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우주장·해양장…바뀌는 장묘 문화

입력 2018.09.17 (18:06) 수정 2018.09.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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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답변]

혹시 우리나라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아시나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은 무려 천4백만 원이 넘습니다.

상당한 액수죠.

살아생전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들,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일본에서는 최근 조상을 모시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장례 산업 박람회 현장입니다.

커다란 풍선이 유독 눈에 띄는데요,

몇 해 전부터 외신에 소개되며 이목을 끌었던 ‘우주장(葬)’입니다.

커다란 풍선 안에 유골을 넣고 성층권까지 띄우면 기압 차에 의해 터지면서 유골이 공중에 뿌려지는 형식입니다.

길게는 약 240년 동안 우주 궤도를 돈다고 합니다.

비용은 24만 엔.

지난 5년간 23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요시히로 오노데라/우주장 업체 개발자 : "사후에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버려지는 묘비가 많아지고 있죠. 1인 가구도 증가 추세이고요, 우주장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죠."]

이번 전시회에는 인생의 마지막 길을 스스로 준비하는 이른바 셀프 장례 체험 공간도 마련됐고요,

고인의 유골 일부나 유품을 작은 함이나 목걸이 등에 담아주는 서비스도 등장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앵커]

올해는 장례 절차를 간소화한 서비스들이 대거 선을 보였네요.

일본에선 최근 색다른 장례 방법도 인기라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기존 장례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IT 기술이 결합된 장례 서비스와 상품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건데요,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도쿄 도심에 위치한 한 납골당입니다.

IC 칩이 내장된 회원 카드를 기계 안에 넣으니 화면에 사진이 나옵니다.

고인의 유골함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참배객 바로 앞에 도착하는데요,

도시형 납골당의 모습입니다.

비용은 38만 엔에서 최고 98만 엔까지, 묘지에 안장하는 비용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류미오 오하라/주지스님 : "최근 일본에서는 외곽 지역에 있던 조상의 묘를 정리하고 유골을 화장하여 도시형 납골당으로 모시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어떤 부부는 도시에 거주하는 자식들의 편의를 위해 이 방법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일본 나가노 현에는 차에 탄 채로 조문하는 장례식장이 영업 중입니다.

조문객은 태블릿PC를 이용해 방명록을 적고 조의금을 건네면 됩니다.

일반 패스트푸드에서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과 비슷하죠.

몸이 불편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조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해당 장례업체가 고안했습니다.

[앵커]

일본의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는 배경, 역시 고령화 때문이겠죠?

[답변]

네. 맞습니다.

일본은 2005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며 인구의 자연 감소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사망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총 사망자 수는 약 134만 명. 오는 2025년에는 사망자가 15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츠요시 사사키/ 전시 기획 업체 대표 : "(일본에서) 사망자 수는 2040년까지 꾸준히 늘어날 겁니다. (이를 토대로) 장례관련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계산해본다면, 1인당 수백 만 엔 이상의 가치죠."]

일본에서 엔딩 산업(ending industry)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연간 시장 규모만 우리돈 50조 원이 넘습니다.

일본 노인에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인 종활(終活‧슈카쓰) 서비스는 필수가 됐습니다.

시신 호텔과 같은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자신이 묻힐 묘지나 유골을 뿌릴 곳을 찾기 위한 패키지 여행도 등장했습니다.

[마쓰다/73세 : "언제 어떻게 돼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조금 불안합니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장례식과 재산 정리, 청소 등을 대행해주는 사후 관리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엔딩 산업의 성장은 삶을 잘 정리하고 싶은 마음과도 맞물려 있는데요,

‘웰다잉(well-dying)’이나 ‘힐다잉(heal+dying)’ 열풍은 이러한 관심이 녹아든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매장 비용 상승 요인 또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최근엔 화장하는 비율이 더 높지 않습니까?

[답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요즈음 이 납골당 자리마저도 부족해지면서 각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홍콩.

매년 4만여 명이 사망하는 홍콩에서 공영 납골당의 빈자리는 매해 5백여 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설 납골당이 있지만 유골함 하나를 안치하는 데 최고 15만 달러, 우리돈 1억6천만 원이 넘습니다.

때문에 거리 곳곳에서 망자의 분골을 임시로 보관해 주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루이스/홍콩 묘지관리 업체 이사 : "현재 좋은 땅은 다 개발이 됐어요. 새롭게 묘지를 조성할 땅이 없죠. 10년이 지나 이전을 하면 다음 차례의 사람에게 줄 수 있어요."]

중국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묘지 1㎡당 가격은 11만 위안 정도.

묏자리 면적당 가격이 도시에 있는 아파트 시세보다 두 배 비쌉니다.

장례비용도 폭등했습니다.

상하이의 한 봉안당의 경우 한 자리당 최대 5천만 원을 내야 합니다.

[앵커]

중국의 상황도 심각하네요.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변]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00% 화장을 목표로 설정하고, 화장시설을 최소 만5천 개까지 확보할 계획입니다.

