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알리바바 마윈, 내년 회장직 사퇴…제 2의 빌 게이츠?

입력 2018.09.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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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1일, 광군절 세일에서 912억 위안, 우리 돈 16조 5천억 원의 하루 매출이 달성됐다.전체 거래의 2/3가 모바일 기기에서 이뤄지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엄청난 신기록이 세워졌다. 짝없는 솔로들이 쇼핑을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는 광군절이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있었다.

7전 8기…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키운 마이다스의 손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19년전 마윈이라는 평범한 한 남성의 손에서 탄생했다. 1964년 중국 항저우시에서 출생한 마윈은 중학교 시험과 대학 입시에서 3번 낙방한 뒤 사범대학을 나와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월급 만5천 원을 받으며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경찰과 호텔, 패스트 푸드 점에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기회는 번번히 그를 피해갔다. 마침내 1992년, 31살 나이로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인 통역회사를 차리며 창업 세계에 뛰어 들었지만 부족한 경험과 직원의 횡령 등으로 또 다시 쓴맛을 보게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마윈은 마침내 1999년 8,800만 원으로 중국 제조업체와 국외 구매자들을 위한 기업 대 기업(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바바를 설립했다.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인 마윈은 이후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고, 2003년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개설하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2004년에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Alipay)를 설립했으며 2008년에는 세계적인 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T몰을 열었다. 오랜 시간 좌절을 겪으면서도 의지를 꺾지 않았던 마윈은 2014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알리바바를 상장하게 된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에 이어 IT업계 4위가 된 알리바바의 당시 기업가치는 175조원이었다. 최근엔 5조원 규모의 중국 최대 동영상 포털을 인수하며 중국 1위 미디어 그룹 자리도 넘보기 시작했다.

마윈은 최근 세계 경제 포럼에 참석해 세계 무역시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제 제조업은 의미가 퇴화했고, 모든 재화는 인터넷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고 밀어붙이는 무역전쟁은 바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창업 꿈을 꺾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알리바바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명성을 각인시키며 급성장한데는 중국 시장의 특수성이 한몫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제조업이 발달했지만 다른 나라보다 소매 판매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노려 이베이가 진출했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곧 쓴맛을 본뒤 시장에서 철수했고, 그 빈틈을 알리바바가 파고 들었다.

생일날 경영 일선 사퇴 예고…20년만의 은퇴??


보유 자산 400억 달러로 중국의 최고 부자가 된 마윈. 그는 창립 19주년이자 생일인 오늘(9월 10일), 알리바바의 총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마 회장은 10일 인터넷으로 성명을 내고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이사회 회장 자리를 장융 CEO에게 승계한다"고 밝혔다.

"어느 회사도 창업주에게만 의존할 순 없다" "능력과 열정에 대한 체력적 한계로 회장직이나 CEO의 책임을 그 누구도 영원히 질 수 없다"
("No company can rely solely on its founders," Ma said in a letter to customers, employees and shareholders. "Because of physical limits on one's ability and energy, no one can shoulder the responsibilities of chairman and CEO forever." )

이어 지난 10년간 물러날 준비를 해왔고, 알리바바가 전적으로 특정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회사에서 인재에 의존하는 기업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마윈은 또 "2019년 9월 10일 이후에도 2020년 알리바바 주주총회 때까지는 여전히 알리바바 이사회 구성원 신분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여전히 알리바바 지분 6.4%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경영 전반에 일정한 지도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알리바바 대변인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이지, 은퇴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만큼 향후 그의 영향력이 알리바바를 지배할 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사실 마윈은 현역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전에도 간간이 내비쳤다. 9월 7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교육에 초점을 두고 더 많은 시간과 재산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인생 2막은 “중국의 빌 게이츠”?

현재로선 본인이 여러차례 포부를 밝혔던 만큼 마윈은 교육과 자선 사업을 펼치며 '중국내 빌 게이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 이미 2014년 '마윈 재단'을 만들어 중국 시골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또 9월 6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빌 게이츠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며 "결코 빌 게이츠보다 더 큰 부자가 될 순 없지만 더 일찍 물러나는 것은 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54살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중국 거대 창업자 가운데 마윈과 같이 조기 은퇴를 선언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162cm의 작은 키, 45kg 왜소한 체구에 별명은 ET. 볼품없는 외모를 지녔지만 거인의 행보를 유지해 온 그가 인생 2막을 어떻게 펼칠지 많은 이들이 또 다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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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0 16: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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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1일, 광군절 세일에서 912억 위안, 우리 돈 16조 5천억 원의 하루 매출이 달성됐다.전체 거래의 2/3가 모바일 기기에서 이뤄지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엄청난 신기록이 세워졌다. 짝없는 솔로들이 쇼핑을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는 광군절이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있었다.

