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그리고 김동연 장관의 암구호 낭독회

입력 2018.09.14 (16:07) 수정 2018.09.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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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려운 대책이 아니었다.

“투기목적으로 집을 몇 채씩 사들인 집주인들은 종부세 아주 아주 많이 내게 됩니다”
“물론 종부세 안내는 99%의 국민들은 이번 대책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비싼 아파트 매입하는데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담보 대출 어려워집니다."

그냥 이렇게 설명하면 됐다. 그런데 장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온갖 복잡한 부동산과 세무 용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일반 국민들 보기엔 암구호 낭독회 같았다. 어제 (13일) 열린 <주택시장 안정대책 정부부처 합동 브리핑>은 국민들 입장에선 참 어려웠다. 뭔가 센 대책이 나왔다는데, 뭐가 센 지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3~6억 원 과표구간을 신설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투기과열지구내 DTI는 고가주택기준 이하 주택구입시 1가구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해마다 추가 5%P씩 상향하고...‘’’

브리핑이 시작되고 속보 경쟁이 이어졌다. 내용이 어렵다보니,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기사나 분석이 쏟아졌다. 기자가 헷갈리면 국민들이 헷갈린다. 결국 오보가 등장했다. 몇몇 언론이 <종부세 부과 한도 9억에서 6억으로 인하>기사를 내보냈다. 이 경우 종부세 내는 가구 수가 수 십 배 늘어난다. 청와대 홍보수석까지 나서 부랴부랴 바로잡았다. 쉽게 설명하지 않으면 늘 이런 오해를 낳는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종부세는 소득세나 재산세처럼 구간별 과세를 한다. 구간별 세율을 올리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쉽게 말해 종부세 더 걷기로 한거다. 그런데 <종부세 3억~6억 과표 구간 신설> 이라는 부분이 강조됐다. 일부 언론이 이를 그대로 제목으로 받아썼다. 그러자

"아니 우리집은 5억밖에 안되는데 종부세를 내라는거냐 ###아!”라는 댓글이 달렸다.

종부세 세율이 최대 3.2%까지 부과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렇게 종부세를 내려면 아파트 시세가 181억 원을 초과해야 한다. 내 주변에는 그런 부동산 부자가 1명도 없다. 뜬구름 잡는 설명이다. 강조할 부분도 아닌데 강조되고, 정작 강조할 부분을 강조하지 못했다. 결국 또 오해를 부른다.

그리고 이 오해는 이제 <집 한 채 있는 게 무슨 죄냐?> <이 정부는 오직 세금 걷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이제 정부는 여러 부분을 또 해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정책의 취지는 그만큼 퇴색한다. 정책의 힘발이 떨어진다. 이렇게 복잡한 암구호 같은 정책을 국민들이 잘 이해를 못하면 꼭 비틀린 기사가 비집고 들어온다. 역시나 오늘 아침에도 나왔다. <집 한 채 40대 “투기꾼도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하나”> 정확히 이해 못한 국민을 상대로 교묘한 논리를 만들어낸다.

신문 기사 내용 캡처신문 기사 내용 캡처

대책은 전체 주택 소유 가구 중 1%에 대한 이야기인데, 종부세를 내지 않는 다수 국민이 분노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다음은 이 기사에 등장하는 사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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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동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이 모(40) 씨는 “투기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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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많이 다르다. 송파구 잠실동 84제곱미터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13~16억 원 정도다. 공시가격은 줄잡아 7~11억 원을 넘지 않는다. (시세 20억 원이 훌쩍 넘는 리센츠 48평형의 올해 공시가격도 12억 원 남짓이다) 부부가 반씩 공동 소유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전혀 종부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번 대책에서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그러니 분통을 터트릴 일도 아니다.

이번 대책으로 시세 18억 원 주택의 종부세는 94만 원에서 104만 원으로 10만 원 정도 올라간다(시세 18억 원 아파트도 부부 공동명의라면 종부세 안내는 아파트가 허다하다.) 종부세 100여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마도 지난 2년 여 동안 오른 아파트값에 비하면 감당할 만한 수준인 것은 틀림없다.

이런 곡해와 오해의 이면에는 잘못된 이해가 자리잡고 있다. 정책을 이해시키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잘못 이해한 국민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 새 대책을 발표할 때 국민 눈높이에서 좀 쉽게 했으면 좋겠다. 중요한 대책일수록 더 그렇다. 그래야 기자들도 더 쉽게 전할 수 있다. 그것이 정책 효과는 높이는 길이다. 오해를 줄이는 길이다. 그리고 장관이 끝으로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고 지금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책이 효과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부는 효과가 있을 때까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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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부세 그리고 김동연 장관의 암구호 낭독회
    • 입력 2018-09-14 16:07:02
    • 수정2018-09-14 16:11:39
    경제
그렇게 어려운 대책이 아니었다.

