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트럼프의 힘은 ‘공포’?…“북핵 문제에도 ‘공포’로 대응했다”

입력 2018.09.12 (11:57) 수정 2018.09.13 (17: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가 출간됐습니다.

서점 매장에 올려진 책은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사기다."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저자 우드워드의 공방이 책 판매량을 늘리는데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난맥상을 그린 내용이 주로 소개돼 있지만, 우리에게는 오바마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까지 미국의 최상층부가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대응책을 준비했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오바마, 북한 선제타격 방안에서 지상군 투입까지 검토"

지난 2016년 9월 9일,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보고를 받습니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는 보고를 받은 지 불과 나흘 뒤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과 수술 방식의 군사 공격으로 북핵 위협이 제거될 수 있을 지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우드워드는 책에서 밝혔습니다.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핵문제 해결에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진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선제타격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했다는 얘기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말, 후임 대통령(오바마는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함)에게 대통령 직을 넘겨줄 준비를 하면서 북한 문제는 자신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제임스 클래퍼 국가안보국장의 강격한 경고도 오바마 대통령의 '선제타격 검토' 지시에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미 정보기관 "북핵 85%까지 파괴 가능...완전 제거는 불가능"

미 정보기관과 국방부는 한달 동안 조사를 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이 찾아낼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의 85% 가량을 선제 타격을 통해 파괴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보유 갯수와 장소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보고도 함께 올렸습니다. 미 국방부는 결국 지상군을 투입해야 북한 핵 관련 시설을 모두 찾아내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과 지상군 투입에 따른 또 다른 고려 사항이 보고됐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반격했을 때 남한에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됐습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보고를 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며 선제타격 안을 백지화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임기 첫 해, 대북 대응전략의 근간은 "공포"

책 도입부에 저자는 책 제목을 "공포"란 붙인 이유를 소개했습니다.

"Real Power is -I don't want to use this word- Fear."
("진짜 힘은, 내가 이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공포'입니다.)

2016년 3월 31일, 미 워싱턴 D.C.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우드워드는 어느 정권이나 대통령 임기 첫해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공포'란 단어가 가장 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취임 첫 해에 대북 전략에 있어 이 '공포'를 최대한 활용할려고 했다는 것이 우드워드의 분석입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겁을 주는 것이 북핵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미 전역이 사정권 안에 있는 핵 탄추가 있다고 밝혔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크고 강력한 그리고 사용 가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아 친 것을, 우드워드는 '공포' 전략의 단적인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 주한미군 가족을 한국에서 빼겠다는 트위터를 올리려고 준비했던 것(결국 참모들의 만류로 접었지만) 역시 북한에 공포감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태평양 상공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획했다가 철회한 일화도 소개됐습니다.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차원에서 계획된 것이었지만,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 너무 도발적이란 견해를 밝혀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미 정보당국 '북한 정권 교체가 아닌 지도자 교체' 검토...'김정은 암살 계획 논의'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있어 그의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유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김정일이 핵 실험에 실패한 과학자들을 처형했지만, 김정은은 실패를 용납해 북한의 핵 기술을 진전시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왜 핵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지에 대해선 미 정보당국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드워드는 전했습니다.

우드워드는,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자, 오바마 정부 당시 CIA가 북한의 '정권 교체'가 아닌 '지도자 교체'를 검토했다는 내용도 책에 담았습니다. CIA 북한 전담팀은 북한의 공격 개시 가능성을 경고하는 '한반도 정보 평가(Peninsula Intelligence Estimate)라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미 국방부는 김정은을 폭격 제거하기 위한 PLAN 5015 작전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와서는,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중국을 조종해 김정은을 암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대북 대응책 막후 논의 공개...미 최상층부의 북한에 대한 시각 드러나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는 정권과 정파를 떠나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최상층부 내부의 시각과 대응방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공포'가 대응전략이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지금은 남북 간, 북미 간 대화 속에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세계의 안보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해법을 모색하는 미 안보 당국의 시스템 운영 상황이 책 안에 담겨있습니다. 그 어느 정권 때보다 드라마틱한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지만,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 전개에, 미국 정부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예측해 보는 데에도 이 책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트럼프의 힘은 ‘공포’?…“북핵 문제에도 ‘공포’로 대응했다”
    • 입력 2018-09-12 11:57:35
    • 수정2018-09-13 17:06:52
    특파원 리포트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가 출간됐습니다.