7전 8기…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키운 마이다스의 손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19년전 마윈이라는 평범한 한 남성의 손에서 탄생했다. 1964년 중국 항저우시에서 출생한 마윈은 중학교 시험과 대학 입시에서 3번 낙방한 뒤 사범대학을 나와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월급 만5천 원을 받으며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경찰과 호텔, 패스트 푸드 점에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기회는 번번히 그를 피해갔다. 마침내 1992년, 31살 나이로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인 통역회사를 차리며 창업 세계에 뛰어 들었지만 부족한 경험과 직원의 횡령 등으로 또 다시 쓴맛을 보게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마윈은 마침내 1999년 8,800만 원으로 중국 제조업체와 국외 구매자들을 위한 기업 대 기업(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바바를 설립했다.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인 마윈은 이후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고, 2003년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개설하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2004년에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Alipay)를 설립했으며 2008년에는 세계적인 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T몰을 열었다. 오랜 시간 좌절을 겪으면서도 의지를 꺾지 않았던 마윈은 2014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알리바바를 상장하게 된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에 이어 IT업계 4위가 된 알리바바의 당시 기업가치는 175조원이었다. 최근엔 5조원 규모의 중국 최대 동영상 포털을 인수하며 중국 1위 미디어 그룹 자리도 넘보기 시작했다.

마윈은 최근 세계 경제 포럼에 참석해 세계 무역시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제 제조업은 의미가 퇴화했고, 모든 재화는 인터넷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고 밀어붙이는 무역전쟁은 바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창업 꿈을 꺾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알리바바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명성을 각인시키며 급성장한데는 중국 시장의 특수성이 한몫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제조업이 발달했지만 다른 나라보다 소매 판매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노려 이베이가 진출했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곧 쓴맛을 본뒤 시장에서 철수했고, 그 빈틈을 알리바바가 파고 들었다.

생일날 경영 일선 사퇴 예고…20년만의 은퇴??


보유 자산 400억 달러로 중국의 최고 부자가 된 마윈. 그는 창립 19주년이자 생일인 오늘(9월 10일), 알리바바의 총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마 회장은 10일 인터넷으로 성명을 내고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이사회 회장 자리를 장융 CEO에게 승계한다"고 밝혔다.

"어느 회사도 창업주에게만 의존할 순 없다" "능력과 열정에 대한 체력적 한계로 회장직이나 CEO의 책임을 그 누구도 영원히 질 수 없다"
("No company can rely solely on its founders," Ma said in a letter to customers, employees and shareholders. "Because of physical limits on one's ability and energy, no one can shoulder the responsibilities of chairman and CEO forever." )

이어 지난 10년간 물러날 준비를 해왔고, 알리바바가 전적으로 특정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회사에서 인재에 의존하는 기업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마윈은 또 "2019년 9월 10일 이후에도 2020년 알리바바 주주총회 때까지는 여전히 알리바바 이사회 구성원 신분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여전히 알리바바 지분 6.4%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경영 전반에 일정한 지도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알리바바 대변인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이지, 은퇴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만큼 향후 그의 영향력이 알리바바를 지배할 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사실 마윈은 현역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전에도 간간이 내비쳤다. 9월 7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교육에 초점을 두고 더 많은 시간과 재산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인생 2막은 “중국의 빌 게이츠”?

현재로선 본인이 여러차례 포부를 밝혔던 만큼 마윈은 교육과 자선 사업을 펼치며 '중국내 빌 게이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 이미 2014년 '마윈 재단'을 만들어 중국 시골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또 9월 6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빌 게이츠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며 "결코 빌 게이츠보다 더 큰 부자가 될 순 없지만 더 일찍 물러나는 것은 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54살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중국 거대 창업자 가운데 마윈과 같이 조기 은퇴를 선언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162cm의 작은 키, 45kg 왜소한 체구에 별명은 ET. 볼품없는 외모를 지녔지만 거인의 행보를 유지해 온 그가 인생 2막을 어떻게 펼칠지 많은 이들이 또 다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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