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스벅이 배달을 한다고?…18조 원 중국 커피 대전

입력 2018.09.05 (11:48) 수정 2018.09.0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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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윈난 성은 '보이차'의 고향입니다. 해발 1200~2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드넓게 차밭이 펼쳐져 있죠. 그런데 사실 이곳의 기후는 차를 재배하기보다는 커피를 재배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합니다. 아열대의 고원 기후에 토지가 비옥하고 강수량이 적당해 오래전부터 전 세계의 커피 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곳입니다. 실제로 상당수 차밭이 커피 농장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14억의 중국인이 커피 맛을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이제 글로벌 커피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커피 시장 규모는?

집계 기관마다 좀 다르긴 한데요, 최대 연 18조 원 정도 된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사실 규모로만 보면 현재 인구에 비해서는 좀 작은 편입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1조 원을 넘어섰고요, 최대 시장인 미국은 무려 500조 원입니다. 아직은 차이가 크지요. 현재 1인당 커피 소비량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의 1/10 수준에 불과한 걸음마 단계입니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의 성장 속도입니다. 세계 평균은 2% 안팎인 데에 비해 중국은 연 15%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시장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깁니다.

글로벌 커피 업계의 각축전 속 스타벅스 독주

현재 중국 커피 소비의 70%는 인스턴트 커피 형태입니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을 통한 원두커피의 성장세가 가파른데요, 현재 커피 전문점 매출 1위는 단연 스타벅스입니다. 커피 전문점 시장의 73%를 점유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세계 1위 업체라는 프리미엄이 중국에서도 상당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돈 5천 원 정도에 팔리는 스타벅스 커피는 중국 물가를 고려할 때 상당히 비싼 음료입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기호 식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요. '기왕 돈 쓰고 마시는 커피, 1등 업체를 선택하자'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퍼져 있는 듯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스타벅스의 중국에 특화된 서비스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상하이에는 세계 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는 '스타벅스 리저브'라는 특별한 매장을 두고 있는데요, 여기서만 판매하는 특별 블렌드 커피도 다수 있어서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주요 관광지가 될 정도입니다. 또한, 중국 문화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중추절 때는 스타벅스 월병도 만들어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요, 중국에 정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네요.

스타벅스 vs 루이싱스타벅스 vs 루이싱

판도를 바꾸는 무서운 신예 등장

그런데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무서운 신예가 등장했습니다.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불리며 1년 만에 급성장한 '루이싱 커피'(영문으로는 luckin coffee)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커피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합류했습니다.

루이싱의 특징은 3가지입니다. 우선 가격이 저렴합니다. 스타벅스보다 25% 저렴하게 책정됐죠. 하지만 품질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스타벅스가 사용하는 것보다 20%나 비싼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데요, 매장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배달도 해준다는 겁니다.

루이싱의 주 공략 대상은 중국의 신흥 소비층입니다. 젊은 화이트칼라들은 가격에 민감하고 또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배달 음식'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루이싱에선 매장 주문보다는 앱으로 미리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런 온라인을 결합한 '신 유통'을 무기로 스타벅스를 위협하며 급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반격, 알리바바와 전격 제휴

지난달 상하이에서 스타벅스와 알리바바라는 두 공룡 업체의 전격적인 제휴 발표가 있었습니다. 스타벅스의 CEO인 케빈 존슨이 직접 상하이에 와서 발표했는데요, 핵심은 중국 최대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 주문 플랫폼에 스타벅스 커피를 올리고 배달도 하겠다는 겁니다. 이번 달부터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시범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고 연말부터는 30여 개 도시에서 본격 서비스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스타벅스가 배달을 한다? 글쎄요, 우리도 배달 앱을 통해 스타벅스 커피를 받아볼 수 있기는 합니다만, 그건 배달 앱의 서비스이지 '스타벅스'의 자체 서비스는 아닙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스타벅스는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었죠. 그런데 중국에선 기존 정책을 수정하면서까지 배달을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또 알리바바 플랫폼에 있는 수많은 상품 가운데 하나로서 스타벅스가 참여하겠다는 것도 정체성과 자존심을 구기는 일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선 여기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굽히더라도 적응해 나가겠다는 것이죠.

