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대학생 전세 한 달 만에 집주인 ‘파산신청’…“우릴 속인 세상 야속”

입력 2018.09.06 (17:42) 수정 2018.09.06 (22: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집떠난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맺는 계약은 집을 구하는 겁니다. 입학금, 등록금에 이어 전세금까지 치르려면 부모님이 대출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런데 전세계약 한달 만에 집주인이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보증금 4천 만원을 날리게 된 대학생, 어떻게 된 일일까요?

대전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22살 강혜란 씨. 지난해 12월 학교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47살 이 모 씨 소유 건물의 원룸에 보증금 4천만 원의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 준 돈입니다.

원룸에는 이미 6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소는 "전세가 귀하다"며 권했고, 만약 문제가 생겨도 "전체 27가구 가운데 전세는 2~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 월세다. 보증금 액수가 크지 않아 경매에 넘어가도 되돌려받는 데 어려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 씨는 그 말을 믿고, 올해 2월 초 잔금을 치르고 입주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날벼락이 날아들었습니다. 집주인이 3월 초 갑자기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겁니다. 건물은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아무 문제 없는 집이라더니, 어떻게 이럴 수가….'

대학가에 있는 건물이라 세입자들은 대부분 학생들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집주인은 근저당 6억 외에도 20억 원이 넘는 개인 채무까지 있었습니다.

"전세는 2~3곳뿐"이라던 말도 사실과 전혀 달랐습니다. 전체 27가구 가운데 전세 계약이 모두 24가구로,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이 9억 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기 돈 아닌 세입자 돈으로 소유한 사실상 '껍데기' 같은 건물이었던 것입니다.

집주인은 파산 신청과 동시에 잠적했습니다. "나도 길에 나앉게 생겼다. 몸도 아프다"며 변명에 급급하다 이젠 연락조차 두절입니다.

강 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면 보증금 일부를 우선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제도'도 알아봤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이 씨 건물에 잡힌 근저당이 소액임차인 기준 보증금이 '3천5백만 원 이하'이던 2002년에 설정돼, 보증금이 4천만 원인 강씨에게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파산 신청을 한 달 앞두고 어린 대학생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죠?"

강 씨는 집주인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강 씨는 문제의 원룸을 추천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해서도 야속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중개업소도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여러 중개업소가 해당 건물의 임대차 거래를 하다 보니, 몇 가구가 전세인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면서 "'전세는 몇 개 없다'는 집주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건물의 세입자 대부분은 대학생이거나 갓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인 상황. 대부분 '전입일자'나 '확정일자' 같은 제도를 잘 몰라 미처 등록하지 않은 바람에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막막한 처지입니다. "부모님이 대출까지 받아서 마련해 주신 전세인데, 눈앞이 캄캄하다"며 한숨만 쉽니다.

사회에 발을 딛기도 전에 뒤통수를 맞은 대학생의 분노와 절망, <더 이상은 못 참겠다>가 만나 들어봤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못참겠다] 대학생 전세 한 달 만에 집주인 ‘파산신청’…“우릴 속인 세상 야속”
    • 입력 2018-09-06 17:42:25
    • 수정2018-09-06 22:15:32
    영상K
집떠난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맺는 계약은 집을 구하는 겁니다. 입학금, 등록금에 이어 전세금까지 치르려면 부모님이 대출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런데 전세계약 한달 만에 집주인이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보증금 4천 만원을 날리게 된 대학생, 어떻게 된 일일까요?

대전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22살 강혜란 씨. 지난해 12월 학교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47살 이 모 씨 소유 건물의 원룸에 보증금 4천만 원의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 준 돈입니다.

원룸에는 이미 6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소는 "전세가 귀하다"며 권했고, 만약 문제가 생겨도 "전체 27가구 가운데 전세는 2~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 월세다. 보증금 액수가 크지 않아 경매에 넘어가도 되돌려받는 데 어려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 씨는 그 말을 믿고, 올해 2월 초 잔금을 치르고 입주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날벼락이 날아들었습니다. 집주인이 3월 초 갑자기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겁니다. 건물은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아무 문제 없는 집이라더니, 어떻게 이럴 수가….'

대학가에 있는 건물이라 세입자들은 대부분 학생들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집주인은 근저당 6억 외에도 20억 원이 넘는 개인 채무까지 있었습니다.

"전세는 2~3곳뿐"이라던 말도 사실과 전혀 달랐습니다. 전체 27가구 가운데 전세 계약이 모두 24가구로,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이 9억 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기 돈 아닌 세입자 돈으로 소유한 사실상 '껍데기' 같은 건물이었던 것입니다.

집주인은 파산 신청과 동시에 잠적했습니다. "나도 길에 나앉게 생겼다. 몸도 아프다"며 변명에 급급하다 이젠 연락조차 두절입니다.

강 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면 보증금 일부를 우선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제도'도 알아봤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이 씨 건물에 잡힌 근저당이 소액임차인 기준 보증금이 '3천5백만 원 이하'이던 2002년에 설정돼, 보증금이 4천만 원인 강씨에게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파산 신청을 한 달 앞두고 어린 대학생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죠?"

강 씨는 집주인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강 씨는 문제의 원룸을 추천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해서도 야속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중개업소도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여러 중개업소가 해당 건물의 임대차 거래를 하다 보니, 몇 가구가 전세인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면서 "'전세는 몇 개 없다'는 집주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건물의 세입자 대부분은 대학생이거나 갓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인 상황. 대부분 '전입일자'나 '확정일자' 같은 제도를 잘 몰라 미처 등록하지 않은 바람에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막막한 처지입니다. "부모님이 대출까지 받아서 마련해 주신 전세인데, 눈앞이 캄캄하다"며 한숨만 쉽니다.

사회에 발을 딛기도 전에 뒤통수를 맞은 대학생의 분노와 절망, <더 이상은 못 참겠다>가 만나 들어봤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