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이행 2,986억 원 예상…상세 내역 살펴 보니

입력 2018.09.12 (20:06) 수정 2018.09.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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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선언에 서명하고 포옹을 나눈 지 138일 만이다. 4.27판문점선언이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어제(11일) 제출됐다.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이산가족상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돈이 드는 건 당연지사다. 비용추계서에 이목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채택 당시부터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판문점선언이 국회 동의를 거치면 법적 효력을 갖게 되고 정부가 바뀌어도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판문점선언 채택 직후 법제처에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지난달 답변을 받았다. 법제처는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인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에 따라 판문점선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비용추계서를 보면 내년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데 들 것으로 예상되는 돈은 2,986억 원.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산림협력, 이산가족상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사회문화체육교류로 5가지 세부사업별로 예산을 책정했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는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산림협력은 산림청, 사회문화체육교류는 문체부 등과 협의해 예산을 논의하고 기재부와 협의했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철도·도로 현대화 무상과 융자?

무상 부분은 한마디로 우리 측이 제공하는 설계 감리 부분이다. 남측이 감리 및 평가를 담당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동해선 철도도로 개보수 설계와 감리 부분에 672억 원 책정됐고 경의선 도로 타당성 평가에 95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융자는 북측에 자재 설비를 제공하고 난 뒤 나중에 북측에서 그만큼의 사용료를 받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부분이다. 철도와 도로 개보수 자재장비 제공 비용이 각각 594억 원과 380억 원으로 예상되고, 문산-개성 도로 신설 북측구간 공사에 드는 자재장비가 33억 원으로 잡혔다. 무상 제공이 아닌 차관 형식이라는 점에 대해 북측과 협의를 계속 해 나가고 있고 구체적인 시기, 규모 등도 협의가 좀 더 진행되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산림협력은 인도적 사안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고 산림병해충 방제하고 산림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은 모두 북한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것이 통일부의 판단이다. 양묘장과 산림병해충방제, 시범조림 등으로 당초 300억 원이었던 규모가 1,137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산가족상봉 확대 예상

남북관계의 훈풍을 타고 통일부에서도 대면상봉은 당초 3회에서 6회, 고향방문을 1회에서 3회로 늘려 예산안을 편성한 바 있다.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하게 되는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은 이렇게 확대된 이산가족상봉행사뿐만 아니라 이산가족상봉면회소 개보수 117억 원, 이산가족교류활성화 기반 구축 6억 원 등 336억 원으로 측정됐다. 당초 120억 원에서 3배 가량 많아진 금액이다.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은?

야당을 중심으로 비용추계가 부실하고 수십 조로 불어날 비용을 축소 계상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여러 민간기관에서도 철도도로 협력 사업같은 경우 70조 원에서 112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판문점선언 이행 사업들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장기적인 사업이고 대북 제재 등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정부의 비용 추계가 현실성이 아예 없다고 보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판문점선언 이행 사안과 관련해서는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과 세부 항목을 공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도·도로 사업의 경우를 들어 공동조사를 한 뒤 '현대화'를 어느 수준으로 할 건지를 정하는 등 각 사업별로 기준과 범위, 사업기간 등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에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영 계획만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통일부는 지난 2007년 10.4 선언 당시에도 국회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며 1,948억 원을 비용을 추계한 바가 있다며 이번 예산이 결코 축소되거나 구체화되지 않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

덧붙여 남북협력기금은 집행할 때마다 남북협력기금관리심의위원회의 심의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심의·의결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북측과 진행 중인 사안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는 못하더라도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 등 남북 간 장기적인 사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라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을 둘러싼 진통은 피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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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문점선언 이행 2,986억 원 예상…상세 내역 살펴 보니
    • 입력 2018-09-12 20:06:49
    • 수정2018-09-12 20:13:44
    취재K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선언에 서명하고 포옹을 나눈 지 138일 만이다. 4.27판문점선언이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어제(11일) 제출됐다.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이산가족상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돈이 드는 건 당연지사다. 비용추계서에 이목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채택 당시부터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판문점선언이 국회 동의를 거치면 법적 효력을 갖게 되고 정부가 바뀌어도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판문점선언 채택 직후 법제처에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지난달 답변을 받았다. 법제처는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인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에 따라 판문점선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비용추계서를 보면 내년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데 들 것으로 예상되는 돈은 2,986억 원.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산림협력, 이산가족상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사회문화체육교류로 5가지 세부사업별로 예산을 책정했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는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산림협력은 산림청, 사회문화체육교류는 문체부 등과 협의해 예산을 논의하고 기재부와 협의했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철도·도로 현대화 무상과 융자?

무상 부분은 한마디로 우리 측이 제공하는 설계 감리 부분이다. 남측이 감리 및 평가를 담당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동해선 철도도로 개보수 설계와 감리 부분에 672억 원 책정됐고 경의선 도로 타당성 평가에 95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융자는 북측에 자재 설비를 제공하고 난 뒤 나중에 북측에서 그만큼의 사용료를 받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부분이다. 철도와 도로 개보수 자재장비 제공 비용이 각각 594억 원과 380억 원으로 예상되고, 문산-개성 도로 신설 북측구간 공사에 드는 자재장비가 33억 원으로 잡혔다. 무상 제공이 아닌 차관 형식이라는 점에 대해 북측과 협의를 계속 해 나가고 있고 구체적인 시기, 규모 등도 협의가 좀 더 진행되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산림협력은 인도적 사안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고 산림병해충 방제하고 산림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은 모두 북한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것이 통일부의 판단이다. 양묘장과 산림병해충방제, 시범조림 등으로 당초 300억 원이었던 규모가 1,137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산가족상봉 확대 예상

남북관계의 훈풍을 타고 통일부에서도 대면상봉은 당초 3회에서 6회, 고향방문을 1회에서 3회로 늘려 예산안을 편성한 바 있다.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하게 되는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은 이렇게 확대된 이산가족상봉행사뿐만 아니라 이산가족상봉면회소 개보수 117억 원, 이산가족교류활성화 기반 구축 6억 원 등 336억 원으로 측정됐다. 당초 120억 원에서 3배 가량 많아진 금액이다.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은?

야당을 중심으로 비용추계가 부실하고 수십 조로 불어날 비용을 축소 계상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여러 민간기관에서도 철도도로 협력 사업같은 경우 70조 원에서 112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판문점선언 이행 사업들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장기적인 사업이고 대북 제재 등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정부의 비용 추계가 현실성이 아예 없다고 보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판문점선언 이행 사안과 관련해서는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과 세부 항목을 공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도·도로 사업의 경우를 들어 공동조사를 한 뒤 '현대화'를 어느 수준으로 할 건지를 정하는 등 각 사업별로 기준과 범위, 사업기간 등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에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영 계획만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통일부는 지난 2007년 10.4 선언 당시에도 국회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며 1,948억 원을 비용을 추계한 바가 있다며 이번 예산이 결코 축소되거나 구체화되지 않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

덧붙여 남북협력기금은 집행할 때마다 남북협력기금관리심의위원회의 심의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심의·의결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북측과 진행 중인 사안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는 못하더라도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 등 남북 간 장기적인 사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라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을 둘러싼 진통은 피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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