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의 재앙 ‘치매’…가족도 ‘숨은 환자’

입력 2018.09.05 (21:28) 수정 2018.09.0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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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사회도 이제 국민 7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고령사회가 됐습니다.

그런데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 뭘까요?

바로 치매입니다.

고령사회의 그늘이라 할 수 있는 이 치매를 우리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한 80대 노부부의 사연을 통해 우리사회 치매 대비 실태를 알아봅니다.

조혜진 그리고 엄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울어, 왜 울어."]

치매를 앓는 부인을 만난 심중석 할아버지.

["하나, 둘, 셋."]

["아이고 힘도 세다."]

["내가 졌다, 웃어라."]

햇살 좋은 날, 요양원 뒷마당.

["뽀뽀 해봐, 뽀뽀 해봐. (아이구 착해라 이뻐라.)"]

["당신 보고 싶어서 어떻게 살꼬, 울어라, 울어라, 당신도 울어라. 집에 갈까 나하고 집에 갈까."]

멀쩡하던 부인에게 병이 찾아든 건 6년 전.

["왜 당신이 치매가 걸려서 이렇게 따로 떨어져 살아야 되느냐, 평생을 같이 산다해도 자는 시간만 빼고 나면 그게 반인데."]

하루도 빼놓지 않은 80대 노부부의 마지막 로맨스.

["하루라도 더 밥 먹여주고 간식 좀 준비해 오는 거 자기 몸에 좋다는 거 하루라도 더 먹여주고 세상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가는 떠나보내야 한다는 걸 알기에 할아버지는 투병 기록을 일기에 남기고 있습니다.

["잘자라 하고 그냥 돌아왔는데, 오늘 별로 웃지 않아서 서운했다. 많이 웃었으면 좋을 텐데."]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고령사회의 재앙 ‘치매’…가족도 ‘숨은 환자’

[기자]

함께 웃고, 먹고, 숨쉬던 공간.

시간이 지날수록 판단은 무뎌지고 기억도, 감정도, 언어도 서서히 잃어갑니다.

치매는 60세 이상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 하는 질환입니다.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누구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건, 다음 수치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내 치매환자는 72만 명으로 노인 인구의 10%에 달합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환자는 180만 명, 노인 4명 중 1명인데, 이들 중 10~15%가 실제 치매로 진행됩니다.

치매 환자 1명을 치료하고 돌보는 데는 연간 2천만 원 정도가 듭니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치매 환자는 많아지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늘어나죠.

2년뒤 18조 원, 2030년 34조, 2050년엔 100조 원을 넘어설 꺼란 전망입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또 어떨까요.

간병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였고, 우울증을 경험했으며, 자살을 생각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희생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일, 그래서 이들은 Hidden Patient, '숨은 환자'라 불립니다.

정부가 치매를 가정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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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사회의 재앙 ‘치매’…가족도 ‘숨은 환자’
    • 입력 2018-09-05 21:37:36
    • 수정2018-09-05 22:31:47
    뉴스 9
[앵커]

우리 사회도 이제 국민 7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고령사회가 됐습니다.

그런데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 뭘까요?

바로 치매입니다.

고령사회의 그늘이라 할 수 있는 이 치매를 우리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한 80대 노부부의 사연을 통해 우리사회 치매 대비 실태를 알아봅니다.

조혜진 그리고 엄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울어, 왜 울어."]

치매를 앓는 부인을 만난 심중석 할아버지.

["하나, 둘, 셋."]

["아이고 힘도 세다."]

["내가 졌다, 웃어라."]

햇살 좋은 날, 요양원 뒷마당.

["뽀뽀 해봐, 뽀뽀 해봐. (아이구 착해라 이뻐라.)"]

["당신 보고 싶어서 어떻게 살꼬, 울어라, 울어라, 당신도 울어라. 집에 갈까 나하고 집에 갈까."]

멀쩡하던 부인에게 병이 찾아든 건 6년 전.

["왜 당신이 치매가 걸려서 이렇게 따로 떨어져 살아야 되느냐, 평생을 같이 산다해도 자는 시간만 빼고 나면 그게 반인데."]

하루도 빼놓지 않은 80대 노부부의 마지막 로맨스.

["하루라도 더 밥 먹여주고 간식 좀 준비해 오는 거 자기 몸에 좋다는 거 하루라도 더 먹여주고 세상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가는 떠나보내야 한다는 걸 알기에 할아버지는 투병 기록을 일기에 남기고 있습니다.

["잘자라 하고 그냥 돌아왔는데, 오늘 별로 웃지 않아서 서운했다. 많이 웃었으면 좋을 텐데."]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고령사회의 재앙 ‘치매’…가족도 ‘숨은 환자’

[기자]

함께 웃고, 먹고, 숨쉬던 공간.

시간이 지날수록 판단은 무뎌지고 기억도, 감정도, 언어도 서서히 잃어갑니다.

치매는 60세 이상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 하는 질환입니다.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누구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건, 다음 수치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내 치매환자는 72만 명으로 노인 인구의 10%에 달합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환자는 180만 명, 노인 4명 중 1명인데, 이들 중 10~15%가 실제 치매로 진행됩니다.

치매 환자 1명을 치료하고 돌보는 데는 연간 2천만 원 정도가 듭니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치매 환자는 많아지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늘어나죠.

2년뒤 18조 원, 2030년 34조, 2050년엔 100조 원을 넘어설 꺼란 전망입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또 어떨까요.

간병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였고, 우울증을 경험했으며, 자살을 생각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희생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일, 그래서 이들은 Hidden Patient, '숨은 환자'라 불립니다.

정부가 치매를 가정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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