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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교통체증 줄이려고 버스를 못다니게 한다고?
입력 2018.09.15 (07:00)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교통체증 줄이려고 버스를 못다니게 한다고?
▲ 태국 방콕 지하철(MRT) 공사 구간인 랑캄행 도로의 교통체증

태국 수도 방콕의 교통체증은 가히 세계적이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10분 거리를 한 시간 이상 차 안에 갇혀 있는 경우도 많다. 방콕 시내 도로를 확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지반이 약해서 지하철(MRT)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아 방콕 시민들에게는 교통체증이 일상화가 되다시피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방콕 시민들을 분노케 한 일이 벌어졌다. 방콕시에서 새로운 노선의 지하철(MRT) 건설에 들어갔는데 공사 기간 동안 공사장 인근 도로에 대한 교통 체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가 됐다.

이른바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는데 방콕 경찰은 뜻밖의 계획을 발표했다. 출퇴근 시간에 공사 구간인 람캄행 도로(Ramkhamhaeng Road)를 운행하는 버스를 못 다니게 해서 교통체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버스가 차선을 왔다 갔다 하고 끼어들기도 다반사로 하니 교통체증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이미 승객수가 적은 퇴출 후보 버스 노선에 대한 선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구간내 버스 운행을 제한하겠다는 경찰발표 뉴스에 대한 비판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버스를 못다니게 해서 교통체증을 줄이겠다는 경찰의 발상은 당장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다. 다른 나라들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교통체증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방콕 경찰은 서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고 승용차 타고 다니는 이른바 '가진 사람'들의 시각에서만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출퇴근 시간대 한 대당 백 명 가까운 사람이 타는 버스를 줄이려 할 게 아니라 고작 한 두 명이 타는 승용차를 줄이는 대책을 내놓으라는 원성이 SNS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도로 가장자리 차선을 버스 전용차선으로 할당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Decharut Sukkumnoed 교수 페이스북 캡처Decharut Sukkumnoed 교수 페이스북 캡처

방콕에 있는 까셋삿 대학교(Kasetsart University) 경제학과의 데차룻 수쿰넛(Decharut Sukkumnoed)교수는 방콕 경찰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며 경찰의 계획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동일한 승객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도로 공간을 운송수단별로 나누어 분석한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왼쪽부터 승용차, 버스, 자전거이다. 누가 보더라도 동일한 승객을 운송하는 데 있어 버스가 가장 작은 공간을 차지한다.

방콕 경찰의 엉뚱하다 못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버스 운행 제한' 발상은 일부 태국 관료들의 평상시 인식이 얼마나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95%가 불교를 믿는 태국 국민들은 어지간해서는 자신의 불행이나 어려움에 대해 남 탓이나 제도 탓을 하지 않는다. 전생에 자신의 업보(業報)로 생각하고 가능하면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방콕 시민을 분노케 한 이번 방콕 경찰의 계획이 과연 그대로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 [특파원리포트] 교통체증 줄이려고 버스를 못다니게 한다고?
    • 입력 2018.09.15 (07:00)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교통체증 줄이려고 버스를 못다니게 한다고?
▲ 태국 방콕 지하철(MRT) 공사 구간인 랑캄행 도로의 교통체증

태국 수도 방콕의 교통체증은 가히 세계적이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10분 거리를 한 시간 이상 차 안에 갇혀 있는 경우도 많다. 방콕 시내 도로를 확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지반이 약해서 지하철(MRT)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아 방콕 시민들에게는 교통체증이 일상화가 되다시피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방콕 시민들을 분노케 한 일이 벌어졌다. 방콕시에서 새로운 노선의 지하철(MRT) 건설에 들어갔는데 공사 기간 동안 공사장 인근 도로에 대한 교통 체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가 됐다.

이른바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는데 방콕 경찰은 뜻밖의 계획을 발표했다. 출퇴근 시간에 공사 구간인 람캄행 도로(Ramkhamhaeng Road)를 운행하는 버스를 못 다니게 해서 교통체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버스가 차선을 왔다 갔다 하고 끼어들기도 다반사로 하니 교통체증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이미 승객수가 적은 퇴출 후보 버스 노선에 대한 선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구간내 버스 운행을 제한하겠다는 경찰발표 뉴스에 대한 비판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버스를 못다니게 해서 교통체증을 줄이겠다는 경찰의 발상은 당장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다. 다른 나라들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교통체증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방콕 경찰은 서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고 승용차 타고 다니는 이른바 '가진 사람'들의 시각에서만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출퇴근 시간대 한 대당 백 명 가까운 사람이 타는 버스를 줄이려 할 게 아니라 고작 한 두 명이 타는 승용차를 줄이는 대책을 내놓으라는 원성이 SNS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도로 가장자리 차선을 버스 전용차선으로 할당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Decharut Sukkumnoed 교수 페이스북 캡처Decharut Sukkumnoed 교수 페이스북 캡처

방콕에 있는 까셋삿 대학교(Kasetsart University) 경제학과의 데차룻 수쿰넛(Decharut Sukkumnoed)교수는 방콕 경찰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며 경찰의 계획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동일한 승객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도로 공간을 운송수단별로 나누어 분석한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왼쪽부터 승용차, 버스, 자전거이다. 누가 보더라도 동일한 승객을 운송하는 데 있어 버스가 가장 작은 공간을 차지한다.

방콕 경찰의 엉뚱하다 못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버스 운행 제한' 발상은 일부 태국 관료들의 평상시 인식이 얼마나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95%가 불교를 믿는 태국 국민들은 어지간해서는 자신의 불행이나 어려움에 대해 남 탓이나 제도 탓을 하지 않는다. 전생에 자신의 업보(業報)로 생각하고 가능하면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방콕 시민을 분노케 한 이번 방콕 경찰의 계획이 과연 그대로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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