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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5G 패권경쟁’, 미중 무역전쟁 진짜 이유?
입력 2018.09.12 (08:18)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5G 패권경쟁’, 미중 무역전쟁 진짜 이유?
올해 이미 500억 달러(56조 2000억 원)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투하한 트럼프 대통령.

4배인 2,000억 달러 규모 3차 관세 폭탄까지 준비된 상황에서 지난 7일(현지시각)에는 "또 다른 2,670억 달러 규모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 전체 5,056억 달러(568조 3,000억 원)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장을 또 날린 것이다. 이는 중국의 대미 수입액(지난해 1,300억 달러)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중국의 '결사 항전'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미국은 무엇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무역전쟁의 판을 키우는 걸까?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5G 패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무역전쟁의 신호탄을 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중국은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도둑질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 발언을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산업 진흥전략인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로부터 넉 달 뒤 CNBC는 "미·중의 이번 무역전쟁의 본질은 5G 기술을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내놓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5G는 내려받기 속도가 현재 이동통신 속도인 300Mbps(초당 메가바이트)보다 70배 이상 빠르고, 일반 LTE보다는 280배 빠르다. 1GB(기가바이트)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5G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앞으로 20년 내 12조 달러(1경 3,50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5G 기술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해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핵심 추진 과제이며 중국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목표이기도 하다.

독일 도이치벨레(DW)는 "ICT(정보통신기술)는 21세기 패권국가의 전제조건이다. 5G 승자가 디지털 산업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며 미·중 두 나라가 무역전쟁을 벌이는 지금을 "첨단 기술 냉전 시대"라고 표현했다.

美, “기술 굴기(堀起)” 야심 드러낸 中 집중 난타

그렇다면 미국은 왜 사정없이 중국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걸까?

중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에 순응하는 다른 경쟁국들과 달리 5G를 선점하겠다며 의기양양하게 발톱을 드러냈다.

컨설팅 전문회사 '델로이트'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5G 기술 적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 미국을 압도한다. 중국이 2015년부터 전 세계에 35만 개의 기지국을 건설해온 반면, 미국의 기지국은 3만 개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지국 설립에 중국이 쏟아부은 돈만 24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한다.

5G 무선시장 국가순위 (출처: Rcrwireless News, CTIA 인용)5G 무선시장 국가순위 (출처: Rcrwireless News, CTIA 인용)

기술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크게 앞선다.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가 지난 4월, '5G 기술이 가장 잘 준비된 10개국'을 선정했는데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이 2위, 미국은 3위에 머물렀고 일본이 4위였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화웨이 한 곳만 5G 연구개발에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을 썼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 캡처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 캡처

"거대한 국내 시장과 결합한 정부 주도형 접근 방식은 중국 기업이 대규모 5G 장비를 판매해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WSJ는 9일(현지시각) <5G 경쟁 :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무선 인터넷을 둘러싼 미·중 간 전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이 5G에서 우위를 점한 비결을 이렇게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그동안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자국 기업에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불공정 거래를 끝내야 한다"고 수없이 외쳐온 이유다.

중국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거버넌스 모델' 대신, 상의하달식인 이른바 '탑다운' 방식을 적용해 속전속결로 정책을 정하는 것도 미국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현재 5G 분야에서 기술력과 투자, 전략·정책 등 모든 면에서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

‘관세 폭탄’ 무기로 5G 판 뒤집으려는 美

5G라는 '차세대 먹거리' 패권에 먼저 다가선 중국을 미국이 가만 놔둘 리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특정 기업들까지 콕 집어 고강도 규제카드를 던졌다.

ZTE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지난 4월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인 ZTE를 상대로 '7년 동안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ZTE는 이 여파로 경영진 전원 교체 등을 겪으며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이면서 통신장비 시장의 최강자인 화웨이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화웨이의 미국시장 진출을 금지한 데 이어 무역전쟁 국면에서는 화웨이의 이란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다.


중국 거대 통신회사의 진입을 막으면서 미국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국가 안보'였다.

ZTE·화웨이는 오래전부터 사실상 중국 정부 소유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WSJ은 "5G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경쟁국의 네트워크를 감시하거나 교란시키는 데 유리한 고지를 자국 정보기관이나 군에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하원은 같은 이유를 들어 2012년 10월, 일찌감치 "화웨이가 미국에서 사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고리로 동맹국들과 연합전선도 구축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도 자국 5G 사업에 화웨이와 ZTE의 참여를 금지한 데 이어, 스파이 혐의로 두 회사를 조사하고 있다.