홍콩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양장(葬)을 권장하고 있고요,

최근엔 지하 동굴을 묘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매장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보이는 형식보다 고인을 추억하는 장묘 문화로 바꾸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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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우주장·해양장…바뀌는 장묘 문화
    • 입력 2018-09-17 18:11:38
    • 수정2018-09-17 21:18:39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답변]

혹시 우리나라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아시나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은 무려 천4백만 원이 넘습니다.

상당한 액수죠.

살아생전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들,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일본에서는 최근 조상을 모시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장례 산업 박람회 현장입니다.

커다란 풍선이 유독 눈에 띄는데요,

몇 해 전부터 외신에 소개되며 이목을 끌었던 ‘우주장(葬)’입니다.

커다란 풍선 안에 유골을 넣고 성층권까지 띄우면 기압 차에 의해 터지면서 유골이 공중에 뿌려지는 형식입니다.

길게는 약 240년 동안 우주 궤도를 돈다고 합니다.

비용은 24만 엔.

지난 5년간 23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요시히로 오노데라/우주장 업체 개발자 : "사후에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버려지는 묘비가 많아지고 있죠. 1인 가구도 증가 추세이고요, 우주장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죠."]

이번 전시회에는 인생의 마지막 길을 스스로 준비하는 이른바 셀프 장례 체험 공간도 마련됐고요,

고인의 유골 일부나 유품을 작은 함이나 목걸이 등에 담아주는 서비스도 등장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앵커]

올해는 장례 절차를 간소화한 서비스들이 대거 선을 보였네요.

일본에선 최근 색다른 장례 방법도 인기라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기존 장례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IT 기술이 결합된 장례 서비스와 상품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건데요,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도쿄 도심에 위치한 한 납골당입니다.

IC 칩이 내장된 회원 카드를 기계 안에 넣으니 화면에 사진이 나옵니다.

고인의 유골함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참배객 바로 앞에 도착하는데요,

도시형 납골당의 모습입니다.

비용은 38만 엔에서 최고 98만 엔까지, 묘지에 안장하는 비용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류미오 오하라/주지스님 : "최근 일본에서는 외곽 지역에 있던 조상의 묘를 정리하고 유골을 화장하여 도시형 납골당으로 모시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어떤 부부는 도시에 거주하는 자식들의 편의를 위해 이 방법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일본 나가노 현에는 차에 탄 채로 조문하는 장례식장이 영업 중입니다.

조문객은 태블릿PC를 이용해 방명록을 적고 조의금을 건네면 됩니다.

일반 패스트푸드에서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과 비슷하죠.

몸이 불편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조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해당 장례업체가 고안했습니다.

[앵커]

일본의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는 배경, 역시 고령화 때문이겠죠?

[답변]

네. 맞습니다.

일본은 2005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며 인구의 자연 감소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사망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총 사망자 수는 약 134만 명. 오는 2025년에는 사망자가 15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츠요시 사사키/ 전시 기획 업체 대표 : "(일본에서) 사망자 수는 2040년까지 꾸준히 늘어날 겁니다. (이를 토대로) 장례관련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계산해본다면, 1인당 수백 만 엔 이상의 가치죠."]

일본에서 엔딩 산업(ending industry)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연간 시장 규모만 우리돈 50조 원이 넘습니다.

일본 노인에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인 종활(終活‧슈카쓰) 서비스는 필수가 됐습니다.

시신 호텔과 같은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자신이 묻힐 묘지나 유골을 뿌릴 곳을 찾기 위한 패키지 여행도 등장했습니다.

[마쓰다/73세 : "언제 어떻게 돼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조금 불안합니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장례식과 재산 정리, 청소 등을 대행해주는 사후 관리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엔딩 산업의 성장은 삶을 잘 정리하고 싶은 마음과도 맞물려 있는데요,

‘웰다잉(well-dying)’이나 ‘힐다잉(heal+dying)’ 열풍은 이러한 관심이 녹아든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매장 비용 상승 요인 또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최근엔 화장하는 비율이 더 높지 않습니까?

[답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요즈음 이 납골당 자리마저도 부족해지면서 각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홍콩.

매년 4만여 명이 사망하는 홍콩에서 공영 납골당의 빈자리는 매해 5백여 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설 납골당이 있지만 유골함 하나를 안치하는 데 최고 15만 달러, 우리돈 1억6천만 원이 넘습니다.

때문에 거리 곳곳에서 망자의 분골을 임시로 보관해 주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루이스/홍콩 묘지관리 업체 이사 : "현재 좋은 땅은 다 개발이 됐어요. 새롭게 묘지를 조성할 땅이 없죠. 10년이 지나 이전을 하면 다음 차례의 사람에게 줄 수 있어요."]

중국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묘지 1㎡당 가격은 11만 위안 정도.

묏자리 면적당 가격이 도시에 있는 아파트 시세보다 두 배 비쌉니다.

장례비용도 폭등했습니다.

상하이의 한 봉안당의 경우 한 자리당 최대 5천만 원을 내야 합니다.

[앵커]

중국의 상황도 심각하네요.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변]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00% 화장을 목표로 설정하고, 화장시설을 최소 만5천 개까지 확보할 계획입니다.

홍콩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양장(葬)을 권장하고 있고요,

최근엔 지하 동굴을 묘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매장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보이는 형식보다 고인을 추억하는 장묘 문화로 바꾸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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