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축사에 둘러싸인 ‘638조 원’?…그게 어때서?

입력 2018.09.13 (09:57) 수정 2018.09.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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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WSJ, 한국 국민연금 1면 기사로 다뤄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북 전주의 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에 대해 심층 기사를 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면에 '세계에서 3번째 큰 기금의 수장이 되고 싶나요?' 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수장인 본부장이 공석인 점을 거론했다. 신문은 "본부장이라는 자리는 매우 정치적일 수 있다"면서 "게다가 벨기에 경제규모보다 많은 무려 5천650억 달러를 관리하지만, 급여는 민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작년 7월 당시 강면욱 본부장이 돌연 사임했다. 그리고 지난 2월 후임 공모에 들어가 최종후보 3명을 압축했지만 '적격자 없음' 판단을 내리고 재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후보가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본부장이 1년 넘게 공백인 가운데 최근엔 본부장 직무대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후임자가 임용됐다. 그밖에 핵심 운용 인력들도 여럿 빠져나가면서 잇따라 충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연금, 축사와 분뇨처리 시설에 둘러싸여 있어."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다음으로는 지리적 문제를 거론하며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축사와 분뇨 처리 시설 등에 둘러싸여 있다"며 돼지 삽화를 그려 넣는 등 조롱 섞인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뉴욕의 헤지펀드들이 맨해튼과 약 1시간 거리이면서 거주·세제 여건이 좋은 코네티컷 주 '그리니치'로 옮긴 사례를 거론하면서 전북혁신도시는 그리니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주중에는 전주 혁신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 되면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는 실정도 다뤘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다른 곳에서 일할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 혁신도시로 이동하면서 직원의 4분의 1 이상을 잃었다고 전하며, 최고 투자 책임자와 8명의 고위직 중 3명을 포함하여 30개의 직책이 몇 달 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전주' NO, '서울' YES


사실, 월스트리트저널이 다룬 지리적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달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가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김 대표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자리 잡고 있어 유능한 인재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외국인투자자들이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는 것이 가장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21세기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의견인 듯 보인다. 이제 지역 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취임사에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회사는 미국의 중부 네브래스카주 인구 40만의 '작은 시골 동네' 오마하에 있다"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은 서울이 아닌 전주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왜 한국의 국민연금 운용본부의 지리적 위치를 문제로 삼는 걸까? 물론 한국에서 본부장의 공석과 주요 간부들의 줄사표 문제가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미국의 유력 일간지가 돼지 삽화까지 써가며, 국민연금 운용본부의 위치는 '전주'가 아니라 '서울'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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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 축사에 둘러싸인 ‘638조 원’?…그게 어때서?
    • 입력 2018-09-13 09:57:57
    • 수정2018-09-13 16:16:05
    취재K
美 WSJ, 한국 국민연금 1면 기사로 다뤄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북 전주의 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에 대해 심층 기사를 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면에 '세계에서 3번째 큰 기금의 수장이 되고 싶나요?' 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수장인 본부장이 공석인 점을 거론했다. 신문은 "본부장이라는 자리는 매우 정치적일 수 있다"면서 "게다가 벨기에 경제규모보다 많은 무려 5천650억 달러를 관리하지만, 급여는 민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작년 7월 당시 강면욱 본부장이 돌연 사임했다. 그리고 지난 2월 후임 공모에 들어가 최종후보 3명을 압축했지만 '적격자 없음' 판단을 내리고 재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후보가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본부장이 1년 넘게 공백인 가운데 최근엔 본부장 직무대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후임자가 임용됐다. 그밖에 핵심 운용 인력들도 여럿 빠져나가면서 잇따라 충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연금, 축사와 분뇨처리 시설에 둘러싸여 있어."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다음으로는 지리적 문제를 거론하며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축사와 분뇨 처리 시설 등에 둘러싸여 있다"며 돼지 삽화를 그려 넣는 등 조롱 섞인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뉴욕의 헤지펀드들이 맨해튼과 약 1시간 거리이면서 거주·세제 여건이 좋은 코네티컷 주 '그리니치'로 옮긴 사례를 거론하면서 전북혁신도시는 그리니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주중에는 전주 혁신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 되면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는 실정도 다뤘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다른 곳에서 일할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 혁신도시로 이동하면서 직원의 4분의 1 이상을 잃었다고 전하며, 최고 투자 책임자와 8명의 고위직 중 3명을 포함하여 30개의 직책이 몇 달 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전주' NO, '서울' YES


사실, 월스트리트저널이 다룬 지리적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달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가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김 대표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자리 잡고 있어 유능한 인재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외국인투자자들이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는 것이 가장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21세기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의견인 듯 보인다. 이제 지역 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취임사에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회사는 미국의 중부 네브래스카주 인구 40만의 '작은 시골 동네' 오마하에 있다"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은 서울이 아닌 전주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왜 한국의 국민연금 운용본부의 지리적 위치를 문제로 삼는 걸까? 물론 한국에서 본부장의 공석과 주요 간부들의 줄사표 문제가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미국의 유력 일간지가 돼지 삽화까지 써가며, 국민연금 운용본부의 위치는 '전주'가 아니라 '서울'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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