ZTE·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보면, 5G 판도를 뒤집으려는 미국의 의도가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미국은 절대 우위인 '무역전쟁'을 무기로, 열세인 5G 분야에서 투자제한과 제재를 통해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확전 자제하는 中, “5G는 양보 못 해”

호주 언론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중국 정부가 호주 공영방송의 중국 내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호주가 중국에 한 것과 똑같이 "국가안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편에 선 다른 국가들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중국은 그러나 미국을 향해서는 확전은 자제하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중국 처지에서 보면, 엄청난 내상을 감내하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길게 끌고 갈 이유가 없다.

자캉(賈康) 중국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전 소장은 지난 4월, 현지매체를 통해 "중국은 여전히 개방해야 할 영역이 많다"며 향후 중국이 시장을 서서히 개방하고 지적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개방 확대' 카드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조기에 끝내고 싶다는 속내를 일찍이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11월 중간선거에 내놓을 성과가 필요한 입장이다. 미국의 관료와 전문가들은 "중국은 절대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흘려왔다.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왼쪽)과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오른쪽)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왼쪽)과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오른쪽)

'두 사람은 지난달 22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을 이끌었다.
그날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지만, 양측은 이후에도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기류 속에 미·중 양국은 물밑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중국은 그러나 미국의 5G 견제 움직임에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노린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 5G 패권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결기가 보인다.

지난 7월, 푸젠 성 푸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 26종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미국의 무선통신기업인 퀄컴에 대해서는 NXP 인수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자동차 반도체 최강자인 NXP 인수는 퀄컴의 숙원사업이다.

모두 미국의 화웨이·ZTE 견제에 대한 보복 조치다. 그러면서 중국은 인공지능 AI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며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무역전쟁'과 '기술 패권경쟁'을 동시에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중국 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선에서 둘 다 접점을 찾아갈지, 무역전쟁부터 종식한 뒤 기술 패권경쟁은 장기전으로 이어갈 지 역시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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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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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5G 패권경쟁’, 미중 무역전쟁 진짜 이유?
올해 이미 500억 달러(56조 2000억 원)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투하한 트럼프 대통령.

4배인 2,000억 달러 규모 3차 관세 폭탄까지 준비된 상황에서 지난 7일(현지시각)에는 "또 다른 2,670억 달러 규모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 전체 5,056억 달러(568조 3,000억 원)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장을 또 날린 것이다. 이는 중국의 대미 수입액(지난해 1,300억 달러)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중국의 '결사 항전'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미국은 무엇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무역전쟁의 판을 키우는 걸까?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5G 패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무역전쟁의 신호탄을 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중국은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도둑질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 발언을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산업 진흥전략인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로부터 넉 달 뒤 CNBC는 "미·중의 이번 무역전쟁의 본질은 5G 기술을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내놓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5G는 내려받기 속도가 현재 이동통신 속도인 300Mbps(초당 메가바이트)보다 70배 이상 빠르고, 일반 LTE보다는 280배 빠르다. 1GB(기가바이트)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5G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앞으로 20년 내 12조 달러(1경 3,50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5G 기술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해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핵심 추진 과제이며 중국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목표이기도 하다.

독일 도이치벨레(DW)는 "ICT(정보통신기술)는 21세기 패권국가의 전제조건이다. 5G 승자가 디지털 산업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며 미·중 두 나라가 무역전쟁을 벌이는 지금을 "첨단 기술 냉전 시대"라고 표현했다.

美, “기술 굴기(堀起)” 야심 드러낸 中 집중 난타

그렇다면 미국은 왜 사정없이 중국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걸까?

중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에 순응하는 다른 경쟁국들과 달리 5G를 선점하겠다며 의기양양하게 발톱을 드러냈다.

컨설팅 전문회사 '델로이트'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5G 기술 적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 미국을 압도한다. 중국이 2015년부터 전 세계에 35만 개의 기지국을 건설해온 반면, 미국의 기지국은 3만 개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지국 설립에 중국이 쏟아부은 돈만 24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한다.