서점 매장에 올려진 책은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사기다."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저자 우드워드의 공방이 책 판매량을 늘리는데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난맥상을 그린 내용이 주로 소개돼 있지만, 우리에게는 오바마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까지 미국의 최상층부가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대응책을 준비했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오바마, 북한 선제타격 방안에서 지상군 투입까지 검토"

지난 2016년 9월 9일,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보고를 받습니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는 보고를 받은 지 불과 나흘 뒤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과 수술 방식의 군사 공격으로 북핵 위협이 제거될 수 있을 지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우드워드는 책에서 밝혔습니다.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핵문제 해결에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진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선제타격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했다는 얘기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말, 후임 대통령(오바마는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함)에게 대통령 직을 넘겨줄 준비를 하면서 북한 문제는 자신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제임스 클래퍼 국가안보국장의 강격한 경고도 오바마 대통령의 '선제타격 검토' 지시에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미 정보기관 "북핵 85%까지 파괴 가능...완전 제거는 불가능"

미 정보기관과 국방부는 한달 동안 조사를 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이 찾아낼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의 85% 가량을 선제 타격을 통해 파괴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보유 갯수와 장소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보고도 함께 올렸습니다. 미 국방부는 결국 지상군을 투입해야 북한 핵 관련 시설을 모두 찾아내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과 지상군 투입에 따른 또 다른 고려 사항이 보고됐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반격했을 때 남한에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됐습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보고를 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며 선제타격 안을 백지화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임기 첫 해, 대북 대응전략의 근간은 "공포"

책 도입부에 저자는 책 제목을 "공포"란 붙인 이유를 소개했습니다.

"Real Power is -I don't want to use this word- Fear."
("진짜 힘은, 내가 이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공포'입니다.)

2016년 3월 31일, 미 워싱턴 D.C.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우드워드는 어느 정권이나 대통령 임기 첫해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공포'란 단어가 가장 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취임 첫 해에 대북 전략에 있어 이 '공포'를 최대한 활용할려고 했다는 것이 우드워드의 분석입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겁을 주는 것이 북핵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미 전역이 사정권 안에 있는 핵 탄추가 있다고 밝혔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크고 강력한 그리고 사용 가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아 친 것을, 우드워드는 '공포' 전략의 단적인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 주한미군 가족을 한국에서 빼겠다는 트위터를 올리려고 준비했던 것(결국 참모들의 만류로 접었지만) 역시 북한에 공포감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태평양 상공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획했다가 철회한 일화도 소개됐습니다.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차원에서 계획된 것이었지만,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 너무 도발적이란 견해를 밝혀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미 정보당국 '북한 정권 교체가 아닌 지도자 교체' 검토...'김정은 암살 계획 논의'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있어 그의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유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김정일이 핵 실험에 실패한 과학자들을 처형했지만, 김정은은 실패를 용납해 북한의 핵 기술을 진전시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왜 핵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지에 대해선 미 정보당국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드워드는 전했습니다.

우드워드는,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자, 오바마 정부 당시 CIA가 북한의 '정권 교체'가 아닌 '지도자 교체'를 검토했다는 내용도 책에 담았습니다. CIA 북한 전담팀은 북한의 공격 개시 가능성을 경고하는 '한반도 정보 평가(Peninsula Intelligence Estimate)라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미 국방부는 김정은을 폭격 제거하기 위한 PLAN 5015 작전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와서는,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중국을 조종해 김정은을 암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대북 대응책 막후 논의 공개...미 최상층부의 북한에 대한 시각 드러나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는 정권과 정파를 떠나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최상층부 내부의 시각과 대응방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공포'가 대응전략이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지금은 남북 간, 북미 간 대화 속에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세계의 안보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해법을 모색하는 미 안보 당국의 시스템 운영 상황이 책 안에 담겨있습니다. 그 어느 정권 때보다 드라마틱한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지만,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 전개에, 미국 정부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예측해 보는 데에도 이 책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