그간, 중국 커피 시장은 오프라인 시장은 스타벅스가 잡고, 신 유통 영역은 신생 중국 커피 업체 간 경쟁을 벌이던 구도였는데요. 하지만 스타벅스와 알리바바 연합군이 결성되면서 전면전으로 확전이 되는 양상입니다. 18조 원의 중국 커피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자못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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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5 11:48:37
    • 수정2018-09-05 11:49:23
    특파원 리포트
중국 윈난 성은 '보이차'의 고향입니다. 해발 1200~2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드넓게 차밭이 펼쳐져 있죠. 그런데 사실 이곳의 기후는 차를 재배하기보다는 커피를 재배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합니다. 아열대의 고원 기후에 토지가 비옥하고 강수량이 적당해 오래전부터 전 세계의 커피 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곳입니다. 실제로 상당수 차밭이 커피 농장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14억의 중국인이 커피 맛을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이제 글로벌 커피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커피 시장 규모는?

집계 기관마다 좀 다르긴 한데요, 최대 연 18조 원 정도 된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사실 규모로만 보면 현재 인구에 비해서는 좀 작은 편입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1조 원을 넘어섰고요, 최대 시장인 미국은 무려 500조 원입니다. 아직은 차이가 크지요. 현재 1인당 커피 소비량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의 1/10 수준에 불과한 걸음마 단계입니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의 성장 속도입니다. 세계 평균은 2% 안팎인 데에 비해 중국은 연 15%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시장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깁니다.

글로벌 커피 업계의 각축전 속 스타벅스 독주

현재 중국 커피 소비의 70%는 인스턴트 커피 형태입니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을 통한 원두커피의 성장세가 가파른데요, 현재 커피 전문점 매출 1위는 단연 스타벅스입니다. 커피 전문점 시장의 73%를 점유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세계 1위 업체라는 프리미엄이 중국에서도 상당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돈 5천 원 정도에 팔리는 스타벅스 커피는 중국 물가를 고려할 때 상당히 비싼 음료입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기호 식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요. '기왕 돈 쓰고 마시는 커피, 1등 업체를 선택하자'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퍼져 있는 듯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스타벅스의 중국에 특화된 서비스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상하이에는 세계 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는 '스타벅스 리저브'라는 특별한 매장을 두고 있는데요, 여기서만 판매하는 특별 블렌드 커피도 다수 있어서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주요 관광지가 될 정도입니다. 또한, 중국 문화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중추절 때는 스타벅스 월병도 만들어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요, 중국에 정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네요.

스타벅스 vs 루이싱
판도를 바꾸는 무서운 신예 등장

그런데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무서운 신예가 등장했습니다.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불리며 1년 만에 급성장한 '루이싱 커피'(영문으로는 luckin coffee)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커피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합류했습니다.

루이싱의 특징은 3가지입니다. 우선 가격이 저렴합니다. 스타벅스보다 25% 저렴하게 책정됐죠. 하지만 품질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스타벅스가 사용하는 것보다 20%나 비싼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데요, 매장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배달도 해준다는 겁니다.

루이싱의 주 공략 대상은 중국의 신흥 소비층입니다. 젊은 화이트칼라들은 가격에 민감하고 또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배달 음식'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루이싱에선 매장 주문보다는 앱으로 미리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런 온라인을 결합한 '신 유통'을 무기로 스타벅스를 위협하며 급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반격, 알리바바와 전격 제휴

지난달 상하이에서 스타벅스와 알리바바라는 두 공룡 업체의 전격적인 제휴 발표가 있었습니다. 스타벅스의 CEO인 케빈 존슨이 직접 상하이에 와서 발표했는데요, 핵심은 중국 최대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 주문 플랫폼에 스타벅스 커피를 올리고 배달도 하겠다는 겁니다. 이번 달부터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시범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고 연말부터는 30여 개 도시에서 본격 서비스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스타벅스가 배달을 한다? 글쎄요, 우리도 배달 앱을 통해 스타벅스 커피를 받아볼 수 있기는 합니다만, 그건 배달 앱의 서비스이지 '스타벅스'의 자체 서비스는 아닙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스타벅스는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었죠. 그런데 중국에선 기존 정책을 수정하면서까지 배달을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또 알리바바 플랫폼에 있는 수많은 상품 가운데 하나로서 스타벅스가 참여하겠다는 것도 정체성과 자존심을 구기는 일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선 여기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굽히더라도 적응해 나가겠다는 것이죠.

그간, 중국 커피 시장은 오프라인 시장은 스타벅스가 잡고, 신 유통 영역은 신생 중국 커피 업체 간 경쟁을 벌이던 구도였는데요. 하지만 스타벅스와 알리바바 연합군이 결성되면서 전면전으로 확전이 되는 양상입니다. 18조 원의 중국 커피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자못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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