“투기목적으로 집을 몇 채씩 사들인 집주인들은 종부세 아주 아주 많이 내게 됩니다”
“물론 종부세 안내는 99%의 국민들은 이번 대책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비싼 아파트 매입하는데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담보 대출 어려워집니다."

그냥 이렇게 설명하면 됐다. 그런데 장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온갖 복잡한 부동산과 세무 용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일반 국민들 보기엔 암구호 낭독회 같았다. 어제 (13일) 열린 <주택시장 안정대책 정부부처 합동 브리핑>은 국민들 입장에선 참 어려웠다. 뭔가 센 대책이 나왔다는데, 뭐가 센 지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3~6억 원 과표구간을 신설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투기과열지구내 DTI는 고가주택기준 이하 주택구입시 1가구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해마다 추가 5%P씩 상향하고...‘’’

브리핑이 시작되고 속보 경쟁이 이어졌다. 내용이 어렵다보니,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기사나 분석이 쏟아졌다. 기자가 헷갈리면 국민들이 헷갈린다. 결국 오보가 등장했다. 몇몇 언론이 <종부세 부과 한도 9억에서 6억으로 인하>기사를 내보냈다. 이 경우 종부세 내는 가구 수가 수 십 배 늘어난다. 청와대 홍보수석까지 나서 부랴부랴 바로잡았다. 쉽게 설명하지 않으면 늘 이런 오해를 낳는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종부세는 소득세나 재산세처럼 구간별 과세를 한다. 구간별 세율을 올리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쉽게 말해 종부세 더 걷기로 한거다. 그런데 <종부세 3억~6억 과표 구간 신설> 이라는 부분이 강조됐다. 일부 언론이 이를 그대로 제목으로 받아썼다. 그러자

"아니 우리집은 5억밖에 안되는데 종부세를 내라는거냐 ###아!”라는 댓글이 달렸다.

종부세 세율이 최대 3.2%까지 부과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렇게 종부세를 내려면 아파트 시세가 181억 원을 초과해야 한다. 내 주변에는 그런 부동산 부자가 1명도 없다. 뜬구름 잡는 설명이다. 강조할 부분도 아닌데 강조되고, 정작 강조할 부분을 강조하지 못했다. 결국 또 오해를 부른다.

그리고 이 오해는 이제 <집 한 채 있는 게 무슨 죄냐?> <이 정부는 오직 세금 걷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이제 정부는 여러 부분을 또 해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정책의 취지는 그만큼 퇴색한다. 정책의 힘발이 떨어진다. 이렇게 복잡한 암구호 같은 정책을 국민들이 잘 이해를 못하면 꼭 비틀린 기사가 비집고 들어온다. 역시나 오늘 아침에도 나왔다. <집 한 채 40대 “투기꾼도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하나”> 정확히 이해 못한 국민을 상대로 교묘한 논리를 만들어낸다.

신문 기사 내용 캡처
대책은 전체 주택 소유 가구 중 1%에 대한 이야기인데, 종부세를 내지 않는 다수 국민이 분노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다음은 이 기사에 등장하는 사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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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동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이 모(40) 씨는 “투기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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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많이 다르다. 송파구 잠실동 84제곱미터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13~16억 원 정도다. 공시가격은 줄잡아 7~11억 원을 넘지 않는다. (시세 20억 원이 훌쩍 넘는 리센츠 48평형의 올해 공시가격도 12억 원 남짓이다) 부부가 반씩 공동 소유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전혀 종부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번 대책에서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그러니 분통을 터트릴 일도 아니다.

이번 대책으로 시세 18억 원 주택의 종부세는 94만 원에서 104만 원으로 10만 원 정도 올라간다(시세 18억 원 아파트도 부부 공동명의라면 종부세 안내는 아파트가 허다하다.) 종부세 100여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마도 지난 2년 여 동안 오른 아파트값에 비하면 감당할 만한 수준인 것은 틀림없다.

이런 곡해와 오해의 이면에는 잘못된 이해가 자리잡고 있다. 정책을 이해시키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잘못 이해한 국민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 새 대책을 발표할 때 국민 눈높이에서 좀 쉽게 했으면 좋겠다. 중요한 대책일수록 더 그렇다. 그래야 기자들도 더 쉽게 전할 수 있다. 그것이 정책 효과는 높이는 길이다. 오해를 줄이는 길이다. 그리고 장관이 끝으로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고 지금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책이 효과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부는 효과가 있을 때까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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