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그룹 회장 딸 못 알아봤다”고 경위서…주차 직원들 ‘울분’

입력 2018.09.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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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주차 대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티켓을 받죠. 이걸 발레티켓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주차서비스를 맡길 때 티켓도 주면 안되는 특급 손님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VVIP. 호텔 주차 서비스 직원이 이 VVIP들에게 실수로 주차티켓을 줬다 문책을 당하고 경위서까지 써야했습니다.

"VIP 차량, 특히 회장님 일가분들에게 발레 티켓 주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왜 그러죠? 경위서 쓰세요."

호텔의 주차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회장님 일가분'에게 발레 파킹(valet parking·대리 주차) 티켓을 준 직원 A씨를 공개적으로 문책하며 경위서를 쓰게 한 겁니다.

VIP 손님이 찾아온 건 8월 22일이었습니다.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 찾아온 호텔의 모(母)그룹 회장 따님을 못 알아보고 직원은 발레티켓을 발부했습니다. 회장 딸은 호텔 측에 "직원들이 나를 잘 몰라 티켓을 준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고, 호텔 측은 주차 용역업체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알고보니, 반얀트리는 몇몇 VVIP들에게 수년 전부터 '주차 티켓 발부 없는 VIP 발레 파킹'이 원칙이었습니다. 이들이 차를 몰고 호텔에 오면, 다른 손님과 달리 주차티켓 없이 곧바로 차를 인계받고 비용도 받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VIP는 누구일까요. 직원들의 근무 공간인 주차 부스 안에 답이 있었습니다. '발레 티케팅(발레 주차 티켓 발부) 절대 금지'라는 제목 아래, 그룹 회장과 그의 세 자녀, 호텔의 전직 사외이사와 그 부인 등 7명의 이름과 이들 소유의 차량번호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반얀트리의 회원은 4,200여 명. 상위 0.2%인 셈입니다.

'VIP 발레 티켓 발부 금지'는 '철칙'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다 다른 곳으로 옮긴 B씨는 "입사해서 교육받을 때 이들의 차량번호를 다 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VIP들에게 발레 티켓을 발부하는 게 금기시되고, 터부시 됐다"고 했습니다.

그런 만큼 그룹 회장 딸에게 티켓을 발부한 직원의 죄는 가볍지 않게 취급됐습니다. 주차 용역업체 담당자는 곧바로 단체 카톡방에서 "저번에도 두 번이나 티켓 드려서 주의하라 했는데, 오늘도 줘서 직접 컴플레인 하셨다고 한다. 다들 기본은 숙지하라"고 질타하면서 티켓 준 직원에게 경위서 작성을 지시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실수로 준 것일 뿐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경위서를 썼습니다. 그리고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그만뒀습니다.

월 160만 원 받고 비·눈·폭염을 가리지 않고 주차 부스를 지키는 대리주차 직원들. 현재 근무 중인 C씨는 "들어오는 차가 한두 대도 아니고, 어떻게 차 번호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겠느냐. 직원도 수시로 바뀌다 보니, 얼굴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정산소에서 '누가 올라간다'고 무전으로 알려주면 그나마 가능한데, 거기서도 깜빡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더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B씨는 "그 호텔 클럽은 도어맨도 없다. 때문에 발레 주차 직원이 그 역할까지 다해야 한다. 골프 가방 같은 짐까지 다 날라줘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고 정신없다"면서 "하지만 어쩌겠느냐. 지시가 내려오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아니면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차 직원들 모두 힘들어하는 티켓 없는 VIP 발레 시스템을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호텔 측은 "우리가 한 게 아니라 용역업체가 알아서 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회원 중에 특별히 중요한 분들은 더 잘해 주라고만 이야기했지, 누구를 어떻게 해 주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4,200여 회원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7명의 VIP를 용역업체 직원이 알아서 선정하고 명단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용역업체 측은 일단 "그 명단을 출력해서 붙인 건 내가 맞다"면서도 "원래 그렇게 해 왔던 것을 내가 문서화시켜 놓은 것일 뿐이다. 발레 주차비는 호텔의 수입인데, 어떻게 하청업체가 무료 대상자를 정할 수가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회장님 딸에게 발레 주차 티켓 줬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써야 하고, 4천 200여 명이 고가의 회원권을 사고 연간 회원비를 내는데도 유독 7명만 VVIP 대우를 받는 호텔 이야기를 KBS <더 이상은 못 참겠다>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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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5 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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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주차 대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티켓을 받죠. 이걸 발레티켓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주차서비스를 맡길 때 티켓도 주면 안되는 특급 손님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VVIP. 호텔 주차 서비스 직원이 이 VVIP들에게 실수로 주차티켓을 줬다 문책을 당하고 경위서까지 써야했습니다.

