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조계 원로의 죽비소리…한승헌 변호사 “사법부, 아직 정신 못차렸다”

입력 2018.09.13 (21:26) 수정 2018.09.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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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사법부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원로 법조인의 쓴소리

한승헌 변호사가 13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습니다.

한 변호사는 과거 군사 정부 시절 수많은 시국 사건을 변론하고, 양심수들을 대변한 1세대 인권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57년 고등고시 합격으로 법조계에 몸담은 한 변호사, 반세기 넘게 사법부의 역사를 지켜봐 온 그에게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물었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은 나이지만, 사법부 현안을 바라보는 한 변호사의 눈은 날카로웠습니다.

한 변호사는 "사법부 70주년을 맞아 법원이 반성하고, 당당한 사법부로 나아가는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를 해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법부 개혁안 추진에 대해선 "아직도 근본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가는 능력이나 성실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법원이 이 바람만 좀 잠잠할 정도로 넘어가면 또 괜찮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면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 등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법부라는 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안 된다면 낯설고 조심스럽지만, 특별재판부에 대한 논의라도 해야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다음은 한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문.

Q.사법부 70주년을 맞아 훈장을 받은 소감은?
A.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법 70주년이면 굉장히 그 의미가 깊고, 여러 가지 생각할 바가 많습니다. 예전에 독재 정권하에서 정치범, 그 밖에 압박받는 피고인들 변호를 좀 많이 해줬다고 해서 포상의 이유로 삼은 것 같은데, 변호사가 사건 맡아서 열심히 변론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오히려 훈장을 받고도 좀 쑥스럽습니다.

Q.70주년을 맞은 사법부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A.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완전한 독립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가장 큰 병폐가 있습니다. 이번 사법부 70주년에서 그 점에 대해서 우리 법원이 반성하고, 또 앞으로 정말 당당한 사법부로 나아가는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Q.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위기에 빠진 사법부가 제 기능을 찾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A.작금의 이른바 '사법 농단'의 실태를 보면 과거에 사법 파동을 일으킨 여러 가지 문제의 상황 때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안 좋게 풀려나가는 그런 사태입니다. 사법부가 사법 농단 수사에 대응하는 그런 자세나 태도를 보면, 아직도 우리 사법부가 근본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가는 능력이나 성실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Q.사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폐단, 잘못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시급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선은 지금까지 드러난 병폐 내지는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봐야 뒤집어 봐야 합니다.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 어떻게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처방이 나와야 합니다.

오늘 대법원장님 기념사도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효용을 갖고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거나 사법부 건강을 되찾는 데는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유식한 어떤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사면 수사에 대응하는 성실성과 또 법원, 법관답다는 솔직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국민들이 아직도 신뢰를 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사법부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법관. 구체적으로는 우리 사법부의 수뇌부가 국가의 사법작용을 올바르게 운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권력 쪽에서 문제를 걸어오면 그걸 막아낼 것인가, 못 막고 무릎을 꿇을 것인가, 그런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알려진 사법 농단은 피동적으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집권자, 정권에 대해서 약간 거래적인 성격을 띤 그런 것을 가지고 내통을 했다. 이것은 참 유사 이래 처음 우리가 겪는 일입니다. 그 점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지금 사법부 수뇌부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이 국면을 '안이하게 치유하고 넘어가면 또 조용해질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그것은 참 잘못입니다.

Q.법원 수뇌부와 일선 법관이 해야 할 일은?
A.사법부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상의 대상이 돼 있잖아요. 수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사에 성실하게 부응을 하고, 영장 발부도 법원이나 법원 쪽 인사가 난처한 것은 기각 기각 기각 이렇게 하는 데 도저히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법부라는 볼 수가 없죠.


