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슬기, 눈물의 트로피…“엄마와의 약속”

입력 2018.09.10 (11:44) 수정 2018.09.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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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KLPGA ]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매우 아프셔서 꼭 우승해서 우승컵 들고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어머니가 먼 곳으로 가셨지만, 항상 저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와의 약속..."하늘에서 보고 계시죠"

정슬기(23)가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KG 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3년 프로입문 이후 6년 만에 우승컵을 들고 가겠다던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정슬기(23)는 중학교 2학년 때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의 이별은 어린 정슬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슬픔이었다. 잠시 방황도 했지만, 정슬기는 다시 필드에 섰고 엄마와의 약속을 지켰다. 엄마를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 생각에 눈물 흘리는 정슬기,우승 기자회견어머니 생각에 눈물 흘리는 정슬기,우승 기자회견

정슬기는 "어머니가 결국 먼 곳으로 가셨지만 나를 지켜봐 주시고 있다고 생각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입문 6년...무명 선수의 통쾌한 반란

마지막 18번 홀, 1m 거리의 파 퍼트에 성공하며 정슬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1타차 선두를 지킨 가운데 우승을 다투던 김지영(22)의 버디 퍼트가 홀컵을 벗어났다. 정슬기의 생애 첫 우승이다. 동료들은 꽃가루와 물을 뿌려주며 우승을 축하했다. 쟁쟁한 경쟁자 김자영(27)과 배선우(24), 이정민(26)과 하민송(22), 김지영(21)을 1타 차로 따돌린 무명 선수의 통쾌한 반란이다.


1995년생인 정슬기의 동기생은 김효주와 고진영, 백규정 등으로 골프계에서 이른바 황금 세대로 불린다. 이런 동기생 틈에서 정슬기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국가대표는커녕 상비군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정슬기는 "처음에 너무 막무가내로 골프를 시작해서 제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투어에 계속 올라오고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내 게임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본 적이 없지만 긴 시간 무명선수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었다.


바닥에서 다진 실력...'챔피언 정슬기'

정슬기는 2013년 2부인 드림 투어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2부 투어에서 실력을 다진 정슬기는 동기생보다 늦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정규 투어에 합류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년 동안 상금 40위 이내 들지 못했다. 올해는 대회 전까지 상금순위가 57위였다. 철저한 무명이었다.

정슬기는 "오늘(9일) 힘들게 경기했는데 우승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를 증명했기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슬기는 프로입문 6년 만에 챔피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1억 원의 우승 상금과 2년 동안 KLPGA 투어 출전권도 확보했다. 무엇보다 기쁜 건 하늘에 계신 엄마와의 약속을 지켰고 바닥부터 다져온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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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0 11:44:29
    • 수정2018-09-10 11:44:57
    취재K
[사진출처 : KLPGA ]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매우 아프셔서 꼭 우승해서 우승컵 들고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어머니가 먼 곳으로 가셨지만, 항상 저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와의 약속..."하늘에서 보고 계시죠"

정슬기(23)가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KG 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3년 프로입문 이후 6년 만에 우승컵을 들고 가겠다던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정슬기(23)는 중학교 2학년 때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의 이별은 어린 정슬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슬픔이었다. 잠시 방황도 했지만, 정슬기는 다시 필드에 섰고 엄마와의 약속을 지켰다. 엄마를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 생각에 눈물 흘리는 정슬기,우승 기자회견
정슬기는 "어머니가 결국 먼 곳으로 가셨지만 나를 지켜봐 주시고 있다고 생각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입문 6년...무명 선수의 통쾌한 반란

마지막 18번 홀, 1m 거리의 파 퍼트에 성공하며 정슬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1타차 선두를 지킨 가운데 우승을 다투던 김지영(22)의 버디 퍼트가 홀컵을 벗어났다. 정슬기의 생애 첫 우승이다. 동료들은 꽃가루와 물을 뿌려주며 우승을 축하했다. 쟁쟁한 경쟁자 김자영(27)과 배선우(24), 이정민(26)과 하민송(22), 김지영(21)을 1타 차로 따돌린 무명 선수의 통쾌한 반란이다.


1995년생인 정슬기의 동기생은 김효주와 고진영, 백규정 등으로 골프계에서 이른바 황금 세대로 불린다. 이런 동기생 틈에서 정슬기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국가대표는커녕 상비군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정슬기는 "처음에 너무 막무가내로 골프를 시작해서 제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투어에 계속 올라오고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내 게임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본 적이 없지만 긴 시간 무명선수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었다.


바닥에서 다진 실력...'챔피언 정슬기'

정슬기는 2013년 2부인 드림 투어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2부 투어에서 실력을 다진 정슬기는 동기생보다 늦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정규 투어에 합류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년 동안 상금 40위 이내 들지 못했다. 올해는 대회 전까지 상금순위가 57위였다. 철저한 무명이었다.

정슬기는 "오늘(9일) 힘들게 경기했는데 우승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를 증명했기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슬기는 프로입문 6년 만에 챔피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1억 원의 우승 상금과 2년 동안 KLPGA 투어 출전권도 확보했다. 무엇보다 기쁜 건 하늘에 계신 엄마와의 약속을 지켰고 바닥부터 다져온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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