"VIP 차량, 특히 회장님 일가분들에게 발레 티켓 주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왜 그러죠? 경위서 쓰세요."

호텔의 주차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회장님 일가분'에게 발레 파킹(valet parking·대리 주차) 티켓을 준 직원 A씨를 공개적으로 문책하며 경위서를 쓰게 한 겁니다.

VIP 손님이 찾아온 건 8월 22일이었습니다.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 찾아온 호텔의 모(母)그룹 회장 따님을 못 알아보고 직원은 발레티켓을 발부했습니다. 회장 딸은 호텔 측에 "직원들이 나를 잘 몰라 티켓을 준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고, 호텔 측은 주차 용역업체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알고보니, 반얀트리는 몇몇 VVIP들에게 수년 전부터 '주차 티켓 발부 없는 VIP 발레 파킹'이 원칙이었습니다. 이들이 차를 몰고 호텔에 오면, 다른 손님과 달리 주차티켓 없이 곧바로 차를 인계받고 비용도 받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VIP는 누구일까요. 직원들의 근무 공간인 주차 부스 안에 답이 있었습니다. '발레 티케팅(발레 주차 티켓 발부) 절대 금지'라는 제목 아래, 그룹 회장과 그의 세 자녀, 호텔의 전직 사외이사와 그 부인 등 7명의 이름과 이들 소유의 차량번호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반얀트리의 회원은 4,200여 명. 상위 0.2%인 셈입니다.

'VIP 발레 티켓 발부 금지'는 '철칙'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다 다른 곳으로 옮긴 B씨는 "입사해서 교육받을 때 이들의 차량번호를 다 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VIP들에게 발레 티켓을 발부하는 게 금기시되고, 터부시 됐다"고 했습니다.

그런 만큼 그룹 회장 딸에게 티켓을 발부한 직원의 죄는 가볍지 않게 취급됐습니다. 주차 용역업체 담당자는 곧바로 단체 카톡방에서 "저번에도 두 번이나 티켓 드려서 주의하라 했는데, 오늘도 줘서 직접 컴플레인 하셨다고 한다. 다들 기본은 숙지하라"고 질타하면서 티켓 준 직원에게 경위서 작성을 지시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실수로 준 것일 뿐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경위서를 썼습니다. 그리고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그만뒀습니다.

월 160만 원 받고 비·눈·폭염을 가리지 않고 주차 부스를 지키는 대리주차 직원들. 현재 근무 중인 C씨는 "들어오는 차가 한두 대도 아니고, 어떻게 차 번호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겠느냐. 직원도 수시로 바뀌다 보니, 얼굴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정산소에서 '누가 올라간다'고 무전으로 알려주면 그나마 가능한데, 거기서도 깜빡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더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B씨는 "그 호텔 클럽은 도어맨도 없다. 때문에 발레 주차 직원이 그 역할까지 다해야 한다. 골프 가방 같은 짐까지 다 날라줘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고 정신없다"면서 "하지만 어쩌겠느냐. 지시가 내려오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아니면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차 직원들 모두 힘들어하는 티켓 없는 VIP 발레 시스템을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호텔 측은 "우리가 한 게 아니라 용역업체가 알아서 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회원 중에 특별히 중요한 분들은 더 잘해 주라고만 이야기했지, 누구를 어떻게 해 주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4,200여 회원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7명의 VIP를 용역업체 직원이 알아서 선정하고 명단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용역업체 측은 일단 "그 명단을 출력해서 붙인 건 내가 맞다"면서도 "원래 그렇게 해 왔던 것을 내가 문서화시켜 놓은 것일 뿐이다. 발레 주차비는 호텔의 수입인데, 어떻게 하청업체가 무료 대상자를 정할 수가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회장님 딸에게 발레 주차 티켓 줬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써야 하고, 4천 200여 명이 고가의 회원권을 사고 연간 회원비를 내는데도 유독 7명만 VVIP 대우를 받는 호텔 이야기를 KBS <더 이상은 못 참겠다>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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