Q.특별재판부 등 다른 대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저는 수사 단계에서의 특검도 원래는 찬성을 안 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특검이 아니면 치유할 수 없는 상황이 있으니 지금은 '아, 특검이 필요하다'라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마찬가지로 재판부를 특별로 한다는 것은 유례가 없고 엄청난 겁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사고, 지금과 같은 방법을 갖고 안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역시 대단히 낯설고 조심스럽지만, 특별재판부에 대한 논의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Q.사법부가 과오를 딛고 한 단계 더 발전한 사례는 없습니까?
A.문제가 생기면 파서 보고 밝혀내고 없애야 하는데, 그걸 덮고, 매몰시키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법원이 최근에 와서 재심 사건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결론, 판단을 바로 잡는 게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피고인들이 싸워서 얻은 사법부 독립입니다. 내풍, 사법부 내의 문제점, 악습, 몰지각 이런 것을 어렵지만 터놓고 공론화를 해서 하나하나씩 바로 잡아 나가는 그런 노력이 사법부 스스로 이뤄져야 하는데 요즘 보면 그렇게 가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Q.이번 사태의 진앙인 법원행정처 개혁 방안에 대한 생각은?
A.법원행정처가 문제는 있죠. 그러나 법원행정처 같은 그런 기구가 제 역할만 하고, 제 임무만 다 한다면 뭐가 잘못입니까. 기구 하나를 없애고 더 하고 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왕에 만들어진 기구라면 그 기구를 어떻게 정말 원리 원칙대로 가동하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법원행정처가 어떻게든 필요는 하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 그 점에 대한 자기반성은 아직 법원이 잘 안 하고 자꾸 회피하는 것 같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영장이 청구되면 기각하고, 그 사이에 문서를 폐기하거나 지우고, 이렇게 대처를 하는 것에 대해선 매우 안타깝게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반복되지 않을까요? 치유하지 않으면 병균이 어디에선가 남아 있다가 또 머리를 들고 나옵니다. 법원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회피적이고. 이 바람만 좀 잠잠할 정도로 넘어가면 또 괜찮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Q.후배 법조인, 일선 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사법시험에 합격했거나 로스쿨을 나와서 법조인이 되면 우선은 그걸 일신상의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걸 나무라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사람은 입신이 물론 중요하지만, 입신이 된 다음에는 반드시 헌신해야 합니다.

입신했다고 해서 자기의 어떤 욕망, 충족으로 끝난다면 그게 무슨 성스러운 사법부, 법조인이라고 할 수 있나. 지금 젊은 분들이 아무래도 현실에 쫓기도 내몰리다 보니 자기 입신과 영욕에 너무 골몰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딱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법조인인데. 내가 사법을 다루는 하나의 지식인데'라고 생각하면서 봉사해야 합니다.


Q.마지막으로 사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A. 잘못을 밝혀서 책임을 묻지 않은 상태에선 아무리 묘안이 나와도 그게 무슨 약효가 있으며 국민들이 납득을 하겠어요. 엄벌이 제일은 아니지만, 책임을 가려내고 책임을 묻는 풍토가 사법부에도 있어야 합니다. 법관은 독립돼야 한다고 해서 잘못을 말을 못하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죠. 제도상으로 아무리 유식한 논문을 쓴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정의감이 제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제 방향으로 나갈 때 그래도 믿음직한 사법도 있고 사법에 의해서 이 사회가 바로잡히는 거죠. 결론을 거창한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우리 무릎 앞에, 머릿속에 있는 것이 결론입니다. 문제는 그걸 실천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사법부가 직면하고 있는 사태에 대한 대응과 처방도 그렇게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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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3 21:26:18
    • 수정2018-09-13 21:58:13
    사회
[연관 기사] [뉴스9] “사법부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원로 법조인의 쓴소리

한승헌 변호사가 13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습니다.

한 변호사는 과거 군사 정부 시절 수많은 시국 사건을 변론하고, 양심수들을 대변한 1세대 인권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57년 고등고시 합격으로 법조계에 몸담은 한 변호사, 반세기 넘게 사법부의 역사를 지켜봐 온 그에게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물었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은 나이지만, 사법부 현안을 바라보는 한 변호사의 눈은 날카로웠습니다.

한 변호사는 "사법부 70주년을 맞아 법원이 반성하고, 당당한 사법부로 나아가는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를 해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법부 개혁안 추진에 대해선 "아직도 근본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가는 능력이나 성실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법원이 이 바람만 좀 잠잠할 정도로 넘어가면 또 괜찮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면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 등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법부라는 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안 된다면 낯설고 조심스럽지만, 특별재판부에 대한 논의라도 해야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다음은 한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문.

Q.사법부 70주년을 맞아 훈장을 받은 소감은?
A.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법 70주년이면 굉장히 그 의미가 깊고, 여러 가지 생각할 바가 많습니다. 예전에 독재 정권하에서 정치범, 그 밖에 압박받는 피고인들 변호를 좀 많이 해줬다고 해서 포상의 이유로 삼은 것 같은데, 변호사가 사건 맡아서 열심히 변론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오히려 훈장을 받고도 좀 쑥스럽습니다.

Q.70주년을 맞은 사법부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A.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완전한 독립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가장 큰 병폐가 있습니다. 이번 사법부 70주년에서 그 점에 대해서 우리 법원이 반성하고, 또 앞으로 정말 당당한 사법부로 나아가는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Q.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위기에 빠진 사법부가 제 기능을 찾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A.작금의 이른바 '사법 농단'의 실태를 보면 과거에 사법 파동을 일으킨 여러 가지 문제의 상황 때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안 좋게 풀려나가는 그런 사태입니다. 사법부가 사법 농단 수사에 대응하는 그런 자세나 태도를 보면, 아직도 우리 사법부가 근본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가는 능력이나 성실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Q.사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폐단, 잘못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시급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선은 지금까지 드러난 병폐 내지는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봐야 뒤집어 봐야 합니다.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 어떻게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처방이 나와야 합니다.

