.

주차장 땅이 붕괴된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검은 것 보이잖아요. 저 검은 것에서 저 사람 서 있는 데까지 도로였어요. 그런데 팍 꺼진 거죠. 담, 소나무, 여기 있는 나무는 다 무너져 나간 거야."]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무섭죠. 일단 무섭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그러니까……"]

일단 1차적으로는 아파트 옆 신축 오피스텔 공사가 원인이었습니다.

공사장 흙막이 벽이 무너지면서 주변이 같이 내려앉은건데,

최근에 잇따른 폭우도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지질에 맞는 충분한 흙막이를 보강을 안 했기 때문에 그게 못 견디고 무너진 겁니다. 금 간데다가 물이 들어가니까 더 빨리 촉진한 거고……"]

공사장과 마주보고 있는 동의 주민들은 사고 당시의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지금도 심장이 가라앉지를 않아요. 두근거리고 불안해. 마음이 불안해서 맨날 이렇게 나와서, 그냥 집을 놔두고 나와서 돌아다니는 거죠."]

특히, 이사를 계획했던 주민도 있었는데요,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지금 11월에 이사할 예정이었어요. 지금 다 진행됐어요. 이제 완전히 잡힌 거죠. 아예 팔고 사고 안 되어버리니까……."]

사고 이후, 주민들은 대피소나 오피스텔 건설사측이 제공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었는데요,

사고 이틀 뒤인 지난 2일 밤, 금천구청측은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귀가해도 좋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의 진단결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금천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지반 같은 경우는 어쨌든 밀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건물도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다." (전문가들이) 입실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려주신 거예요."]

하지만 구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귀가를 꺼리고 있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아파트 몇 가구만 불이 켜졌을 뿐인데요,

그제 저녁 다시 폭우가 내리면서 애초에 들어오기로 한 주민들도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비가 오는데 어떻게 들어가요. 저기 한번 들어가서 있어 봐요. 지진 나요. 머리에서 지진 나요."]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는 몇몇 주민들만 집으로 돌아가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여전히 인근 호텔 등에서 임시 거처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지금 가방 두 개는 호텔에 있어요. 빨래할 것만 갖다 놓고 다른 옷 들고 나오고……."]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응인데요, 구청 측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동훈/주민 비상대책위 위원장 : "계측 데이터들이 이틀 치 분량밖에 되지 않습니다. 데이터값을 신뢰하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여기에다 사고 이전부터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 대한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동훈/주민 비상대책위 위원장 : "많은 분진이 발생했고 소음이 바로 집 옆에서 들리는 듯한 이런 상황입니다."]

이번 사고가 나기 열흘 쯤 전에는 아파트 주차장 등의 땅에 균열이 생겨 주민들은 구청에 민원을 냈다고 하는데요.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담당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금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건축과 담당이 30일 거의 퇴근 무렵에 받아보게 된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청 해당 부서에서 진위를 조사하고 있어요."]

현재 아파트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건 잇따른 균열이 현재 진행형이 아니냐는 건데요,

아파트 벽 사이의 균열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는 겁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점점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이쪽도 그렇고 저쪽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금천구청 측은 아파트 내에 계측기 10대를 설치하는 등 안전 대책과 함께, 다음달까지 정밀 조사를 진행해 사고 경위를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경찰 역시 오피스텔 시공사의 안전관리, 공사 인허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데요.

[한동훈/주민 비상대책위 위원장 : "안전하게 집에서 밥 먹고 잠잘 수 있도록 해주는 걸 가장 바라고 있고 정신적인 부분도 해결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국민들이 함께하는 그리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이고요."]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아파트 균열에 대한 정밀 진단과 함께 확실한 원인 규명과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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