5G 무선시장 국가순위 (출처: Rcrwireless News, CTIA 인용)5G 무선시장 국가순위 (출처: Rcrwireless News, CTIA 인용)

기술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크게 앞선다.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가 지난 4월, '5G 기술이 가장 잘 준비된 10개국'을 선정했는데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이 2위, 미국은 3위에 머물렀고 일본이 4위였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화웨이 한 곳만 5G 연구개발에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을 썼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 캡처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 캡처

"거대한 국내 시장과 결합한 정부 주도형 접근 방식은 중국 기업이 대규모 5G 장비를 판매해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WSJ는 9일(현지시각) <5G 경쟁 :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무선 인터넷을 둘러싼 미·중 간 전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이 5G에서 우위를 점한 비결을 이렇게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그동안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자국 기업에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불공정 거래를 끝내야 한다"고 수없이 외쳐온 이유다.

중국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거버넌스 모델' 대신, 상의하달식인 이른바 '탑다운' 방식을 적용해 속전속결로 정책을 정하는 것도 미국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현재 5G 분야에서 기술력과 투자, 전략·정책 등 모든 면에서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

‘관세 폭탄’ 무기로 5G 판 뒤집으려는 美

5G라는 '차세대 먹거리' 패권에 먼저 다가선 중국을 미국이 가만 놔둘 리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특정 기업들까지 콕 집어 고강도 규제카드를 던졌다.

ZTE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지난 4월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인 ZTE를 상대로 '7년 동안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ZTE는 이 여파로 경영진 전원 교체 등을 겪으며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이면서 통신장비 시장의 최강자인 화웨이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화웨이의 미국시장 진출을 금지한 데 이어 무역전쟁 국면에서는 화웨이의 이란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다.


중국 거대 통신회사의 진입을 막으면서 미국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국가 안보'였다.

ZTE·화웨이는 오래전부터 사실상 중국 정부 소유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WSJ은 "5G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경쟁국의 네트워크를 감시하거나 교란시키는 데 유리한 고지를 자국 정보기관이나 군에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하원은 같은 이유를 들어 2012년 10월, 일찌감치 "화웨이가 미국에서 사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고리로 동맹국들과 연합전선도 구축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도 자국 5G 사업에 화웨이와 ZTE의 참여를 금지한 데 이어, 스파이 혐의로 두 회사를 조사하고 있다.

ZTE·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보면, 5G 판도를 뒤집으려는 미국의 의도가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미국은 절대 우위인 '무역전쟁'을 무기로, 열세인 5G 분야에서 투자제한과 제재를 통해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확전 자제하는 中, “5G는 양보 못 해”

호주 언론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중국 정부가 호주 공영방송의 중국 내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호주가 중국에 한 것과 똑같이 "국가안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편에 선 다른 국가들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중국은 그러나 미국을 향해서는 확전은 자제하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중국 처지에서 보면, 엄청난 내상을 감내하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길게 끌고 갈 이유가 없다.

자캉(賈康) 중국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전 소장은 지난 4월, 현지매체를 통해 "중국은 여전히 개방해야 할 영역이 많다"며 향후 중국이 시장을 서서히 개방하고 지적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개방 확대' 카드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조기에 끝내고 싶다는 속내를 일찍이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11월 중간선거에 내놓을 성과가 필요한 입장이다. 미국의 관료와 전문가들은 "중국은 절대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흘려왔다.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왼쪽)과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오른쪽)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왼쪽)과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오른쪽)

'두 사람은 지난달 22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을 이끌었다.
그날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지만, 양측은 이후에도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기류 속에 미·중 양국은 물밑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중국은 그러나 미국의 5G 견제 움직임에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노린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 5G 패권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결기가 보인다.

지난 7월, 푸젠 성 푸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 26종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미국의 무선통신기업인 퀄컴에 대해서는 NXP 인수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자동차 반도체 최강자인 NXP 인수는 퀄컴의 숙원사업이다.

모두 미국의 화웨이·ZTE 견제에 대한 보복 조치다. 그러면서 중국은 인공지능 AI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며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무역전쟁'과 '기술 패권경쟁'을 동시에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중국 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선에서 둘 다 접점을 찾아갈지, 무역전쟁부터 종식한 뒤 기술 패권경쟁은 장기전으로 이어갈 지 역시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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