오늘 대법원장님 기념사도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효용을 갖고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거나 사법부 건강을 되찾는 데는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유식한 어떤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사면 수사에 대응하는 성실성과 또 법원, 법관답다는 솔직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국민들이 아직도 신뢰를 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사법부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법관. 구체적으로는 우리 사법부의 수뇌부가 국가의 사법작용을 올바르게 운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권력 쪽에서 문제를 걸어오면 그걸 막아낼 것인가, 못 막고 무릎을 꿇을 것인가, 그런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알려진 사법 농단은 피동적으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집권자, 정권에 대해서 약간 거래적인 성격을 띤 그런 것을 가지고 내통을 했다. 이것은 참 유사 이래 처음 우리가 겪는 일입니다. 그 점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지금 사법부 수뇌부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이 국면을 '안이하게 치유하고 넘어가면 또 조용해질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그것은 참 잘못입니다.

Q.법원 수뇌부와 일선 법관이 해야 할 일은?
A.사법부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상의 대상이 돼 있잖아요. 수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사에 성실하게 부응을 하고, 영장 발부도 법원이나 법원 쪽 인사가 난처한 것은 기각 기각 기각 이렇게 하는 데 도저히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법부라는 볼 수가 없죠.


Q.특별재판부 등 다른 대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저는 수사 단계에서의 특검도 원래는 찬성을 안 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특검이 아니면 치유할 수 없는 상황이 있으니 지금은 '아, 특검이 필요하다'라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마찬가지로 재판부를 특별로 한다는 것은 유례가 없고 엄청난 겁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사고, 지금과 같은 방법을 갖고 안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역시 대단히 낯설고 조심스럽지만, 특별재판부에 대한 논의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Q.사법부가 과오를 딛고 한 단계 더 발전한 사례는 없습니까?
A.문제가 생기면 파서 보고 밝혀내고 없애야 하는데, 그걸 덮고, 매몰시키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법원이 최근에 와서 재심 사건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결론, 판단을 바로 잡는 게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피고인들이 싸워서 얻은 사법부 독립입니다. 내풍, 사법부 내의 문제점, 악습, 몰지각 이런 것을 어렵지만 터놓고 공론화를 해서 하나하나씩 바로 잡아 나가는 그런 노력이 사법부 스스로 이뤄져야 하는데 요즘 보면 그렇게 가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Q.이번 사태의 진앙인 법원행정처 개혁 방안에 대한 생각은?
A.법원행정처가 문제는 있죠. 그러나 법원행정처 같은 그런 기구가 제 역할만 하고, 제 임무만 다 한다면 뭐가 잘못입니까. 기구 하나를 없애고 더 하고 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왕에 만들어진 기구라면 그 기구를 어떻게 정말 원리 원칙대로 가동하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법원행정처가 어떻게든 필요는 하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 그 점에 대한 자기반성은 아직 법원이 잘 안 하고 자꾸 회피하는 것 같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영장이 청구되면 기각하고, 그 사이에 문서를 폐기하거나 지우고, 이렇게 대처를 하는 것에 대해선 매우 안타깝게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반복되지 않을까요? 치유하지 않으면 병균이 어디에선가 남아 있다가 또 머리를 들고 나옵니다. 법원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회피적이고. 이 바람만 좀 잠잠할 정도로 넘어가면 또 괜찮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Q.후배 법조인, 일선 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사법시험에 합격했거나 로스쿨을 나와서 법조인이 되면 우선은 그걸 일신상의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걸 나무라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사람은 입신이 물론 중요하지만, 입신이 된 다음에는 반드시 헌신해야 합니다.

입신했다고 해서 자기의 어떤 욕망, 충족으로 끝난다면 그게 무슨 성스러운 사법부, 법조인이라고 할 수 있나. 지금 젊은 분들이 아무래도 현실에 쫓기도 내몰리다 보니 자기 입신과 영욕에 너무 골몰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딱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법조인인데. 내가 사법을 다루는 하나의 지식인데'라고 생각하면서 봉사해야 합니다.


Q.마지막으로 사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A. 잘못을 밝혀서 책임을 묻지 않은 상태에선 아무리 묘안이 나와도 그게 무슨 약효가 있으며 국민들이 납득을 하겠어요. 엄벌이 제일은 아니지만, 책임을 가려내고 책임을 묻는 풍토가 사법부에도 있어야 합니다. 법관은 독립돼야 한다고 해서 잘못을 말을 못하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죠. 제도상으로 아무리 유식한 논문을 쓴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정의감이 제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제 방향으로 나갈 때 그래도 믿음직한 사법도 있고 사법에 의해서 이 사회가 바로잡히는 거죠. 결론을 거창한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우리 무릎 앞에, 머릿속에 있는 것이 결론입니다. 문제는 그걸 실천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사법부가 직면하고 있는 사태에 대한 대응과 처방도 그렇게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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